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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조승욱 PD&조홍경 트레이너~ ‘히든 싱어’ 메이킹 스토리 ①

우먼동아일보

2013. 12. 17

살벌한 서바이벌 오디션이 축제의 현장이 됐다. 도전자들이 레전드급 가수들을 들었다 놨다 하는 모습은 재미를 넘어 전율을 느끼게 한다. 영양가 가득한 이 성찬을 준비하는 숨은 두 주인공을 만났다.  


조승욱 PD&조홍경 트레이너~ ‘히든 싱어’ 메이킹 스토리 ①


“섭외가 가장 힘들었던 김건모, 모창이 어려웠던 백지영,
대인배 조성모… 그들과 함께 만든 감동의 축제”

진짜 같은 가짜에 관한 가장 흥미로운 이야기는 찰리 채플린의 일화다. 채플린은 1930년대 미국의 한 도시를 지나던 중 채플린 흉내 내기 대회가 열리는 걸 보고 호기심이 생겨 몰래 참가했다. 우승은 떼놓은 당상이니 스스로 핸디캡을 주기로 했다. 트레이드마크인 지팡이와 콧수염을 뺀 것이다. 참가자들은 평소 채플린이 즐겨 입는 옷을 차려입고 우스꽝스러운 몸짓을 그대로 흉내 냈다. 이 대회에서 2등도 아닌 3등을 한 진짜 채플린의 기분은 어땠을까.  
종합편성채널 JTBC의 ‘히든 싱어’는 1명의 오리지널 가수와 5명의 모창 능력자들이 얼굴을 숨긴 채 목소리를 겨루고, 1백 명의 패널들이 이 가운데 진짜 가수를 찾아내는 프로그램이다. ‘그까짓 것, 식은 죽 먹기’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채플린의 일화처럼 오리지널을 찾아내는 게 만만치 않다. 원조 가수들과 수십 년 친분을 자랑하는 연예인 패널들도 1라운드부터 패닉에 빠지기 일쑤. 심지어 커튼 뒤에 숨은 원조 가수를 향해 ‘저 사람이 가장 노래를 못 부른다’ ‘저 사람이 원조일 리가 없다’는 식의 악담(?)을 쏟아내기도 한다.
 

조승욱 PD&조홍경 트레이너~ ‘히든 싱어’ 메이킹 스토리 ①

&nbsp;<b>(좌)</b>도전자들을 지도해 원조를 위협하는 ‘목소리의 마술사’ 조홍경 보컬 트레이너. <b>(우)</b>‘히든 싱어’를 제작하며 매 회 큰 선물을 받는 기분이라는 조승욱 PD.



실패한 연출자, 목소리의 마술사를 만나다
서바이벌이라는 잔인한 틀 안에 이렇게 재미있는 요소를 녹여낸 주인공은 조승욱 PD와 조홍경 보컬 트레이너(보이스펙트 원장)다. 조승욱 PD는 ‘히든 싱어’로 대박을 내기까지 적잖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KBS에서 ‘윤도현의 러브레터’ ‘달려라 울엄마’ ‘해피선데이’ 같은 간판 예능 프로그램을 연출한 그는 JTBC로 이적한 후 1백만 달러(한화 10억 7천만원) 상금을 내걸고 야심 차게 제작했던 ‘메이드인 유’가 실패하면서 맘고생을 해야 했다. 그러다 생각해낸 것이 ‘히든 싱어’다. 처음엔 모창을 하는 가수들이 오리지널 가수와 한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면 재밌겠다는 단순한 생각에서 출발했다. 그럴 듯한 무대를 만들려면 모창 가수의 실력을 끌어올려줄 조력자가 필요했다. 그가 바로 조홍경 원장이다. 조 원장은 Mnet ‘슈퍼스타K1’을 시작으로 SBS ‘놀라운 대회 스타킹-목청킹’, MBC ‘위대한 탄생’까지 숱한 사람의 목소리를 빚어낸 ‘목소리 마술사’로 꼽힌다. 두 사람의 의기투합으로 ‘히든 싱어’는 시즌1에 이어 시즌2까지 승승장구 중이다.



모창 가수들이 정말 노래를 잘한다. 예선 경쟁률도 치열할 것 같은데.  
조홍경 사실 지원자가 그렇게 많지는 않다. 예선 경쟁률이 3대1은 돼야 하는데, 지금까지 그 정도 되는 경우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조승욱 조홍경 원장님이 고생을 많이 하신다(웃음). 처음 ‘히든 싱어’를 기획하면서 도전자들이 얼마나 잘해줄지가 관건이라고 생각했다. ‘맨 땅에 헤딩’이라도 해보자는 심정으로 시작했는데, 조 원장님 덕분에 암흑 속에서 빛을 찾았다(웃음).

참가자들을 트레이닝하는 특별한 비법이 있나.

조홍경  지원자들의 실력이 천차만별이다. 음악의 ‘음’자도 모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가수 못지않게 노래도 잘하고 끼도 있는 사람도 있다. 우선 지원자 가운데 본선에 진출할 사람을 가린 다음 음악성은 있는데 모창 능력이 부족한 사람은 그 가수의 특징을 뽑아내 훈련시키고, 가창력이 부족하면 호흡이나 발성부터 다시 트레이닝시키는 경우도 있다.

가수마다 모창의 난이도가 조금씩 다를 것 같다. 지금까지 출연했던 가수 중 모창이 가장 어려웠던 가수는.

조홍경  백지영 씨가 가장 어려웠던 것 같다. 백지영 씨는 음색이 독특하고 감성이 짙기 때문에 쉽게 흉내 낼 수 없다. 장윤정 씨 같은 경우엔 원래 발라드 가수에서 시작했기 때문에 트로트 특유의 습관이 별로 없다. 그런데 도전자들은 거의 지방에서 트로트 가수로 활동하는 분들이라 자신만의 독특한 창법과 바이브레이션을 갖고 있었다. 도전자의 습관을 교정하고, 오리지널 가수 특유의 창법을 덧입히는 과정이 힘들었다.

가수들이 경연을 벌인다는 점에서 화제가 됐던 ‘나는 가수다’와 비교하는 사람들이 많다. 신승훈처럼 ‘나가수’에 안 나갔던 가수들이 ‘히든 싱어’에는 출연하기도 하고.

조승욱 기존 가수들이 음악을 소재로 서바이벌 경쟁을 벌인다는 점은 비슷하지만 우리 프로그램은 가수에 대한 또 다른 의미의 헌정 쇼라고 볼 수 있다. 도전자와 시청자들은 그 가수의 음악 세계를 연구하며 빠져들고, 가수는 자기 음악을 돌이켜보는 시간이 된다. 다만 보통의 헌정 쇼는 그 가수에 대한 찬양이 주를 이루는 데 반해 우리 프로그램은 가수를 ‘들었다 놨다’ 한다는 점이 좀 다르다(웃음).

주철환 JTBC 대PD는 원조 가수 섭외를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라고 하더라. 그만큼 섭외가 어렵다는 얘기일 텐데.

조승욱 사실 일반인과 경쟁을 한다는 건 가수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일일 수도 있다. 우리 프로그램에 출연하려면 그걸 즐길 만큼의 여유와 내공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파일럿 프로그램 때 콘셉트를 이해하고 흔쾌히 출연해준 박정현, 김경호 씨에게 감사드린다.  
섭외가 특히 힘들었던 가수를 꼽자면.
조승욱 섭외는 매번 힘들었고(웃음) 김건모 씨 같은 경우엔 ‘나가수’ 이후 방송에 대한 마음의 벽이 높아진 것 같았다. 활동도 거의 하지 않는 상황이었고.



글·김명희 기자 | 사진·지호영 기자, JTB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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