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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소유할 수 없는 모두의 都敏俊xi, 김수현

글·진혜린 | 사진· 박해윤 이기욱 기자, 동아일보 사진DB파트, 키이스트 제공

2014. 04. 16

김수현 씨. 나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 무슨 짓을 했지, 했어. 아무 짓도 안 했는데 내가 이럴 리 없잖아? 내가 분명 ‘별에서 온 그대’를 21회 동안만 보려고 했는데, 내가 넘어갔나? 내가 이런 애가 아니거든. 물론 멋있는 건 인정. 그렇다고 내가 드라마하고 현실을 구분 못하는 사람이냐? 아니거든. 멋있는 거로 따지면 도민준이 훨씬 멋있지. 근데 내가 왜 김수현 씨를 곱씹어야 하지? 난 늘 좋아하는 배우가 바뀌던 여자야. 그런 내가 왜 그쪽과의 인터뷰를, 내가 왜 그쪽의 팬 사인회를, 팬 미팅을? 나 미친 건가?

소유할 수 없는 모두의 都敏俊xi, 김수현
드라마는 끝났는데 후폭풍이 거세다. 쇄도하는 광고 요청부터 팬 사인회, 팬 미팅까지는 예견된 수순. 거기에 총 7개국 9개 도시를 순회하는 아시아 팬 미팅 투어 또한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한 그림이었다. 그런데 온도가 다르다. 드라마가 끝나면 으레 진행되는 인터뷰에서 만난 기자들도, ‘별에서 온 그대’(이하 ‘별그대’) 이전부터 그를 모델로 기용해온 업체 관계자들도, 한류 스타의 성지 순례를 위해 한국을 찾는 관광객들도 “지금껏 이런 적은 없었다”고 입을 모은다. 국내의 그 어떤 톱 배우도, 그처럼 순식간에, 그처럼 광대하게, 이처럼 뜨거워진 이는 없었다. 더 이상 말해 봐야 입만 아프다. ‘별그대’ 이후 김수현을 직접 만났으니, 이제 그 확인만이 남았을 뿐.

가질 수 없어 갖고 싶은

많은 것을 가진 배우지만 연이은 흥행 기록은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한 일이다. 이를테면 김수현에게만 늘 미소 짓는 행운 같은 것. 하지만 3월 5일 서울 명동 롯데호텔에서 그를 만났을 때 그가 이룬 성공의 원천이 영민함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물론 그는 “보는 사람이 쉽게 마음을 열수 있는 캐릭터를 맡았던 건 운이 좋았기 때문”이라며 흥행의 공을 돌렸지만 행운도 그였기에 잡을 수 있지 않았을까 싶었다.

전작의 흥행은 오히려 올가미가 될 수도 있었다. ‘해를 품은 달’ 이훤과 ‘은밀하게 위대하게’의 리해진은 그만큼 강력했으니까. 하지만 ‘별그대’가 시작된 후에는 이훤도 리해진도, ‘도둑들’의 전지현과 불꽃 튀던 케미도 잊은 채 오로지 도민준만을 바라보게 했던 건 다름 아닌 배우 김수현이 가진 힘이었다.

그는 “연기하는 데 있어 전체를 바라보는 넓은 시야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을 가지고 생각해보니 나는 숲이 아닌 나무를 보는데, 한 그루 한 그루가 아닌 나무들을 보는 것 같다”고 했다.



“다른 사람이 볼 때는 제 성격이 굉장히 집요하게 느껴질 수 있을 것 같아요. 너무 한곳에만 치우쳐 한곳만 파는 게 아닌가 하는 말을 들을 정도로. 하지만 드라마 촬영을 할 때, 매 컷들, 매 신들, 매 회마다, 그리고 드라마 전체를 만드는 데 제가 가진 성격이 많은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요. 연기를 하는 데 있어서 어떤 감정을 집요하게 표현하지만 그 감정선들이 이어지면, ‘아, 저 사람이 많은 표현을 했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러길 바라고요.”

그러니까 자꾸 곱씹게 되는 건지도 모르겠다. 한 컷 한 컷을 집요하게 고민하고 그 수많은 컷을 통해 한 작품을 그려내는 그의 커다란 그림 안에서 시청자들은 감복하고야 만다. 예를 들면 키스신에 대한 심도 깊은 고찰이랄까.

사실은 “어쩜 그렇게 키스신을 잘 찍냐? 연습이라도 하는 거냐?”는 질문으로 시작된 농담 같은 이야기였다. 쑥스러운 듯 웃기만 하더니 “연습은 어떻게, 거울 보고 하나?”라는 질문에는 결국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트리고 만다.

“거울요? 음하하. 현장에서 여러 번 상상을 했던 것 같아요. 얼음 호수에서 (키스를) 할 때는 시간을 멈추잖아요. 멈춰진 시간 동안 어떻게 키스를 하는 게 진심을 표현하는 데 가까울까를 생각하는 거예요. 목을 손으로 감아야 하나, 어깨를 감싸야 하나. 그런데 손을 잡는 게 가장 진심을 표현하는 것 같아서 장갑을 벗고 걸어갔죠. 대본에 없던 내용이라 종방연 때 작가님이 장갑을 벗을 때 정말 좋았다고 하셔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소유할 수 없는 모두의 都敏俊xi, 김수현
장갑 하나에 진심을 담는 키스신은, 키스를 하고 나면 기절하는 남자의 키스 실력에 대한 고민부터 시작됐다.

“능숙해 보여야 하나, 어설퍼 보여야 하나 고민을 해봤거든요. 캐릭터에 충실하려면 딱딱한 모습을 보여드리는 게 맞는데, 많은 분들이 소리를 질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흐~’ ‘어떻게~’ 그런 소리를 듣고 싶어서 각을 더 만들어내기도 했습니다(웃음).”

그의 예상은 도합 일곱 번의 키스신을 통해 입증됐다. 하지만 키스신은 그저 한 그루의 나무에 불과할 뿐. 그렇게 집요하게 그려낸 나무들이 모여 아시아 여심을 뒤흔든 마성의 도민준이 완성된다.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매력이 제가 역할을 고르는 기준이기도 합니다. 제가 하려는 캐릭터가 작품 속에 어떻게 녹아 있느냐를 많이 보는 편이죠. 영화 ‘타짜’에서 장 마담이 고니에 대해 ‘이 남자, 가질 수 없는 건가?’ 하는 대사가 나와요. 그 장면을 보며 ‘아, 가질 수 없는 남자는 굉장히 갖고 싶겠구나’ 하는 생각을 해보기도 했거든요. 도민준은 가질 수 없는 남자잖아요. 천송이(전지현) 앞에서 무릎을 꿇기 전까지는 ‘가질 수 없는 남자’를 표현해보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캐릭터의 감정을 어루만지고 그것을 김수현화하는 진중한 고민 끝에 탄생한 것이 4백 년을 지구에서 산, 세상에 둘도 없이 매력적인 도민준이다.

“4백 년이라는 세월을 표현하는 데 있어서 도민준이 갖고 있는 사람에 대한 상처들을 생각해보게 됐어요. 처음 지구에 도착해서 호기심도 많았지만, 점점 사람들을 알게 되면서 상처를 받아가는 과정을 통해 감정을 누르고 마음을 닫을 수밖에 없었던 거죠. 외계인이라고 해서 특별히 다르다고 보지 않고, (다른 역할과) 똑같이 감정선을 만들었기 때문에 어떤 불편함을 느끼지는 않았어요.”

물론 도민준을 포함한 모든 배역에는 배우로서, 또 남자로서 그가 표현하고자 하는 공통분모가 존재한다.

소유할 수 없는 모두의 都敏俊xi, 김수현
“어떤 연기를 어떻게 할까, 그런 고민보다 먼저 ‘어른이 되어야지, 남자가 되어야지’ 그런 생각이 앞서요. 남자가 되는 조건 중에 자신감과 여유가 있더라고요. 언젠가 ‘남자는 눈빛에 자신감하고 여유만 있으면 돼’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그게 마음에 크게 박혔어요. ‘눈에 그런 것을 담고 싶다, 지금은 그 이상을 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 억지로라도, 일부로라도 그렇게 하고 있지 않나 싶어요.”

2007년 데뷔해 드라마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나 ‘자이언트’의 아역 시절에도 눈도장을 찍었지만, 그가 본격적으로 스타덤에 오른 것은 드라마 ‘드림하이’로 볼 수 있고, 그것은 고작 4년 전의 일이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가파른 상승 곡선을 타고 있는 지금의 김수현은 그때와는 많이 다르다. 물론 스스로는 “굉장히 좋아지고, 나아졌다고 볼 수는 없다”며 “울지 않고 웃을 수 있는 정도”라고 했지만. 스타 탄생을 예견하고, 그의 눈부신 성장을 목격한다는 것, 그리고 더 이상 국내에 머물지 않을, 세계로 뻗어나갈 그의 시작을 지켜볼 수 있다는 건 팬으로서 분명 설레는 일이다.

나는 마음 잘 표현하는 남자

“드라마가 잘되고, 많은 분들이 찾아주시고, 또 궁금해하시는 거, 굉장히 기분이 좋고 감사한 일입니다. 물론 두려운 부분도 있어요. 계속 도전하려는 입장이지만 아무래도 지켜야 할 부분이 생겨나면서 굉장히 구애를 많이 받기도 하거든요. 하지만 그럴수록 더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생기기도 하더라고요. 우리 회사, 키이스트 식구들이나 동료 배우분들. 이야기를 나누면서 더 가까워지는 면도 있고, 부담이 있기 때문에 여러 군데 의지를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스물여섯 살. 하고 싶은 것이 참 많은 나이다. 영화 ‘디스트릭트 9’이나 ‘프로메테우스’를 좋아한다며 “외계인이 진짜 있을 것 같지 않나요?”라고 묻기도 하고, 샤워 장면에서 하체에 두른 수건 안에 수영복을 입었다며 부끄러움을 타기도 했다. 당황하면 귀부터 빨개지고, SNS는 잘 다루지 못하며 좋아하는 앱 게임은 없지만 가끔 삼국지 게임은 즐겨 한다고 했다. 도민준이 되고 나서는 친구들에게 “나 진짜 초능력 쓰는 것 같냐?”며 “어때? 어때?” 묻기도 하고, 워낙 친구들과 어울려 볼링을 치거나 배드민턴 치는 걸 좋아한다고도 했다. 배우로는 대한민국의 얼굴이 됐지만 연기를 빼고 나면 스물여섯 살, 한창 혈기 왕성한 젊은 청춘일 뿐이다. 사랑도 마찬가지. 천송이 같은 여자친구는 어떠냐고 물으니 “대본을 보면서 천송이의 행동이 귀여워 죽겠는 거예요” 하며 정작 본인이 더 귀여운 표정을 짓는다.

“천송이 같은 발랄한 여자친구가 있다면 좋기도 할 것 같고, 피곤할 것 같기도 해요. 그런 여자친구를 감당하려면 도민준과 같은 능력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여하간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하는 목소리는 군인 복창하듯 우렁차다. 하지만 그는 드라마 속 캐릭터 혹은 설정이 완전히 납득되지 않을 때도 있는가 보다. 이를테면 단답형으로만 일관하는 차가운 도민준에게 끌리는 천송이의 마음 같은 것.

“궁금한 것이 있습니다. 도민준은 ‘몰라, 시끄러워, 안 해’ 이런 류의 말을 하잖아요. 그러면 정말 그 여자가 내 여자가 되나요?”

그건 불가능하다는 투의 질문에 “김수현 씨라면 가능하지 않을까”라는 대답과 “완얼이잖아. 완벽한 얼굴”이라는 대답이 기자들 사이에서 쏟아져 나온다. “머리가 작다”는 기자들의 칭찬에 귀까지 벌게졌던 그가 다시 또 쑥스러워했다. “그러니까, 김수현 씨 당신은 어떤 스타일이냐”고 채근하자 “저는 그렇게 해본 적은 없는 것 같아요. 또 (마음을) 잘 표현하는 편인 것 같고요” 한다.

그는 진중한 사람이 되고 싶은 듯했다. 웃음을 참지 못하거나 장난기 어린 표정을 들키기라도 할라치면 “죄송합니다” 하며 사과를 하기도 했다. 그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자신의 매력, 자신의 성격에 대해 “진중함?”이라고 여러 번 말하기도 했다. 그의 말처럼 ‘아무래도 지켜야 할 부분’이 있을 수밖에 없는 자리니까. 그래도 인간 김수현으로서의 욕심이 있을 것 같았다.

“하하하, 여러모로 욕심이 많습니다(웃음). 사실은 (바쁜 스케줄에) 아직도 적응하는 중입니다. 이미 많은 부분 적응되기도 했고, 또 이제는 다른 부분에서 행복을 찾기도 했습니다.”

아직도 톱스타에 적응 중인 그는 또다시 대한민국에서 가장 바쁜 남자가 됐다. “보내준 성원에 감사 인사를 드리는 게 도리”라며 7개국 9개 도시를 순회하며 팬 미팅을 갖는다고 했다. 3월 22일 대만, 23일 상하이 팬 미팅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하지만 벌써부터 한국에 다시 돌아와 선택할 차기작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분명 이훤과 리해진을 씻어냈듯 그는 또 언제 도민준이었냐는 듯 배우 김수현이 돼 새로운 작품 앞에 설 것이다. 그 어떤 역할이든, 김수현이라면 환영이다.

Kim Soo Hyun

송삼동부터 도민준까지. “세상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유일한, 독보적인, 여인이라면 누구나 탐을 낼, 단 하나”라던 이훤의 말처럼, 완벽한 김수현의 어제를 공개한다.

소유할 수 없는 모두의 都敏俊xi, 김수현
# 2011. 01 ‘드림하이’ 출연 중에

‘드림하이’에서 걸쭉한 사투리를 쓰는 깡촌 소년 송삼동이 됐다. 많은 아이돌과 출연한 작품에서 다른 배우들은 연기 연습할 때 혼자 춤 연습을 해야 했다고. 다시 보는 송삼동의 매력이 풋풋하다.

# 2011. 03 ‘드림하이’를 마친 후

아역이후 첫 성인역이자 첫 주연작을 성공리에 마친 김수현은 “배부른 동물은 포악하지 않다더라.

배고픈 동물처럼 연기에 대한 굶주림을 작품을 통해 해소하겠다”며 연기에 대한 열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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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 03 ‘해를 품은 달’을 마치며

‘잊으라 하였으나 잊을 수 없었던’ 이훤으로 40% 시청률을 넘어서며 스타 반열에 올랐을 때. 그는 “산골 촬영장까지 어머님 팬들이 찾아오셔서 챙겨 주셨다. 신기하고 기분이 되게 좋았다. ‘밥차 공양’도 난생처음 받아 봤다”며 “꿈을 꾸는 것 같다”고 했다.

소유할 수 없는 모두의 都敏俊xi, 김수현
# 2013. 05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 시사회 후

‘해품달’ 성공 후 ‘바보연기’라는 과감한 선택을 했던 그는, 시사회를 마치고 “사람들이 보기 편한 바보 연기를 하고 싶었다. 옆에 있으면 부담스럽고 불편한 존재가 아니라, 우리 동네에 진짜로 살고 있어서 너무 편한 그런 동네 바보”라고 말했다.

그의 말은 그대로 적중했고 꽃미남의 바보연기에 7백만 관객이 환호했다.

# 2013 . 05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 시사회 후

영화 촬영을 끝낸 김수현은 지금의 최대 관심사가 ‘볼링’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서울 시내 주요 볼링장의 위치를 꿰고 있다던 그는 한번 게임을 시작하면 네 다섯 시간씩 볼링만 쳤다고 했다.

# 2013. 12 ‘별에서 온 그대’를 시작하며

전작의 흥행과 ‘도둑들’ 이후 전지현과 다시 호흡을 맞추는 것에 관심이 집중됐던 제작발표회 현장.

“김수현이 아니라면 작품이 불가능 할 것 같았다. 외계인이 아니라면 설명하기 힘든 완벽에 가까운 외모”라던 장태유PD의 칭찬이 과장 된 것이 아니었음을 작품을 통해 입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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