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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지민, “인생은 말하는 대로”

글 · 김지영 기자 | 사진 · 지호영 기자, 쇼홀릭 제공

입력 2015.10.16 09:51:00

가수가 아닌 출연자로서는 처음으로 MBC 예능 프로그램 ‘복면가왕’에서 가왕에 오른 홍지민.
결혼 9년 만인 지난 4월 딸을 얻고 본업인 뮤지컬 배우로 돌아가 ‘신데렐라’ 무대에 서고 있는 그녀가 ‘복면가왕’ 출연 에피소드와 지금의 행복을 느끼기까지 이야기들을 들려줬다.
홍지민, “인생은 말하는 대로”
풍부한 성량과 감성, 열정적인 무대 매너의 소유자인 뮤지컬 배우 홍지민(43). 최근 그녀는 MBC ‘복면가왕’에서 ‘네가 가라 하와이’라는 이름으로 청중을 사로잡으며 10대와 11대 가왕에 연이어 올라 화제를 모았다. 그녀가 마지막 무대에서 열창한 ‘말하는 대로’는 “원곡보다 좋았다”는 평을 받았다.

“결혼 전부터 ‘꿈의 노트’를 적어왔어요. ‘복면가왕’에 출연하면서는 ‘1차 예선 통과, 1회 가왕’이라고 적었는데 그 꿈을 이루고도 더 많은 것을 얻었죠. 아무래도 우리 딸 ‘도로시’가 복덩이인 것 같아요. 도로시가 태어난 뒤로 집안 분위기가 더 화목해지고, 일도 더욱 잘 풀리는 느낌이에요(웃음).”

‘복면가왕’ 출연은 행복하고 뿌듯한 추억

▼ ‘복면가왕’에 출연한 계기가 있나요.

처음 출연 제의를 받았을 때는 고민했어요. ‘복면가왕’에 나가는 게 제 이미지에 오히려 독이 될까 싶어서요. 하지만 방송을 처음부터 다 모니터링해보니 출연자들이 당락에 신경쓰기보다 무대를 즐기더라고요. 좋은 프로그램이라는 확신이 들어 출연을 결정했죠. 가왕을 떠나 즐기자는 마음이 컸고, 제 목소리를 사람들이 알아챌지 궁금하기도 해서 나간 거예요.



▼ 많은 시청자가 가왕의 정체를 눈치챘음에도 정작 본인은 밝힐 수 없어 힘들었겠어요.

답답했죠. 방송될 때마다 카톡으로 문자 메시지가 수백 개씩 왔는데 답할 수 없었거든요. 12대 가왕 결정전에서 패배해 처음엔 아쉬웠는데, 뮤지컬에 전념해야 하는 적절한 타이밍에 떨어져 다행이에요. 남편은 가왕 타이틀을 얻은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이라고 말해주더군요. 살면서 이런 기회가 또 있을까 싶어요. 두고두고 행복하고 뿌듯한 추억이 될 것 같아요.

6주 동안 궁금증을 증폭시킨 ‘가왕’의 실체가 9월 중순 홍지민으로 드러난 후 그녀가 출연 중인 뮤지컬 ‘신데렐라’에 대한 관심도 한층 뜨거워졌다. 그녀의 뮤지컬 무대 복귀는 ‘브로드웨이 42번가’ 이후 10개월 만. 그사이 딸 도로시를 낳은 그녀는 원래 아이와 좀 더 많은 시간을 보낸 뒤 컴백할 계획이었는데 “넘치는 에너지를 주체할 길이 없어” 예정보다 복귀 시기를 앞당겼다.

“산후 우울증을 좀 앓았어요. 뮤지컬 배우가 된 후 바쁘게 살아와서인지 너무 오래 쉬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아기와 있으면 행복하면서도 일 욕심을 떨치기가 쉽지 않았어요. 그러던 차에 ‘신데렐라’에서 출연 제의가 들어왔죠. 계모 역을 맡아달라고요. 연출님께 ‘아이를 낳은 지 얼마 안 돼서 계모보다 신데렐라를 도와주는 요정 ‘마리’ 역을 하고 싶다’고 했더니 기꺼이 제 뜻을 수용해주셨어요. 마리가 더 잘 맞을 것 같다면서요.”

극 중에서 그녀는 요정 마리와 미친 거지 할머니, 두 캐릭터를 연기한다. 평소에는 거지 할머니로 있다가 신데렐라에게 도움이 절실한 상황에서는 마리로 변하는 것. ‘복면가왕’ 출연 준비를 하면서 뮤지컬 연습을 병행한 그녀는 시간이 없어서 끼니를 제때 챙기지 못할 때가 많았다. 그런 그녀에게 뮤지컬에 함께 출연하는 아이돌 가수들의 팬들이 경쟁적으로 보내준 다양한 간식은 단비 같은 존재였다.

“이번 공연처럼 간식이 풍성한 작품은 처음이에요. 아이돌 가수가 대거 출연하다 보니 밥은 물론이고 커피차도 매일 바뀌어요. 과즙에 구급약 세트까지 보내오더라고요. 요즘 아이돌 가수들은 실력도 뛰어나고 연습도 무척 열심히 해요. 보고 있으면 다들 아들 같아요. 너무 많은 스케줄을 소화해서 안쓰러운 생각도 들어요.”

연습실에서 다 못 한 연습은 집에서 보충했다. 마리의 테마곡은 하나같이 아름다워서 아이에게 들려주기에 안성맞춤이었다. 홍지민은 “도로시가 나처럼 뮤지컬 배우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노래를 불러줬다”고 밝혔다.

▼ 재능이 많아 진로를 정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고민을 엄청 했어요. 아주 어릴 때는 가수가 꿈이었어요. 아버지는 저를 외교관으로 만들고 싶어하셨고요. 근데 중학교 2학년 때 고향 마산의 작은 소극장에서 ‘유리 동물원’이라는 연극을 보고 문화적 충격을 받았어요. ‘저걸 하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을 갖고 있다가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연극영화과를 준비했어요. 노래를 좋아해 가요제에도 기웃거리다 서울예대 연극과에 들어갔는데 노래도, 연기도 다 하고 싶었어요. 제 고민을 듣고 교수님이 뮤지컬이라는 답을 찾아주셨어요. 이후 국립극장에서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라는 뮤지컬을 보고 두 번째 문화적 충격을 받았죠. 그때부터 진로를 뮤지컬로 결정하고 졸업 후 바로 서울예술단에 들어가 트레이닝을 받고 뮤지컬 배우로 활동한 거예요.

▼ 뮤지컬의 매력은 뭔가요.

모든 장르를 다 아우르는 것이죠. 연기하며 춤추고 노래도 하는 종합예술이잖아요. 굉장히 부지런하고 다재다능하지 않으면 소화해내기 힘든 장르가 뮤지컬이에요. 그만큼 뮤지컬 배우는 어렵고 힘든 직업이지만 만족도가 크고 현장에서 느껴지는 에너지가 엄청나니까 그런 힘으로 사는 거예요.

홍지민, “인생은 말하는 대로”

홍지민이 지난 4월 태어난 딸 도로시, 남편과 함께 찍은 백일 사진. 양떼 사이에 앉아 있는 도로시의 표정이 아기 천사 같다(베일리수 평창점 제공).

▼ 매회 무대에 서기 위해서는 아프면 안 될 것 같아요. 평소 체력을 어떻게 관리하나요.

뮤지컬 배우가 갖춰야 할 1순위 덕목이 체력이에요. 에너지가 없으면 무대 공연을 하기 힘들어요. ‘신데렐라’도 9월 12일부터 11월 8일까지 환절기에 공연해 목 관리가 무척 중요해요. 목이 건조하면 안 되기 때문에 공연할 때는 가습기를 갖고 다녀요. ‘복면가왕’을 할 때도 그랬어요. 대기 시간이 긴 공연을 할 때 가습기는 필수고, 물을 자주 마셔요. 입안이 마르지 않게 하는 게 좋아 레몬즙을 먹기도 해요. 신맛이 침샘을 자극해 침이 마르지 않게 하죠. 잠을 잘 자는 것도 무척 중요한데, 잠이 좀 없어서 문제예요.

▼ 아이가 아주 어릴 때는 자다가 자주 깨는데 그때는 어떻게 대처했나요.

처음에, 두 시간에 한 번씩 깰 때는 감당이 안 되더라고요. 아기가 왜 우는지도 모르겠고요. 시어머니를 모시고 사는데 아기가 깨면 시어머니와 남편, 저까지 다 깨서 아기 보고 그랬어요. 다행히 도로시가 생후 60일이 되면서 잠자는 패턴이 딱 잡혔어요. 이젠 밤낮을 지키고 어른처럼 한 번에 5~6시간씩 자서 키우기가 수월해졌어요. 시어머니 말고도 집안일 도와주시는 분이 따로 있고, 다행히 친정이 가까이에 있어서 친정엄마와 큰언니로부터도 도움을 받고 있어요.

아이는 욕심 내려놓은 뒤 찾아온 선물

▼ 아이 이름이 독특해요.

전작인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를 할 때 임신을 했는데 당시 맡은 배역의 이름이 도로시였어요. 마침 남편의 성이 도여서 태명을 도로시로 지었어요. 결혼 9년 만에 어렵게 가진 아이인데, 도로시라는 이름에 ‘신의 선물’이라는 뜻이 있거든요. 출생 후 한 달 안에 이름을 지어 신고해야 하는데 도로시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았어요. 작명소에 물었더니 좋은 이름이라면서 ‘힘쓸 로’에 ‘베풀 시’로 지어줬어요.

▼ 오랫동안 아이가 없어 마음고생을 했나요.

9년 내내 그런 건 아니에요. 결혼할 땐 저도, 남편도 아이 없이 잘 살자는 딩크족이었어요. 일 중독 수준이어서 일만 열심히 했는데 40대를 코앞에 둔 39세 때의 겨울은 더없이 쓸쓸했죠. 친구들은 다 아이가 생겨 만나면 아이 이야기만 하더군요. 뮤지컬 배우가 되기로 마음먹은 후 줄곧 치열하게 산 덕분에 전보다 좋은 집에서 생활하고 멋진 차를 타고 있지만 마음은 헛헛하고 허전했어요. 아이를 낳아야겠다고 했더니 남편이 처음엔 반대했어요. 남편은 어릴 때 아버님을 사고로 잃어서 아빠가 되는 걸 두려워했어요. 아빠 없이 지낸 힘든 기억 때문에 아이를 아예 안 낳겠다는 거예요. 끈질기게 설득해 남편의 마음을 돌려놨는데 이번에는 아이가 안 생기더라고요. 3년 넘게 인공수정, 시험관아기 등 할 수 있는 건 다 해봤어요. 체중도 14kg이나 감량하고 일부러 방송 활동도 안 하고, 뮤지컬도 비교적 덜 힘든 작품을 골라 했는데도 뜻한 대로 안 됐어요. 결국 우리 팔자엔 아이가 없나 보다 하고 마음을 비우고, 그동안 축난 몸을 추스르려고 한약을 지어 먹었는데 그제야 자연 임신이 됐어요. 욕심을 내려놓으니 아이가 생기더라고요.

▼ 무슨 태몽을 꿨나요.

저 대신 가수 혜은이 선생님이 태몽을 꿔주셨어요. 선생님을 우연히 만났는데 잉어 태몽을 꿨다며 꿈 주인이 누군지 모르겠다고 하셔서 그 꿈을 샀죠. 저와 친한 언니는 멧돼지 꿈을 꿨대요. 태몽을 다 주변 사람이 꿔줬어요.

▼ 태교는 어떻게 했나요.

도로시에게 축복한다, 감사하다는 말을 많이 해줬어요. 노래도 많이 불러주고요. 지금도 ‘사랑해요’ ‘축복해요’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하면 까르르 웃어요(웃음).

▼ 산후 조리는 잘했나요.

노산이라서 보약에 가물치, 영양제 등 좋다는 건 많이 챙겨 먹었는데 도로시를 하도 안아주다 보니 어깨, 허리, 무릎이 가끔 아파요. 안아주는 습관을 들이면 좋지 않다는데, 아이가 너무 예뻐서 안 안아줄 수가 있어야죠. 하하하.

홍지민, “인생은 말하는 대로”

뮤지컬 ‘신데렐라’에서 요정 마리 역을 맡은 홍지민. 함께 출연 중인 동료 배우들과 연습실에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 ‘딩크’를 원했던 남편이 아이를 좋아하나요.

말로 다할 수 없을 정도예요. 아이 낳는 걸 그렇게 싫어하던 사람이 지금은 제가 내년에 하나 더 낳겠다고 하면 ‘할 수 있으면 해봐’ 그래요.

▼ 도로시의 동생도 낳을 건가요.

여건이 허락하면 그러고 싶은데 그런 얘기를 하면 주위 사람들이 놀라더라고요. 출산한 지 1년도 안 돼 그런 마음이 드는 걸 보면 도로시가 순하긴 순한가 보다면서요(웃음).

결혼 7년째 찾아온 이혼의 위기

2006년 결혼한 그녀의 남편 도성수(44) 씨는 당시 디자인을 전공해 디자인회사를 운영하는 사업가였다. 하지만 지금은 국수집과 짬뽕 가게 사장으로 새로운 재미를 찾아가고 있다. 서글서글한 인상에 나이보다 어려 보이는 도씨의 동안 비결을 묻자 홍지민은 “내가 재미있게 해주니까 많이 웃어서 늙지 않는 것”이라며 “지금은 더할 나위 없이 사이가 좋지만 우리 부부도 한때 위기가 있었다”고 고백했다.

“결혼한 지 7년째 되던 해 남편과 이혼할 뻔했어요. 어느 날 뜬금없이 저한테 ‘참을 만큼 참았다. 이혼하자’고 하더라고요. 처음엔 뭘 잘못한지도 모르겠고, 억울한 생각도 들어 남편과 6개월간 냉전을 벌였어요. 사실 저는 저희가 잉꼬부부인 줄 알았어요. 근데 남편은 제가 워커홀릭이라서 계속 혼자 외로움을 견디다 결혼생활에 회의를 느낀 거였어요. 부부가 같이 밥 먹고 함께 여가를 보내는 평범한 결혼생활을 꿈꿨는데, 제가 일만 사랑한다고 생각한 거죠.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제가 뭘 잘못했는지 알았어요. 남편은 제가 일하는 것도 좋아하지만 일을 마치고 2차, 3차 계속 뒤풀이에 참석하면서 남편을 잘 챙기지 못한 것이 섭섭했던 거예요. 미안한 마음에 그다음 날부터 남편의 아침상은 제 손으로 차렸더니 남편이 너무 좋아하더군요. 제가 준비한 미숫가루 한 잔에도, 달걀 프라이 한 접시에도 감동하는 걸 보고 남편에게 더 미안했어요. 대단한 걸 바란 것도 아닌 남편을 제가 방치했구나 싶어서요. 돌이켜보면 제 잘못이 커요. 그때 이혼했으면 큰일 날 뻔했어요.”

▼ 연애 시절에는 날씬했다고 들었는데 체질이 바뀐 건가요.

제 몸무게가 왔다 갔다 잘해요. 오래전 MBC에서 처음 방송 활동을 시작할 때 의상 협찬이 잘 안 되니까 스타일리스트가 55kg까지 빼달라고 사정하더라고요. 그렇게 살을 많이 뺐을 때 남편을 만나 연애를 했기 때문에 지금도 남편이 사기 결혼이라고 놀리곤 해요(웃음).

▼ 아직 못다 이룬 꿈이 있나요.

많죠. 저는 꿈 이야기하는 걸 좋아해요. ‘신데렐라’도 꿈에 대한 이야기여서 더 끌렸어요. 노래하는 배우로서 지금도 ‘꿈의 노트’를 쓰고 있는데, 거기에 계속 적는 꿈은, ‘메시지가 담긴 개인 앨범을 내는 것’이에요. 앨범 준비를 시작한 지는 좀 됐는데 발매까지 시간이 좀 걸릴 거예요. 당장 급한 일부터 하다 보니 우선순위에서 자꾸 밀리고 있거든요. 잘 만들어서 2년에 한 번이라도 꾸준히 내고 싶어요.

▼ 오래전 접어둔 가수의 꿈을 이룰 날이 머지않았네요.

개인 앨범을 내려고 하는 이유는 가수가 되고 싶어서라기보다 제 노래를 들으며 사람들이 힐링을 경험했으면 하는 마음이 커요. 저는 노래를 부르고 들으면서 마음이 치유되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아요. 뮤지컬 배우 지망생들을 대상으로 특강을 할 때도, 백 마디 말보다 음악이 전하는 메시지가 훨씬 더 강하다고 생각하죠. 힐링 메시지가 담긴 앨범을 꾸준히 내서 60세쯤 됐을 때 제 노래를 가지고 작은 콘서트를 여는 것이 가장 큰 꿈이고, 궁극적으로는 롱런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지금처럼 계속 활동하면서요.

인터뷰를 마치며 그녀에게 물었다. “만일 요정 마리의 지팡이를 손에 넣으면 어떤 꿈을 이루고 싶으냐?”고. 그녀는 “이런 질문은 생전 처음 받는다”며 골똘히 생각하더니 곧 답을 찾아냈다.

“아픈 사람들을 싹 다 낫게 하고 싶어요. 정신 아픈 사람, 몸 아픈 사람 모두요. 그래서 누구나 바라는 건강한 사회를 만들고 싶어요. 하하하.”

디자인 · 최진이 기자

여성동아 2015년 10월 62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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