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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기사

‘쌍둥이 아빠’ 조인직 기자의 육아일기12

신나는 아이들의 세상! ‘놀이터 대탐험’

기획·권소희 기자 / 글·조인직‘동아일보 정치부 기자’ / 사진·문형일 기자 || ■ 일러스트·최은영

2007. 10. 11

신나는 아이들의 세상! ‘놀이터 대탐험’

언젠가부터 아이들이 아파트 단지 안에 있는 놀이터를 보면 “빨리 가자”며 손을 잡아 끈다. 미끄럼틀과 그네, 시소, 플레이짐 등 흥미로운 놀이시설이 가득하고, 3살부터 초등학교 6학년까지 다양한 연령의 아이들이 혼재돼 있는 놀이터. 노는 것 자체보다 혹시나 큰 아이들과의 ‘파워 게임’에서 밀려 기가 죽지나 않을지, 또 균형을 못 잡아 놀이기구에서 떨어지지는 않을지 겁이 나는 곳이기도 하다.

놀이터는 ‘공동체’를 배우는 첫 번째 관문
하지만 한두 번씩 아이들과 함께 도전하다보니, 이제는 놀이터만큼 시간 때우기 괜찮은 곳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경험상 30~40분은 훌쩍 지나간다. 옷 갈아입고 오고가는 시간을 합하면 1시간 코스로 이상적이다. 그냥 10~20분 동안 아이들과 손잡고 산책하면 그다지 ‘실적’으로 인정되지 않지만 “애들 데리고 놀이터 다녀왔어”라고 하면 아내의 만족도도 높아진다.
이제 여름도 슬슬 지나 햇볕도 적당하고 아이들도 또래들을 만나면 신기하게 쳐다보거나 모방하면서 상호작용을 하는 시기가 됐다. 어찌 보면 ‘사회’가 뭔지, ‘공동체’가 뭔지 어렴풋이 감을 잡게 되는 첫 번째 관문은 동네 놀이터가 아닐까 싶다. 아직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보내기에는 빠르고, 그렇다고 집에만 있기엔 애매한 연령대라 놀이터의 효용이 더 크게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하다.

아이들 눈높이에 맞는 놀이터가 이상적
놀이터라고 다 같은 놀이터는 아니다. 아파트의 경우 단지가 큰 곳(세대 수가 많은 곳)에 있는 놀이터를 찾아야 한다. 단지가 작은 곳에 자리한 놀이터는 초등학생 눈높이에 맞춰져 있는 경우가 많다. 미끄럼틀도 너무 높고, 절벽 같은 곳에서 사다리 없이 봉을 타고 내려와야 하는 경우도 있다. 그네도 타다보면 거의 아파트 2층 높이로 솟아오른다. 무엇보다 초등학생들의 무심하지만 재빠른 몸놀림을 넋 놓고 구경하다 부딪히기 십상이다.
내가 사는 곳은 1천2백66 가구가 몰려 사는 대단지로, 놀이터가 5개 정도 있는데 그중 하나는 유아들이 놀기에 적당한 놀이기구들로 꾸며져 있다. 토요일이나 일요일 아침에는 엄마들의 등살에 밀렸는지, 자율의지의 부름을 받았는지 어쨌든 나 같은 모양새의 애 딸린 아빠들이 놀이터에 많아 그쪽 아빠들의 육아 테크닉을 적극적으로 벤치마킹할 수 있다.
유아용 전용 놀이터는 특히 신도시에 많은 것 같다. 대표적인 특징은 바닥에 모래 대신 소프트 쿠션을 이어붙인 점토블럭이 깔려 있고, 미끄럼틀 올라가는 곳에는 사다리와 함께 경사 낮은 계단이 있어 기어서도 올라갈 수 있다는 것이다. 미끄럼틀 양 옆의 턱이 높고, 무엇보다 마찰이 어느 정도 있어 속도를 내면서 ‘꽈당’하고 넘어질 걱정도 없다.

신나는 아이들의 세상! ‘놀이터 대탐험’

<b>1 2</b> 놀이터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조인직 기자와 쌍둥이 딸 민정이, 유정이.


아이들과 즐겁게 놀며 생생 육아 정보 얻어
아무리 집 앞 놀이터라 해도 옷차림은 항상 중요하다. 놀이기구에 팔목이나 발목, 무릎이 닿는 경우가 많으므로 반소매 반바지나 치마 대신 긴팔 티셔츠와 양말, 긴바지를 입혀야 한다. 신발도 웬만하면 샌들 대신 발을 완전히 감싸는 운동화가 좋다.
다른 놀이기구보다 비교적 신경을 써야 하는 것은 그네다. 살살 밀어도 앞으로 쭉쭉 뻗어나가고, 만 3세 이전이라면 혼자서는 멈추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네 앞으로 지나다니는 아이들과 부딪쳐 다칠 수도 있다. 적어도 그네 앞에서만큼은 부모들이 집중해서 지켜봐야 할 것 같다.
놀이터에서는 비단 노는 것뿐 아니라 사회성도 익힐 수 있다. 2~3개로 한정돼 있는 그네나 스프링 자동차가 인기가 많아 도무지 순서가 오지 않는다면, “친구야 친구야, 이제 ‘나 좀 타도 될까’라고 물어봐”라고 아이들에게 얘기해준다. 협상과 양보를 익혀준다는 명분 외에, 그쪽 부모도 양식이 있으면 “그래, 친구보고 놀라고 하고 비켜주자”라고 나오는 수가 많아 실리적으로도 매우 좋다.
놀이터 가기에 최적의 시간은 약간 서늘함이 느껴지면서 해가 완전히 지지 않아 어느 정도 밝은 오후 6시 정도다. 오후 7시가 되면 “어두워졌으니 들어가야지”라고 재촉하기에 좋고, 그때 집에 들어가 목욕시키고 우유를 먹이면 잠도 잘 자게 되는 타이밍이기 때문이다.
평일 저녁 시간대라면 아빠들 입장에서는 육아정보 귀동냥이 느는 것도 장점이다. 유아용 놀이터에는 동네 아줌마들이 함께 나와 아이들을 감독하면서 끼리끼리 수다를 떠는 경우가 많은데, 멀리서 가만히 귀만 열고 있어도 요즘 학원 시세가 얼마인지, 동네 어린이집 중에서 인심을 잃은 곳은 어디이고, 보육 교사 중 누가 가장 인기가 있는지, 새로 사줄만한 장난감은 무엇인지 등을 생생하게 알아낼 수 있다.
놀이터에 가면 참 신기하게 아빠인 나도 생각지 못한 재미를 느낄 때가 적지 않다. 언젠가는 유정이 민정이에게 그네 시범을 보여주면서 “자, 다리를 이렇게 휘저어봐” 하고 휙휙 젓다가 보니 몸이 붕붕 뜨면서 멈추기가 싫어지기도 했다. 아이들 입장에서도 아빠가 가짜로 재미있는 척하는 것보다는 진짜로 몰입해 있는 상황을 반기는 듯했다.
허리를 숙이고 미끄럼틀 기지 속으로 파고들면 이십 몇 년 전 비슷한 장난을 칠 때가 떠오르고, 지금은 할머니 할아버지가 된 우리 어머니 아버지가 놀이터 앞에서 지켜보던 풍경도 어렴풋하게나마 떠올라 새삼스러운 기분도 든다.
놀이터에서 가만히 보고 있으면 아이들 캐릭터도 참 다양하다. 얼굴도 모르는데 유정이 민정이에게 다가와 친한 척하며 자지러지게 웃는 또래들이 있는가 하면, 괜시리 위압적인 뜀박질을 선보이며 아이들의 기를 죽이는 친구들도 눈에 띈다. 그래도 그게 세상인 걸, 그러면서 배워가겠지!

조인직 기자는…
동아일보 경제부, 사회부, 신동아 등에서 8여년 간 일했으며 현재는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로 재직 중이다. 2002년 10월 결혼해 2005년 5월 쌍둥이딸 유정이·민정이를 낳았다. 이제 생후 27개월이 돼 활발하게 뛰어다니는 쌍둥이들을 따라다니느라 살까지 빠졌다는 그는 훌륭한 아빠가 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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