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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스타 특강 릴레이

캐릭터와 혼연일체 박신양

“연기는 주고받는 것, 최고의 파트너는 심은하”

글·이혜민 기자 사진·홍상표

2011. 07. 18

늘 꼭 맞는 옷을 입은 것처럼 맡은 배역을 소화해내는 박신양. 그는 평소 대본 여백에 빼곡히 메모를 하고,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연기 연습을 하고, 직접 현장에 가본다. 그 덕분에 NG 없는 배우로 유명하다.

캐릭터와 혼연일체 박신양

1968년생<br><b>데뷔</b> 1996년 영화 ‘유리’<br><b>대표작</b> 영화 ‘범죄의 재구성’ ‘약속’ ‘편지’, 드라마 ‘싸인’ ‘쩐의 전쟁’ ‘파리의 연인’ ’내 마음을 뺏어봐’<br><b>연기철학</b> 링 위에 오르는 권투선수 심정으로 절실하게 연기한다.



드라마 ‘바람의 화원’의 화가 김홍도, ‘싸인’의 천재 법의학자 윤지훈, ‘파리의 연인’의 순정남 한기주. 박신양(43)이 연기하면 박신양은 어느새 배역 그 자체가 된다. 동국대 연극영화과를 졸업하고 러시아 셰프킨 연극대학에서 공부한 뒤 단순한 흉내 내기가 아닌 캐릭터와 혼연일체가 되는 연기를 추구해온 그는 언젠가부터 ‘흥행 보증 수표’로 자리 잡았다.
연기파 배우 박신양의 배우 인생은 우연한 계기로 시작됐다. 중학생 때 TV에서 죽은 딸을 그리워하는 부모를 그린 작품을 보고 펑펑 울곤 “누군가에게 감동을 주고 싶다”고 결심해 연극을 공부하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이후 유학까지 가서 꿈을 펼쳤지만 삶이 녹록지 않았다고 한다. 배우 지망생들을 위해 5년 전 ‘박신양 펀(fun) 장학회’를 세운 것은 그 자신이 지난한 세월을 거쳐왔기 때문이다.
“유학 생활을 하면서 영양실조도 걸려봤고, 부상을 당해 누워 있기도 했어요. 스물아홉 살 때까지는 오로지 연극이 정통이라고 생각해 그것만 고집했죠. 그러다 언젠가 더스틴 호프먼보다 연기를 더 잘하는 배우가 텅 빈 객석을 앞에 두고 공연하는 모습을 본 뒤 그날로 고집을 꺾었어요. 혹평을 받을지언정 많은 사람들에게 평가를 받고 싶었거든요.”
성공한 사람들 대부분이 그렇듯 그 역시도 “막막한 겨울이 지속되는 시간을 오랫동안 지나왔다”고 한다. 그간의 어려움이 떠올랐는지 박신양은 심각한 얼굴이 되었지만 이내 특유의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어렸을 때는 배우 지망생들만 힘들게 사는 줄 알았어요. 살다 보니까 이 세상에 쉽게 사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걸 깨달았죠. 어떤 분야에서든 두각을 나타내려면 불안과 기다림의 시간을 거쳐야 하는 것 같아요. 지금 혹시 그런 시련을 겪는 분이 있다면 저는 ‘포기하지 않으면 해낼 수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다른 사람이 자신의 인생을 책임져줄 순 없잖아요. 그러니 자신의 가능성을 믿고 스스로 밀고 나아가야죠.”

드라마 ‘싸인’ 준비하며 시체 1백 구 체험
연기할 때마다 링 위에 오르는 권투 선수의 심정이 된다는 박신양. 시간이 지나도 링 위의 긴장감은 줄어들지 않기에 연기에 더욱 집중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그가 주목하는 것은 대본. 연기라는 여행을 떠날 때 믿고 기댈 수 있는 유일한 지도이기 때문이다. 그는 대본에 빼곡하게 메모를 하고, 자다가도 일어나 대본을 읽는 ‘대본 중독자’다.
“물론 대본만 외우는 건 아니에요. 배역을 맡으면 보물찾기를 하듯 그 사람이 존재할 만한 공간을 찾아가 그 정황을 이해해보려고 노력해요. 연기를 배울 때 ‘거짓말 하지 말라’는 말을 가장 많이 들어서 캐릭터를 이해하지 못한 채 연기하면 양심의 가책이 느껴지더라고요. 연기를 보는 분들도 배우가 꾸민 듯 연기하면 대번에 알아채시잖아요. ‘싸인’에서 법의학자 역을 맡았을 때 촬영 2,3개월 전부터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가서 1백 구 이상의 시체들을 보며 연기 준비를 했어요. 세상에 그보다 처절한 건 없다 싶어 마음이 황폐했지만 덕분에 그분들의 삶을 이해하게 됐죠.”
박신양은 현장에서 NG를 잘 내지 않는다. 학창 시절부터 ‘무대에 철저히 임해야 한다’는 얘기를 귀가 따갑게 들어왔기 때문이다. 그는 “내가 실수하면 상대방도 실수하게 된다”면서 “현장에서 몰입하다 보면 예상외로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가 최고의 연기 파트너로 심은하를 꼽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박신양은 데뷔 초인 1996년 드라마 ‘사랑한다면’에서 심은하와 호흡을 맞춘 적이 있다.
“심은하씨는 정말 솔직한 사람이에요. 야구공을 패스할 때처럼 잔재주를 부리지 않고, 꾸밈 없이 그냥 패스해줘요. 연기란 것이 (연기를) 주고받는 것이 정확해야 하는데, 심은하씨는 제가 주는 대로 받고, 본인이 느끼는 대로 던져주죠. 하지만 실제로는 많은 배우들이 예쁜 척하거나 다른 데를 보면서 부정확하게 패스해요. 패스만 잘 이뤄지면 상대 배우가 남자건 여자건 상관없이 연기하는 게 너무 즐거운데….”
작품을 통해 사람들에게 평생 잊지 못할 감동을 주고 싶다는 박신양. 얼굴 모르는 사람들이 자신을 보며 반갑게 웃으며 인사할 때 ‘내가 만들고 싶은 걸 만들었구나’라는 생각에 뿌듯함을 느낀단다.
“꿈꾼 대로 이뤄진다는 말을 이제 정말 이해하겠어요. 그 꿈만큼 노력했고, 그만큼 이뤄낸 것 같아요. 제 삶의 목표는 죽을 때 후회 안 하기예요. 지금 당장 죽더라도 ‘아우~ 인생 재미있었는데’ 하고 죽고 싶어요. 그래서 촬영할 때마다 ‘죽을 때 후회하지 않을 정도로 열심히 했는가’라고 자문하고 있어요. 인생은 정해진 길이 없는 재미난 여행이잖아요. 저는 후회하지 않는 여행을 하고 싶기 때문에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즐거운 일을 하면서 살아가는 거예요. 우리 모두 자신의 여행을 멋지게 만들기 위해 노력해봅시다!”

캐릭터와 혼연일체 박신양

(왼쪽부터) ‘싸인’ ‘쩐의 전쟁’ ‘바람의 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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