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풀거리는 리본 끈 원피스, 반묶음 헤어에 살포시 얹은 리본 모양 헤어핀, 보 플랫 슈즈. 태생부터 사랑스러운 리본 장식이 올가을 트렌드 반열에 오르며 어린 시절 향수를 자극한다. 리본 열풍은 발레코어(balletcore)와 맞닿아있다. 발레코어란 발레(ballet)와 놈코어(normcore)의 합성어로 발레복의 전통 요소를 일상복에 접목시킨 패션을 뜻한다. 미우미우는 2022 F/W 컬렉션에서 발레리나의 토슈즈를 꼭 닮은 리본 장식의 플랫 슈즈를 선보이며 발레코어라는 신조어를 탄생시켰다. 뒤이어 토즈, 시몬로샤를 포함한 여러 패션하우스가 너도나도 코르셋 톱, 레오타드, 튀튀 스커트 같은 발레 무드의 피스들을 쏟아내며 트렌드를 이어나갔다. 우아한 발레리나에 대한 패션계의 선망은 리본 장식의 인기를 부추겼다. 발레코어와 함께 촉발된 리본 열풍은 여성복을 넘어 남성복으로까지 영역을 확대하며 이번 시즌 그야말로 ‘포텐’을 터트리고 있다. 여기서 잠깐, 리본은 본디 남녀 공동의 장신구였다는 사실. 16세기 무렵 유럽에서 남녀 모두에게 널리 사랑받다 로코코 양식이 화려하게 꽃피던 18세기에 접어들면서 여성복의 장식물로 자리매김하기 시작했다. 이후 프랑스대혁명 격변의 시기를 겪으며 검소한 차림을 즐기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잠시 주춤하다 19세기 중반 들어 다시 상승세를 타며 오늘날의 대중화에 이르렀다.
2023 F/W 시즌 컬렉션에서 가장 눈에 띈 건 무려 XXL 사이즈의 과장된 리본 장식 톱. 니나리치는 구조적인 형태의 리본 튜브톱으로 일상복에 쿠튀르적 요소를 가미했고, GmbH는 널따란 새틴 리본 장식을 재킷에 매달아 마치 거대한 선물 상자를 보는 듯한 기시감이 들게 했다. 진주 장식을 알알이 박아 넣은 발망의 큼직한 리본 니트 셋업에선 우아한 기품이 흘러나왔다. 리본 타이 블라우스의 활용도 두드러졌다. 에트로는 페이즐리 패턴이 즐비한 시폰 소재의 리본 타이 블라우스에 물 빠진 데님 진 팬츠와 오버사이즈 체크 재킷을 매치해 1970년대 보헤미안 무드를 연출했다. 해체주의 정신을 기반으로 하는 사카이는 다양한 형태와 실루엣의 드레스에 리본 타이 장식을 더해 눈길을 끌었다. 컷아웃 디자인의 리본 디테일도 등장했다. 보타이를 이어 붙인 입체적인 발렌티노의 셔츠 원피스와 리본을 엮어 만든 MSGM 드레스 모두 리본이 스타일의 정점에 섰음을 증명한 예다. 반면 리본 끈을 가늘고 길게 늘어뜨려 연출한 시몬로샤, 로다테, 필립림의 컬렉션도 있다. 특히 시몬로샤는 아일랜드 신화 속 태양의 왕 루(Lugh)를 찬양하는 축제 루나사(Lughnsa)에서 영감받은 컬렉션으로 스타일 전반에 빨간 리본 장식을 곁들이며 극적인 무드를 연출하기도 했다. 리본의 영향력은 멘즈 웨어로까지 이어졌다. 강동원이 착용한 리본 셔츠로 화제가 된 생로랑부터 슈트 재킷에 리본 장식을 가미한 팔로모스페인, 셔츠 소매 자락을 리본 형태로 묶어 연출한 톰브라운, 셔링과 리본 장식으로 여성스러운 실루엣을 강조한 디스퀘어드2까지, 성별 구분 없는 리본의 활약을 기대하게끔 했다.
그렇다면 리얼웨이에서는 어떨까? 옷 잘 입기로 정평이 난 셀럽들 역시 저마다의 방식으로 리본 스타일링을 즐기며 유행에 불을 지피는 중이다. 블랙핑크 리사는 베이식한 블랙 브라톱과 슬랙스에 리본 형태의 레드 컬러 볼레로로 룩에 힘을 실었다. 여기에 헤어핀과 립 컬러를 레드로 통일하는 영민함을 보였다. 볼륨감 있는 배기 스타일의 데님 진 팬츠에 플랫 슈즈를 믹스 매치한 이네스 실바도 있다. 그는 크롭트 톱과 슈즈를 네온 핑크 컬러로 맞추고 베레모와 볼드한 벨트를 더해 트렌디한 스타일을 완성했다. 리본 스타일링 입문자라면 액세서리로 눈을 돌리길. 리본 스트랩 슈즈와 리본 헤어핀으로 발레코어 룩을 연출한 인플루언서 마리 제디그가 해답이 될 거다. 린제이 브르코브닉은 스타디움 점퍼와 체크 스커트에 퍼 삭스와 리본 장식 슈즈를 신어 개성 강한 캠퍼스 룩을 연출했고, 클라라는 숄더백에 리본 참 장식을 달아 밋밋한 옷차림에 존재감을 더했다. 지난 시즌 선풍적인 인기를 끈 리본 헤어스타일링도 건재하다. 블랙핑크 제니는 자유롭고 힙한 리본 스타일링의 귀재다. 그의 시그니처인 양 갈래 번 헤어에 리본 헤어핀을 꽂아 발랄한 무드를 가미하는 식. 지난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월드 투어 공연에서는 리본 장식의 핑크 드레스에 헤어핀을 더해 사랑스러움을 배가하기도 했다. 리본 헤어핀이 없다면 패션 인플루언서 보고처럼 실제 포장할 때 쓰이는 리본 끈을 활용해도 좋다. 지금 당장 쿨한 무드를 연출할 수 있을 것이다.
#리본 #리본장식 #여성동아
기획 최은초롱 기자
사진 게티이미지
사진제공 니나리치 필립림 GmbH
사진출처 인스타그램
2023 F/W 시즌 컬렉션에서 가장 눈에 띈 건 무려 XXL 사이즈의 과장된 리본 장식 톱. 니나리치는 구조적인 형태의 리본 튜브톱으로 일상복에 쿠튀르적 요소를 가미했고, GmbH는 널따란 새틴 리본 장식을 재킷에 매달아 마치 거대한 선물 상자를 보는 듯한 기시감이 들게 했다. 진주 장식을 알알이 박아 넣은 발망의 큼직한 리본 니트 셋업에선 우아한 기품이 흘러나왔다. 리본 타이 블라우스의 활용도 두드러졌다. 에트로는 페이즐리 패턴이 즐비한 시폰 소재의 리본 타이 블라우스에 물 빠진 데님 진 팬츠와 오버사이즈 체크 재킷을 매치해 1970년대 보헤미안 무드를 연출했다. 해체주의 정신을 기반으로 하는 사카이는 다양한 형태와 실루엣의 드레스에 리본 타이 장식을 더해 눈길을 끌었다. 컷아웃 디자인의 리본 디테일도 등장했다. 보타이를 이어 붙인 입체적인 발렌티노의 셔츠 원피스와 리본을 엮어 만든 MSGM 드레스 모두 리본이 스타일의 정점에 섰음을 증명한 예다. 반면 리본 끈을 가늘고 길게 늘어뜨려 연출한 시몬로샤, 로다테, 필립림의 컬렉션도 있다. 특히 시몬로샤는 아일랜드 신화 속 태양의 왕 루(Lugh)를 찬양하는 축제 루나사(Lughnsa)에서 영감받은 컬렉션으로 스타일 전반에 빨간 리본 장식을 곁들이며 극적인 무드를 연출하기도 했다. 리본의 영향력은 멘즈 웨어로까지 이어졌다. 강동원이 착용한 리본 셔츠로 화제가 된 생로랑부터 슈트 재킷에 리본 장식을 가미한 팔로모스페인, 셔츠 소매 자락을 리본 형태로 묶어 연출한 톰브라운, 셔링과 리본 장식으로 여성스러운 실루엣을 강조한 디스퀘어드2까지, 성별 구분 없는 리본의 활약을 기대하게끔 했다.
런웨이에서 리얼웨이로 이어진 리본 행렬
1 클라라, 2 린제이, 브르코브닉, 3 마리 제디그, 4 제니, 5 이네스 실바, 6 리사, 7 보고
#리본 #리본장식 #여성동아
기획 최은초롱 기자
사진 게티이미지
사진제공 니나리치 필립림 Gmb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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