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의 제품들은 20~30대 여성들은 물론 중고생들 사이에서도 선풍적 인기를 끌었기에 충격은 더 컸다. 그동안 A 브랜드의 ‘자연주의’ 콘셉트와 제품력을 신뢰해온 소비자들은 실망을 감출 수 없었다. 해당 브랜드 측의 공식적 발표는 “각 제품에 사용된 향료와 색소, 보존제 등은 식약처를 통해 안전성과 유용성이 검증된 성분이다. 피부자극 테스트 등 실험을 통해 안전한 결과를 받은 성분만을 사용하고 있으며, 해당 성분의 배합 한도를 정해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는 것. 또한 화장품 원료 수급부터 생산까지 전 과정에서 철저한 품질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며 소문을 부인했다.
현재 이 소문이 어디서 시작됐는지도 알기 어려운 상황이고, 이미 공식적 대응도 끝나 성분에 대한 논란은 다시금 흐지부지될 전망이다. 대체 왜 자꾸 이런 불신과 혼란이 반복되는 것일까? 나날이 커지는 뷰티 시장, 매달 쏟아져 나오는 신제품 그리고 듣기만 해도 놀라운 신기술과 성분들, 그 속에서 우리는 신뢰할 수 있는 제품, 내 피부에 해를 끼치지 않는 제품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쏟아져 나오는 제품보다 훨씬 많은 정보들이 넘쳐나니, 그 안에서 ‘진실’을 골라내기란 전문가도 쉽지 않은 일이다. 게다가 화학 성분이라 해도 여전히 유해성에 있어 논란이 되고 있는 것들이 많고, 잘 알려진 유해 성분의 이름을 교묘하게 바꾸거나, 법적으로 문제 되지 않는 선까지 함유시키는 등 업체들 스스로 불신을 쌓는 바람에 잊을 만하면 한번씩 ‘괴담’처럼 터져 나오곤 하는 것으로 보인다.
2000년대 초반부터 파라벤, 석면 탤크, 스테로이드 등 화장품에 들어가서는 안 될 유해 성분 관련 사건이 꾸준히 제기되면서, 각종 언론 매체와 소비자단체들은 화장품 원료에 함유된 화학성분에 대해 지속적으로 경고해왔다. 불안해진 소비자들은 ‘자연주의, 유기농, 식물성, 천연’ 등이 붙은 제품을 찾기 시작했다. 하지만 식약처에서는 이러한 용어들의 기준에 대해 단지 “비유기농 원료가 소량이라도 들어가면 유기농 화장품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만 밝혔을 뿐. 이렇다 보니 해당 용어에 대한 정의가 브랜드마다 달라 소비자들의 혼란만 커진 상황이다. 그렇다면 ‘천연 성분 제품을 쓰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지만, 이 역시 피부에 안전을 보장하는 기준은 되지 못한다. 전성분표에 천연 추출물 식의 성분이 기재돼 있어도 제품 내 비율이 나와 있지 않으니 얼마나 넣었는지 알 수가 없고, 천연 성분이라고 해서 피부 자극이 전혀 없다는 뜻도 아니기 때문이다. 천연 성분이든 화학 성분이든 알레르기 반응은 병원에서 일일이 패치 테스트(등에 피부 자극 물질로 의심되는 물질들을 붙여 결과를 보고 판별하는 검사; 첩포검사)를 하지 않는 이상 알 수 없다. 결국 우리가 기댈 수밖에 없는 것은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당부하는 말 정도다. 첫째 화장품이 모든 사람들을 만족시킬 것이란 기대는 버릴 것, 둘째 ‘자연’ 등을 내세운 브랜드 콘셉트에 현혹되지 말고 최소한 주요 유해성분이 들어있지 않은 화장품을 선택할 것(아토피나 민감성 피부를 지닌 소비자라면 더더욱), 셋째 유해 성분이 들어있지 않아도 얼굴에 바르기 전 귀 뒤 쪽 또는 팔 안쪽에 조금 발라 20분 정도 매장에 머물며 테스트 하는 습관을 들일 것. 무엇보다 아름다워지려면,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지식부터 갖춰야 한다는 것을 기억하자.
● 반드시 피해야 할 성분
디부틸히드록시톨루엔(DHT)｜미네랄오일｜부틸하이드록시아니솔(BHA)｜소디움라우릴황산염, 소디움라우레스황산염｜소르빈산｜아보벤젠(부틸메록시디벤조일메탄)｜옥시벤존(벤조페논-3)｜이미다졸리디닐유레아, 디아졸리디닐유레아, 디엠디엠히단토인｜이소프로필메틸페논｜이소프로필알코올(프로필알코올, 프로페놀, 이소프로페놀, 러빙알코올)｜인공향료｜트리에탄올아민(TEA)｜트리클로산｜파라벤(파라옥시안식향에스테르)｜페녹시에탄올｜폴리에틸렌글리콜(PEG)｜합성착색료(황색 4호, 적색 219호, 황색 204호, 적색 202호 등)｜호르몬류(에스트로겐, 난포호르몬, 에스트라지올, 에티닐에스트라지올)
■ 참고도서ㆍ대한민국 화장품의 비밀(거름), 오리지널 뷰티 바이블(월드런트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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