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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story

‘슈퍼스타K’ 이후 12년 소소한 행복으로 채운 서인국의 시간

글 이현준 기자

입력 2021.06.29 10:30:01

서인국은 대한민국 오디션 신화의 원조다. 2009년 ‘슈퍼스타K’ 우승 트로피를 거머쥐며 온 국민의 관심 속에 데뷔한 그는 이제 배우로도 안착했다. 그가 걸어가는 길은 스타가 어떻게 탄생하고 성장하는지를 고스란히 담은 다큐 같기도 하다.
“영화 시나리오를 받자마자 주인공은 무조건 서인국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5월 26일 개봉한 영화 ‘파이프라인’의 메가폰을 잡은 유하 감독의 말이다. 유 감독이 영화 ‘화척’을 준비하던 당시, 제작자는 주인공으로 서인국(34)을 추천했다. 꽃미남 배우를 선호해 권상우, 조인성, 이민호 등과 작업했던 유 감독은 처음에는 서인국에게 별 관심을 두지 않았다. 하지만 실제로 서인국을 만나본 후 생각이 바뀌었다고 한다. 섹시하면서도 악동 같은, 입체적인 매력에서 배우로서의 성공 가능성을 봤기 때문이라고. 비록 ‘화척’은 투자를 받지 못해 완성하지 못했지만, 유 감독은 서인국을 잊지 않고 있다가 ‘파이프라인’ 시나리오를 받고 그를 부른 것이다.

2009년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에서 우승하며 뜨거운 관심 속에 데뷔한 서인국은 ‘부른다’ ‘사랑해 U’ 등의 노래로 음원 차트를 석권하며 인기를 이어갔다. 2012년 드라마 ‘응답하라 1997’을 통해 배우로서의 가능성을 인정받은 데 이어 영화 ‘노브레싱’(2013)과 드라마 ‘고교처세왕’(2014), ‘38 사기동대’(2016), ‘쇼핑왕 루이’(2016), 2021년 ‘어느 날 우리 집 현관으로 멸망이 들어왔다(이하 멸망)’ 등의 작품을 통해 입지를 굳건히 했다. 서인국의 두 번째 영화인 ‘파이프라인’은 땅 아래 흐르는 수천억원의 기름을 훔쳐 인생 역전을 꾀하는 도유꾼들과 그들이 펼치는 팀플레이를 그린 범죄 오락 물이다.

서인국은 송유관에 구멍을 뚫는(천공) 기술론 국내 최고로 정유업계 재벌 건우(이수혁)의 제안을 받아 자신 포함 5인의 도유팀을 이끄는 ‘핀돌이’ 역을 맡았다. 핀돌이는 “사람이 명품인데 옷도 그래야지”라며 온몸을 명품으로 휘감고 고급 스포츠카를 타고 다닌다. 또 팀원들을 향해 “너희와는 달리 나는 대체 불가 인력”이라 말하는 등 자기애가 강하고 오만한 모습을 보이기도 하지만 팀을 위해 위험을 감수하고 희생할 줄 아는 입체적인 인물이다. 다양한 배역을 소화하면서도 뚜렷한 개성으로 존재감을 드러내왔던 서인국은 이번 영화를 통해 또 한 번의 캐릭터 경신을 이뤘다.

서인국은 ‘슈퍼스타K’에서 우승한 직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오늘이 제 인생에서 최고의 날인 것은 맞지만 저는 앞으로도 최고의 날을 계속 만들어갈 겁니다”라고 밝힌 바 있다. 그 약속을 지키려는 듯 최고점을 경신해나가고 있는 그를 화상으로 마주했다. 서인국은 “평소에 혼자 생각을 많이 하는 편”이라고 했다. 그래서인지 긴 망설임을 거치지 않은 답변임에도 가벼움이 느껴지지 않았다.




사람 냄새나는 역할이 좋아

영화 ‘파이프라인’

영화 ‘파이프라인’

2019년 촬영이 끝났는데 코로나19로 개봉이 연기되는 바람에 이제야 관객들을 만나게 됐어요. 기다리는 동안 초조하진 않았나요.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생각했어요. 그래도 언젠가 개봉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어 기분 좋게 기다릴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결국 이렇게 개봉을 하게 됐으니까요(웃음). 정말 기쁘고, 많은 분들이 영화를 사랑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영화는 8년 만이죠. 그동안 주로 드라마에만 출연해왔는데, 이유가 있나요.

영화나 드라마를 가리거나, 출연하는 기준이 다르거나 하진 않아요. 캐릭터와 시나리오에 흥미가 느껴지는 작품을 선택하는데, 그런 것들이 주로 드라마였던 거죠. 이번 작품은 핀돌이라는 캐릭터도 매력 있고 시나리오도 재밌어서 선택했어요.

유하 감독은 영화 ‘화척’ 주인공으로 서인국 씨를 추천받았을 때 “아주 꽃미남이 아니라 관심이 많지 않았다”고 했어요.

맞는 말씀이죠(웃음). 감독님이 지금까지 함께 작업한 분들은 외모가 정말 출중하시잖아요. 제 얼굴은 스스로 봐도 희한하게 생겼다고 생각해요. 어떻게 보면 잘생긴 것 같기도 하고, 못생겨 보일 때도 있어요. 감독님과 미팅을 처음 했을 때 절 마음에 들어 하셔서 놀랐어요. “눈빛이 마음에 든다. 같이 해보자”라고 하셨는데… 영광이었죠.

눈빛 외의 매력은 없을까요. 배우로서 자신의 강점이라거나.

잘 모르겠어요(웃음). 좋게 봐주셔서 감사할 따름이에요. 다만 촬영 현장에서 감독의 지시를 이해하는 것에 시간이 많이 걸리는 배우들이 있는데, 저는 그렇지 않고 감독의 의도대로 빠르게 연기해서 좋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캐릭터에 매력을 느꼈다고 했는데, 핀돌이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민첩성이라고 생각해요. 두뇌 회전이 빨라 어떤 상황이 닥쳐도 잘 헤쳐나가죠. 그러면서 책임감도 강하고요. 비록 자신의 천공 기술에 대한 자부심으로 예의 없이 못된 모습을 보이기도 하지만요. 또 거칠긴 해도 사람에 대한 정이 많고요.

서인국 씨와 닮았나요.

사실 닮은 점은 많지 않아요. 저에게 그렇게까지 거친, 날것의 느낌이 있는지는 모르겠어요.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자부심 측면에서도 전 그 정도로 자신만만하진 않거든요(웃음). 어떤 상황이든 대담하고 빠르게 일을 처리하는 모습도 부럽고요. 사실 저는 그런 경우에 시간이 많이 필요하거든요. 평소에 혼자서 생각도 많이 하고, 소위 ‘멍때리기’도 자주 하고요. 민첩함과는 거리가 있어요. 그래서 핀돌이에게 더 매력을 느낀 것 같아요.

‘파이프라인’에선 주로 팀플레이를 펼치던데요.

상황에 따라 정말 달라요. 협업을 해야 할 때는 적극적으로 하죠. 하지만 대체로 제가 갖고 있는 고민을 공유하기보다는 혼자 해결하는 경우가 많아요. 또 쉴 때는 아무것도 안 해요. 전 그냥 가만히 있어야 에너지가 충전되는 스타일이에요. 집에서 혼자 게임도 하고, 영화도 보고 ‘혼술’도 합니다(웃음).

배우로서 고민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모든 작품에 다 만족할 순 없더라고요. 당시엔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했지만 모니터링을 하면 ‘왜 이것밖에 못 했을까’ 싶어요. 더 공을 들여서 치밀하게 계획하고 표현했어야 했는데 왜 그러지 못했을까, 자책하곤 해요.

연기에 대한 욕심이 너무 커서 그런 것 아닐까요.

궁극적인 목표는 제가 어떤 작품을 할 때 전에 맡았던 캐릭터나 ‘인간’ 서인국의 모습이 비치지 않고, 오롯이 그 역할로만 보이는 연기를 하고 싶어요. 매튜 맥커너히가 롤모델이에요. 제가 배우로서 갖고 싶은 것을 모두 지녔죠. 어떤 작품에 나와도 동일 인물이라는 생각이 전혀 안 들어요. 정말 신기하고 멋져요.

연기자가 아닌 ‘인간 서인국’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행복하게 사는 거예요. 단순하게는 많이 먹어도 살이 안 찌고 잠을 덜 자도 피곤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웃음). 노래도 더 잘하고 싶고요. 소소한 것에 행복을 느낄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데뷔 후 어느 순간 작은 일에 무뎌진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어딘가가 고장났나’ 혹은 ‘감정이 메말라가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다행인 건, 이렇게 눈치를 챈 것이 아직은 제 스스로가 고장 나기 전이라는 의미인 거죠. 사람들과 만나서 대화하고, 영화 등으로 소통하며 극복해냈어요. 최근에 발견한 소소한 행복이 있다면 어제 피자와 치킨을 먹었거든요(웃음). 드라마 촬영 기간엔 식단 관리를 하느라 닭 가슴살 위주의 다이어트식만 했는데 치킨, 피자를 먹으며 정말 행복했어요.

그런 자신과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드는 역할이 있나요.

사람 냄새나는 역할이 잘 맞는 것 같아요. 소주 냄새가 날 것 같은. 제가 실제로 소주를 좋아하기도 하고요(웃음). 이런 배역을 연기할 때 훨씬 자유를 느껴요. 이번에 맡은 핀돌이나 ‘38 사기동대’의 양정도 같은 역할이 그렇죠. 특히 양정도 역은 배우로서 제 스펙트럼을 넓혀준 것 같아 더 애착이 가요. 누군가는 ‘쇼핑왕 루이’의 강지성처럼 귀여운 역할이 잘 어울린다고 하던데, 그런 모습을 보는 게 너무 힘들더라고요(웃음).

12년의 시간은 100점 만점에 50점

가수로 데뷔했지만 배우로 더 활발하게 활동했기에 그에게는 늘 ‘연기와 노래 중 어느 것이 더 좋냐’는 질문이 따라다녔다. “둘 다 결코 포기할 수 없다”는 것이 서인국의 솔직한 대답이다.

노래와 연기 2가지를 다 해왔는데, 각각이 주는 매력이 다른가요.

예전에 녹음을 할 때 감정이 잘 실리지 않는 경우 디렉터가 “극적인 상황을 생각해봐”라거나 “눈물이 날 만한 일을 떠올려봐” 등의 이야길 많이 했어요. 그런데 연기를 시작하고 나서 노래를 부르니 이것이 쉬워지더라고요. 연기를 할 때 느꼈던 감정을 떠올리니 이입이 더 잘됐어요. 반대로 노래를 부를 때의 섬세한 감성이 연기에 반영되는 경우도 있었고요. 연기와 노래는 서로 도움을 줄 때가 많아요. 그래서 둘 다 할 수 있는 것에 감사하고 즐거워요.

가수로서의 서인국을 그리워하는 팬들도 많아요. 음반 작업 계획은 없나요.

계획은 많아요. 최근엔 출연 중인 드라마 ‘멸망’의 OST 작업도 했고, 더 활발히 음악 활동을 하고 싶어서 개인 작업실도 만들었어요. 친한 작곡가 형과 함께 하고 있죠(웃음). 음악 작업을 할 땐 계획적이기보다는 그때그때 ‘필’을 따라가는 편이에요. 아직 정규 앨범을 못 냈는데 더 열심히 해서 제 음악을 기다려온 분들이 만족할 수 있는 결과물을 보이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요.

‘슈퍼스타K’에서 우승하고 “앞으로도 최고의 날을 만들어갈 것”이라고 해서 인상 깊었는데, 이 말은 지켜졌다고 생각하나요.

제가 그런 말을 했나요. 저도 인상 깊네요(웃음). 최고의 날은 매번, 계속 생기는 것 같아요. 예를 들자면 이번 영화 마지막 장면을 찍으면서 지금까지의 연기에선 표현해보지 않았던 감정을 표출했는데, 최고의 기분을 느꼈어요. 이처럼 작품을 만들어가며 맞이하는 기쁜 순간 모두가 최고의 날을 만들어줘요. 또 연기를 하며 제가 의도했던 부분이 보는 사람에게도 정확히 전달될 때 정말 행복해요.

이번 영화가 서인국 씨에게 의미 있는 작품이 된 것 같네요.

큰 의미를 준 작품 같아요. 배우로서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됐어요. 핀돌이 역할을 맡아 배우로서 새로운 무기가 생겼다는 생각이 들고요. 앞으로 어떤 캐릭터를 맡게 되더라도 새로운 무언가를 발견할 수 있으리란 기대감도 생겼죠. 관객분들도 때론 핀돌이의 고통에 공감하고 상황이 반전될 때의 통쾌함을 함께 느끼면서 재밌게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오디션 스타 중 가장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아가고 있는데 비결이 뭔가요.

12년이라니 와 닿지 않네요(웃음). 지금까지의 작품들을 하나씩 곱씹어보니 ‘열심히 달려왔구나’ 싶어요. 매 작품이 여전히 새롭고 어려우며 설레고 기쁘죠. 하나하나 다 즐거워요. 주변에 좋은 사람이 많아서 그런 것 같아요. 지금까지 일하며 만났던 모든 분들이 다 좋았어요. 누군가 저에게 “인복이 많다”고 했는데 맞는 말이에요.

데뷔 이후의 행보에 점수를 준다면 100점 만점에 몇 점을 주고 싶나요.

50점 주고 싶어요. 더 주기엔 제가 만족스럽지 않고, 덜 주면 그동안 열심히 해온 서인국이 서운해할 것 같아요(웃음). 잘한 부분도 있고 못한 부분도 있어요. 또 만족스러운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이 있고요. 하지만 이런 경험들이 앞으로의 서인국에겐 플러스 알파가 될 거라 생각해요.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진 않을 테니까요.

사진제공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리틀빅픽쳐스



여성동아 2021년 7월 69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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