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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Y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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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브랜드가 세계를 구하는 방식

샤넬 마스크, 에르메스 손 소독제

EDITOR 이나래

2020. 04. 24

코로나19의 확산은 우리의 일상을 송두리째 바꿨다. 오죽하면 ‘전시 상황’이라는 표현까지 나올까. 그동안 초월적 아름다움에만 몰두해왔던 명품 브랜드도 코로나19와의 전쟁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다.

바이러스와 명품, 전혀 접점이 없을 것 같았던 이 둘이 코로나19로 인해 예상치 못한 조우를 하게 됐다. 

2월 초 열리는 3개의 패션 위크가 줄줄이 취소된 것을 시작으로, 팬데믹이 선언되고 사람들이 집 안에 갇히는 사태로까지 치달으면서 패션계는 공백 상태에 빠지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명품 브랜드들은 의외의 곳에서 효용을 발견해냈다. 섬세한 패턴으로 옷을 짓던 공방의 재단사들이 바이러스의 전파를 막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마스크 생산에 돌입한 것. 나아가 향수를 만들어내던 생산 라인은 손 소독제를, 의류 라인은 의료용 방호복 제작에 나섰다. 또 백신 연구에 거금을 쾌척한 브랜드도 있다. 그들만의 방식으로 코로나19 사태 극복을 위해 팔을 걷어 붙인 명품 브랜드들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이야기.

#구찌 #발렌티노 #랄프로렌
백신 개발 위해 거액 기부

코로나19 종식을 위한 가장 근본적인 방법은 백신과 치료제를 개발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이탈리아 브랜드 구찌가 나섰다. 구찌는 3월 말 2백만 유로(약 26억원)의 기부금을 조성하고 2개의 크라우드 펀딩 캠페인을 시작했다. 

첫 번째는 이탈리아 최대 은행인 인테사산파올로 그룹과 손잡고 이탈리아 시민보호청(ProtezioneCivile)에 1백만 유로(약 13억원)를 전달한 것. 이 기금은 이탈리아 내의 보건 서비스 및 시설 보강, 중환자실 병상 설치 등 의료 현장 지원에 쓰이고 있다. 

두 번째는 페이스북과 연계해 매칭 펀드 캠페인을 전개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1백만 유로의 기금을 세계보건기구(WHO)가 운영하는 코로나19 대응 펀드에 기부했다. 이 기금은 앞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연구 및 백신 등 치료법 개발에 운용된다. 기금 조성을 위해 구찌는 #WeAreAllInThisTogether라는 슬로건을 만들고, 세계 전역의 구찌 임직원 1만9천 명을 중심으로 원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펀딩에 참여할 수 있도록 채널도 마련했다. 



돌체앤가바나 역시 코로나19 종식을 위해 이탈리아 후마니타스 대학교에서 시행 중인 ‘코로나19에 대한 면역 체계 반응 분석 연구’를 통한 진단법 및 치료법 개발에 자금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럭셔리 남성복 브랜드 에르메네질도 제냐를 운영하는 질도 제냐 회장은 총 3백만 유로(약 39억원)의 개인 기부를 약속했다. 

발렌티노와 발맹 등을 운영하는 메이훌라 그룹은 공중보건 지원 재단인 FHP-HF(La Fondation Hopitaux de Paris-Hopitaux de France)에 1백만 유로를 기부했다. 1989년 설립 후 1만5천4백 개 이상의 보건의료 프로젝트를 진행해온 것으로 알려진 FHP-HF는 메이훌라 그룹의 지원금으로 코로나19로부터 가장 큰 타격을 입은 프랑스 파리 북쪽의 병원 3곳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금에는 진단키트와 호흡유지 장치 등 장비 지원과 의료진 복리후생 비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대표적인 패션 하우스 랄프로렌은 1천만 달러(약 1백22억원)를 쾌척했다. 랄프로렌은 이번 기금으로 WHO가 운영하는 코로나19 연대대응기금을 지원하고, 일상이 마비된 세계 각국의 지역사회에도 기금을 보내겠다는 계획이다. 또 지난 20년간 암환자 지원을 위한 ‘핑크 포니 기금’을 운영해오기도 한 만큼, 특히 호흡기 질환에 취약한 암환자들을 위한 별도의 지원도 시행될 전망이다.

#샤넬 #디올 #루이비통
마스크 생산 기지로 변신한 아틀리에

명품 브랜드의 제품을 생산하는 곳을 아틀리에(공방)라고 부른다. 각 회사의 아틀리에에서 가장 먼저 착수한 코로나19 막기 캠페인은 바로 마스크 만들기였다. 이미 팬데믹이 시작되기 이전부터 마스크가 코로나19 전파를 막기 위한 가장 최소한의 장치라는 사실은 잘 알려졌다. 문제는 마스크를 만드는 제조 공장이 거의 아시아에 위치해 물량 확보가 어려웠다는 점이다. 

가장 먼저 움직인 곳은 프랑스의 샤넬, 디올 등 패션 하우스들이다.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샤넬은 3월 말부터 의료인과 경찰을 위한 마스크와 위생용 가운 제조에 나섰고, 총 5만 개의 마스크를 기부하겠다고 밝히면서 패션 하우스 마스크 제작의 신호탄을 쐈다. 

디올 역시 동참하며 의료진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디올은 프랑스 르동에 위치한 베이비디올의 아틀리에를 마스크 제작 기지로 삼고, 장인들이 마스크 만드는 모습을 인스타그램에 사진 및 동영상으로 업로드해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디올은 공식 채널에 “의료 현장에서 싸우는 영웅들, 자원봉사자들을 돕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코멘트와 함께 해시태그 #DiorStandsWithYou를 남기기도 했다. 

루이비통은 한발 더 나아가 프랑스 전역의 메종 아틀리에를 마스크 생산 공장으로 탈바꿈시켰다. 장인과 자원봉사자 3백여 명이 만든 수십만 개의 마스크는 의료 현장으로 즉각 전달되고 있다. 이를 위해 프랑스 내 섬유 산업 네트워크 ‘Mode Grand Ouest’와 파트너십을 맺음으로써 자국 내 협업을 이뤄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구찌와 생로랑, 발렌시아가를 보유하고 있는 케어링 그룹 역시 프랑스 당국과 협의를 통해 외과용 마스크 3백만 개를 기부할 것이라고 밝히는 동시에, 코로나19 연구 지원을 위한 기부 의사도 전달했다.

#프라다 #아르마니 #버버리
코로나19 시대의 명품은 마스크와 방호복

코로나19가 세를 더해가면서 세계적으로 더 많은 물자와 의료용품이 필요하게 된 상황. 특히 피해가 심각했던 이탈리아 각 지역에서는 명품 하우스들이 마스크는 물론 의료진의 의료용 방호복까지 제작하는 데 이르렀다. 

프라다는 의료진을 위해 8만 벌의 의료용 방호복과 마스크 11만 개를 제작하기로 결정했다. 이탈리아 몬토네 지역에 위치한 프라다 팩토리에서 제작된 제품들은 토스카나 지역의 병원으로 보급되는 중이다. 프라다를 이끄는 CEO 미우치아 프라다는 밀라노 인근의 병원 등 의료시설에 산소호흡기를 기증하기도 했다. 

조르지오 아르마니와 엠포리오 아르마니를 포함한 아르마니 그룹에서도 의료용 방호복 바지를 만드는 데 뛰어들었다. 현장에서 바이러스와 싸우고 있는 의료진을 보호하기 위한 일회용 바지는 이탈리아에 위치한 아르마니 공장에서 생산되는 중이다. 아르마니의 설립자 조르지오 아르마니 역시 상황이 가장 심각한 이탈리아 북부의 베르가모와 피아첸차 지역의 병원 등 의료기관에 1백40만 달러(약 17억6백만원)를 기부했다고 알려졌다. 

국경을 넘어 영국에서도 명품 하우스의 의료용품 생산은 시작됐다. 버버리는 트렌치 코트를 제작하던 공장을 의료용 가운과 마스크 제조장소로 전환했다. 

또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진행하는 백신 연구 지원을 위해 기금 마련에 나섰다.

#LVMH그룹 #불가리 #에르메스
손 소독제 제작에 나선 향수 공장들

명품 하우스의 패션 브랜드가 마스크와 방호복을 만들기 위해 애쓰는 사이, 향수와 화장품을 생산하는 뷰티 브랜드들도 자신만의 기여법을 모색해냈다. 코로나19 확산 방지에 반드시 필요한 개인 위생용품인 손 소독제를 만들겠다는 이들의 아이디어는 큰 호응을 얻었다. 

루이비통모엣헤네시(LVMH) 그룹은 이탈리아 밀라노 인근 로디 지역에 위치한 생산시설을 가동해 10만 병 이상의 손 소독제를 만들어 이탈리아 정부에 전달, 의료시설에 우선 공급하고 있다. 불가리는 SNS 채널을 통해 “사람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손 소독제가) 필요한 기간 동안 계속 진행할 것”이라고 계획을 밝혔다. 에르메스도 프랑스 북부 노르망디 인근 르 보드뢰이에 위치한 향수 공장의 가동을 멈추고 프랑스 정부에서 요청한 5톤 분량의 손 소독제를 생산할 것이라고 알려 눈길을 끌었다.

기획 정혜연 기자 디자인 김영화
사진제공 각 회사 홈페이지 및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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