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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YLE

파워 드레싱이 보여주는 멜라니아 트럼프의 ‘추구미’ 

김명희 기자

2025. 06. 26

트렌디한 명품 룩을 즐겨 입던 트럼프 미국 대통령 부인 멜라니아 여사가 최근 턱시도와 날렵한 재단의 슈트로 자신을 리브랜딩하고 있다.

돌체앤가바나 턱시도를 입고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으로 촬영한 멜라니아의 공식 초상 사진.

돌체앤가바나 턱시도를 입고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으로 촬영한 멜라니아의 공식 초상 사진.

트럼프 2기에 들어 백악관의 가장 큰 변화라면, 영부인 멜라니아의 존재감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동할 때마다 스타일리시한 모습으로 남편 곁을 지키며 미소 짓던 멜라니아의 모습은 더 이상 찾아볼 수 없다.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는 지난 5월 7일 “백악관에서 가장 민감한 질문: 멜라니아는 어디에 있는가(A Most Sensitive Subject in the White House: Where Is Melania)”라는 기사에서 그녀가 자주 보이지 않는 이유에 주목했다. 이 신문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108일 동안 멜라니아가 백악관에 머문 날은 14일도 되지 않는다고 전했으며, 전기 작가 마이클 울프는 트럼프 대통령 부부가 사실상 별거 중이라고 주장했다. 백악관은 이를 부인했지만, 멜라니아의 활동 양상이 트럼프 1기 때와 달라졌다는 점은 분명하다. 그녀는 예전처럼 백악관 중심으로 움직이기보다는 뉴욕의 트럼프 타워와 플로리다 별장 마라라고를 오가며 극히 일부 행사에만 모습을 보이고 있다.

활동을 줄인 덕분에 존재감은 더욱 강해졌으며, 패션 스타일에서도 철저히 계산된 강한 카리스마가 느껴진다. 멜라니아는 슬로베니아 출신의 모델로, 퍼스트레이디가 되기 전부터 패션 감각과 이미지 관리에 탁월한 면모를 보여왔다. 트럼프 1기 당시 그녀는 원피스와 트렌디한 명품 브랜드를 중심으로 한 부드럽고 사랑스러운 룩으로 화제를 모았으며, 클래식한 드레스나 코트로 전통적인 영부인의 이미지를 구축했다. 바지 정장을 입은 건 손에 꼽힐 정도다. 

그러나 트럼프 2기 들어서는 확 달라진 스타일을 보여준다. 벨기에 출신 사진작가 레진 마호가 촬영한 공식 초상 사진은 그 변화를 보여주는 서막이었다. 1월 27일 공개된 공식 초상 사진 속 멜라니아는 블랙 돌체앤가바나 턱시도 재킷에 화이트 셔츠, 랄프로렌의 커머번드(턱시도를 입을 때 착용하는 넓은 허리밴드)를 매치했다. 날카로운 라펠이 인상적인 이 재킷은 정제된 이미지를 표현한다. 흑백으로 촬영된 사진의 배경에는 역대 영부인 공식 초상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꽃이 아닌, 미국을 건국한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을 기리는 기념탑이 보인다. 책상에 두 손을 짚고 서 있는 모습은 중요한 결단을 앞둔 CEO처럼 보이기도 한다. ‘뉴욕타임스’는 이를 두고 “전통적인 초상화와는 다른, 드라마 속 여성 정치인을 연상시키는 사진”이라 평했다. 2월 24일 열린 전미주지사협회(NGA) 연례 만찬에서도 멜라니아는 공식 초상 사진에서와 같은 검정색 턱시도를 입었다. 몸에 꼭 맞는 재킷과 화이트 셔츠, 팬츠, 그리고 트레이드마크와 같은 검정색 스틸레토 힐이 세련되면서도 이지적인 느낌을 준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도 검정색 턱시도에 보타이를 매치했는데, 두 사람은 대통령 부부라기보다 정치적 동반자처럼 보였다.  

멜라니아는 트럼프 2기 들어 프라다 스커트 정장, 랄프로렌의 슈트와 타이, 디올의 화이트 블레이저, 호피 무늬 트렌치코트 등으로 파워 드레싱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다. 

멜라니아는 트럼프 2기 들어 프라다 스커트 정장, 랄프로렌의 슈트와 타이, 디올의 화이트 블레이저, 호피 무늬 트렌치코트 등으로 파워 드레싱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다. 

패션 스타일 통해 권위와 영향력 시각화 

트럼프 2기 들어 멜라니아가 가장 공을 들인 활동은 ‘테이크 잇 다운 법안(Take It Down Act)’ 입법 지원이다. 이 법은 인공지능(AI)으로 제작된 딥페이크 영상이나 사진을 포함, 특정인의 내밀한 이미지를 상대의 동의 없이 공개하거나 공개한다고 위협하는 것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또 플랫폼은 피해자의 신청을 받은 후 48시간 이내에 이를 신속히 삭제할 의무를 지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 3월 이 법안의 의회 통과를 지지하는 원탁회의에 황갈색 랄프로렌 재킷과 조끼, 팬츠, 화이트 셔츠에 타이를 매치한 차림으로 등장한 멜라니아는 “10대 소녀들이 딥페이크 같은 악성 온라인 콘텐츠로 인한 피해와 씨름하는 것을 목격하는 건 가슴 아픈 일”이라며 법안에 힘을 실었다. 다음 날 해당 법안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는 의회 연설에서는 디올의 진회색 울 트위드 슈트를 입고 스카프와 벨트로 마무리해 깔끔한 인상을 줬다. 공화당 소속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과 민주당 소속 에이미 클로버샤 상원의원이 공동 발의한 이 법안은 4월 미국 상·하원 양원에서 압도적 찬성으로 통과됐다. 멜라니아는 5월 19일 법안 서명식에선 체크 패턴이 들어간 프라다의 회색 스커트 슈트와 크리스찬루부탱 펌프스를 착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열린 법안 서명식에서 멜라니아 여사를 수차례 바라보며 “이처럼 강력한 초당적 협력을 본 것은 처음이다. 참 아름다운 일”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민주당과 공화당 의원들이 이렇게 잘 어울리는 일은 흔치 않다. 멜라니아 덕분에 그들이 협력하게 됐다”며 아내를 추켜세웠다.

다른 공식 석상에서도 이 같은 흐름은 이어진다. 3월 말 국무부에서 열린 ‘국제 용기 있는 여성상’ 시상식에서는 밀리 파크가 디자인한 레오퍼드 프린트의 송아지 가죽 벨트 코트를 입었다. 약 1만 달러 상당의 이 코트는 그녀에게 범접할 수 없는 강한 인상을 부여한다. 5월 8일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린 바버라 부시 기념우표 발행식에서는 디올의 화이트 블레이저에 스타일리스트 에르베 피에르가 제작한 가죽 펜슬 스커트를 매치해 빈틈없는 스타일링을 선보였다. 영부인이 주최하는 백악관 연례행사인 ‘부활절 달걀 굴리기’에서도 변화가 엿보였다. 2017년에는 옅은 핑크 드레스, 2018년엔 연한 파란색 캐시미어 재킷, 2019년엔 블루 드레스를 입었지만 올해는 맥케이지의 화이트 가죽 트렌치코트를 선택해 여느 해보다 강하고 딱딱한 인상을 남겼다. 



미국 전역에서 수백만 명이 트럼프에 반대하는 ‘No Kings’ 시위를 벌이는 가운데, 트럼프의 79번째 생일인 6월 14일에 맞춰 열린 미국 육군 창설 250주년 행사에서는 아이보리색 바탕에 네이비 핀스트라이프가 들어간 아담 립스의 스커트 슈트를 입었다. 아담 립스는 역대 영부인 미셸 오바마와 질 바이든 그리고 카멀라 해리스 전 부통령도 선호했던 미국 디자이너로, 차분하고 절제된 테일러링이 강점이다. 멜라니아가 지난 1월 트럼프 2기 취임식 때 입은, 몸에 꼭 맞는 디자인의 네이비 테일러링 코트도 그의 작품이다.  

이런 멜라니아의 패션 스타일 변화는 그녀가 트럼프 2기에서 만들어가고자 하는 ‘추구미’와 관련 있어 보인다. 멜라니아는 자서전을 출간하고, 아마존 프라임과 4000만 달러 규모의 다큐멘터리 제작 계약을 맺었으며, 자신의 이름을 딴 밈 코인 ‘멜라니아’를 발행해 수억 달러를 벌어들인 사업가이기도 하다. 이런 그녀의 패션은 자신의 정체성을 확고히 하고 브랜드와 메시지를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수단이 되고 있다. 

#멜라니아 #패션 #디올 #여성동아 
‌사진 게티이미지 사진출처 flotus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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