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LIFE STYLE

ZOOM IN

홍제동 개미마을에는 봄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기획&사진 한여진 기자

2010. 03. 09

공지영은 소설 ‘상처 없는 영혼’에서 봄은 겨울의 밑장부터 살금살금, 마치 간지럼을 태우듯이 온다고 했지요. 올해 유독 천천히 오는 지각쟁이 봄을 누구보다 먼저 디카에 담아 ‘여성동아’ 독자에게 소개하고 싶은 마음에, 쌓인 눈이 녹기도 전 봄을 찾아 나섰습니다. 제가 고심 끝에 선택한 곳은 하늘과 가까운 동네인 홍제동 개미마을. 서울 인왕산 기슭에 위치한 개미마을은 ‘개미처럼 부지런한 사람들이 산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에요. 한국전쟁 이후 갈 곳 없는 이들이 천막을 짓고 살았다고 해 ‘인디언촌’이라고도 불리던 곳인데 작년 여름 ‘빛 그린 어울림 마을’이라는 이름이 하나 더 생겼어요. 좁은 골목길, 낮은 담벼락, 슬레이트 지붕, 비탈진 계단 등 1960~70년대 서울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한 이곳을 대학생들이 물감으로 색을 입혀 ‘빛과 꽃향기’ 가득한 공간으로 변신시켰거든요.
개미마을은 지하철 3호선 홍제역 2번 출구로 나와 7번 마을버스를 타고 5분 정도 달려 종점에서 내리면 만날 수 있어요. 마을까지 가는 길은 경사지고 좁아 차가 동시에 오가기 힘들어 차 한 대가 올라가면 내려오는 차는 길가에서 기다렸다가 내려오는데, 그 풍경마저 정답더라고요. 길을 따라 5분 정도 가다 서다를 반복해 드디어 개미마을에 도착! 서울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그곳에 서서 마을을 보니 ‘개미처럼 일했다’는 그들의 진한 생이 그대로 전해집니다.
옹기종기 모여 있는 판잣집, 아이 키만 한 낮은 담벼락, 삐뚤빼뚤한 가파른 계단, 골목길 한옆에 쌓인 연탄…. 하지만 자세히 보면 그 풍경마다 화사하고 따뜻한 그림이 곱게 물들어 있었어요. 제가 찾았을 때는 태양이 머리 위에 떠 있는 오후였는데, 총천연색 벽화들이 햇살에 부서져 마치 쿠바 아바나의 어느 골목 같은 착각이 들었어요.

홍제동 개미마을에는 봄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1 삐뚤빼뚤한 계단마다 하트가 그려진 좁은 골목길이 사랑스럽다. 2 개미마을 곳곳에 놓인 벤치에서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여유를 부려도 좋다. 3 무지개처럼 고운 해바라기, 풍선, 비행기 등 알록다록한 그림들.



개미마을 풍경이 매스컴을 타고 알려지면서 이곳을 카메라에 담으려는 디카동호회, 블로거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아 주민보다 이들이 더 눈에 자주 띄지만, 주민들은 이들의 따뜻한 관심을 반기는 분위기예요. 지나가다 눈이 마주치면 웃음으로 인사를 건네기도 하고요. 담벼락마다 알록달록 핀 꽃과 하늘로 날아갈 듯한 풍선, 해맑게 웃는 강아지, 그리고 개미마을 사람들의 따뜻한 미소까지 개미마을 풍경을 디카에 한장한장 담다 보니 봄이 온 듯 마음이 따뜻해졌어요.
6070시대의 아련한 추억과 향수에 빠져들고 싶다면 개미마을로 가보세요. 물감 한 방울로 다시 태어난 그곳에는 벌써 봄이 와 있답니다. 참, 서울 종로구 이화동 낙산공원 길, 통영 동피랑 마을, 부산 남구 문현동 벽화거리 마을, 청주 상당구 수동 수암골도 개미마을처럼 따뜻한 벽화가 가득하다니 이번 봄에는 색다른 동네 투어를 하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홍제동 개미마을에는 봄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1 벽화마다 작은 나뭇잎 푯말에 제목이 써있다. ‘하하하’라는 제목이 개미마을과 잘 어울린다. 2 디카를 들고 찾아오는 방문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개미마을의 오후 풍경. 3 4 6 7 8 오후 햇살 아래 반짝반짝 빛나는 벽화들. 해바라기, 연꽃, 강아지 등이 웃으면서 방문객을 반긴다. 5 홍제역에서 마을버스 7번을 타고 종점에서 내리면 개미마을을 만날 수 있다. 9 개미마을의 진한 생명력이 고스란히 담긴듯한 ‘개발제한구역’ 푯말. 10 알록달록 컬러로 새단장한 구멍가게는 개미마을을 대표하는 명소.



  • 추천 0
  • 댓글 0
  • 목차
  • 공유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