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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가운 벗고 ‘괴짜’ 지휘자에 도전~ 김명민

글·정혜연 기자 / 사진·박해윤 기자

2008. 10. 16

김명민이 괴팍한 오케스트라 지휘자가 돼 돌아왔다. 그는 ‘하얀 거탑’의 장준혁의 이미지를 지우기 위해 지난 5개월간 지휘연습을 했다고 한다.

의사 가운 벗고 ‘괴짜’ 지휘자에 도전~ 김명민

지난해 드라마 ‘하얀 거탑’에서 출세욕으로 똘똘 뭉친 외과의사 장준혁을 연기했던 김명민(36)이 이번에는 지휘봉을 잡고 돌아왔다. MBC 수목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에서 완벽을 추구하는 마에스트로 강마에 역을 맡은 것. 전작에서는 메스를 잡았다가 이번에는 지휘봉을 잡게 된 것에 대해 그는 “공교롭게도 자꾸 도구를 쓰는 역을 맡게 된다”고 말하며 멋쩍게 웃었다.
“의사보다 어려운 역은 없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생각이 바뀌어서 지휘자보다 어려운 역은 없을 것 같아요(웃음). 수술하는 연기를 할 때는 진지한 눈빛과 절도 있는 모습을 집중적으로 보여주면 됐는데, 지휘하는 연기는 악보를 모두 외워야 하기 때문에 더 힘들어요.”
96년 데뷔 후 영화 ‘소름’,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 ‘하얀 거탑’ 등에서 주로 선이 굵고 개성 강한 인물을 연기했던 그는 “쉬워 보이는 역할보다 아무나 할 수 없을 것 같은 역할에 더 끌린다”고 말했다.
그는 드라마 방영에 앞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현직 음악가들로 구성된 밀레니엄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함께 공연을 해 화제가 됐다. 영화 ‘미션’의 주제곡으로 유명한 엔니오 모리코네의 ‘가브리엘의 오보에’와 브람스의 ‘헝가리무곡 5번’을 직접 지휘한 것.
“시청자들이 ‘아무렇게나 휘젓네’라는 생각을 갖지 않도록 하기 위해 5개월 동안 지휘 연습을 했어요. 사실 단상에 오를 때 조금 떨리기도 했는데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제 지휘봉 끝을 보고 진지하게 따라와줘 상당히 짜릿했고, 연습한 보람도 느꼈죠.”
그는 집에서뿐 아니라 촬영장으로 이동하는 차 안에서도 늘 클래식을 틀어놓고 지낸다고 한다. 그 덕분에 지금은 일부분만 듣고도 어떤 곡인지 알아맞히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어릴 때 누나가 피아노를 배웠고, 부모님도 하루 종일 집에 클래식을 틀어놓을 정도로 가족 모두가 클래식에 조예가 깊었어요. 누나가 집에서 피아노 연습하는 소리가 듣기 싫어서 그랬는지 저만 이상하게 클래식에 대한 거부감이 있었죠. 그런데 이제와 다시 들어보니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무엇인가가 느껴지면서 왜 그렇게 다들 좋아했는지 이해가 되더라고요.”
작품활동 기간에는 집에서도 대본을 끌어안고 사는 그는 드라마 촬영이 시작된 뒤로 방문을 걸어잠그고 큰 소리로 대본 연습을 하고 있다고. 그때마다 시끄러워도 말없이 참아주는 아내가 고마울 뿐이라고 말한다.

“말없이 조용히 내조해주는 아내 덕분에 편하게 연기해요”
“사실 새로운 작품을 시작할 때마다 굉장히 예민해지는 편이에요. 이번에도 생각나는 대로 독설을 퍼붓는 역이라 집에서도 종종 그런 모습을 보일 때가 있죠. 아내가 그런 저를 받아주지 않았다면 연기하기 힘들었을 거예요. 말없이 지켜봐주는 게 제게는 최고의 내조라는 걸 아는 거죠.”
그런데 엉뚱하게도 다섯 살 된 아들 재하가 자신의 대사를 자꾸 따라 읊어 고민이 많다고 한다.
“제 대사 중에 공연을 앞둔 형편없는 실력의 오케스트라 단원들을 향해 ‘너네는 그날 개야. 난 그날 주인이고!’라고 소리치는 부분이 있어요. 어느 날 집에 들어갔더니 재하가 뭐라고 중얼거리더라고요. 가만히 들어보니 ‘너네는 개야’ 이러고 있는 거예요(웃음). 집에서 연습할 때 조심해야겠다고 생각했죠. 클래식과 친해진 것이 이번 드라마를 하면서 얻은 가장 큰 수확이에요. 성격적으로는 ‘밥맛’이지만 자기 일에 열정적으로 몰입하는 멋진 캐릭터를 연기하게 된 것도 행운이고요. 이 드라마가 사람들이 클래식을 가까이 하는 계기가 되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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