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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YLE

패션의 정수 된 언더웨어 트렌드 리포트

오한별 객원기자

2024. 04. 04

웨어러블한 오피스 룩 사이에 천연덕스럽게 등장한 란제리 드레스부터 아예 대놓고 돌아온 팬츠리스 룩까지, 언더웨어 트렌드가 말하는 2024 S/S
노출의 미학.

‘속옷 드러내기’가 패션 트렌드로 떠오르면서 겉옷과 속옷의 경계가 흐려지고 있다. 2024 S/S 시즌 런웨이에는 언더웨어를 활용한 발칙한 룩이 대거 등장했다. 지금까지는 누가 볼세라 꽁꽁 감추는 데 급급했던 언더웨어지만 이제는 당당하게 드러내며 쿨하다는 인상마저 준다. 그야말로 주객전도. 어쩌면 우리는 이미 ‘노출’이 민망하다고 느끼지 않을 정도로 내성이 생긴 걸지도 모르겠다. 몇 시즌 전부터 ‘로라이즈’나 ‘언더붑’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디자이너들은 신체를 드러내는 데 집중했고, 대표적으로 미우미우가 패피들의 열렬한 환호를 받으며 패션 트렌드의 흐름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파격적인 노출 패션을 대하는 데 거리낌이 없는 패피들의 용기 덕분에 여기저기 자르고 찢는 디테일의 아이템 또한 유행하기 시작했다. 이런 트렌드에 편승해 이번 시즌에는 급기야 브라나 코르셋, 팬티를 고의적으로 노출하거나 속이 훤히 비치는 시스루 소재를 활용한 룩들이 런웨이를 수놓았다.

특히 이번 시즌 가장 돋보이는 트렌드 중 하나는 ‘노 팬츠’ 스타일이다. 지난 시즌 켄달 제너와 카일리 제너 자매의 팬츠리스 룩이 큰 화제를 모으며 유행 조짐을 보이더니, 이번 시즌에는 필수 조건이 된 듯하다. 미우미우의 모델들은 포멀한 재킷에 컬러풀한 브리프를 입은 채 무대를 거닐었고, 나타샤진코는 언더웨어 안에 셔츠를 넣어 입는 파격적인 스타일링을 완성했다. 바지나 치마 없이도 스타일링이 가능하다는 걸 보여준 사례. 레이스로 장식한 슈미즈 드레스도 여러 브랜드에서 선보였다. 디자이너들은 이 옷을 상충되는 아이템과 매치하기를 권장한다. 글래머러스한 무드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 강인한 가죽 튜브톱과 브리프 위에 여리여리한 레이스 드레스를 레이어드한 코치와 우아한 실크 슈미즈 드레스 위에 스포티한 점퍼를 걸친 이자벨마랑 룩을 참고할 만하다.

또 다른 트렌드 중 하나는 코르셋이다. 디자이너마다 코르셋을 선보이는 방법도 흥미롭다. 베르사체는 와이어 코르셋으로 보디라인을 살려 우아한 분위기를 드러냈고, 콜리나스트라다는 코르셋에 쿠튀르 터치를 가미해 로맨틱하고 사랑스러운 룩을 만들어냈다. 디온리는 또 어떤가. 코르셋 형식의 튜브톱을 배기팬츠와 매치해 세상 쿨한 스트리트 무드를 완성했으니 이쯤 되면 도전 의식이 슬슬 생기지 않는가? 언더웨어 트렌드가 이번 시즌 메가 키워드가 되면서 브라톱을 노출하는 방법 또한 직접적인 것도 사실이다. 아크네스튜디오는 화이트 슬리브리스 위에 브라톱을 레이어드해 스포티하게 연출했고, 돌체앤가바나는 섬세한 레이스 브라톱 위에 파워 숄더 재킷 드레스를 걸친 스타일링으로 눈길을 끌었다.

이처럼 과감한 룩이 즐비한 런웨이와 달리 대부분의 평범한 사람들은 언더웨어 트렌드를 선뜻 반기지 못하고 있다. 그렇지만 리얼웨이에서도 충분히 적용 가능한 일종의 절충안은 있다. 많은 셀러브리티가 ‘보이는 언더웨어’ 트렌드를 소화하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을 제시했기 때문. 언더웨어 트렌드 자체가 부담스러운 초심자라면 영국 배우 겸 모델 픽시 겔도프처럼 티셔츠 위에 캐미솔을 레이어드해 데님 팬츠와 연출하는 방법이 가장 쉽고 무난하다. 요즘 가장 핫한 패션 아이콘인 두아 리파처럼 레이스 슈미즈 미니드레스에 바이커 재킷을 걸치는 것도 일상생활에서 쉽게 활용하기 좋다. 특별한 아이템끼리 매치하기보다는 늘 입던 옷차림에 란제리 코드를 녹였을 때가 훨씬 멋스럽다. 브라톱을 시크하게 연출하고 싶다면, 블랙 슈트를 활용한 이리나 샤크의 옷차림새도 참고할 만하다.

이처럼 언더웨어 역시 활용 방법에 따라 스포티한 캐주얼 룩이 될 수도 있고, 우아한 이브닝 룩이 될 수도 있다. 속옷을 드러낸다는 것 자체가 여전히 부담스럽겠지만, 적어도 패션계에서는 당당히 드러내는 것이 트렌드. 그러니 한 줌의 용기를 가지고 까짓것 올봄에는 좀 더 과감한 도전을 해보기를 바란다. 꽁꽁 싸맨 옷차림에서 벗어나 해방감이 들지도 모르니!



#언더웨어 #팬츠리스 #란제리드레스 #여성동아

사진 게티 이미지
사진출처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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