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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사랑 찬성 or 반대일세! ‘밀회’를 보는 n개의 시선

우먼동아일보

입력 2014.05.09 18:24:00

‘밀회’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 만큼 이를 바라보는 시선도 다양하다. 나이와 계층을 뛰어넘는 진정한 사랑이라며 열광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불륜을 정당화한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물론 드라마를 어떻게 해석할지는 보는 자들의 몫.


나는 이 사랑 찬성 or 반대일세! ‘밀회’를 보는 n개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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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라면 시작하지 말았어야 할 사랑
‘밀회’에는 직장여성이 가지고 있는 고단함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실제로도 먹고사는 건 참 고단한 일이다. 게다가 때론 남편이 위로가 안 될 때가 있다. 나 또한 그렇다. 남편과 사이가 좋지 않아서가 아니라, 연애 감정이 끝났기 때문에, 혹은 인간이기 때문에 위로가 안 되는 순간이 있을 수밖에 없다. 거기에서 오는 외로움, 고단함에 뜨거운 사랑을 꿈꾸는 욕망을 가질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외롭고 힘들다고 해서 그 반짝이는 눈을 가진, 순수한 아이의 집에 찾아가서, 그 아이의 옷을 입고, 기다린다? 그게 말이 될까? 우리는 어른이니까, 사랑을 해 봤으니까 그 사랑이 언젠가 끝나게 돼 있다는 것을 잘 안다.
물론 이선재는 첫사랑을 하고 있기 때문에 사랑의 끝을 알지 못한다. 그렇기에 자신과의 관계로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것, 이로 인해 아이의 미래가 불투명해질 수 있다는 사실은 어른인 오혜원이 책임져야 할 일이다. 만일 내가 스무 살 연하의 남자를 정말 사랑하고 아낀다면 그가 다른 사람의 입에 오르내리는 것을 견딜 수 없을 것 같다. 실제로 제자에게 그런 감정이 들었다고 쳐도, 내가 파직을 당할 걱정 때문이 아니라 그의 미래를 생각하면 도저히 할 수 없는 짓인 거다. 그걸 모르는 어른이라면 곤란하다.  
하지만 분명 ‘밀회’는 흥미롭다. 모든 연애담이 갖는 ‘사랑의 불가항력’을 표현하고 있으며, 그 불가항력적인 사랑을 풀어가는 과정에 호기심이 생긴다. 영혼의 밑바닥이 통하는 사람과 늦게라도 만날 수 있다는 설정 또한 흥미를 끄는 것도 사실이다. 내가 그런 상황에 처한다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그리고 결과적으로 당사자 모두가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사랑할 수 있느냐를 두고 선택을 해야 하는 순간이 올 것이다. 그 순간의 선택은 결국 삶의 가치의 문제일 뿐, 도덕적인 문제와는 다르다고 생각한다. 분명 사랑에는 도덕적인 잣대로 재단할 수 없는 부분이 존재하기 때문에. 심영섭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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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 세계’에서 탈출하려는 몸부림
‘밀회’는 계급의 이야기다. 오혜원은 상류층에 가까운 고급 스펙을 지녔고 이선재는 퀵서비스 배달원으로 피아노를 독학한 하류계급이라 할 수 있다. 결코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이들은 음악이라는 공통분모를 사랑으로 구현한다. 드라마 안에는 음대라는 특수한 커뮤니티가 있지만 결국 이는 계급구조로 이뤄진 부조리한 사회의 축소판이다. 기득권은 자신들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비리를 서슴지 않고, 힘없는 사람은 늘 당하기만 하는 그런 현실. 더군다나 ‘밀회’는 음대 비리의 실상을 제법 리얼하게 그려 시청자들의 공감대를 끌어낸다.
혜원과 선재의 관계에 초점을 맞추자면 나는 이들의 사랑을 지지한다. 혜원이 속해 있던 상류층은 모든 사람들이 가면을 쓰고 있다. 오로지 이익 추구를 목적으로 하고 진정성이라고는 찾아보기 힘든 세계다. 혜원 역시 그들과 같은 부류의 사람으로 살다가 선재를 만나면서 처음으로 진짜 세계와 마주한다. 혜원이 선재를 사랑하는 이유도 바로 선재와 함께 추악한 세상에서 빠져나오고자 하는 몸부림이다. 선재 역시 혜원을 만난 이후로 거짓의 세계에 들어와 버렸다. 하지만 앞으로 혜원은 선재를 어떻게 하면 이 구렁텅이에서 구해낼 수 있을지를 고민할 것이다. 20년 가까이 허구의 삶을 살면서, 인생에 있어 중요한 건 결코 물질과 권력이 아니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선재를 촉망받는 피아니스트로 만들어주는 것보다 함께 이 세계에서 탈출하는 게 혜원의 목적인 것이다.
정성주 작가의 전작인 ‘아내의 자격’에서도 주인공 김희애는 아들에게 질 높은 교육을 제공하고자 강남 대치동으로 이사를 가지만 이내 잘못된 판단이었음을 깨닫고 그가 먼저 부조리한 세계에서 빠져나온다. 나중엔 아들도 데리고 나오고자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등 온갖 고생을 한다. 하지만 김희애는 자신의 선택에 후회가 없다. 성공한 삶을 위해 자신의 인간성을 포기하느니 물질적으로는 고생스럽더라도 자유롭고 진정한 자아를 표현할 수 있는 길을 선택한 것이다. ‘밀회’ 역시 앞으로 두 사람에게 닥칠 위기가 불 보듯 뻔하지만 결국 혜원과 선재는 분명 세상의 기준과 부합하지 않더라도 그들만의 행복을 찾을 것이라 생각한다. 김선영 드라마평론가


나는 이 사랑 찬성 or 반대일세! ‘밀회’를 보는 n개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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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륜을 정당화하는 은밀한 장치
드라마 ‘밀회’는 여러 가지 은밀한 장치를 통해 ‘불륜’을 향한 비판을 차단하려 한다. 가장 대표적인 장치가 바로 스승과 제자의 사랑이 본능적인 육체적 애욕이 아닌, 문화 예술적인 교감으로 시작된다는 점이다. 이것은 사실상 막장 드라마와 다를 게 없는 전체적인 서사에 예술과 비리에 대한 비판을 끼워 넣으며 막장 드라마의 이미지를 세탁한다. 불륜에 대한 불편한 감정을 해소하며 오히려 합리화할 수 있는 명분으로 작용하는 것도 바로 이 부분이다.
당당하고 지적인 캐릭터의 전형인 오혜원. 반항 기질과 감수성, 그리고 순수함까지 가진 이선재의 성격 또한 육체적인 사랑이 아니라는 것을 거듭 강조할 뿐이다. ‘예술대학의 비리와 교수 사회의 위선’이라는 드라마 속 설정과 천재적인 재능과 순수한 마음으로 올곧은 예술의 길을 걷는 이선재와 그에게 든든한 후원자가 돼주는 오혜원의 관계 또한 1차원적인 불륜과 거리를 두는 키워드가 된다.
그렇게 본다면 ‘핑계 없는 무덤 없다’는 금언이 떠오를 수밖에 없다. 남이 하면 불륜이고 자신이 하면 로맨스, 이선재와 오혜원에게는 예술적으로 고귀한 행위가 되는 것이다. ‘밀회’는 고상한 반열의 문화 예술을 매개로 스무 살을 뛰어넘는 사랑을 말하지만 그것은 결국 불편한 육욕을 내포하고 있으며 예술과 비리, 위선은 불륜을 정당해주는 도구가 될 수 없다. ‘어차피 우리 모두가 거짓의 삶을 살고 있었다’는 것을 말해주려는 듯 보이지만 당위적으로 불륜을 합리화하려는 것일 뿐, 불륜의 본질적인 차이는 변하지 않는다. 어떤 불륜도 정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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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적 감성 통한다면 사랑할 수 있지만…
이선재는 충분히 오혜원을 사랑할 만하다. 나 역시 스무 살 무렵, 아름다운 중년의 여자 연예인들을 보면서 ‘저런 여자와 살라면 살 수 있겠다’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일반인이라도 자기관리가 잘 돼 있는 여자라면, 우선 외모 면에 상당한 경쟁력을 지닌 여자라면 어린 남자의 심장을 떨리게 할 수 있다고 본다. 더군다나 선재에게 혜원은 처음 자신의 능력을 알아봐 준 스승이자, 유일하게 예술적 감성이 통하는 사람이다. 내 주변의 사례를 봐도 순수한 사랑일수록 예술적 감성에 이끌리는 것 같다.
하지만 선재를 순수하다고만 생각하진 않는다. 첫눈에 반한 혜원에게 무작정 사랑 고백을 하는 건 순수해서라기보다 남자라는 족속 자체가 이성보다는 감성이 먼저라, 몸과 마음이 가는대로 일을 저지르기 때문이다. 한편 선재 입장에서 혜원을 사랑할 때 자신이 얻게 되는 물질적 정신적 이득을 생각 안 할리 없다. 드라마에서야 천생 순진남으로 묘사되지만 현실에서는 거의 불가능하지 않을까. 두 사람은 충분히 사랑에 빠질만 하고, 불륜을 뛰어넘는 고귀한 사랑으로 귀결되길 바라지만 먼 훗날을 상상해볼 때 과연 오혜원과의 사랑이 영원할지는 의문이다. 만약 이들이 헤어진다면 ‘남자의 성욕은 젊은 여자를 통해서 해소한다’는 보편적 논리에서 벗어나지 못해서가 아닐까. 이우성 아레나 옴므플러스 기자



글·김유림, 진혜린|사진·jtbc 제공


여성동아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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