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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오아시스’ 후 다른 작품 못할 거라 했지만…

문소리의 코믹 본능

글·홍정원 뉴스엔 기자 | 사진·동아일보 사진DB파트, CJ엔터테인먼트 제공

2013. 10. 16

문소리의 잠재돼 있던 ‘코믹감’이 폭발했다. 개봉 10여 일 만에 1백50만 관객을 동원한 코믹 액션극 ‘스파이’는 단언컨대 문소리의 영화다.

‘오아시스’ 후 다른 작품 못할 거라 했지만…


배우 문소리(39)가 영화 ‘박하사탕’ ‘오아시스’ 이후 10여 년 만에 ‘스파이’로 설경구와 재회했다. 영화 ‘스파이’는 대한민국 최고 비밀 스파이 김철수(설경구)가 국가 운명이 걸린 초특급 작전을 수행하던 중 자신의 정체를 모르는 아내 안영희가 작전에 휘말리며 벌어지는 내용을 그린 코미디 액션영화다. 설경구와 문소리 외에도 다니엘 헤니, 고창석, 한예리, 라미란이 출연해 웃음 폭탄과 액션으로 1백21분을 수놓는다. 코믹과 액션을 오가며 웃음과 긴장감을 주는 작품에서 문소리는 스파이의 아내 영희를 맡아 몸을 사리지 않는 코믹 연기로 관객의 웃음보를 터뜨린다.
문소리는 1999년 이창동 감독의 영화 ‘박하사탕’의 순임 역으로 얼굴을 알린 뒤 같은 감독의 작품 ‘오아시스’(2002)에서 뇌성마비 장애인 한공주를 열연했다. 그는 이 작품으로 베니스 국제영화제 신인배우상을 수상했고, 수상한 공을 인정받아 같은 해 옥관문화훈장을 받았다. 이후 영화 ‘바람난 가족’(2003) ‘효자동 이발사’(2004) ‘사랑해, 말순씨’(2005) ‘여교수의 은밀한 매력’(2006) ‘가족의 탄생’(2006)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2007) ‘하하하’(2009) ‘다른 나라에서’(2011) ‘분노의 윤리학’(2012) ‘스파이’(2013) 등 거의 매년 쉬지 않고 작품 활동을 해왔다. 매번 새로운 캐릭터에 도전했지만 코미디 영화는 ‘여교수의 은밀한 매력’ 이후 오랜만이다.
각종 국내외 영화제에서 신인배우상과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연기력을 인정받은 문소리는 생애 처음 도전한 코미디영화에서도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는다. 그는 지금까지 보여준 어둡고 묵직한 연기와는 다른 코믹 연기로 눈을 즐겁게 한다.
영화 ‘스파이’는 그동안 그가 ‘예능감’을 어떻게 숨겨왔나 싶을 정도로 ‘문소리의 재발견’이다. 그는 호들갑 액션과 사투리로 아줌마 포스를 제대로 풍기며 관객을 웃긴다. 이번 작품에서 그는 ‘꽃미남’ 다니엘 헤니와 술을 마시고 술주정을 부리는 등 심하게 망가지는 연기에 도전해 코믹한 액션 장면을 무리 없이 소화했다. 이리 뒹굴고 저리 뒹굴고 물에 흠뻑 젖는 그의 연기 변신은 성공적이다. 모든 웃음의 근원지는 문소리가 나오는 장면이다.
그가 맡은 영희는 남편 철수가 스파이인 줄 모르고 바가지를 긁어대는 마누라지만, 잘생긴 의문의 남자 라이언(다니엘 헤니) 앞에서만은 한없이 부드러운 여자다. 영희는 아이를 낳으라고 눈치 주는 시어머니에게 치이고 일찌감치 아이를 낳아 키우는 동서들한테 밀리지만 위로해줄 남편은 늘 출장 중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바람같이 사라지는 남편 때문에 속이 터진다. 시어머니가 그토록 바라는 2세를 만들기도 전 남편은 또 출장을 가버리고, 영희는 홧김에 오른 태국 비행기에서 만난 의문의 잘생긴 남자 라이언과 모처럼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남편이 위기에 빠지자 그가 대한민국 최고 스파이라는 사실도 모른 채 모성 본능과 액션 본능을 발휘해 그를 지킨다.

유산 후 아이 안 가지려 했다
문소리는 최근 영화 ‘스파이’ 미디어데이에서 “신인배우 시절 영화 ‘오아시스’에 출연했는데 그때 다들 ‘신인배우가 이 작품에 출연하면 다음 작품은 못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며 “하지만 ‘오아시스’ 이후 ‘바람난 가족’에도 출연하고 여기까지 왔다. 명필름(‘바람난 가족’ 제작사)에 고맙다”고 말했다.
2006년 영화감독 장준환과 결혼한 그는 2010년 6월 임신했지만 3개월 만에 유산의 아픔을 겪었다. 이후 다시 임신해 결혼 5년 만인 2011년 8월 딸을 낳았다. 임신 당시에는 주연작 캐스팅 제안도 마다하며 태교에만 전념했다. 그는 6개월의 모유 수유를 마치고 바로 액션스쿨에 들어가 영화 ‘스파이’ 촬영 시기에 맞춰 합류했다. 출산 후 부기가 채 빠지기 전 촬영을 위해 태국으로 날아간 그는 7개월 된 아기가 눈에 어른거려 매일 1시간씩 울고 나서 코미디 연기를 했다고.
그는 “남편이 원래 아이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유산한 뒤 아이가 필요 없다고 해서 안 가지려 했다”며 유산했을 때의 심경을 토로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남편이 ‘아이 없이도 우린 잘 살 거야’라며 위로해주더니 아이를 낳은 지금은 주변 사람들에게 출산을 장려하더라. 지금 딸이 25개월인데 뭐든 빨리 한다. 말도 빨리 배웠다. ‘엄마 그만 일해’라고 말하고 남편한테는 ‘수고했다’고 말한다”며 딸 자랑을 늘어놓았다.
부모의 피를 물려받은 아이가 배우나 감독을 하겠다고 나서면 어떻게 할까. 그는 “말릴 거다. 힘들기도 하거니와 아이한테 이래라 저래라 참견할까봐 그런다. 차라리 다른 예술인이 되면 좋겠다. 그러면 잘해도 못해도 격려해줄 것 같다”고 답했다.
이번 작품으로 훤칠하고 잘생긴 꽃미남 배우와 처음 호흡을 맞춘 소감도 밝혔다. “다니엘 헤니가 그동안 함께 연기한 남자배우 중 가장 잘생긴 배우 아니냐”는 질문에 그는 “맞다”고 답하면서도 “하지만 내 취향은 아니다. 조각미남은 별로다. 내 취향 알지 않나. 집에 있는 분(장준환 감독)이다”라며 남편에 대한 애정을 과시했다.
‘오아시스’ 후 다른 작품 못할 거라 했지만…

1 2 3 4 영화 ‘스파이’에서 설경구, 다니엘 헤니와 환상의 호흡을 보여준 문소리. 5 남편 장준환 감독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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