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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일 불매운동 시들해졌나? 무인양품 강남점 확장 오픈 첫날 손님 북적

글 이현준 기자

2020. 06. 29



6월 26일 서울 서초구 강남대로 파고다타워에 일본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무인양품(MUJI)’ 강남점이 확장 이전 오픈했다. 

지난해 7월 일본의 수출 규제로 불거진 한일 갈등으로 시작된 ‘반일 불매운동’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상황. 유니클로를 비롯한 일본 브랜드의 매출은 하락한 채 여전히 회복되지 않고 있으며 지난달엔 올림푸스·닛산이 한국 시장서 철수를 선언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무인양품은 ‘정면돌파’를 선택했다. 2019년 매출이 전년 대비 9.8% 하락한 1243억 원으로 줄고 영업이익은 193.4% 감소해 적자로 돌아섰음에도 던진 승부수. 이날 오픈한 강남점은 2003㎡(605평)에 달한다. 844㎡(255평)이었던 기존 매장보다 2.5배 커진 규모다. 무인양품은 강남점에 서울 성수동의 유명빵집 밀도(meal°)를 입점시키고 각종 로컬푸드를 판매하는 등 식(食)에 특화함으로서 강남의 상징적인 매장이 되겠다는 것이 계획을 세우고 있다. 아직 반일 불매운동이 진행 중인 시점에 무인양품의 전략이 적중할지 관심이 모이고 있는 상황. 

무인양품 강남점은 파고다타워 1~4층에 위치한다. 오전 11시 오픈을 1시간 앞두고 매장 안은 직원들로 분주했다. 1층에 위치한 밀도에서 새어나오는 빵을 굽는 냄새가 곧 있을 오픈을 알리고 있었다. 10시 30분 1층에서 직원들의 회의가 열렸다. 나루카와 타쿠야 무인양품코리아 대표도 눈에 띄었다. 현장에 직접 나와 관리감독을 하는 모습이었다. 전대환 무인양품 영업기획팀장은 “오픈을 맞이해 대표, 부사장이 직접 나왔고 타 매장의 오픈을 준비했던 경험자들이 이곳으로 와 돕고 있다. 리뉴얼 확장 이전을 하는 만큼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픈 시간 다가오자 매장 앞엔 ‘줄서기’ 시작

무인양품 강남점 오픈 시간이 다가오자 매장 앞에 줄을 선 사람들.

무인양품 강남점 오픈 시간이 다가오자 매장 앞에 줄을 선 사람들.

10시 50분이 되자 직원 여럿이 1층의 매장 정문 앞에 서서 손님을 맞이할 준비에 들어갔다. 정문 앞엔 어느새 10여 명이 줄을 서 있었다. 5분이 흐르자 매장 안엔 방송이 흘러나왔다. “오픈 5분 전입니다. 매장 곳곳의 빈 박스를 치워주세요. 2층부터 4층까지 있는 가림막 치우세요. 오늘 모든 문 개방합니다.” 오픈이 임박했음을 알리는 신호. 10시 58분에서 59분께가 되자 줄은 20여 명의 손님으로 늘어나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어서 오십시오.” 오전 11시. 열 감지 센서가 설치된 정문으로, 비치된 손 소독제를 손에 뿌리며 손님들이 입장하기 시작했다. 매장 오픈 날 첫 구매자인 박혜영(40·서울 강북구) 씨는 매장 1층의 빵집에서 1만 원 어치의 빵을 구입했다고 밝혔다. 직장에 있는 동료들과 나눠먹기 위해 넉넉히 구입했다는 것. 때때로 무인양품을 찾는다는 그는 “성수동의 유명한 빵집이 이곳에 입점했다는 소식을 듣고 줄을 서서 구매했다”며 “새로운 매장이 깔끔하고 넓어 좋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오픈한지 30분이 채 되지 않아 매장 1층은 사람들로 꽉 찼다. 빵집에 진열돼있던 빵은 순식간에 동나고 새롭게 구워진 빵이 채워졌다. 의류를 판매하는 2층과 신발·문구·여행용품을 판매하는 3층, 침구·청소용품·가구 등을 판매하는 4층도 어느새 사람들로 들어찼다. “어서 오십시오.” 점원들이 건네는 인사의 빈도수가 점점 늘어갔다.

“물건이 좋으니까 산다” 반일 불매운동은 “글쎄”

무인양품 강남점에는 성수동 유명 베이커리 밀도가 입점했다.

무인양품 강남점에는 성수동 유명 베이커리 밀도가 입점했다.

1년이라는 시간이 ‘반일’의 의지를 약하게 만든 것일까. 오전 11시 30분이 지나 점심시간 무렵이 되자 손님들은 더욱 많아졌다. 1층 카페에는 빵과 샐러드를 먹거나 음료를 마시는 사람으로 가득 차 앉을 자리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2016년 ‘쉑쉑버거’로 유명한 ‘쉐이크쉑’(Shake shack)의 강남점 오픈, 2019년 성수동 블루보틀 오픈 때처럼 수백 명이 몰려 장사진을 이뤘던 것보다는 덜하지만 평일 낮 시간임을 감안할 때 무인양품 강남점은 ‘중박’은 거둔 셈. 

손님들이 이곳을 찾은 이유는 뭘까. 그리고 그들은 반일 불매운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서울 강서구에 사는 40대 윤모 씨는 중학교 3학년인 자녀를 위해 구입한 양말 몇 켤레를 바구니에 담은 채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아들이 무인양품의 양말이 편하다면서 이것만 신으려고 한다. 불매운동에 대해 인지하고는 있지만 그렇다고 쓰던 것을 안 쓰기가 쉽나. 어쩔 수 없다”고 토로했다. 서울 서초구에 거주하는 20대 김수지 씨의 쇼핑 바구니엔 갖가지 펜과 양면테이프가 담겨있었다. 김 씨는 “이곳의 문구상품들이 대개 품질이 좋다. 특히 펜을 애용하는데, 잉크 번짐도 없어 글이 깔끔하게 써진다. 다른 펜을 쓰자니 손에 익지 않아 불편하더라”라고 말했다. 이어 “반일불매운동의 취지는 알겠지만 좋은 물건을 사고 싶은 것 또한 소비자의 당연한 심리다. 비판받을 필요는 없지 않겠나”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비판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무인양품 강남점의 리뉴얼 오픈을 알리는 기사엔 “무조건 사지도 말고 쓰지도 말아야 한다”, “무지한 친일 매국노 국민들이 많다”, “우리나라가 얼마나 쉬워보였으면 이 상황에서 확장을 할까”와 같은 댓글이 달렸다. 반일 불매운동의 불씨가 살아있음을 나타내는 것. 

무인양품 측은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전대환 영업기획팀장은 “아직 성패를 논하기에는 이르다”라고 말했다. 다만 “고객들이 빵, 로컬푸드를 많이 구매했다. 지역과 연계해 다양한 음식을 선보이겠다는 전략이 성과를 얻었다고 본다. 1차적인 성공은 거둔 셈”이라는 말을 덧붙였다. 반일 불매운동 논란 속 정공법을 선택한 무인양품 강남점. 이 ‘성과’가 오픈 특수에 그칠지 여부는 앞으로 지켜볼 일이다.

사진 김도균 영상 최진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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