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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성 심근경색 이건희 회장 받은 저체온 치료법의 효과

그것이 알고 싶다

글·구희언 기자 | 사진·동아일보 사진DB파트, 뉴시스 제공

입력 2014.06.17 11:09:00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급성 심근경색으로 응급수술을 받았다. 이건희 회장의 입원에 세계 경제계가 촉각을 곤두세웠지만, 회복 과정에서 적용된 저체온 치료법은 심장 질환을 가진 환자와 일반인들에게 그 이상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인위적 동면 상태’를 만드는 시술이 마치 공상과학 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그러나 저체온 치료법은 이미 국내외 의학계에서 그 효과가 검증된 방식이다.
급성 심근경색 이건희 회장 받은 저체온 치료법의 효과
급성 심근경색으로 응급수술을 받은 이건희(72) 삼성전자 회장이 9일 만에 삼성서울병원 중환자실에서 일반 병실로 옮겨졌다. 삼성그룹 측의 브리핑과 삼성서울병원의 보도자료를 바탕으로 수술 당시의 상황을 정리하면 이렇다.

5월 10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자택에서 오후 9시쯤 늦은 저녁을 먹은 이 회장은 속이 안 좋다고 호소하며 식은땀을 흘렸다. 소화제를 복용하고 비서가 등을 두드렸지만 소용이 없었다. 계속 통증을 호소하던 이 회장은 오후 10시 20분경 자택에서 쓰러졌다. 이 회장의 비서는 자택에서 제일 가까운 순천향대병원 응급실로 이 회장을 신속하게 옮겼다. 당시 이 회장은 자가 호흡이 불가능한 상태였고, 응급실에 도착한 오후 10시 50분경에는 심장 박동이 거의 없었다. 순천향대병원에서 심폐소생술(CPR)을 받고 심폐 보조기 에크모(ECMO)를 단 이 회장은 이튿날 오전 1시 15분경 서울 강남구 일원동 삼성서울병원으로 옮겨졌다. 이 회장은 삼성서울병원에서 심혈관을 넓혀주는 스텐트 삽입술을 받았다. 새벽 3~4시경 모든 치료와 수술을 마친 뒤에는 저체온 치료법이 이어졌다.

아버지의 갑작스런 와병 소식에 11일 오전 해외 출장에서 급히 돌아온 장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이 회장이 안정을 되찾은 것을 확인하고 회사로 돌아갔고, 부인인 홍라희 리움미술관장, 장녀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차녀인 이서현 삼성에버랜드 패션사업부문 사장 등 다른 가족들은 돌아가며 병원에서 이 회장 곁을 지켰다.

이 회장의 비서가 평소 그의 건강 관리를 전담한 삼성서울병원이 아닌 자택 인근 순천향병원으로 먼저 간 것은 당시의 긴박했던 상황을 짐작케 한다. 이 회장의 의식 회복 시점이 늦어지자 항간에는 위독설이 나돌았다. 이에 삼성서울병원과 삼성그룹 측은 “이 회장이 안정된 상태에서 회복 중”이라며 위독설을 일축했다. 5월 20일 삼성그룹 측 관계자는 “이 회장의 병세가 호전돼 5월 19일 일반 병실로 옮겼다”고 밝혔다.

심장 근육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갑자기 막히거나 좁아지면서 괴사하는 질환인 심근경색은 한국인 돌연사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사단법인 대한심폐소생협회의 연구에 따르면 급성 심장사 형태의 심정지는 예측이 불가능하고 주로 의료 기관이 아닌 곳에서 발생한다. 따라서 심정지 환자의 생존 가능성을 높이려면 시간 지연을 최소화하면서 신속한 심폐소생술과 응급 의료 체계 반응, 의료 기관의 전문 치료가 집중적·통합적으로 진행돼야 한다.



급성 심근경색의 대표적인 증상은 가슴이 조이는 듯한 통증이 30분 이상 지속되는 것. 이 회장의 증세에서 보이듯, 체한 것처럼 메스껍거나 호흡 곤란을 느끼는 것도 급성 심근경색의 전조일 수 있다. 증상이 나타나면

2시간 내에 가까운 병원에 가 혈관을 넓히는 시술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실제로 환자들이 병원까지 가는 동안 골든타임을 넘길 때가 많다.

심근경색으로 심장 마비가 왔다면 4분 내에 심폐소생술을 실시해 심장 박동을 되돌려야 뇌 손상을 막을 수 있다. 흡연자거나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같은 질환이 있다면 주기적인 검진과 운동, 채소 위주의 식이치료법이 심근경색 예방에 도움을 준다.

급성 심근경색 이건희 회장 받은 저체온 치료법의 효과

1 저체온 치료법은 심정지 상태에서 소생 후 뇌와 장기의 손상을 최소화하도록 돕는 치료법이다. 2 5월 11일 오후 이건희 회장이 입원 중인 서울 강남구 일원동 삼성서울병원 로비에서 관련 뉴스가 나오고 있다.

일시적으로 체온 내려 뇌·장기 손상 막는 저체온 치료

이 회장이 수술 직후 받은 저체온 치료법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저체온 치료법은 심장 정지 후 생기는 뇌와 장기의 손상을 줄이려 신체를 인위적으로 동면 상태로 만드는 것이다. 국내서는 1997년 박규남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응급의학과 교수팀이 국내 최초로 저체온 치료법을 시행한 바 있다. 인체는 심장 박동이 멈추면 갑자기 줄어든 혈액량으로 살아남기 위한 적응을 시작하는데, 이때 갑자기 심장 박동이 되돌아오면 혈액량이 급격히 늘어나 뇌와 장기가 붓거나 손상될 수 있다. 심폐소생술로 멎었던 심장을 다시 뛰게 해도 이 때문에 사망하는 경우가 많다.

저체온 치료법은 환자의 몸을 정상 체온보다 낮은 32~34℃의 저체온 상태로 일정 시간 동안 유지해 뇌 손상을 유발하는 신경전달물질의 생성과 분비를 억제하고 미세 혈류 개선과 뇌압 감소 등의 효과를 통해 2차적 신경 손상을 막는다.

심정지 상태에서 소생한 후 저체온 치료법을 썼을 때 그렇지 않은 이들에 비해 6개월 내 사망률이 낮고, 신경학적 회복률이 높은 건 여러 연구에서 밝혀진 사실이다. 저체온 치료법의 단계는 유도기, 유지기, 회복기로 나뉜다. 유도기에는 체온을 목표 체온(32~34℃)까지 떨어뜨린다. 목표 체온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기간인 유지기는 보통 12~24시간 정도. 회복기에는 정상 체온으로 되돌리기 위해 시간당 0.25~0.5℃의 속도로 체온이 상승하도록 한다. 저체온 치료법을 할 때는 외부 냉각법과 내부 냉각법을 각각 또는 함께 사용해 저체온의 유도와 유지를 효과적으로 할 수 있다.

외부 냉각법은 차가운 주머니나 담요를 머리와 양 겨드랑이 등 신체에 가까이 놓고 냉각된 물이나 공기를 냉각 담요나 패드에 순환시켜 저체온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최근에는 목표 체온을 설정하면 자동으로 체온을 내려주는 외부 냉각 장치가 개발돼 과거보다 안정적으로 저체온 치료법을 할 수 있다. 내부 냉각법은 정맥에 4℃의 생리식염수 같은 차가운 액체를 주입하거나 혈관 내 냉각 도관을 삽입해 저체온을 유도하는 방법이다. 대정맥 내에 냉각 도관을 넣어 지속적으로 저온의 액체를 순환, 체온을 조절하는 것. 외부 냉각법과 소요 시간은 비슷하지만 목표 체온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

2010년 서울성모병원 응급의료센터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저체온 치료법을 실시한 심정지 환자의 생존율은 23.2%로 통상적인 심정지 환자의 생존률(2.5%)보다 9배 높다. 다만 저체온 치료법을 쓸 때는 저체온증에 빠져 심장이 다시 멎지 않도록 환자의 체온 조절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박규남 서울성모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저체온 치료는 안정성이 확립된 치료법이다. 심정지 상태였다가 심장 박동이 돌아온 환자가 의식이 없을 경우 저체온 치료법이 쓰인다. 이런 환자의 경우 심장 박동이 돌아왔을 때 뇌·심장·신장 등의 손상이 진행될 수 있어 미국심장학회 등에서 저체온 치료를 권장한다. 심실 빈맥이나 심실 세동일 경우 꼭 해야만 하는 치료”라고 말했다. 이 치료법을 받는 환자는 혼수상태에서 벗어나 정상체온으로 돌아오는 동안 특이한 현상을 보인다. 환자의 의식이 과거부터 최신 기억까지 역순으로 돌아오는 것. 이런 현상은 최근 기억을 만들고 활용하는 뇌의 해마 부위가 오래된 기억을 저장하는 부위보다 먼저 손상되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건강이 회복되더라도 이 회장의 나이를 고려했을 때 긴 시간의 요양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 회장이 부재하더라도 장남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순조롭게 ‘포스트 이건희 시대’를 열어갈 거라는 데 많은 이들의 의견이 일치한다. 다만 이 부회장의 경영 능력은 제대로 검증되지 않았다고 말하는 이들이 많다. 언론 인터뷰를 하거나 경영관 등을 밝힌 적도 없다. 한편 이 회장 입원 이후 열흘 동안 삼성 계열사 주가가 급등, 지배구조 재편이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여성동아 2014년 6월 60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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