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급차 시장 진출은 현대차의 오랜 숙원 사업이다. 대중차 시장은 가격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는 탓에 수익성 확보가 어렵고 중국 등 후발 주자의 추격도 만만치 않다. 실제로 폭스바겐그룹(포르쉐 · 벤틀리 · 아우디 · 람보르기니), 토요타(렉서스), 닛산(인피니티) 등 세계 수위를 다투는 자동차 회사들은 거의 모두 프레스티지 브랜드를 갖고 있다.
12월 9일에는 제네시스 브랜드의 첫 신차인 EQ900(해외명 G90)이 베일을 벗었다. 날렵하면서도 세련된 외관에 이탈리아 명품 가죽 브랜드와의 협업을 통해 제작해 스티치가 한 땀 한 땀 살아 있는 천연 가죽 시트, 인체 공학적 설계로 구현한 안락한 실내 공간, 최적의 운전 자세를 잡아주는 ‘스마트 자세 제어 시스템’ 등이 특히 호평을 받았다. 사전 예약이 1만2천 대를 넘어서는 등 시장의 반응도 우호적이다. 제네시스의 성공이 경영 능력을 검증하는 주요한 잣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던 만큼, 정의선 부회장에게 힘이 실릴 수 있는 상황이지만 그는 이런 해석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제네시스 브랜드 론칭 행사 이후 쏟아지는 지나친 관심이 부담스러웠던 듯, 그는 EQ900 발표회에서는 전면에 나서지 않고 조용히 자리를 지키다가 행사가 끝난 후 손님들을 배웅했다.
스물다섯에 결혼, 디자인 혁신에 관심

재계에선 신중하고 합리적인 경영인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대학 은사이자 진보 경제학자인 장하성 고려대 교수에게도 종종 의견을 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무엇보다 디자인 혁신에 관심이 많다. 기아차 사장 시절 삼고초려 끝에 아우디와 폭스바겐의 책임 디자이너 피터 슈라이어를 영입해 디자인의 완성도를 높인 데 이어, 올 상반기에는 벤틀리의 수석 디자이너를 지낸 루크 동커볼케가 현대차 디자인팀에 새롭게 합류할 계획이다.
정의선 부회장은 아트 및 스포츠 마케팅을 통한 기업 이미지 업그레이드에도 심혈을 기울이는 중이다. 그 일환으로 2014년 말 현대미술의 메카 런던 테이트 모던과 장기 후원 계약을 체결했다. 이 계약에 따라 테이트 모던은 2015~25년 미술관 로비인 ‘터바인 홀(Turbine Hall)’에서 ‘현대 커미션’이라는 이름의 기획전을 연다. 지난해 10월 중순 첫 작가로 선정된 멕시코 출신 조각가 겸 설치미술가 아브라함 크루즈비예가스의 전시 ‘빈터(Empty Lot, ~4월 3일)’가 시작됐는데 ‘텔레그래프’ ‘인디펜던트’ ‘르몽드’ 등 유럽 언론들이 이를 비중 있게 다루며 현대의 새로운 도전에 관심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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