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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Style 미남의 SENSE&SEXIBILITY

“그걸 꼭 지금 써야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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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미남 | 일러스트·송다혜

입력 2014.09.03 14:08:00

칼럼 보낼 날짜는 이미 지났고 무슨 얘기를 써야 할지도 떠오르지 않았다.
낮에 회사 일도 미루고 글을 쓰는데 느닷없이 섹스가 하고 싶어졌다.
찰싹 찰싹 입으로 소리를 내며 엉덩이를 매우 쳤다. “아, 재밌다. 흐흐흐.” 웃으며 입으로 더 소리를 냈다. “찰싹 찰싹. 엉덩이 때릴 때 나는 소리는 찰싹 찰싹이랑 안 비슷하지?” “음, 그건… 척, 척, 이랑 비슷하지 않아? 근데 오빠? 그렇게 하면 조으아?” 수현이는 발음이 이상해졌다. 나는 좌우로 골반을 흔들며 정면을 향해 창을 찌르듯 앞으로 더 깊이 쑥 쑥 눌렀다. “응, 좋아.” 수현이는 잠자코 그대로 있었다. 허리는 얇은데 엉덩이가 토실토실해서 더 좋았다. 위에서 내려 보는 것만으로도 흥분되는데 삽입도 했고, 엉덩이도 때리고 있으니, 아, 이건 뭐라 설명할 방법이…. 여기까지 적고 있는데, “오빠?” 수현이가 불렀다. “그걸 꼭 지금 써야 돼?” “응, 써야 돼. 카톡 계속 오고 있단 말이야. 글 빨리 달라고.” “그렇구나.” 수현이는 더 이상 말을 안 했다… 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다시 말했다. “또 내 얘기 써?”

나는 자주 수현이에게 낮에 카톡을 보낸다. 회사에서 네이버나 다음에 접속해 이것저것 누르다 보면 느닷없이 그녀가 생각날 때가 있다. 그래서 카톡을 보냈다. ‘자자, 이리 와.’ 수현이는 방학이어서 시간이 많다. 혹시 궁금해하는 사람이 있을까 봐 적자면 수현이와 나는 열네 살 차이다. 자랑하려고 적는 건 아니다. 아무튼 수현이가 시간이 많아서 그랬는지 ‘정말? 어디로?’라고 답장을 보냈다. 장난친 건데. 물론 마음은 진심이지만 낮에 일하다가 어딜 가…? 곰곰이 생각해보니 저녁에도 약속이 있었다. 바쁜 남자는 여자가 자주겠다고 해도 잘 수가 없구나. 아무튼 대낮에 어린 여자에게 그런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는 게 좋았다. 그날 이후 나는 자주 수현이에게 한낮에 야한 내용의 메시지를 보냈다. ‘지금 너 괴롭히고 싶어’ 같은 거.

며칠 전 밤에 모텔에 갔을 때 수현이가 내 가방에서 ‘여성동아’를 발견했다. “오빠가 왜 여성지를 봐?” 못 들은 척 ‘무한도전’ 재방송을 보며 웃고 있는데 수현이가 칼럼을 발견해냈다. “미남? 글 쓴 사람이 미남이면 오빠야? 오빠 만날 미남, 미남 이러고 다니잖아.” “아냐, 업계에 나 말고도 그런 사람들 많아.” “뻥치네. 오빠, 이 여자 나 아냐?” “맞아, 너야. 괜찮아? 기분 나빠?” “아니. 사람들이 나인 줄 모를 텐데, 뭐. 그리고 신기해.” “뭐가?” “내가 잡지에 나오는 거.” “다음엔 뭐 쓸 거야?” “뭐 쓰면 좋겠어?” “오빠가 쓰고 싶은 거 쓰는 거지. 근데 오빠, 오빠는 나 엎드리게 한 다음에 뒤에서 삽입하는 거 좋아하는 거 같아.” “내가 그걸 좋아해?” “응. 내 엉덩이 때리면서 몸을 부르르 떨어. 그거 보는 거 재밌어. 오빠가 좋아하는 거 보는 것도 좋고.” “아, 그럼 다음에 그거 써야겠다.” 내가 정말 그걸 좋아하나? 당장 알고 싶어졌다. 그래서 수현이를 뒤돌아서 엎드리게 한 후 치마를 올렸다. 서둘렀다. 뻑뻑했다. “네가 어려서 그래.” “집에 있는 언니랑 할 때는 뭐가 달라?” 나는 대답 안 했다.

그녀는 늘 괜찮다고 말한다

‘이달엔 꼭 일찍 보내줘.’ 편집장이 진작 카톡을 보냈고 나는 일찍 보낼 자신이 있었지만 신기하게도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왜 그러지? 왜 매번 다음에는 빨리 보낼 수 있을 것 같지. 앞으론 빨리 보낼 수 있을 것 같을 때도 나에게 말해야겠다. 아니야, 나는 빨리 못 보내. 착각하지 마, 라고. 그래서 결국 이 지경까지 왔다. 섹스 칼럼 보낼 날짜는 이미 지났고 무슨 얘기를 써야 할지 떠오르지는 않았다. 낮에 회사 일도 미루고 글을 쓰는데 느닷없이 섹스가 하고 싶어졌다. 여자의 엉덩이를 때리면서 뒤에서 삽입하는 거, 딱 그 동작을 하고 싶었다. 수현이에게 카톡을 보냈다. ‘어디야?’ ‘청담동.’ ‘뭐해?’ ‘커피 마셔.’ ‘엉덩이 때리고 싶어.’ ‘엉덩이만 때리고 싶어?’ ‘아니, 넣고.’ ‘ㅋㅋ’ 수현이가 웃는 모습이 보이는 것 같았다. ‘진짜 하자.’ ‘응, 회사 앞으로 갈게.’ ‘진짜? 괜찮아?’ ‘응. 오빠가 좋아하면 나도 좋아.’



회사엔 자료 조사하러 간다고 하고 신사역 앞으로 온 수현이를 태우고 모텔에 갔다. 회사 근처 모텔이었다. “오빠, 우리 너무 대범한 거 아냐?” “괜찮아. 들켜도 낮에 모텔 가느라고 나왔다고 하면 오히려 용서해줄지도 몰라. 부럽다고 할 수도 있어. 하하.”

모텔에 들어가자마자 씻지도 않고 넣어버렸다. 좋았다. 수현이랑 할 때마다 느끼는 건데, 삽입하고 움직일 때 어떤 힘이 압박을 한다. 이래서 남자들이 어린 여자를 좋아하나. 혼잣말까지 했다. 정상 체위로 누워 있다가 수현이를 침대 밖으로 끌고 와서 손으로 바닥을 짚고 엎드리게 했다. 그리고 뒤에서 삽입했다. 찰싹 찰싹. 그리고 지금까지 읽은 바와 같이 이 글을 쓰고 있다. 모텔 컴퓨터는 워드 프로그램이 없어서 지금까지 쓴 분량이 얼마나 되는지 모르겠다. 수현이는 내 등 뒤, 침대에 누워 있다.

“글 막히면 다시 이리로 드루와 드루와.” 수현이가 말했다.

“그걸 꼭 지금 써야 돼?”
“그래야 할 것 같아.”

“근데 오빠 내가 재밌는 얘기 해줄까? 이 얘기 써도 될 것 같아.”

“뭔데?”

“내 친구가 어제 남자친구한테 차였어. 왜 차였는지 알아?”

“바람 폈어?”

“어. 그런데 자기도 모르게 바람을 핀 거야.”

“응?”

“홍대에서 술을 마시다가 남자 테이블이랑 합석을 했대. 그런데 그중 한 명이 마음에 들었나 봐. 엉겨 붙어서 술을 마셨지. 그러고 나서 2차를 갔는데 시간이 너무 늦어서 남자친구한테 연락을 했대. 자기도 뭔가 찔리는 게 있으니까 조용한 데 가서 페이스타임으로 화상 통화를 한 거야. 그런데 남자친구가 계속 화를 내더래. 그러다가 아까 마음에 들어했던 남자가 불러서 전화를 끊었대. 그때부터 테이프가 끊겼대. 눈을 떴더니 그 남자네 집인 거지. 기억을 더듬어보니까 그 남자네 집 화장실에서 남자친구랑 페이스타임으로 통화를 한 거야. 그런데 그 와중에 섹스한 기억은 나더래.”

“좋았대?”

“응. 너무 좋아서 남자친구는 생각도 안 나더래. 그래서 전화도 안 했대. 낮에 문자가 왔대. 헤어지자고. 그래서 헤어졌대.”

“원나잇한 남자랑은 잘됐대?”

“아니. 남자가 11시쯤 일어나더니 가라 그랬대. 그래서 왔대. 근데 오빠.”

“응?”

“그 편집장 예뻐?”

“어.”

“진짜?”

“응. 그 편집장이 이 글 읽을 테니까.”

“오빠, 그런데 역시 오빠는 글 쓰는 모습이 멋있다.”

나는 키보드를 두드리다 말고 수현이 옆으로 가서 앉았다. 수현이를 끌어앉았다.

“수현아, 너는 나의 뭐라 그랬지?”

“오빠 비밀 애인.”

“그거 말고. 내가 섹스할 때 귀에 대고 하는 말 있잖아.”

“이것도 쓰려고?”

“몰라.”

“그 단어는 어차피 못 쓸걸. 오빠가 써도 그 편집장이 지울걸.”

“그래도 말해줘. 네가 그 말하면 흥분될 것 같아.”

“****.”

못 썼다. 모텔에서 나오니 오후 4시 50분이었다. 회사에 들어가야 해서 수현이를 바로 보냈다. 미안해서 미안하다고 말했다. 수현이는 괜찮다고 대답했다. 수현이는 늘 괜찮다고 말한다.

미남

작업 본능과 심연을 알 수 없는 예민한 감수성을 동시에 지니고 있으며, 남성들의 통속화된 성적 비열과 환상을 드러내는 글을 쓴다.

여성동아 2014년 9월 60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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