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뭇결이 살아 있는 무늬목 가구와 원목마루를 사용해 아늑하고 편안한 분위기를 내는 LDK형 거실. 운동 동작 촬영을 위해 세워둔 대형 거울이 실내를 더 넓어 보이게 하는 효과를 낸다.
황라희 씨는 유튜브 채널 ‘에이핏’과 ‘황라희’ 운영자로, 총 68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운동 & 뷰티 유튜버다. 4년 전 이사한 이 집은 대지면적 298㎡(약 90평)에 연면적 168㎡(약 51평)의 타운하우스로 부모님, 여동생과 함께 거주하고 있다. “어려서부터 아파트 생활만 해서인지 마당이 있는 단독주택에 대한 로망이 있었어요. 그런데 현실적으로 주택살이가 쉽지 않잖아요. 유지와 관리에 꽤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보안 문제도 좀 걸리고요. 아파트 생활에 익숙해진 저로서는 쉽게 결심이 서지 않더라고요. 그러던 중 살던 곳 인근에 타운하우스가 들어선다는 소식이 들려왔어요. 아파트의 편리성과 주택의 장점을 모두 갖춘 집이니 크게 모험하지 않고도 로망을 실현할 수 있을 것 같아 바로 입주를 결정했죠.”
2층과 연결되는 앞마당이 보여 싱그러운 느낌을 주는 다이닝 공간. 부분 창으로 보이는 식물들이 마치 액자 속 그림 같다.
황라희 씨의 집은 4층 단독주택으로, 현관부터 4층까지 내부 계단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현관으로 들어서면 곧바로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나오고, 거실과 주방, 욕실이 있는 2층으로 이어진다. 3층은 방 3개와 욕실 2개, 4층은 다락방과 넓은 야외 테라스로 구성되며, 2층을 통해 작은 앞마당으로 나갈 수 있다. 황라희 씨가 살던 집을 고치기로 마음먹은 것은 이곳에서의 생활이 꽤 만족스러웠기 때문이다. 오래 살 집이라고 생각하니 리모델링 생각이 커져갔다고. “타운하우스 생활은 처음인데, 생각보다 훨씬 만족도가 높았어요. 창문 밖으로 건물이 아닌 꽃과 식물이 보이니 눈과 마음이 편안하고, 층간소음 문제에서 벗어난 것도 너무 좋았죠. 가장 만족스러운 부분은 가족 개개인의 라이프스타일에 맞게 시간과 공간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었어요. 일례로 저희 어머니는 새벽형 인간이시거든요. 매일 동트기 전에 일어나시는데, 아파트에 살 때는 혹시 아래층이 시끄러울까 봐 새벽 시간을 그냥 흘려보내기 일쑤였죠. 이 집으로 이사한 이후부터는 몇 시에 일어나든 눈치 볼 것 없이 2층 주방에 내려와 집안일도 하시고, 다락방에 올라가 책도 읽으시고, 자신의 생활 패턴에 맞게 시간을 보낼 수 있어 너무 행복해하세요.”
난간과 11자 형태가 되도록 길게 제작한 아일랜드 테이블. 그 밑으로 수납공간을 만든 덕에 살림살이를 모두 숨길 수 있다.
살던 집을 고치는 거라서 변화에 대한 니즈는 명확했다. 주방의 구조를 변경하는 등 레이아웃에도 신경을 썼지만, 가장 중점적으로 변화를 준 부분은 내부 인테리어 스타일. “어느 집에서나 볼 법한 흔한 스타일은 싫었어요. 요즘 트렌드에서는 조금 벗어나지만 평소 좋아하는 내추럴 느낌의 프렌치 스타일로 고치기로 마음먹었죠. 개성이 또렷한 성인 4명이 사는 집인 만큼 가족의 취향도 고려 대상이었어요. 부모님은 오래 보아도 질리지 않을 무난한 디자인을 선호하시거든요. 이 부분까지 절충해 전체 디자인 방향을 잡았죠.”
모던 내추럴 & 프렌치 스타일로 구성
패턴 타일이 이국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현관.
황라희 씨 집의 인테리어 스타일은 크게 2가지로 나뉜다. 프렌치 스타일과 모던 내추럴 스타일이 그것. 층을 오를 때마다 스타일이 극명하게 나뉘는데, 이상하리만큼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 비밀은 계단 난간에서 찾을 수 있다. “가족 구성원이 취향이 다른 성인들로만 이루어진 만큼 저마다 원하는 스타일이 달랐어요. 이에 적절한 절충안이 필요했는데, 공용공간이자 부모님이 가장 오랜 시간 머무는 2층은 화이트 컬러와 우드 소재가 메인이 되는 모던 내추럴 스타일로 결정했어요. 개인 공간들로 이루어진 3층은 클래식한 분위기가 가미된 프렌치 스타일을 연출하기로 마음먹었죠. 층은 다르지만 크게 봤을 때 한 공간인 만큼 통일감은 필요했어요. 어떻게 하면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스타일을 연결할까 고민하다 생각해낸 것이 바로 계단 난간이었죠.” 시공을 맡은 로멘토디자인스튜디오 임지혜 팀장은 스타일이 다른 공간에 통일감을 주는 방법으로 전 층에 공통적으로 설치하는 계단 난간을 떠올렸다. 프렌치 스타일과 모던 내추럴 스타일을 모두 녹인 커스터마이징 난간을 설치하면 경계 없이 자연스럽게 두 스타일이 연결될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 프렌치 감성의 앤티크 장식과 모던한 블랙 컬러를 조합해 완성한 계단 난간은 서로 다른 스타일의 연결고리가 된 것은 물론, 이 집의 훌륭한 악센트로 작용한다.
파스텔컬러 패턴 벽지가 클래식한 무드를 만들어내는 방들.
이번 리모델링에서 구조적으로 가장 많은 변화를 준 곳은 거실과 주방이 있는 2층이다. 새롭게 짠 레이아웃을 중심으로 아일랜드 테이블을 재배치하고 살림살이가 밖으로 나오지 않게 수납공간을 재구성했는데, 그 결과 실제 면적보다 훨씬 넓어 보이는 공간이 완성되었다고. “기존에는 아일랜드 테이블이 거실과 마주 보고 있었어요. 공간을 가로질러 자리한 테이블 탓에 거실이 좁아 보이는 것은 물론이고 효율성도 떨어졌죠. 그런데 아일랜드 테이블 위치를 옮겨 난간과 마주 보게 11자 형태의 긴 주방을 만드니 집이 넓어 보이는 것은 물론, 운동 동작 촬영을 할 수 있을 만큼 공간 활용도가 높아졌어요. 상부 장을 모두 없애고, 시선이 잘 닿지 않는 하부 장 중심으로 수납공간을 재배치한 것도 넓어 보이는 집의 비밀 중 하나죠.”
마치 프로방스처럼!
앤티크한 모티프를 넣어 제작한 블랙 철제 난간. 서로 다른 스타일의 공간을 이질감 없이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톡톡히 한다.
파스텔컬러로 마감한 방과 곳곳의 몰딩 장식, 모자이크 타일 등 가족들의 침실과 욕실로 이루어진 3층은 클래식한 감성의 프렌치 스타일로 가득 채웠다. 하늘색과 민트색, 톤 다운된 옐로 등 공간마다 다양하게 쓰인 컬러만으로도 시선을 끌기에 충분하지만, 꽃과 나비 등의 벽지 패턴과 장식적인 디테일의 손잡이 등 앤티크 무드 액세서리를 찾아보는 재미 또한 꽤 쏠쏠하다. “3층은 제가 딱 꿈꾸던 공간이에요. 특히 가감 없이 취향을 녹여낸 제 방은 이번 리모델링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공간이기도 하죠. 하늘색 패턴 벽지로 채워진 방도 물론 좋지만, 특히 자랑하고 싶은 곳은 제 방 욕실이에요. 건식 세면대와 샤워 부스로 이루어진 구조인데, 파스텔컬러의 패턴 벽지와 몰딩이 강조된 가구, 클래식한 세면대와 변기, 모자이크 타일을 더해 프렌치 무드를 강조했죠.”
주택살이의 로망을 실현시켜주는 작은 앞마당.
도심의 편의성과 전원생활의 한적함 그리고 단독주택의 장점을 모두 갖춘 황라희 씨의 집. 여기에 다른 주택과 차별화된 구조와 무드까지 더해지며 가족 모두가 만족하는 이상적인 집이 완성되었다. 1층부터 4층까지 계단을 오를 때마다 펼쳐지는 개성 넘치는 공간과 클래식한 요소로 가득한 동화 같은 집에서 새롭게 그려질 가족의 이야기가 더욱 기대된다.
프렌치 감성의 건식 세면대와 샤워 부스로 이루어진 황라희 씨 방 욕실. 클래식한 디자인의 세면대와 변기는 콜러(KOHLER) 제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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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최은초롱 기자 사진제공 로멘토디자인스튜디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