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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녀석들’ 홍일점, 강예원 냉정과 열정

기획·안미은 | 글·김지영 기자 | 사진·안지섭(ab STUDIO)

2014. 12. 26

데뷔 후 줄곧 생기발랄한 이미지로만 소비되던 강예원이 화제의 드라마 ‘나쁜 녀석들’에서 색다른 매력을 보여줬다. 범죄자가 범죄자를 잡는 기발한 설정으로 전개되는 극 중에서 유일하게 냉철한 이성을 지닌 경찰로 열연한 것. 우리가 아직 다 보지 못한 그의 매력, 어디까지일까.

‘나쁜 녀석들’ 홍일점, 강예원 냉정과 열정
4.1%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케이블TV OCN의 역사를 새롭게 쓴 드라마 ‘나쁜 녀석들’이 최근 종영했다.

정직 중인 형사와 연쇄살인범·청부살인업자·폭력조직 보스인 범죄자 3명이 우리 사회를 좀먹는 ‘나쁜 녀석들’을 소탕하는

이 드라마에서 강예원(35)은 이성적으로 사건에 접근해 팀의 질서와 균형을 맞추는 경찰청 특수수사팀의 홍일점 유미영 경감으로 등장한다.

“작품을 고를 때 원래 캐릭터를 안 봐요. 이번에도 시나리오가 재미있고, 함께할 배우들의 면면이 기대돼 출연을 결정했어요. 제작진은 영화 ‘하모니’에서 보여준 시크한 느낌이 유미영과 어울릴 것으로 기대했지만 캐릭터 자체가 제 몸에 잘 맞는 옷은 아니었어요. 실제로는 유미영과 달리 감정을 잘 숨기지 못하고 매사를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편이거든요. 다른 배우들처럼 거친 액션 연기를 하며 사건 해결에 결정타를 날리지 못한 게 아쉬워요. 배우들 중 체력이 가장 팔팔해서 액션 연기를 할 기회가 있었다면 정말 잘했을 것 같아요(웃음).”

총 11부작의 사전제작 드라마로 기획된 ‘나쁜 녀석들’은 한창 인기리에 방영 중이던 10월 말 모든 촬영을 마쳤다. 매 장면마다 공들여 찍다 보니 영화 11편을 찍은 기분이라는 강예원은 “한 가족처럼 지내던 배우들, 스태프들과 헤어지려니 마음에 구멍이 뚫린 것처럼 허전했다. 그들과 또다시 함께 작업하고 싶다”며 촬영장에서의 추억을 더듬었다.



“드라마를 찍을 때는 배우들끼리 밥 먹을 시간도 없어요. 다들 각자 알아서 하는 분위기거든요. 게다가 이번에는 촬영장에 남자뿐이어서 처음에는 삭막하고 무서웠지만 서로 웃으며 일하면 좋겠다 싶어서 선배들에게 먼저 다가갔더니 진심이 통하더라고요. 현장 분위기도 화기애애해지고 배우들도 마음 깊이 친해져서 서로 시간 맞춰 식사하고 그랬어요. 일부러 시간을 쪼개지 않으면 힘든 일인데도 제가 함께하는 것을 워낙 좋아하니까 못 이기는 척 동참해준 선배도 있죠(웃음).”

‘나쁜 녀석들’ 홍일점, 강예원 냉정과 열정
‘나쁜 녀석들’ 홍일점, 강예원 냉정과 열정


‘나쁜 녀석들’ 홍일점, 강예원 냉정과 열정
연기, 공동 작업이라 더 매력적이다

강예원은 스스로 인정하듯 사람을 유난히 좋아하고 공동 작업을 즐긴다.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선명회 합창단원으로 활동하며 공동체 생활의 묘미를 맛봤다. 노래를 잘해 대학에서도 성악을 전공한 그가 14년째 배우로 살고 있는 것도 연기가 여러 사람들의 공동 작업으로 빚어내는 예술이라는 점에 매료돼서다.

“어릴 때부터 영화를 좋아했어요. 내 인생의 영화는 ‘대부’예요. ‘블루 벨벳’ 같은 예술영화도 즐겨 봤고요. 그때는 배우에 대한 관심이 별로 없었어요. 영화에 대해 깊이 토론하고 싶어 하는 허세가 있었죠(웃음). 그러다 중학교 때 영화를 보는데 배우가 그렇게 멋져 보일 수 없었어요. 그때부터였을 거예요, 막연하게나마 배우를 꿈꾼 것이. 성악은 노래로 연기를 하는 것이기에 성악과 연기가 같은 선상에 있다고 생각했어요. 이런 얘기를 하면 왜 연극영화학이 아닌 성악을 전공했는지 의아해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건 어릴 때부터 물심양면으로 많은 지원을 해주신 부모님과 저 나름의 노력을 헛되이 저버리고 싶지 않아서예요. 굳이 연극영화를 전공하지 않더라도 성악을 하며 쌓은 경험으로 제 부족함을 메울 수 있을 거라는 확신도 있었고요.”

그의 자신감이 통한 것일까. 한양대 1학년에 재학 중이던 2001년 그는 SBS 시트콤 ‘허니허니’에 캐스팅되면서 연기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지금까지 출연한 드라마는 ‘천 번째 남자’와 ‘나쁜 녀석들’ 두 편뿐일 정도로 그의 주된 활동 무대는 스크린이었다. 영화를 고집한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묻자 싱거운 답이 돌아온다.

“편식하지 않는데 영화 시나리오만 들어오더라고요(웃음). 드라마도 영화 못지않게 매력적인 영역이라고 생각해요. 어느 작품이든 끝날 때마다 헤어짐이 고통스럽기 때문에 한 팀과 계속 작품을 바꿔가며 찍고 싶어요. 정이 많은 편이에요. 내 안의 감성이 그래요.”

그의 차기작은 1월 개봉하는 영화 ‘연애의 맛(가제)’. 오지호와 그가 각각 산부인과 의사와 비뇨기과 의사로 만나 사랑을 키워가는 달달한 로맨틱코미디다. 어느덧 30대 중반의 나이로 접어든 그가 실제로 꿈꾸는 사랑과 결혼은 어떤 것일까.

“예전에는 꿈꾸는 게 많았어요. 다이어리도 한해에 서너 권씩 쓰고, 영어 공부한다며 영어일기도 썼는데 인생은 제가 계획한 대로 살아지는 게 아니더라고요. 그래서 지금은 사랑이나 결혼에 대해 깊이 고민하거나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지 않아요. 뭔가를 계획하면 조바심을 내게 되니까 현재만 생각하려고 해요. 나이 때문에 결혼을 서두를 생각은 없어요. 사실 나이를 잊고 산 지 오래됐어요. 제 나이는 22세에 멈춘 것 같아요. 숫자 2를 좋아해서 계속 22세라고 생각하며 살거든요. 사랑하는 사람이 나타나면 누가 말려도 결혼할 거예요. 제 이상형은 착하고 정이 많은 사람이에요. 마음이 여리면서도 제가 기댈 수 있는 사람이 좋아요. 저는 남자를 보듬을 만큼 마음이 넉넉한 사람이 못 되거든요. 호호.”

연애보다 일을 즐기는 그의 롤 모델은 영화 ‘비긴 어게인’에서 인상 깊은 연기를 펼친 키이라 나이틀리다. 그는 키이라 나이틀리처럼 밝은 에너지를 뿜어내며 보는 이의 오감을 만족시키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소망했다. 10년 후 그의 자화상이 문득 궁금해졌다.

“지금보다 모든 면에서 더 나은 사람이 돼 있으면 좋겠어요. 그때도 연기하고 있고 결혼도 했을 것 같아요. 결혼해서도 일과 가정생활 모두 잘해나가는 배우이고 싶어요. 대사를 외울 수 있고 몸을 움직일 수 있고 정신이 말짱할 때까지 연기할 거예요.”

디자인·김석임 기자

헤어·이현(제니하우스)

메이크업·오윤희(제니하우스)

스타일리스트·박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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