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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interview #philanthropy #uww

“기부는 세상을 바꾸는 아름다운 습관”

세계가 인정한 ‘기부왕’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

editor 김지영 기자

2017. 06. 01

국내 모든 대기업 오너가 이 기업가처럼만 산다면 재벌은 개혁의 대상이 아닌 존경의 아이콘이 되지 않았을까. 일상의 습관처럼 적극적으로 기부 활동을 펼쳐 세계공동모금회의 첫 ‘글로벌 필랜스러피 어워드’ 수상자가 된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 이야기다.

국내외에서 ‘기부영웅’으로 불리는 최신원(65) SK네트웍스 회장이 세계공동모금회(UWW)가 공헌도가 큰 개인 후원자에게 수여하는 ‘글로벌 필랜스러피 어워드(Global Philanthropy Award)’의 첫 번째 주인공이 됐다. 글로벌 필랜스러피 어워드는 사실상 최신원 회장의 나눔 문화 전파 공로를 치하하기 위해 UWW에서 만든 공로상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특별하다. 5월 9~12일(현지시각) 미국 올랜도에서 진행된 UWW 행사에서 마이클 헤이드 전 UWW 리더십위원회 위원장은 그에게 공로패를 전달하며 이렇게 말했다.

“최 회장은 끊임없는 헌신과 열정, 솔선수범으로 한국에서 나눔의 저변을 확대했을 뿐만 아니라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하는 훌륭한 리더입니다. 한국을 넘어 아시아 전역에 깊은 울림을 줄 것입니다. 최 회장의 헌신 앞에 절로 겸손해집니다. 그를 나의 벗이라 부를 수 있어 자랑스럽습니다. ‘우리는 받아서 삶을 꾸려 나가고 주면서 인생을 꾸며 나간다’는 윈스턴 처칠의 명언에 걸맞은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에 최 회장도 “국경 없는 나눔 활동을 통해 모든 인류가 행복한 지구촌으로 거듭나도록 더 열심히 활동하겠다”고 화답했다. 최 회장의 수상 소식을 접한 SK네트웍스 직원들도 기쁨을 함께했다. 직원들의 눈에 비친 그는 “친척 할아버지나 삼촌같이 직원들의 안위를 걱정해주는 어른”, “더운 날 봉사활동을 나간 직원들을 위해 빵과 음료를 직접 챙기고, 김치봉사를 도와주러 온 동네 할머니들을 친어머니처럼 끌어안고 용돈도 챙겨주는 따뜻하고 소탈한 리더”, “지난해 4월 회장 취임 1주년을 맞아 구내식당에서 직원들에게 직접 밥을 퍼주고 함께 식사하며 고충을 들어준 인간적인 회장님”이다.

최 회장은 국내에서도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설립한 1원 이상 기부자 모임인 아너소사이어티의 총대표, 경기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장을 맡아 어려운 이웃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는 나눔 전도사를 자처하고 있다. 5월 중순 UWW 행사를 마치고 미국에 머물고 있는 최 회장과 그의 ‘아름다운 습관’에 관한 이야기를 이메일로 주고받았다.






글로벌 필랜스러피 어워드의 첫 번째 수상자가 되셨습니다.
인생에서 가장 기쁘고 영광스런 일 중의 하나일 겁니다. 지구촌 행복을 위해 앞으로 더 열심히 활동하라는 뜻으로 주신 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의 나눔 활동에 있어 새로운 이정표로 기억될 겁니다.

이번 UWW 행사에서 아시아 최초의 ‘천만달러 라운드테이블’ 멤버가 되셨더군요. 어떤 모임인가요.
‘천만달러 라운드테이블’은 UWW에서 올해 만든 최고액 기부자 클럽이에요. UWW에 1천만 달러 이상을 기부하거나 기부를 약정한 세계 각국의 회원들로 구성돼 있어요. 마이클 헤이드 전 UWW 리더십위원회 위원장 부부, 존 렉라이터 UWW 이사회장, 마이크로소프트 빌게이츠 재단 등 개인과 단체 32명(개)이 회원이지요(최 회장은 그동안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모두 37억3천여만원을 기부해 지난해 국내 개인 부문 최다 기부자로 선정된 바 있으며, 이번에 UWW에 7년간 1백억원 기부를 약정하면서 이 모임의 회원이 됐다).

처음에 나눔에 관심을 갖게 된 배경이 궁금합니다.
저의 할아버지는 물론이고 아버지와 어머니도 항상 어려운 이웃을 도와주며 더불어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셨어요. 할아버지는 가뭄이 들어 물이 귀할 때 이웃에게 모내기에 필요한 물을 기꺼이 나눠주셨고, 어머니는 밥을 지을 때마다 쌀을 일정량씩 따로 모아두었다가 가정형편이 어려운 주민들에게 조용히 나눠주셨습니다. 제 아버지이신 SK 창업주 고 최종건 회장도 전쟁의 폐허 속에서 기업을 일으켜, 끼니를 때우기도 힘든 시절 마을 주민들에게 일거리를 만들어주고 불우한 이웃들을 늘 돌보셨어요.

어릴 때부터 그런 모습을 보고 자라다 보니 기부가 습관이 되고, 나눔을 기업의 사회적, 도덕적 책무로 여기게 됐죠. 제 롤 모델이자 가장 존경하는 분이 아버지예요. 아버지는 “어떠한 시련과 역경에도 굴하지 않는 패기와 도전정신, 일과 사람에 대한 열정이야말로 불황 극복의 혜안이 될 것”이라고 항상 강조하셨어요. 그런 신념을 가지고 맨손으로 창업해 국내 최고의 섬유회사로 키워낸 창조적 기업인이세요. 기업을 경영할수록 선친에 대한 그리움이 커집니다.

가장 인상 깊게 본 해외의 나눔 프로그램이나 활동은 무엇입니까.
UWW 리더십위원회(UWW가 고액 기부를 활성화하기 위해 만든 기관) 회원국인 멕시코에서 벌이는 ‘Toy Library’ 프로그램이 흥미로웠습니다. 도서관의 책처럼 장난감을 일정 기간 빌려 쓰고 반납하는 프로그램이었는데, 빠르게 자라나는 아이에게 연령별로 가격이 만만치 않은 장난감을 매번 사주지 않아도 되고, 한번 쓰고 버려지는 게 아니라 여럿이 돌아가며 이용하니 자원 낭비를 줄이는 효과도 있더군요. 국내 장난감 대여 서비스와 유사한 점이 많았어요.

기부와 나눔 활동에도 ‘공유경제(이미 생산된 제품을 여럿이 공유해서 사용하는 협력 소비경제)’ 개념이 깊숙이 들어와 있다는 걸 새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또한 나눔과 공유경제의 핵심이 모두 ‘함께 즐기는 것’이라는 점에서 무척 반가웠고 우리나라에도 다양한 공유경제 기반의 나눔 프로그램들이 활성화할 수 있도록 저도 더 노력해야겠다고 각오를 다졌죠.



기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오늘날의 기업은 이익을 실현해 그 이익을 사회에 다시 환원하고, 채용을 통해 사회 구성원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함으로써 지속가능성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기업 경영 역시 이러한 나눔과 공유의 선순환을 기반으로 한 이익 실현과 일자리 창출이라는 나눔의 또 다른 형태로 계속 진화해야 지속적인 발전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기부와 나눔을 통해 꿈꾸는 미래는 어떤 세상인가요.
‘우분투(ubuntu)’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습니까? ‘당신이 있기에 내가 있다(I am because of you)’라는 뜻을 지닌 남아프리카의 반투어에서 유래된 말이에요. 이 단어의 의미는 결국 지구상의 모든 구성원에게 해당된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있는 것은 현재의 당신이 있기 때문이라는 의미처럼 우리는 모두 서로 얽혀 있어서 한명 한명이 하는 일들이 결국 세상 전체에 영향을 미치고 있거든요. 인간은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는 존재이기에 기꺼이 다른 사람을 도우며 다른 사람의 생각을 인정할 줄 알아야 합니다. 서로가 서로를 위해 행복과 마음을 나누고, 진정으로 존중하고 배려할 때 비로소 세상은 더불어 행복하고 풍요로운 세상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기부와 나눔이 절실한 이유죠.

기부 활동이 개인의 삶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요.   
기부를 하는 대다수의 분들이 받는 기쁨보다 나누는 기쁨과 즐거움이 더 크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지요. 나눔은 삶의 행복지수를 높이는 엔도르핀 같은 것이거든요. 저 역시 크게 공감하는 부분이고요. 오랫동안 기부와 나눔을 실천하면서 제가 받은 또 다른 선물은 ‘행운’이라는 고마운 감정입니다. 저는 제가 행운을 만끽하고 있는 아주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태어나 죽을 때까지 한 번도 주변사람들이나 이웃들과 나누며 사는 행복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을 텐데 저는 운 좋게도 그런 특권을 누리며 여러 따뜻한 분들과 나눔을 통해 교감하고 고마움을 느끼며 많은 것을 배우고 있습니다. 정말 행운이 아닐 수 없습니다. 나눔은 꾸준히 실천하고 진심으로 공감할수록 화수분처럼 무한 긍정의 힘을 샘솟게 해요.

특별한 관심을 기울여 지원하는 분야가 있습니까.
이전부터 국내 새터민(탈북이주민)들과 다문화가정에 많은 관심을 갖고 지원을 해왔습니다. 지금은 국내를 넘어 국제적인 지원 활동에도 힘쓰고 있는데 특히 난민들의 안전 보장 등을 위한 해결 방안 모색 등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2015년 열린 ‘서울 자선라운드테이블(2014년 최 회장이 직접 서울 유치를 제안해 성사시킨 세계 고액 기부자 모임)’에서 시리아 난민기금 마련을 제안했고, 당시 저와 함께 마이클 헤이드 전 리더십위원회 위원장이 각각 10만 달러를 출연해 난민 지원이 체계적으로 이뤄지는 계기를 만든 일은 제게 큰 보람을 안겨줬습니다.

또 새터민들에게도 한국 사회에 잘 적응하고 정착할 수 있도록 경기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지원금을 전달하고 있고 새터민들로 구성된 예술 공연단도 적극 홍보해주며 많은 무대에 설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고 있어요. 무엇보다 경기도에만 7만여 명의 다문화 이주 여성이 있는데, 그 중 상당수가 형편이 안 돼 고향을 방문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에 가슴이 아팠어요. 그래서 2015년부터 경기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함께 다문화여성의 고향 방문 지원사업인 ‘多문화가정의 多情한 고향나들이’를 기획해 지금도 계속 진행하고 있습니다. 경기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서 제가 기부한 금액 중 일부로 재원을 조성해 이주 여성들에게 고향에 갈 항공권과 체류비 등의 경비를 지원해주고 있죠.



한국의 기부 문화가 해외에 알려짐으로써 한국에 직접적으로 미치는 영향이 있나요.
아직도 한국에 대해 잘 모르는 나라가 많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한국을 전쟁을 겪어 살기 안 좋은 나라로 인식하는 사람도 많고요. 저는 한국인들의 높은 시민의식과 함께 한국이 선진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 경제력과 기술력을 갖춘 훌륭한 나라라는 것을 세계만방에 알리고 싶었습니다. 그런 갈증이 기부 활동을 하면서 상당 부문 해소됐고요.

한국의 아너소사이어티 회원 중에는 형편이 어려운데도 매달 조금씩 기부를 하는 경비아저씨를 비롯해 감동적인 사연을 가진 분들이 많아요. 해외에서도 그런 이야기에 감동을 받아 한국을 새롭게 인식하고 있어요. 그런 나눔 활동이 해외 기업에도 한국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주어 한국 기업의 글로벌 비즈니스가 한층 원활히 이뤄지도록 도움을 주고 있을 것입니다.

올해 꼭 이루고 싶으신 소망은 무엇인가요.
우선 경영인으로서는 우리 SK네트웍스가 지속성장이 가능한 우량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체질을 개선하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합니다. 그래서 세계에서 손꼽히는, 1백년 2백년 건실히 성장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기회를 올해 꼭 발견하길 바랍니다. 또한 나눔을 실천하는 여러 사람 중 한 사람으로서 민족, 인종, 문화를 뛰어넘어 인류가 함께 행복해질 수 있도록 모두가 공감하고 참여하기 쉬운 나눔 활동들이 시나브로 전파될 수 있는 디딤돌을 놓는 것이 소망입니다.

대한민국 젊은이들이 ‘삼포세대(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세대)’로 불릴 정도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들에게 인생 선배로서 어떤 조언을 해주고 싶습니까.
지난 4월 청년실업률이 11.2%에 달하고, 청년층의 체감 실업률 역시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높아져 이들에 대한 고용 여건이 ‘국가 재앙’수준에 근접해간다는 기사를 보고 무척 안타까웠습니다. 가장 열정적이고 활발하게 경제 활동을 해야 하는 청년들이 구직 전쟁에 내몰려 꿈과 희망, 열정 등 많은 것을 포기하고, 무작정 공무원 시험에 매달리는 현실이 안쓰러웠습니다. 어쩌면 너무 비현실적인 조언으로 들릴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우리나라 청년들에게 꼭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좋아하는 일을 찾으려 부단히 노력해 주십시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해야 성공할 수 있고 남보다 뛰어난 역량도 가질 수 있습니다. 역량이 뛰어나서 성공하는 것이 아니에요. 자신이 좋아하는 만큼 파고들기 때문에 성공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힘들겠지만 긍정적인 생각으로 하루를 열고 하루를 정리해 보십시오. 생각하는 대로 말하는 대로 세상은 나에게 다가올 것입니다. 그 시간은 결코 짧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니 포기하지 마십시오. 포기라는 단어가 여러분들에게 너무나 작은 옷임을 기억하십시오. 여러분, 응원합니다.

사진 동아일보 출판사진팀 사진제공 SK네트웍스 디자인 김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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