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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STYLE

driving

벤츠 ‘더 뉴 E300 e 익스클루시브’ 하이브리드로 갈아 타도 괜찮을까

글 정혜연 기자

2020. 08. 04

이제 전기차가 시대 흐름으로 굳어가고 있다. 세계 유수의 자동차 회사들이 하이브리드 차량을 선보이며 기술력을 다툰다. 벤츠가 지난 연말 내놓은 E클래스의 하이브리드 모델을 살펴봤다.

요즘 도로에서 파란색 번호판을 부착한 전기차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정부의 세제 혜택도 한몫했지만 환경을 생각하는 소비자가 그만큼 늘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국내외 자동차 회사들은 친환경 차량을 생산하기 위해 앞다퉈 기술 경쟁 중이다. 최근 몇 년간 각 회사들이 내놓은 내연기관 엔진과 전기모터 및 배터리를 결합해 혼용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 차량도 기술적으로 상당히 발전했다. 

메르세데스벤츠 역시 인기 세단인 E클래스 모델 가운데 하이브리드 모델인 ‘더 뉴 E300 e 익스클루시브’를 지난해 11월 국내에서 공식 출시해 이목을 끌었다. 해당 차량에는 벤츠의 3세대 플러그 인 하이브리드 기술이 최초로 적용돼 1회 충전 시 주행거리가 최대 31km(국내 기준/유럽 기준 50km)로 한층 증가했고, 완충까지 약 1시간 45분이 걸려 편의성도 높였다. 직렬 4기통 가솔린 엔진에 90kW 전기모터, 13.5kWh로 증가한 리튬 이온 배터리가 탑재돼 전기 모드로만 주행해도 130km/h 이상의 속도를 낼 수 있다고. 

하이브리드 차량이라고 해서 출력이 약할 것이라 우려한다면 오산이다. 가솔린 엔진은 최고 출력 211마력, 최대 토크 35.7kg.m이며 전기모터는 최고 출력 122마력, 최대 토크 44.9kg.m으로 총 320마력의 시스템 합산 출력을 뽐낸다. 하이브리드 차량의 강점은 무엇보다 연비. 해당 차량의 복합 연비는 전기 기준 2.5km/kWh, 가솔린 기준 10.3km/l로 동급 내연기관 차량에 비해 준수한 편이다. 벤츠의 진화된 하이브리드 기술력을 직접 경험해보기 위해 더 뉴 E300 e 익스클루시브를 시승해봤다.

#1 EXTERIOR
익숙한 고급스러움 vs 더 멋스러운 엘레강스 모델

취재기자 정혜연(이하 정)_ 요즘 도로에서 벤츠를 쉽게 볼 수 있어 외관 디자인이 익숙한 느낌이 든다. E클래스는 특유의 고급스러움과 중후함이 적절히 배합된 차량으로 한국인이 좋아할 만한 디자인을 갖추고 있다. 전면부가 낮고 후면부까지 유선형으로 날렵하게 이어져 부드러운 인상을 주는 동시에 공기저항을 최대한 덜 받도록 설계된 느낌이다. 

사진기자 홍중식(이하 홍)_ 전형적인 벤츠의 외관 디자인으로 고급스러움에 대해서는 부연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각이 잡힌 스타일을 좋아해서 측면 에지를 살리는 디테일을 적용하면 더 좋을 것 같다. 엠블럼이 그릴 중앙에 크게 박힌 아방가르드 모델과 엠블럼을 살짝 얹은 형태의 엘레강스 모델로 출시되는데, 아방가르드 모델이 ‘나 벤츠야’라는 걸 과시하는 느낌이라면 엘레강스 모델은 오리지널 세단에 가까운 정돈된 느낌이다. 시승 차량은 엘레강스 모델이라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다.



#2 INTERIOR
아이보리 시트 매력적 vs 운전자 편의 고려한 설계

아이보리 색 시트가 
내부 공간을 넓어 보이게 한다(위).
운전자 편의를 고려한 운전석과 세련미가 돋보이는 내부 인테리어.

아이보리 색 시트가 내부 공간을 넓어 보이게 한다(위). 운전자 편의를 고려한 운전석과 세련미가 돋보이는 내부 인테리어.

정_ 보통 차를 살 때 시트를 밝은 색으로 선택하기 어렵다. 오래 쓰다 보면 오염되기 쉽기 때문. 그런데 시승차는 아이보리 색 가죽 시트여서 대리만족을 느꼈다. 밝은 색 시트는 확실히 내부 공간이 넓어 보이는 효과가 있다. 이와 더불어 브라운 톤 나무 재질의 전면 대시보드, 남색 가죽으로 덮인 대시보드의 상층부가 조화롭게 어우러졌다. 운전석 전면의 디지털 계기판과 중앙부 디스플레이가 하나로 쭉 이어져 보기에 깔끔했다. 좌석 사이 중앙부 터치패드는 손목을 올려놓기 편하게 설계돼 있었는데 상당히 민감하게 반응하는 편이라 터치감도 마음에 들었다. 또 운전석부터 보조석까지 하나의 선으로 쭉 이어진 앰비언트 라이트가 자연스럽게 강약 조절되며 빛을 발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터널이나 지하 주차장 등으로 들어가면 다양한 색깔의 조명이 빛을 발해 마치 영화관에 온 기분이었다. 야간 주행 시 앰비언트 라이트의 숨은 매력이 빛을 발했다. 


홍_ 나무 단면의 질감을 잘 표현한 전면 대시보드 인테리어가 매우 인상적이었다. 운전석의 깔끔하고 세련된 디자인과 더불어 중앙부 아날로그 시계가 조화롭게 어우러졌다. 운전자 편의를 높인 설계도 좋았다. 벤츠는 스티어링 핸들에 메인 메뉴와 디지털 계기판 메뉴를 작동할 수 있게끔 해두는데, 매우 편리했다. 양손의 엄지손가락만 살짝 움직여 조정하면 디스플레이에서 무엇이든 한눈에 파악할 수 있으니 쓸수록 편했다. 특히 와이퍼 스틱을 변속 기어로 만들어놓은 것이 처음에는 적응되지 않았지만 익숙해질수록 마음에 들었다. 국내외 자동차 회사들이 변속 스틱을 버튼형, 조그셔틀형 등으로 디자인해 변화를 시도하는데 벤츠의 와이퍼 스틱형 변속 장치가 운전자 편의를 가장 잘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3 DRIVING
출발은 조용히, 밟으면 강하게 vs 하이브리드 힘 부족하지 않아

정_ 하이브리드 차량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확실히 출발할 땐 전기차 모드로 부드럽게 나가다 보니 정숙성이 탁월하게 느껴졌다. 많은 이가 ‘전기차는 내연기관 차량보다 출력이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강한 출력을 자랑하는 벤츠에서 만든 하이브리드 차량이어서 그런지 액셀을 밟으면 밟는 대로 강하게 치고 나가는 힘이 느껴져 운전하는 재미가 있었다. 해당 차량은 가솔린과 전기 가운데 어떤 연료를 사용할 것인지에 따라 ‘하이브리드(최적의 연료 효율 구현)’ ‘E모드(전기모터로만)’ ‘E세이브(가솔린 엔진만)’ ‘차지(주행 또는 정차 중 배터리 충전)’ 등 4가지 가운데 선택할 수 있다. E모드에서도 122마력의 힘을 내는 터라 80km/h 이상으로 밟았을 때 시원하게 뻗어 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제로백을 시험할 수 없었지만 공식적으로 5.7초기 때문에 여느 스포츠카 못지않은 속도감을 즐길 수 있을 것 같았다. 다만 외제차들은 대부분 서스펜션이 딱딱하게 설계돼 노면의 질감이 그대로 느껴지는 특성이 있는데 벤츠 역시 그런 부분에서 약간 덜컹거림이 느껴졌다. 

홍_ 주로 하이브리드 모드로 설정하고 운전했는데 출발할 때는 소리나 떨림 없이 부드럽게 나갔다. 속도를 높이면 전기모터에서 가솔린 엔진으로 구동축이 전환되면서 더욱 힘차게 치고 나갔다. 일반 가솔린 엔진 차량과 비교했을 때 힘이 부족한 느낌은 들지 않았다. 서울에서 강변북로를 타고 양평으로 향하는 길에 90km/h 정도로 달렸는데 상당히 안정적이었다. E모드에서는 전기차 특유의 ‘윙~’ 하는 소리가 들리면서 속도가 붙어 미래적인 느낌이 들었다. E세이브 모드의 경우 전기모터를 끄고 달리기 때문에 엔진 소음이 약간 들리긴 했는데 일반 가솔린 차량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차지 모드에서는 전기모터를 끈 상태에서 가솔린 엔진의 힘을 이용해 배터리를 충전하며 달릴 수 있었다. 특히 에너지 충전의 흐름을 중앙 디스플레이의 애니메이션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점은 만족스러웠다. 배터리가 어느 정도 충전됐는지 숫자로 알려주는 것과 더불어 차량 뒤쪽 배터리에 몇 칸이 채워지는지 보여줘 인식하기 편했다. 또 주행 모드를 내연기관 차량과 마찬가지로 ‘에코’ ‘컴포트’ ‘스포츠’ ‘인디비주얼’ 중 선택할 수 있어 운전하는 즐거움이 있었다.

#4 DRIVE IN
안락한 승차감 vs 주행 중 충전 시 떨림 거슬려

후면에 위치한 충전구(왼쪽). 그릴 위에 엠블럼이 부착된 엘레강스 모델.

후면에 위치한 충전구(왼쪽). 그릴 위에 엠블럼이 부착된 엘레강스 모델.

정_ 세단의 특징은 안락함에 있다. 외제차는 특히 동승자의 편의를 고려해 보조석과 뒷좌석의 승차감을 최대한 편하게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승 차량은 특히 전기모터를 탑재한 하이브리드 차량여서 하이브리드 모드나 E모드에서의 승차감이 두드러지게 좋았다. 일반적으로 가솔린 차량이 디젤 차량보다 정숙하지만, 하이브리드 차량은 가솔린 차량보다 더 안정감이 느껴졌다. 물론 모드를 E세이브나 차지로 전환할 때는 소음과 진동이 느껴졌다. 

홍_ 개인적으로 차지 모드에서의 승차감은 좋지 않았다. 마치 디젤 차량처럼 덜덜거리는 느낌이 들어 아쉬웠다. 서스펜션은 딱딱한 편이라 속도를 높일 때 차량의 중심을 잘 잡아줘 운전자들은 운전하는 맛을 느낄 수 있지만 그에 반해 뒷좌석에 앉은 사람은 충격 때문에 조금 불편하지 않을까 싶었다. 뒷좌석의 경우 2000cc 세단치고는 공간이 넉넉하지 않아 아쉬웠다. 키 180cm 정도 되는 남성의 경우 뒷좌석에 앉으면 답답하지 않을까 싶었다.

#5 STRENGTHS
배터리 보증 마음에 쏙 vs 바람직한 연비

정_ 전기차나 하이브리드 차량 구입을 망설이게 되는 이유 중 하나가 ‘배터리 수명’이다. 배터리는 쓰면 쓸수록 충전 기능이 저하되기 때문에 일정 시기마다 교체를 해줘야 문제없이 탈 수 있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는 하이브리드 차량 구매 고객이 편리함과 경제성을 누리도록 8년 혹은 16만km 주행거리까지 보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 더 뉴 E300 e 익스클루시브 차량은 직렬 4기통 가솔린 엔진을 기본으로 생산돼 출력면에서만큼은 믿고 탈 수 있다. 특히 전기 모드에서도 힘이 좋다는 것은 벤츠만의 기술력이지 않을까 싶었다. 

홍_ 공식 복합 연비는 10.3km/h인데 서울에서 양평까지 왕복 5시간 동안 170km 정도 달렸을 때 디스플레이 차량 정보에 연비가 10.6km/h로 찍혀서 놀랐다. 2000cc 세단의 연비가 이 정도로 나오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다고 본다. 또 E모드에서 뛰어난 가속성을 발휘해 하이브리드 차량에 대한 편견에서 벗어나게 해준 것도 인상적이었다. 개인적으로 앰비언트 라이트도 탁월하고 멋졌다. 사실 각 회사마다 앰비언트 라이트를 적용하지만 벤츠는 밝기가 매우 선명해서 야간 주행 시 다른 차원의 공간에 앉아 있는 듯 색다른 느낌을 갖게 했다.

#6 WEAKNESSES
아쉬운 전기 모드 주행거리 vs 배터리 때문에 좁아진 트렁크

배터리 적재 공간 확보로 인해 트렁크 공간이 다소 좁아졌다(위). 벤츠 전용 충전기 사용 시 완충까지 1시간 45분이 소요된다.

배터리 적재 공간 확보로 인해 트렁크 공간이 다소 좁아졌다(위). 벤츠 전용 충전기 사용 시 완충까지 1시간 45분이 소요된다.

정_ 배터리 1회 충전 시 전기모터만으로 최대 31km를 달릴 수 있다고 명시됐다. 그런데 실제로 시내 주행에서는 차가 밀려서 그런지 10km 남짓 달리자 배터리가 90% 소모됐다. 배터리 잔량이 10%에 도달하자 운전자가 모드를 전환하지 않아도 알아서 하이브리드 모드로 바뀌어 배터리가 소모된 사실을 인지하게끔 했다. 만약 해당 차량으로 출퇴근할 경우 E모드로는 서울 시내 출퇴근 정도만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물론 에어컨과 통풍 시트를 켜는 등 내부 전력이 소모되고 있어 배터리 소모 속도가 빨랐겠으나 그것을 감안하더라도 아쉬운 수준이었다. 

홍_ 하이브리드 차량 혹은 전기차는 매번 충전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특히 전기차는 매번 충전할 수 없기 때문에 테슬라의 경우 1회 완충 시 주행 가능 거리를 400km 이상으로 늘려 판매한다. 물론 하이브리드 차량이 그 정도로 주행하기를 바랄 수는 없지만 완충 시 주행 가능 거리가 31km인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또 벤츠 전용 충전기를 사용하면 완충까지 1시간 45분이 걸리는데, 하루에 31km를 다 쓰게 되니 운전자가 매일 충전하는 번거로움을 떠안아야 한다. 또 배터리를 뒷좌석과 트렁크 사이에 넣다 보니 트렁크 안쪽 공간이 줄어들어 매우 아쉬웠다. 배터리 적재 공간 확보를 위해 세워서 넣은 것 같은데 가로 형태로 눕혀서 차량 바닥에 까는 식이었다면 트렁크 공간을 더 넉넉하게 사용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차량 중앙부 디스플레이와 터치패드에도 아쉬움이 느껴졌다. 요즘 신차들은 대부분 디스플레이를 터치로 조작하게끔 만드는데 해당 차량은 오로지 터치패드로만 조작할 수 있게 해 불편했다. 또 터치패드가 콘솔 앞에 툭 튀어 올라와 있어서 걸리적거렸다.

총평

홍중식 기자_ 전기차 상용화 시대를 맞이하는 벤츠의 야심이 느껴지는 작품. 

정혜연 기자_ 벤츠의 차세대 하이브리드 카를 기대하게 하는, 아쉬움 남는 차량.

사진 홍태식
사진제공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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