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에 입사하면 하루아침에 인생이 달라질 것만 같았다. 낡은 반지하 빌라 천장에서 바퀴벌레가 얼굴에 떨어져 잠을 설치고, 아침에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걸음 소리에 깨 하루를 시작하며, 친구들과 노는 게 부담스러워 도망치듯 아르바이트를 가야 했던 날과도 작별할 수 있을 줄 알았다. 지독한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달렸던 청년은 학자금 대출 부담을 줄이기 위해 대학을 조기 졸업하고 꿈에 그리던 국내 최대 자동차 회사에 취직했다. 2년마다 오르는 전세 보증금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에 젖어 있던 것도 잠시, 첫 월급을 두 눈으로 확인한 순간 ‘월급만으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대규모 구조 조정 여파로 중고등학생 자녀를 둔 상사가 직장을 떠나는 것을 보고도 안일하게 회사를 다닐 순 없었다. 친한 선배들에게 무례를 무릅쓰고 연봉을 물었고, 집으로 돌아와 인생 그래프를 그려봤다. 10년 후, 20년 후 미래를 아무리 긍정적으로 그려봐도 원하는 답은 나오지 않았다.
아껴서 차곡차곡 모으는 재테크에는 미래가 없다는 걸 깨닫자마자 그는 행동에 나섰다. ‘입사 후 60개월이 되기 전 퇴사하기’를 목표로 투자를 시작한 것. 배수의 진을 치자 자신의 결심에 무거운 책임감이 느껴졌다. 유행하던 P2P 대출 상품에 투자해보기도 하고, 개인 전자상거래 사업 강의를 들으며 사업안을 짜보기도 했다. 부동산 투자와 사업에도 관심을 가져봤으나 시간과 노력, 자본금 대비 가장 높은 성과를 기대할 만한 것은 주식밖에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
당시 그에겐 2천만원의 학자금 대출이 남아 있었지만, 대기업 신입 사원인지라 2%대 저리로 신용대출을 2천만원까지 받을 수 있었다. 그렇게 그는 2015년, 과감하게 대출을 받아 미국 주식 투자를 시작했다. 장기간 박스권에 머물러 있던 국내 주식에 비해 시가총액과 성장 가능성이 높은 미국 주식에 미래를 맡기는 편이 낫겠다는 확신 때문이었다. 초반에는 예·적금보다 못한 수익률을 기록하기도 했으나 리스크를 감수하고 과감하게 투자를 이어간 끝에 36개월 만에 대출을 제외한 순수익 1억원을 달성했다. 2018년 바라던 경제적 자유를 얻고 미국 주식 투자에 확신을 얻은 그는 자신이 목표했던 것보다 퇴사 시기를 앞당겼다.
투자 경험담을 블로그 및 유튜브 채널 ‘소수몽키’에 올리던 홍승초 대표(32)는 파이어족(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경제적 자유를 얻어 조기 퇴직하는 사람들)을 꿈꾸는 20~30대 청년들의 롤 모델이다. 지난해 SBS 교양 ‘돈 워리 스쿨’ 시즌2에 미국 주식 전문가로 출연했고, 온라인 강의 사이트 ‘클래스101’에 강사로 나서 ‘명예의 전당 TOP 클래스’에 선정되기도 했다. 또 지난 3월 말 출간한 ‘소수몽키의 한 권으로 끝내는 미국 주식(길벗)’은 경제·경영서적 분야 상위권에 올랐다. 지금은 자신같이 투자를 통한 조기 은퇴를 꿈꾸는 사람, 경제적 자유를 누리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위해 스타트업을 만들어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홍승초 대표를 만나 성공하는 미국 주식 투자 노하우와 남달랐던 인생 스토리에 대해 들었다.
최근 출간한 ‘소수몽키의 한 권으로 끝내는 미국 주식’이 경제 분야 베스트셀러 2위에 올랐어요.
미국 주식은 제 인생을 바꿔준 고마운 투자처예요. 투자 노하우와 경험담을 많은 분들에게 들려드리고 싶어 그간의 기록을 모아 출간했어요. 많은 분들이 “쉽게 설명해줘서 좋았다”고 말씀해주셔서 뿌듯합니다. 한편으로 “너무 쉽다”는 분들도 있는데, 애초에 무조건 쉽게 쓰는 걸 목표했기에 같은 맥락의 평가여서 좋게 받아들이고 있어요.
많은 사람들이 선망하는 대기업에 입사했는데 신입 사원 시절 퇴사했어요.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듯합니다.
대학 때는 월급만 받으면 인생이 달라질 줄 알고 졸업까지 앞당겼어요. 그런데 학자금 대출도 있었고, 장남이라 가족을 부양해야 한다는 압박이 컸어요. 막상 입사해보니 ‘내 인생 하나 책임지기도 힘들겠구나’ 싶었어요. 회식자리에서 과장님, 부장님께 연봉이 얼마나 되냐고 여쭤봤어요. 건방져 보일 수 있지만 제 미래에 관한 일이니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 당시만 해도 ‘N잡러’가 드물었는데 부수입을 만들어야겠다는 목표가 생기더라고요. 원래 제 블로그명이 ‘소수몽키의 분신술’이라고, 돈이 나오는 수입원을 여러 개 만들고자 했고 그중 하나가 미국 주식이었어요.
학자금 대출 2천만원이 있는 상태에서 2천만원을 또 빌려 투자를 시작했는데, 상식적으로는 무모한 선택 아닌가요.
저도 계산을 해봤죠. 학자금 대출이 1%대, 신용대출이 2%대 금리였고 한 달에 이자가 5만원이더라고요. 그 정도 이자라면 직장을 다니고 원금을 잃지 않는 한 감당할 수 있을 거란 확신이 들었어요. 사람들이 제가 “대출받아 투자했어요”라고 하면 엄청 리스크를 즐기는 투자자라고 오해하시는데 저는 누구보다 소심한 투자자예요. 잃는 걸 싫어하기 때문에 가장 안정적이고 믿음이 가는 투자처를 찾았고, 그게 미국 주식이었던 거죠. 사실 운이 좋았던 부분도 있어요. 사회에 나와서 본격적으로 투자를 시작한 2016년부터 미국 주식은 본격 활황세였거든요. 달리는 말에 잘 올라탄 셈이죠. 36개월 만에 대출을 다 갚고도 1억원의 수익이 남았어요.
그러면 빚내서 투자하는 걸 권장하는 편인가요.
개인의 상황에 따라 다를 것 같아요. 무엇보다 대출이자가 감당할 수준이어야 해요. 보통 “대출해서 투자해도 될까요?”라고 물어보시는 분들은 대부분 마음이 급해서 그래요. 그런데 저의 경우 그 당시 결혼 계획도 없었고, 전세 계약도 2년 남아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투자금을 회수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었어요. 사실 시드머니가 어느 정도 되지 않으면 수익이 나올 수가 없어요. 지금 같은 저금리 시대에는 이자를 감당할 수 있는 선에서 대출로 투자해도 괜찮다고 생각해요.
빅테크 대장주로 꼽히는 구글, 애플, 테슬라. 홍 대표는 이들 기업의 실적에 주목하라고 조언했다.
대학 시절 국내 주식에 1백만원 정도로 첫 투자를 시작했어요. 아이러니하게도 그 경험 덕에 국내 주식이 저와는 맞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죠. 투자기간 내내 국내 주식이 박스피에 갇혀 있어서 수익률이 좋지 않았거든요. 회사를 다닐 땐 업무 시간에 주식 창을 보고 있자니 일도 안 되고, 투자에 집중도 안 되더라고요. ‘업무 시간에 단타 치려 하지 말고 직장을 다니면서 현금 흐름을 만들자’는 생각에 처음에는 국내 배당주를 찾아봤어요. 그런데 모아놓고 보니 전부 고리타분한 저성장 종목밖에 없더라고요. 다른 투자처를 찾다가 한 30대 후반의 미국 블로거 글을 접했어요. 주식 투자로 부를 축적해 가족과 전국 여행을 다니며 캠프파이어를 하는 사진을 올려놨더라고요. 그 사람은 대학 때부터 투자한 덕에 10년 만에 배당주로 월 5백만원 수익을 올린다고 하더군요. ‘이거다’ 싶었죠. 미국의 배당주들을 모아놓고 보니 우리나라와는 달리 애플, 스타벅스 등 우량주와 성장주도 많더라고요. 좁은 국내 주식 시장에서 벗어나 미국 배당주 투자를 시작했고, 오를 거라 믿고 묻어두니 마음도 편하고 수익률도 좋았어요. 그런데 미국이라도 배당주들은 성장이 더딘 측면이 있어서 성장주 및 중소형주에 대한 공부를 계속하게 됐고, 지금은 적절히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있어요.
책에 ‘나에게 맞는 미국 주식 종목 고르는 3가지 전략’을 설명한 게 흥미로웠어요. ‘지갑털이’ 전략, ‘올리고폴리’ 전략, ‘아무나 이겨라’ 전략은 직접 이름 붙이신 건가요.
제가 투자할 때 실제로 써먹는 전략을 요약한 거예요. 궁극적으로 이런 전략의 종목들이 수익률이 좋았거든요. ‘지갑털이’ 전략은 일상생활에서 내 지갑을 털어가는 종목에 주목하자는 거예요. 저 같은 경우 ‘클라우드 서비스’를 많이 쓰다 보니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같은 종목에 관심이 갔고 공부했어요. 직접 써보지 않아도 잘 아는 종목부터 공부를 시작해 투자하길 권해요. 두 번째로 ‘올리고폴리’ 전략은 관심 있는 기업이 그 시장에서 1~3위 안에 들어가는 독과점 기업인가를 보는 것이 좋더라고요. 진입 장벽이 높을수록 미래 성장 가능성이 높을 테니까요. 마지막으로 ‘아무나 이겨라’ 전략은 제가 스트레스 받는 걸 싫어해서 이름 붙인 거예요. 건물주는 임차인이 장사가 잘되든 안되든 앉아서 돈을 벌잖아요. 마찬가지로 주식 시장에서도 그런 기업에 주목하자는 거예요. 예를 들어 전기차 시대가 온다면 현대차, 테슬라, 애플카 중에 누가 이길지 점치기보다 전기차 충전소에 투자하는 게 낫겠더라고요. 구글맵에 검색해보면 미국은 이미 독과점하고 있는 기업이 나와요. 지금 와서 신규 진입자가 쉽게 들어갈 수 있는 시장이 아니니까 올리고폴리 전략과도 맞아떨어지죠.
본격적으로 투자한 지 5년 남짓 됐는데, 가장 투자를 잘했다고 생각하는 종목은 무엇인가요.
2018년 말 미국 증시가 폭락한 적이 있어요. 그때 애플이 고점 대비 40% 넘게 빠졌죠. 당시 스티브 잡스가 죽고 ‘애플에 더 이상 혁신은 없다’는 기사가 도배가 됐죠. 그런데 아무리 봐도 너무 좋은 기회더라고요. 제 유튜브에다가 대놓고 “지금 애플 사야 한다”며 영상을 올렸어요. 그때 구글 주식을 처분하고 애플을 매수했는데, 그게 가장 기억에 남아요. 악플이 진짜 많이 달렸는데 지금은 그 영상에 ‘이때 샀어야 했다’는 댓글이 달려요. 사실 남들이 모르는 스페셜한 종목을 발굴하는 것도 좋지만, 잘 아는 종목인데 기회가 왔을 때 잡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말씀하신 애플, 구글 등 빅테크 종목들이 지난 7월부터 힘을 못 쓰고 있어요.
개인적으로 이제 다시 빅테크의 시대가 올 가능성이 높다고 봐요. 당장 4월 중순부터 실적 발표가 시작되거든요. 특히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등은 돈을 정말 잘 버는 기업이에요. 최근 5년 동안 매년 평균 20~30%씩 주가가 오르고 있죠. 투자 종목을 고를 때 ‘주가가 너무 올랐는데’ 하는 시각으로 보지 마시고 그 기업이 얼마나 돈을 벌었는지 보시길 바라요. 성과가 좋은 기업은 오르는 게 당연하고, 그런 측면에서 빅테크 기업들의 앞날은 창창해요. 그들은 또 인수 합병의 대가이기도 해요. 성장성이 떨어진다 싶으면 유망한 혁신기업들의 미래를 보면서 합병을 해요. 페이스북은 인스타그램을, 구글은 유튜브를 인수한 것만 봐도 알 수 있죠.
더 넓게 보자면, 미국도 성장할 대로 성장한 나라인데 장기적으로 우상향하리라 보시나요.
얼마 전 IMF에서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3.6%, 미국 6.4%로 전망했습니다. 세계 평균 경제성장률은 6%고요. 냉정하게 보면 우리나라보다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2배 가까이 높아요. 지금 미국은 38년 만에 최대 호황을 누리고 있어요. 미국은 기축통화를 쓴다는 메리트를 이용해 마음대로 세계 자본시장의 판을 쥐어흔들고 있어요. 많은 분들이 ‘이렇게 큰 시장이 더 성장하겠어?’라고 오해하시는데 그런 논리라면 더더욱 한국 주식에 투자할 이유가 사라지는 거예요. 한국보다 훨씬 성장하는 나라가 미국이고, 그걸 알기에 전 세계 자본가들이 돈을 싸들고 미국으로 가는 거거든요.
2018년부터 유튜브를 시작해 지난해 구독자가 10만을 넘었어요. 가장 조회 수가 높은 동영상은 2년 전에 올린 ‘월 배당금 300불 돌파’라는 영상인데, 지금 자산은 얼마나 더 늘었나요.
유튜브는 제가 가르쳐주는 걸 좋아하기도 하고 기록도 할 겸 시작했는데, 본격적으로 운영한 건 지난해 1월부터예요. 매일 하나씩 올리는 걸 목표로 했더니 5개월 만에 구독자가 10만명 늘었죠. 조회 수 40만을 기록한 그 영상을 올릴 당시에는 투자 원금이 1억원이던 시절이었어요. 지금은 3억원에서 5억원 사이로 투자하고 있어요. 그런데 본인 깜냥이 있더라고요(웃음). 저는 투자금이 2억원을 넘어가면 멘탈이 흔들려서 일정 기준을 정해 부동산 등으로 분산 투자하고 있어요. 그때 당시 월 배당금 수익이 40만원 정도였는데, 지금은 월 배당금으로만 50만~1백만원 정도 받아요. 아직까지 금리도 싸고, 성장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 배당주는 현금 흐름이 가능할 정도로만 투자하고, 나머지는 성장주 및 중소형주에 투자하고 있어요. 비율은 배당주 30%, 성장주 70%예요. 그런데 투자하시는 분들의 연령대가 다르잖아요. 은퇴를 앞둔 분들에게 테슬라 몰빵을 권할 수 없죠. 저는 지금 젊기에 조금 더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어요.
주식 투자는 동업자 마인드로 장기 투자해야 한다는 분들이 많잖아요. 그렇다고 평생 둘 수는 없는데, 대표님이 생각하는 적절한 매수·매도 타이밍은 언제인가요.
장기 투자라는 말은 듣기엔 좋죠. 그런데 현실적으로 개인은 여유 자금이 많지 않아서 장기 투자가 쉽지 않아요. 저 같은 경우만 해도 결혼을 앞두고 신혼집 마련을 위해 주식을 정리해야 했거든요. 그렇다고 힘들게 단타 매매하면 수익률이 잘 안 나오니까 장기 투자하는 게 좋은데, 잘못 묻어두면 투자를 안 한 것만 못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해요. 그래서 개인투자자들은 더더욱 공부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매수는 진짜 머리 아프면 월 적립식 적금을 든다고 생각하고 하면 되는데, 시기를 보는 게 더 좋죠. 경험상 주식 시장에는 꼭 1년에 한두 번씩 하락장이 펼쳐져요. 통계를 내자면 1년에 10% 하락은 한 번, 5% 하락은 열 번 이상 와요. 전고점 대비 10% 정도 주가가 빠졌을 때 매수하면 된다고 생각해요. 요즘(4월 초)도 상당히 빠진 종목이 많은데 유튜브에 “지금 이거 사시라”고 말하면 다들 “다 사버려서 현금이 없어요” 하더라고요. 사실 반대로 해야 해요. 그래서 경험도 필요한 거고요. 매도는 여러 방법이 있겠지만, 주식을 살 때 ‘내가 이걸 왜 샀지?’에 대답할 수 있는 이유 한 줄을 적어두셨으면 해요. ‘10% 오르면 판다’는 마음으로 샀다면 달성했을 때 파는 게 맞죠. 주식도 부동산 투자와 마찬가지로 돈이 많고 시간이 충분하다면 우량주를 다 사는 게 좋지만, 딱 봤을 때 더 좋은 주식이 있다면 ‘평수를 늘린다’ ‘일급지로 간다’ 등 목표대로 갈아타면 돼요. 저는 베스트 멤버 10개만 들고 있는데 그러다 보면 좋은 기회가 와요. 구글 대신 애플로 포트폴리오를 교체했던 것처럼 말이죠.
요즘 암호화폐 투자 열기가 뜨거워요. 3~4년 전과 사뭇 다른 분위기인데 암호화폐 투자는 안 하시나요.
보고는 있는데 전 암호화폐 투자에도 ‘아무나 이겨라’ 전략을 써서 거래소에 투자를 할 생각이에요. 우리나라의 업비트(두나무)도 상장을 앞두고 있어요. 내년까지 전 세계 암호화폐 거래소의 상장이 이어질 거예요. 이 말인즉슨 암호화폐 열풍이 적어도 연말까지 계속된다는 뜻이죠. 불과 지난해까지만 해도 암호화폐 투자자들은 개인이 대부분이었어요. 지금은 하루 거래량의 절반 이상이 기관이에요. 금도 돌덩이지만 암묵적 합의가 있었던 것처럼, 기관도 암호화폐의 가치를 인정하기 시작했기 때문에 안정성이 비교적 높아졌어요. 대신 옛날처럼 코인으로 몇십 배씩 수익을 내기는 힘들어진 거죠. 비트코인이 1억원으로 올라도 지금 기준으로는 수익률이 30~40% 정도예요. 금도 몇십 배씩 오르지는 않잖아요. 그래서 전 차라리 암호화폐 거래가 활발할수록 돈을 버는 거래소나 암호화폐 결제 수단인 페이팔, 스퀘어 등도 나쁘지 않다고 봐요.
최근 1~2년 사이에 주식 투자를 시작한 주린이들이 많은데요. 요즘같이 정보가 넘쳐나는 시기에 어떻게 투자할 것을 조언하시나요.
아이러니하게도 돈을 빨리 벌려고 하면 잃더라고요. 사고팔고 하다 보면 포트폴리오가 박살 나 있고, 이성을 잃게 됐죠. 오히려 투자하고 나서 느긋하게 한두 달 동안 ‘오르겠지’ 하고 지켜보면 결과가 더 좋아요. 제가 퇴사 후 지난해까지 증권사 해외주식팀에서 잠깐 일하며 많은 자산가들을 만났는데 그분들은 주식 투자를 ‘원 오브 뎀’으로 하시더라고요. 주가가 많이 빠질 때 “어떻게 할까요?” 물으면 “그냥 놔둬요. 오를 거예요”라고요. 그런데 개인은 10%만 하락해도 바로 빼거든요. 개인들이 못 버티는 이유는 몰빵 했거나, 아니면 잘 모르거나 이 2가지예요. 힘들 게 번 돈으로 투자하는 건데 둘 중 하나의 리스크는 해소해야죠. 몰빵하기 싫으면 분산하고, 모르면 공부해야 해요. 정 공부하기 싫다면 안정적인 달러 자산으로 투자하는 미국 주식에 넣어두고 지켜보시면 현실적으로 좋을 거예요.
사진 조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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