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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기대되는 경쟁

미모 지존 김혜수 황신혜 불꽃 튀는 연기 대결

글·정혜연 기자 사진·홍중식 기자

2010. 11. 17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정상을 지키고 있는 두 여배우가 드라마에서 처음 만났다. 자신들의 이름을 걸고 연기 대결을 펼칠 주인공들은 바로 김혜수와 황신혜. 카메라 뒤에서는 언니 동생 사이지만 카메라가 켜지면 한 남자를 놓고 감정을 분출하는 매혹적인 여인들이 된다.

미모 지존 김혜수  황신혜 불꽃 튀는 연기 대결


1980·90년대를 주름잡았던 연기파 여배우 김혜수(40)와 황신혜(47). 여배우라면 누구나 한 번쯤 꿈꿔봤을 각종 CF를 20여 년간 찍었을 정도로 인기를 유지해온 이들이 처음으로 한 작품에서 만났다. 인물들의 복잡한 감정과 상황이 실타래처럼 얽힌 MBC 드라마 ‘즐거운 나의 집’에 투 톱으로 캐스팅된 것. 그동안 한 번도 같이 작업을 한 적이 없던 터라 두 사람은 10월 말 열린 제작보고회에서 설레는 심경을 드러냈다.
“각자 오랫동안 작품 활동을 해왔는데 신기하게도 같이 작업할 기회는 없었어요.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만나게 돼 굉장히 설레요. 저희 둘의 친분관계를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실은 미니홈피 일촌관계일 정도로 친해요(웃음). 몇 년 전 가입해서 막 사진을 올리고 관리를 하던 찰나 김혜수씨가 일촌을 맺자는 쪽지를 보내왔더라고요. 인터넷상에서 연락을 하니 새롭고 신기했죠. 연예인 중에서는 유일한 일촌이 바로 김혜수씨예요.”
소위 말하는 ‘기가 센’ 여배우들이라 촬영장 밖에서 만나면 인사조차 하지 않을 것 같지만 두 사람은 의외로 오랜 친분을 유지하고 있었다. 황신혜는 이어 “처음 촬영할 때는 그냥 좋은 정도였는데 매일같이 만나다 보니 이제는 친한 언니 동생 사이가 됐다. 이대로라면 촬영 끝날 때쯤 서로 사랑하는 사이가 돼 있을지도 모르겠다”며 소리 내 웃었다.
김혜수도 마찬가지로 황신혜와의 친분을 인정하며 그의 연기력에 대해 칭찬하는 발언을 아끼지 않았다.
“80·90년대 초반은 비현실적이고 인공적인 캐릭터가 난무하던 시절이었어요. 그 속에서 황신혜씨는 언제나 쿨하고 세련된 캐릭터를 연기했죠. 대부분의 여주인공이 신파적이고 눈물을 인위적으로 자아내는 최루성 연기를 하는 데 반해 황신혜씨는 항상 담백한 연기를 선보였던 기억이 나요. 그 점이 참으로 멋지게 보였고 내심 부럽기도 했어요.”

‘깊은 맛’ 내는 불혹 안팎 여배우들 보면 동지애 느껴
드라마 ‘즐거운 나의 집’은 어린 시절 라이벌이었던 두 여자의 관계를 통해 가정의 의미를 되돌아보는 작품. 어린 시절부터 사랑을 받고 자라난 김진서(김혜수)는 대학교 시간강사이자 동네 오빠였던 이상현(신성우)과 가정을 이루고 정신과 의사로서의 삶을 살아간다. 이들과 함께 자란 모윤희(황신혜)는 가난하고 술주정이 심했던 아버지의 손아귀에서 벗어나 명성대 재단 이사장과 결혼해 신분상승의 꿈을 이룬다. 하지만 오래전부터 사랑했던 남자 상현을 잊지 못한 채 그를 진서에게서 빼앗으려 애쓰고 그 과정에서 남편을 우발적으로 살해, 교통사고로 위장한다. 자신의 환자가 죽자 장례식장을 찾은 진서는 그가 윤희의 남편이라는 사실보다 운전을 무서워하던 이가 교통사고로 죽은 데 더욱 놀라워하고, 윤희에게 의혹을 품는다.
이 작품에 먼저 캐스팅된 이는 황신혜였는데 그는 “대본을 보는 순간 누구에게도 모윤희 역할을 뺏기고 싶지 않았다”며 애착을 드러냈다.

미모 지존 김혜수  황신혜 불꽃 튀는 연기 대결

마주치면 인사조차 하지 않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몇 년째 친한 언니 동생 사이로 지내고 있다는 김혜수와 황신혜.



“많은 대본 속에서 ‘이거 죽인다’는 느낌이 들었던 건 이 작품이 유일했어요. 연기를 하면서도 소름이 돋을 정도로 모윤희의 악독함이 느껴졌죠. 4, 5회까지 찍었는데 지금껏 밝은 모습을 보인 장면이라고는 한두 번 정도였을걸요? 이후 줄곧 눈에서 불꽃이 튀어요(웃음). 하루 촬영하고 나면 기가 다 빠져나가는 느낌이 들죠. 욕먹을 각오를 단단히 하고 있어요.”
김혜수는 가장 늦게 캐스팅됐다. 올 초부터 한석규와 영화를 찍고 있던 그는 사실 다른 작품을 할 생각이 없었다고 한다.
“얼마 전까지도 영화 후반작업을 하느라 정신이 없었어요. 어느 날 ‘W’ 녹화를 하기 위해 MBC를 찾았는데 국장님이 저더러 ‘요즘 드라마는 안 해?’라고 물으시더라고요. 국장님이 드라마 ‘한지붕 세가족’을 연출하셨던 분이라 얼굴 뵈면 반갑게 인사하거든요. 좋은 대본 있으면 소개해달라고 말했더니 ‘절대 실망하지 않을 대본이 있으니 한번 보기나 해봐’라며 대본을 주셨어요. 지금껏 연기하면서 좋은 대본, 나쁜 대본 많이 봤지만 이처럼 짜임새 있게 쓰인 건 처음이에요. 당장 출연하겠다고 했죠.”
작품을 쓴 이는 2년 전 드라마 ‘신의 저울’로 백상예술대상 극본상을 탄 유현미 작가. 때문에 배우들이 갖는 기대가 크다고. 탄탄한 극본이 뒷받침되고 있지만 이들이 경쟁해야 할 상대를 보자면 그리 안심할 수만은 없다. 월드스타 비 주연의 ‘도망자 Plan. B’와 연타석 흥행 기록을 갖고 있는 고현정 주연의 ‘대물’이 그 상대이기 때문. 황신혜는 이에 대해 여유로운 답변을 내놓았다.
“촬영하느라 바빠 ‘대물’ 첫 회만 봤어요. 어떤 드라마인지 궁금해서 촬영 중간에 챙겨 봤죠. 솔직하게 말해서 재미있더라고요. 정치라는 소재는 싫어하지만 고현정씨나 차인표씨, 권상우씨 모두 연기를 잘해서 확실히 끌리는 게 있었어요. 하지만 저희 드라마도 나름의 매력이 있고 다른 색깔을 선보일 예정이기 때문에 시청률이 어떻게 나올지는 두고 봐야죠.”
그는 이어 요즘 40대 안팎의 여배우들이 드라마에서 종횡무진 활약하는 것에 대해 반가움을 드러냈다. ‘대물’의 고현정과 ‘욕망의 불꽃’의 신은경이 저마다 확고한 색깔로 농밀한 연기를 선보일 때면 동지애를 느끼게 된다고. 여리고 순수한 이미지의 여성상이 아니라 욕망을 드러내거나 감정에 휩쓸리더라도 강인한 면모를 보이는 여성상을 그려 “그들을 보고 있노라면 ‘깊은 맛’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드라마 ‘즐거운 나의 집’은 불륜과 살인을 소재로 하고 있지만 궁극적으로 가정의 의미를 찾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마지막으로 두 배우에게 드라마를 찍으며 결혼과 가정에 대해 갖게 된 생각을 물었다.
“결혼할 생각 없냐는 질문을 10년 넘게 받아왔어요. 그런 질문을 받는 보편적인 나이대가 있는데 전 이미 그 시기를 지났다고 봐요. 당시에는 상대를 찾아보기도 하고 결혼에 관심을 갖기도 했지만 지금은 의미를 두지 않아요. 이번 드라마를 찍으면서 부부로 사는 것에 얼마나 현실적인 문제가 따르는지 배우게 된 건 작은 수확인 것 같아요. 촬영이 끝날 때쯤에는 결혼에 대해 또 어떻게 생각할지 저도 궁금해지네요.” (김혜수)
“극 중 김혜수씨와 신성우씨가 독하게 싸우는 장면이 나와요. 너무 공감이 가서 보는 제가 더 재미있더라고요. 격이 낮게 싸우는 게 아니라 배운 사람들로 등장하니까 조목조목 말싸움을 하는데 대사가 꽤 신선해요. 부부 생활 오래 하신 시청자들이 본다면 아마 팍팍 와 닿는 부분이 있을 거예요.” (황신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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