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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entertainment

MZ 교과서 ‘뿅뿅 지구오락실’ 4인 4색 파헤치기

이경은 기자

2022. 07. 23

유명 MC 없이 1시간 꽉 채워 웃기는 ‘신개념 하이브리드 멀티버스 액션 어드벤처 버라이어티’가 등장했다. 지구로 도망간 달나라 토끼를 잡기 위해 지구 용사 4명이 모였다는데 그 구성이 심상치 않다. 단호한 “땡!”으로 유명한 나영석 PD의 입에서 “집에 가고 싶다”는 말이 나올 정도. 나 PD와 시청자 모두의 혼을 쏙 빼놓는 tvN ‘뿅뿅 지구오락실’ MZ 4인방에 대해서.

6월 24일 첫 방영한 나영석 PD의 새 예능 tvN ‘뿅뿅 지구오락실’(‘지구오락실’)이 뜨겁게 사랑받고 있다. 지난 30일 한국 방송 콘텐츠 경쟁력 분석 기관 굿데이터코퍼레이션 통계에 따르면 방송 첫 주부터 비드라마 TV 화제성 1위. 닐슨코리아 기준 수도권 지역 시청률도 지속 성장해 3.275%(3회)를 기록했다.

‘지구오락실’은 나 PD가 제작해온 ‘1박 2일’(KBS)과 ‘신서유기’(tvN) 등 다른 예능 버라이어티와 비슷하다. ‘지구오락실’이라는 이름에 맞게 지구 방방곡곡을 돌면서 각종 게임을 진행하기 때문. 이번 프로그램 역시 일정한 콘셉트에 맞춰 여행지에 가 미션을 수행하는 ‘나 PD스러움’이 반영됐다.

나 PD 예능을 색다르게 살린 건 출연진 간의 ‘케미’다. 개그우먼 이은지, 래퍼 이영지, 아이돌 미미와 안유진이 모여 만든 시너지가 나 PD와 대척 구도를 이루면서 과거 프로그램과 유사한 형식임에도 신선한 웃음을 끌어내는 데 성공한 것이다. 까나리액젓 복불복으로 출연진을 괴롭히던 나 PD에서 “쉿”이나 “가만있어”를 연신 외치는 지구유치원 선생님 나 PD가 되기까지. 천방지축 어리둥절 빙글빙글 돌아가며 제작진 잡는 4명의 지구 용사를 소개한다.

“영석이 형 울겠다. 그만해~”
92년생 이은지

지구 용사들의 맏언니. 막내 안유진과 무려 열한 살 차이다. 개그우먼 데뷔 8년 차답게 이 방송에서만큼은 그나마(?) 차분하게 정제된 멘트를 한다. 그의 족적 중 하나인 웹 예능 ‘해장님’(유튜브 채널 ‘M드로메다 스튜디오’)에서 앙큼한 49세 ‘최란’이 돼 다소 불순한 플러팅을 시도하던 그녀에 비해 지극히 순한 맛인 편. 출연한 다른 예능 프로그램처럼 매콤한 역할은 아니지만, ‘지구오락실’에선 나 PD 조롱의 물꼬를 트는 장본인이다. 시작은 본인이 해도 마지막엔 항상 나 PD 편에 서서 동생들과 제작진의 중재를 담당한다. 대부분 폭주하는 이영지를 전담 마크하는 역할이다. 이영지의 에너지를 달래다 보니 과거 ‘코미디빅리그’(Mnet) 연습실에서 본인에게 “제발 가만히 있으라”고 하던 선배들의 마음이 이해가 간다고. 오락실 내 왕언니 이은지에게서 ‘K-장녀’의 모습이 보이는 건 기분 때문일까. 최고참을 맡은 자, 그 무게를 견뎌라.

“빨리 다음 게임 주세요!”
02년생 이영지

첫 회부터 괄괄한 목소리로 등장해 어느덧 오락실의 공식 ‘괄괄이’로 자리 잡은 래퍼 이영지. ‘고등래퍼3’(Mnet)의 우승자로 얼굴을 알렸다. 랩 경연 방송에서 1위를 한 실력자임에도 워낙 예능감이 뛰어나 “개그맨이냐”는 의혹을 자주 받는다. TV, 유튜브, 인스타그램 라이브 등 다양한 매체에서 활동하고 있다. ‘지구오락실의 에너자이저, 이영지는 쉽게 지치지 않는다. 출연진들 안 재우고 괴롭히기로 유명한 나 PD가 지칠 정도. 이미 집에 가고 싶다는 나 PD에게 빨리 게임을 만들어내라며 재촉하는 진귀한 광경을 볼 수 있다. 카메라가 켜졌든 꺼졌든 계속해서 말을 하고, 심지어 촬영을 쉴 땐 개인 휴대전화로 영상을 찍어 ‘콘텐츠의 노예’라는 별명도 붙었다. 종종 ‘남대문시장st(스타일)’ 꽃무늬 잠옷에 검정색 햇빛 가리개 모자를 쓰고 등장해 2002년생치고 구수한 모습을 보이기도. 호탕한 말투와 옷차림 탓에 인생 2회 차라는 의심을 받는다. 그 누구보다 에너지가 넘치는 이영지의 터프한 매력에 빠져보자.



“오뒨 뉸뎨 (어딨는데) !?”
95년생 미미

‘지구오락실’ 대표 ‘엉뚱캐’다. 본업은 아이돌 그룹 오마이걸 래퍼. 무대 위에선 진한 화장, 어두운 피부 톤, 찰진 랩으로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을 보여주지만 ‘지구오락실’에선 사랑스러운 예능 천재 ‘갓기(god+아기)’의 매력을 뽐낸다. 특히 그 귀여움은 나 PD에게 직설적으로 불만을 쏟아낼 때 도드라지는데, 특유의 쫀득하게 뭉개지는 발음인 ‘미미어(語)’ 때문이다. 그래서 가끔 이은지의 해석이 필요하지만 미미의 반전 매력을 더욱 극대화하는 요소다. 미미의 또 다른 부업은 유튜버. 구독자 36만 명의 유튜브 채널 ‘밈PD’의 주인공이다. 주력 콘텐츠가 디저트 먹방인 그답게 ‘지구오락실’에서도 맛깔난 먹방을 선보인다. 달콤한 음식을 입에 넣을 때 미간을 찌푸리고 한입에 해치우는 게 특징. ‘지구오락실’에서 미미가 “음~”하며 디저트를 극찬하는 장면을 찾아보자.

“팀장님~ 저 괜찮겠죠~?”
03년생 안유진

나 PD 어록 “이러려고 캐스팅한 애가 아닌데”의 주인공. 본업은 아이돌 그룹 아이브의 리더다. 아이브 데뷔가 1년도 채 되지 않았지만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 48’(Mnet) 경력 때문인지 방송 감각이 뛰어나다. 걸 그룹 리더 직책이 무거웠던 걸까. 잠시나마 막내가 된 ‘지구오락실’에선 그간 억눌러온 끼가 폭발했다. 먼저 일을 저지르고 뒤늦게 소속사 팀장님 안부를 묻는 ‘선 사고 후 안부’ 시스템은 그녀의 센스. 아이돌 아니랄까 봐 노래만 나왔다 하면 자연스레 앞에 있는 물건을 마이크 삼아 잡고 무대에 오른다. 매번 무대 엔딩에선 아련한 눈빛에 집착한다. 이를 ‘병적으로’ 사수한다는 말이 나오기도. 아직 3회 차인데 벌써 은은한 광기를 띠는 ‘예능캐’ 안유진의 활약이 앞으로 더 기대되는 이유다. ‘신서유기’의 ‘구미(舊 미친X)’ 은지원과 ‘신(新)미’ 안재현의 계보를 잇는다는 평가도 있다. 안유진의 예능 욕망에 ‘숨 참고 러브 다이브’.

‘김피탕’은 김치, 피자, 탕수육을 합친 음식이다. 맛있는 것에 맛있는 걸 더하면 당연히 더 맛있지만, 처음 들어본 사람에겐 귀를 의심하게 만드는 조합이다. 뜬금없이 맞아떨어지면서 이상하게 맛있는 그 느낌. ‘지구오락실’ 조합도 묘하게 재밌다. 개그, 노래, 랩 각자 분야에서 최고의 능력치를 보이는 출연진이라 더 그렇다. 넘치는 힘을 가진 MZ세대 지구 용사와 노화한 22년 차 피디가 함께 만드는 오락 버라이어티의 미래가 앞으로도 기대되는 이유다. 프로그램 장르인 ‘신개념 하이브리드 멀티버스 액션 어드벤처 버라이어티’의 참뜻을 알게 될 그날까지 ‘지구오락실’이 계속되길. 1회에서 출연진이 했던 다짐을 옮긴다.

“도박, 뒷광고, 군대, 양다리 안 돼.”

#지구오락실 #이은지 #이영지 #미미 #안유진 #여성동아

사진제공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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