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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Pet♥Signal

반려견 트레이너가 강압적 교육을 권하지 않는 이유

서상원 반려견 트레이너

입력 2022.08.25 09:51:32

반려견과의 생활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 TV에서는 종종 힘으로 반려견을 제압하는 트레이닝법이 소개된다. 반면 칭찬과 보상으로 반려견의 이상 행동을 수정하는 경우도 있다. 내 반려견에게는 당근과 채찍 중 어떤 훈련법이 맞을까.
사랑하는 반려견과 함께 즐거운 산책을 나갔다. 집에선 천사인 반려견이 산책만 나가면 다른 개를 보고 사납게 짖으며 달려들어 걱정이다. 아무리 “안 돼!”라고 소리쳐도 소용없다. 급한 마음에 목줄을 강하게 끌어당겨 반려견을 힘으로 통제한다. 캑캑 소리를 내는 반려견에게 미안해 유튜브에서 ‘반려견 교육법’을 검색한다. 이것저것 따라 해보지만, 다음에도 비슷한 일은 또 일어난다.

결국 혼자서 해결할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해 반려견 훈련소를 찾아간다. 훈련소에서는 반려견을 통제하는 방법을 보여주겠다며, 반려견의 하네스(가슴 줄)를 벗기고 목줄로 바꾼다. 반려견이 훈련소의 다른 개를 보고 짖을 때마다 목줄을 세게 잡아당기며 통제한다. 반려견은 목줄을 빼보려 발버둥 치다가 소용없자 결국 행동을 멈추고 그 자리에 앉는다. 훈련소장은 “훈련소에서 앞으로 이렇게 한두 달 정도 교육하면 좋아질 겁니다”라고 말한다.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좋지만, 어린아이가 말을 안 듣는다는 이유로 때리면서 교육하는 느낌이 들어 마음이 아프다. 고민이 된다. 이제 선택의 시간! 당신은 이 훈련소에 사랑스러운 반려견을 입소시킬 것인가.

통제하기 어려운 반려견을 교육하기 위해 목줄을 잡아채거나 몸을 밀치는 행동, 그래도 안 된다면 초크 체인을 써서 통제해야 할까. 한때 유행처럼 번졌던 ‘짖음 방지 전기 목줄’로 고통을 주어서라도 짖지 못하도록 만들어야 할까. 이 글을 읽는 보호자에게 다시 한번 생각해보기를 권하고 싶다.


잘못된 이론에 뿌리를 두고 있는 체벌 훈련

강압적인 훈련법은 오류로 밝혀진 잘못된 이론에 기반하고 있다.

강압적인 훈련법은 오류로 밝혀진 잘못된 이론에 기반하고 있다.

한국의 반려견 훈련소 중 상당수가 위에 언급한 것과 같은 강압적인 훈련법을 사용하고 있다. 방법의 성패를 떠나 이러한 훈련법은 반려견의 신체와 정신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이런 악영향에도 불구하고 강압적인 훈련법을 사용하는 훈련소가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 ‘반려견 교육’ 유입 경로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1930~40년대 유럽에서 반려견 행동을 연구하던 과학자들은 늑대 행동의 연구 결과를 토대로 반려견 행동에 대한 정의를 내렸다.

당시 과학자들은 늑대와 마찬가지로 개에게도 서열이 있다는 ‘알파독 이론’을 제시했다. 연구 결과에 맞춰 반려견 교육도 서열과 통제를 토대로 하는 강압적인 방식으로 발전했고, 두 차례의 세계대전으로 경찰견과 군견이 많이 필요했던 당시 사회적 수요와도 잘 들어맞았다.



한국에도 1988년 서울 올림픽을 계기로 마약탐지견과 경찰견 수요가 급증하면서 강압적인 교육법이 퍼지기 시작했다. 당시 한국은 사람을 교육할 때도 체벌을 사용하던 시기였기에 이 교육법에 대한 거부감은 크지 않았다. 이후 유럽과 미국에서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연구를 통해 ‘늑대와 개는 완전히 다르다’는 새로운 결과를 보고했다. 반려견 트레이너들은 기존의 반려견 행동이론과 교육법의 잘못된 부분을 고쳐나갔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여전히 강압적인 교육방법을 사용하는 훈련사들이 많다.

이런 교육법은 어떤 부분에서 좋지 못할까. 첫 번째는 수의학적 관점에서 확인할 수 있다. 목줄을 잡아채는 훈련이 반복될 경우 반려견의 기관지(trachea)에 손상을 줄 수 있고, 갑상선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강압적 훈련법으로 오랜 시간 길들여진 반려견은 거위 소리(honking sound)를 내는 경우가 많다. 건강검진을 해보면 갑상선과 기관지 손상, 심한 경우 목 디스크를 앓고 있는 반려견들도 있다. 초크 체인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목줄도 이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두 번째는 교육방법에 대한 실험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2014년 9월 3일 영국에서 전통적인 강압적 교육방법과 전기 목줄을 사용하는 방법 그리고 보상 기반의 긍정강화 방법, 이 3가지를 비교하는 ‘보상 기반 교육과 비교한 전기 목줄 교육의 복지와 효과 비교(The Welfare Consequences and Efficacy of Training Pet Dogs with Remote Electronic Training Collars in Comparison to Reward Based Training)’라는 제목의 실험을 진행했다. 반려견을 세그룹으로 나누어 각각의 방법을 통해 총 5일간 교육한 결과, 성과는 보상 기반 교육이 가장 높았다. 그다음으로 강압적 교육방법, 가장 안 좋았던 것은 전기 목줄을 사용한 방법이었다.

강압적 방법과 전기 목줄을 사용한 그룹에서는 급성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나오는 코르티솔이 다량 검출됐다. 교육하는 동안에도 스트레스 시그널인 입술을 핥는 행동이나 하품, 헐떡거림이 자주 관찰됐다. 의도치 않게 침을 흘리거나 배설하는 경우도 있었다.

긍정강화 훈련을 위해서는 반려견의 삶의 질 점검과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이 중요하다.

긍정강화 훈련을 위해서는 반려견의 삶의 질 점검과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이 중요하다.

필자 역시 처음 반려견에게 산책 예절을 가르칠 때 강압적인 방법을 쓴 적이 있다. 이때 반려견은 산책을 제대로 즐기지 못했다. 훗날 이것이 잘못됐다는 사실을 깨닫고 방법을 바꿔 반려견이 산책을 잘할 때 옆에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잘못한 걸 교정하는 게 아니라 잘한 행동을 칭찬하는 식으로 산책 훈련을 바꾼 것이다. 별 차이 없어 보이지만 현재 필자의 반려견은 산책을 굉장히 좋아하고, 명령을 하지 않아도 얌전히 걸으며 나와 교감하려고 애쓴다.

반려견은 사람보다 훨씬 직관적으로 상황을 이해한다. 내 반려견이 산책 도중 다른 개를 보고 짖을 때 몸을 밀치는 ‘보디 블로킹’을 하면 반려견은 이 상황을 어떻게 이해할까. 결코 ‘아, 내가 잘못해서 보호자가 나를 밀쳤구나. 다신 그러지 말아야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반려견은 다른 반려견이 가까이 왔기 때문에 자신에게 부정적 자극이 가해졌다고 이해한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반려견을 부정적인 존재로 이해하고, 다음에는 자신에게 다가오지 말라고 더욱 맹렬히 짖게 된다.

반려견과 보호자는 가족이 될 수 있지만, 같은 종은 될 수 없다. 행동과 생각 모두 다르기 때문에 보호자들이 반려견을 의인화하는 순간 악순환은 시작된다.
다행인 점은 최근 매스컴의 발달로 해외 정보가 유입되면서 강압적 교육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이 생겨나고 있다는 점이다. EBS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의 설채현 수의사를 필두로 최근 과학적인 ‘긍정강화’ 교육방법을 선택하는 트레이너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필자 역시 반려견 교육에 입문할 당시만 해도 ‘훈련사’라는 이름으로 강압적인 교육방법을 배웠다. 통제를 벗어나는 행동을 하면 여지없이 줄을 당겼고, 그 방식을 통해 자격증까지 취득했다.

하지만 강압적인 방법을 쓸 때마다 염증을 느꼈다. 강아지의 감정이 고스란히 전해졌고, 이 방법은 반려견뿐만 아니라 인간 정신건강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긍정강화 트레이닝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반려견이 스스로 생각하고 배우는 교육방식이 좋다는 연구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반대로 목줄을 잡아채고 몸으로 밀치고 통제력을 사용하는 방법이 반려견의 교육방식으로 옳다는 자료는 자취를 감추고 있다.

긍정강화 훈련을 하기 위해서는

지금 당장 긍정강화 훈련을 시도해보고 싶다면 다음과 같은 점을 고려하기 바란다. 먼저 보호자는 반려견의 삶의 질을 파악해야 한다. 미국의 저명한 트레이너 협회인 CCPDT(전문 반려견 트레이너 인증 위원회) 및 APDT(전문 반려견 트레이너 협회)에서는 반려견을 교육하기 전에 가장 먼저 삶의 질을 파악하라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

삶의 질은 보호자가 반려견에게 풍부한 영양을 제공하며 신체와 정신 관리를 잘하고 있는지에 대한 지표다. 반려견의 거주 환경이 적절한지, 건강상태가 양호한지, 보호자와의 관계는 어떻게 정립돼 있는지부터 정확히 파악하고 교육을 진행해야 한다. 명심해야 할 점은 ‘관리를 잘했다’는 기준은 반려견의 관점에서 평가해야지 보호자의 관점이 아니다.

반려견이 사료를 먹지 않고 말을 안 듣는다는 이유로 교육을 요청하는 경우가 있다. 현장에 가보면 반려견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바닥에 장난감을 쌓아놓고 사료를 자율 배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때는 교육할 것이 거의 없다. 환경 정리만 잘해줘도 반려견이 알아서 사료를 먹을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반려견이 주인의 교육에 잘 따르지 않는다면 나부터 주변 관리를 잘하고 있는지 점검해봐야 한다.

두 번째로 반려견도 사람처럼 모두 다르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사람이 그렇듯 개 100마리가 있으면 100마리 모두 성격, 생활 패턴, 성장 환경이 다르다. 각종 매체에서 나오는 방법들은 각 반려견의 성격과 생활 패턴, 환경을 일일이 고려한 교육방법이 아니다. 그렇기에 교육이 잘될 수도 있지만 전혀 안 될 수도 있다. 각각의 반려견에 맞는 교육방법을 적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세 번째로 보호자가 반려견의 언어를 숙지해야 한다. 이 점이 제일 중요하다. 반려견은 사람의 말을 이해하지도 못하고,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지도 못한다. 하지만 사람이 그들의 언어를 이해하는 것은 가능하다. 반려견은 보디랭귀지를 통해 이야기한다. 매체에 자주 등장하는 ‘카밍 시그널’이 반려견 보디랭귀지의 예시다. 만약 여러분이 집에서 반려견을 교육하는데 반려견이 자꾸 몸을 털거나 혀를 날름거리거나 시선을 회피한다면 교육을 이해하지 못하고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증거다. 차라리 그런 상황에선 교육을 중단하고 신나게 놀아주는 것이 낫다. 그래야 다음에라도 교육이 가능한 여건을 만들 수 있다.

마지막으로 무차별적인 정보 흡수를 경계해야 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온라인상에서는 일일이 나열하기도 힘들 만큼 무분별한 정보들이 떠돈다. 잘못된 정보는 보호자와 반려견의 관계를 망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인터넷의 정보는 비판적으로 받아들이고 반려견에게 문제 행동이 있을 경우에는 전문가와 상담하길 권한다.

반려견은 스스로 자신의 교육법을 선택할 수 없다. 어떤 교육방법을 택할지는 보호자의 몫이다. 올바른 교육방법을 선택하는 현명한 보호자가 많아지길 빌어본다.

#반려견교육 #체벌훈련 #긍정강화훈련 #여성동아


서상원
현) 하이나나 출장교육센터 운영
미국 전문 반려견트레이너 협회(APDT) Professional Member
미국켄넬클럽(AKC) Canine Good Citizen Evaluator
FearFree Animal Trainer Certified Professional
Karen Pryor Academy Puppy Start Right For Instructor
(사) 한국애견협회 반려견지도사 자격

사진 게티이미지



여성동아 2022년 9월 70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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