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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Style 미남의 SENSE & SEXIBILITY

우리는 아직 섹스는 하지 않았다

[PAGE.152]

글·미남

입력 2014.08.08 11:25:00

그녀와 나는 띠동갑이다. 나는 서른넷, 그녀는 스물둘. 내가 결혼하기 전에는 이 여자가 그렇게
좋지는 않았다. 너무 어리고 너무 마르고 가슴이 작았다. 그리고 그때는 맑고 부드러운 허벅지가 안 보였다. 하지만 지금은 보인다. 초승달 같은 손톱도. 나는 그 손톱과 가늘고 긴 그녀의 손가락을 볼 때마다 꼬집듯이 만져주면 좋겠어, 라고 생각한다.
“지금?”

“응. 빨리.”

“사고 나면 어쩌려고?”

“안 나.”

나는 그녀의 손을 내 바지에 가져왔다. 페니스에 손이 닿자 그녀는 손을 가져갔다. 하지만 나는 너무 하고 싶었다. 무엇이든. 그래서 말했다.



“빨아줘. 쪽쪽, 스크류바 먹듯.” 일부러 야하게 말했다. 야하게 말할수록 희열을 느낀다. 그녀는 나를 위해 무엇이든 해준다. 바지 위에 솟아오른 부분을 만지더니 바지 안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그리고 만졌다.

“손톱! 아파.”

“미안.”

그녀가 손을 빼려고 할 때 나는 핸들을 놓고 두 손으로 그녀의 한 손을 잡았다. 그녀는 계속 만졌다.

“좋아?” 내가 물었다. 그녀가 내게 물어야 하는 건데. 만져주니까 나는 당연히 좋다. 그런데 만져주는 사람도 좋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나만 좋으면 미안하니까.

“응, 좋아.” 그녀가 대답했다. 나는 잘 모르겠다. 그녀는 내가 좋아하면 늘 좋아한다. 내가 좋아서 좋다는 건가? 아니면 내 페니스의 감촉이 좋다는 건가. 그런데 내가 그녀의 음경을 만져주는 것도 아닌데, 그녀의 성감대가 손에 있는 게 아니라면 내 페니스를 만진다고 좋을 리가 없지 않나? 내가 여자를 모르는 건가. 아무튼 나도 그녀를 좋게 해주고 싶었다. 뭘 해서든. 그래서 그녀의 허벅지를 쓰다듬었다.

“그런데, 오빠가 이렇게 만져줄 때랑….”

“잠깐만, 네 손이랑 내 손이 꼬였어.”

그녀는 다시 말을 이어갔다. “오빠가 이렇게 만져줄 때랑 침대 위에서 만져줄 때 느낌이 달라. 같은 데를 만져도 달라.”

내 손가락이 허벅지 안쪽으로 더 깊숙이 들어갔다. 그녀는 한 손으로 내 팔을 막았다. 빵빵, 뒤에서 경종을 울리던 차가 차선을 옮겨 나를 추월해갔다.

“대학교 때였나? 버스를 타고 가다가 창밖을 보는데 승용차를 운전하던 남자가 머리를 자꾸 흔들더라고.”

“왜?”

“그래서 자세히 봤더니 여자 머리가 남자 허벅지 위에 있는 거야.”

“진짜?”

“응.”

갑자기 내 페니스에 그녀의 침이 묻는 게 상상이 갔다.

“해줘. 빨아줘.” 빨아줘, 라고 말할 때마다 조금 쾌감이 느껴졌다.

“지금? 어떻게?”

“빨리. 지금 차 섰잖아. 신호 바뀌기 전에 빨리.”

그녀는 놀라서 서둘렀다. 허리띠를 풀고 지퍼를 열고 바지를 5cm쯤 내렸다. 그리고 두서없이 입에 넣었다. 혀로 페니스를 뭉개듯이 눌렀다. 차들이 출발했다. 나는 많이 좋아서 오른손으로 그녀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뒤로 하고 싶어졌다. 그녀는 치마를 입고 있었다. 뒤로 돌려 앉힌 후에 치마만 들어 올리면 될 것 같았다. 하지만 그러기엔 너무 위험하다. 나는 결혼을 했으니까.

그녀는 차가 불규칙하게 움직일 때마다 상체를 고정시키기 위해 내 허벅지를 어깨로 꾹 눌렀다. 그녀는 어깨뼈가 느껴질 만큼 말랐다. 마른 건 싫지만, 뼈는 안 싫었다. 뼈가 내 허벅지 근육의 결을 분해하듯이 움직였다. 그것은 색다른 쾌감이어서 나는 일부러 가속 페달은 빠르게 밟다 느리게 밟다가를 반복했다. 그녀는 아마 내가 이제 그만해도 괜찮아, 라고 말해주기를 기다렸을 것이다. 그녀는 나를 정말 좋아하니까. 내가 원하는 것은 뭐든 들어주니까. 그리고 나는 곧 정말 그렇게 말했다. “그만 해도 괜찮아. 고마워.” 고마워, 라고 말한 건 내가 그녀에게 아무것도 해줄 수 없기 때문이다. 결혼을 했기 때문이 아니라 운전 중이어서. 그리고 빨리 집에 들어가야 하니까. 하지만 그만해도 괜찮아, 라고 말한 건 내가 아무것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 하고 싶은데, 어떡하지, 아, 그냥 뭔가 꺼려졌다. 그래서 나는 바보같이 말해버렸다.

우리는 아직 섹스는 하지 않았다
“좋아?” 좋을 리가 없는데, 그걸 아는데 머저리 같은 질문을 한 것이다. 여자의 페니스를 핥을 때 나도 기분이 별로다. 그냥 남자라면 응당 그렇게 해줘야 한다니까 하는 거다. 하지만 미안했기 때문에 질문을 했다. 내 걸 빠는 게 좋으면, 내가 아무것도 안 해줘도 덜 미안하니까, 혹시라도 내 걸 빠는 걸 좋아하기를 바라며, 질문한 거다. 무슨 말이 이렇게 꼬이지? 그래, 다시 생각해도 머저리 같다, 나.

“뭘 그런 걸 물어? 좋지.” 그녀가 대답했다. 그녀는 나를 너무 좋아한다. 그녀는 내 걸 빠는 게 좋은 게 아니라, 내가 기분 좋아하는 걸 좋아하는 것이다. 결혼을 안 했다면 이 여자랑 결혼하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마음 때문에 결혼을 하고 싶은 건 아니다. 아니, 맞는데, 그게 전부는 아니다. 나는 그녀의 손톱이 좋다. 뜬금없지만.

블랙박스는 당분간 못 달 것 같다

그녀는 손톱을 초승달처럼 기른다. 항상 진한 파스텔 톤의 매니큐어를 칠하는데 집게손가락은 색이 다르다. 정말 예쁘다. 나는 그 손톱과 가늘고 긴 그녀의 손가락을 볼 때마다 내 페니스를 상상한다. 꼬집듯이 만져주면 좋겠어, 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녀는 자주 그렇게 해준다. 그녀는 나를 부르거나 그냥 내가 옆에 있을 때 별 의미 없이 손가락으로 내 팔뚝을 가볍게 긁듯이 만진다. 그것만으로도 나는 충분하게 좋다.

“거기 물 티슈로 손가락 닦아봐.”

“왜?” 티슈를 집어 들며 그녀가 물었다. 나는 그녀의 집게손가락을 내 입에 집어넣었다. 그녀는 당황했지만 손가락을 빼지는 않았다.

“오빠? 근데 내가 이상한가 봐. 가끔 오빠가 이럴 때 좋아.”

“네가 남자를 만나는 건 괜찮아. 하지만 내가 모르게 만나면 좋겠어. 그리고 다른 남자랑은 이렇게 변태 같은 짓 하지 마.” 동문서답했다. 남자들은 다 나 같은가? 그렇다면 남자는 정말 최악이다. 나는 딸도 아들도 안 낳을 거다.

광화문역에 가까워졌다. 그녀의 집은 파주다. 나는 결혼하기 전엔 이 여자가 이렇게 좋지 않았다. 너무 어리고 너무 마르고 그래서 가슴이 작았다. 그리고 그때는 맑고 부드러운 허벅지가 안 보였다. 손톱도 안 보였다. 지금은 보인다.

나는 그녀의 머리채를 일부러 잡았다. 과격하게 다루는 느낌을 주려고. 왜냐면… 그렇게 하면 여자가 내 것 같다. 그리고 아픔을 느끼지 않을 만큼의 과격한 행동은 여자를 흥분시킨다, 라고 남자인 나는 생각하는데, 아닌가? 아무튼 머리채를 잡고 다시 내 허벅지로 끌고 왔다. 그녀는 순순히 응했다. 좋았다. 아, 너무 넣고 싶었다. 정말 너무.

“그런데 이런 게 불륜인 거야?” 내가 말했다. “불륜은 나쁜 남자랑 나쁜 여자가 하는 건 줄 알았는데, 불륜을 내가 하고 있으니까 이상하다.” 또 내가 말했다.

“아, 그래? 이런 게 불륜이야?” 그녀가 고개를 들고 말했다. 나는 대답하지 않고 다시 그녀의 머리채를 잡고 눌렀다.

“아닌가? 우린 그냥 좋아서 이러는 거고, 가정을 깰 마음은 없으니까 불륜은 아닐 거야.” 그녀는 말이 없었다. 내가 계속 빨아주기를 원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그녀와 나는 띠동갑이다. 나는 서른넷. 그녀는 스물둘. 요즘 드는 생각인데, 얘나 나나 무언가 어린 것 같다. 그렇지… 아닌가?

집에 있는 사람이 생각났다. 내 아내. 우리 신혼집은 오래된 아파트라서 주차장에 무인 카메라가 없다. 그래서인지 자꾸 차 옆을 다른 차가 긁고 간다. 아내는 계속 블랙박스를 달라고 말한다. 달아야 하는데 당분간 못 달 것 같다. 블랙박스가 너무 많은 것을 알려주게 될까 봐.

광화문에 도착했다. 그녀는 파주로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 차에서 내렸다. 우리는 아직 섹스는 하지 않았다.

미남 작업 본능과 심연을 알 수 없는 예민한 감수성을 동시에 지니고 있으며, 남성들의 통속화된 성적 비열과 환상을 드러내는 글을 쓴다.

일러스트·송다혜

여성동아 2014년 8월 60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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