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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명적인 그린라이트 연남동 허지웅 씨의 사정

글·진혜린 사진·이기욱 기자, jtbc 제공

입력 2014.04.15 13:58:00

음담을 지성으로 치장해 칼처럼 휘두르는 이 자에게 매력을 느낀다면?
집단 최면이 아닌 이상 분명 이유가 있을 터.
특유의 직설 화법이 매력적인 돌싱남 허지웅은 당신에게 그린라이트입니까?
치명적인 그린라이트 연남동 허지웅 씨의 사정
허지웅 씨의 사정 #1

난 끼워 맞춰진 라이징 스타


“곧 뭔가 사단이 나지 않을까. 여기 계신 분들도 ‘내가 거길 왜 갔을까’ 싶은 순간이 올 거예요. 저는 제 자신을 객관화하는 데 능해요. 생각해보면 대세니, 마성이니 그런 것들은 라이징 스타가 필요하기 때문에 만들어진 게 아닐까 싶어요. 실제 그 사람이 어떤 스타성을 가지고 있거나 현실적인 매력이 있는 게 아니라 라이징 스타가 끊임없이 필요하기 때문에 거기에 끼워 맞춰져서 (제가) 들어간 거죠. 조만간, 제 실체에 대해서 치를 떨면서 침을 뱉고 비난을 하지 않을까 싶어요.”

허지웅(35)은 3월 13일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니스에서 자신의 신간 발매를 계기로 열린 ‘개포동 김갑수씨의 사정’ 북 콘서트에서 스스로의 인기에 대해 신랄한 비판을 서슴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방송가를, 또 연예계 주변을 꽤 오랜 시간 부유하던 그에게는 갑작스러운 사람들의 관심이 의아스러울 수도 있을 것이다.

그의 시작은 잡지 기자였다. 그는 “대학생 때부터 돈이 필요해 글을 썼고, 처음부터 내 글을 사주는 사람이 있어서 계속 쓸 수 있었다”고 했다. 그렇게 ‘씨네 21’과 ‘GQ’를 거치는 수년 동안 방송에서 영화와 문화 평론을 풀어내던, 소설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그에 앞서 세 권의 책을 내기도 한, 기자이자 작가이며 평론가의 위치에 있었다. 하지만 방송에서 그를 볼 때마다 ‘어디서 봤더라’ 하며 기억을 더듬어야 할 만큼 아는 사람만 아는, 대중적 인기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기도 했다.



그런 그가 ‘대세남’ 대열에 합류하게 된 것은 jtbc ‘썰전’과 ‘마녀사냥’에 출연하면서부터. 연애와 이성에 대한 과감한 발언은 매 회마다 화제가 되곤 했다. 물론 남다른 패션 감각이 한몫을 하지만, 미남과는 거리가 먼 비주얼로 ‘섹시하다’는 평까지 듣는다. 때문에 여성 팬의 봉기도 뜨겁다. 실제 신간 예약 구매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북 콘서트에는 1천4백여 명이 모였고, 99%가 여성이었다.

2004년부터 허지웅과 인연을 쌓아왔다는 윤종신은 북 콘서트에 참석해 “허지웅이 평균이 되면 전쟁이 날 거다. 한 명이니까 가능한 이야기고, 그런 한 명은 있을 법하지 않나?”라고 했다.

자기 평가에도 냉정할 수 있는, 그런 점이 허지웅에게 그린라이트를 켤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다. 하지만 그의 말처럼 그럴싸하게 포장된 라이징 스타에 불과할 수도 있고, 언젠가는 모두가 깜짝 놀랄 그의 실체가 드러날지도 모르겠다. 분명한 건, 지금 대중이 그에게 열광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것을 깨고 나올 것인지, 더 예쁘게 포장할 것인지는 스스로가 결정할 사항이지 않을까.

허지웅 씨의 사정 #2

뇌가 섹시한 남자


지금까지의 19금 발언은 원초적이고 본능적이었다. 어둡고 금기된, 저급한 이야기로 치부해버리기 쉬운. 그런데 그의 야한 이야기에는 묘한 설득력이 있다. 궤변일지라도 논리를 가지고 접근하는 그의 시선은 분명 신선하고 치명적이다. 쉽고 간단한 결론, 거기에 기존의 평론가에게서 볼 수 없었던 껄렁함과 위험 수위를 넘나드는 아슬아슬한 발언들. 그 뒤로 ‘뇌가 섹시한 남자’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북 콘서트에 참석한 허지웅의 절친 만화가 강풀은 “그의 책에는 야한 장면이 반복적으로 등장하지만 전혀 흥분되지 않는다”고 했고, 이에 대해 북 콘서트의 사회를 맡은 변영주 감독은 “그것이 허지웅의 필력이다. 이것도 재주구나 싶다”고 맞장구를 쳤다. 김구라도 MBC ‘라디오 스타’에서 “얘(허지웅) 같은 사람이 야한 얘기를 해야 먹히지, 나 같은 사람이 하면 큰일 난다”고 이야기했다. 마치 ‘야한 이야기 라이선스’ 같은 게 주어진 사람처럼, 그의 19금 발언은 반대 의견은 있을지언정 천박해 보이진 않는다. 그래서 내숭 떨법한 여성들이 그에게 환호를 보내는 것이 아닐까. 허지웅은 ‘라디오 스타’에서 “뇌가 섹시하다는 게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 기자들도 아마 모르고 쓸 것이다”라고 했다. 하지만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1차원적인 소재를 낯간지럽지 않게 사랑 혹은 인간관계에 대한 성찰로 승화시키거나, 반대로 한미 ‘FTA 비준안 통과’ 또는 ‘747공약’을 1차원적 소재로 활용할 수 있는 그에게 ‘뇌가 섹시하다’는 수식어가 잘 어울린다.

허지웅 씨의 사정 #3

허지웅이라 할 수 있는 말


치명적인 그린라이트 연남동 허지웅 씨의 사정

2013년은 허지웅에게 특별한 해로 기억될 것이다. ‘썰전’과 ‘마녀사냥’으로 ‘꼬돌남’(꼬시고 싶은 돌싱남)이 됐으니 말이다.

허지웅을 가장 돋보이게 하는 것은 단연 솔직하고 과감한 발언이다. “결혼 전 동거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말로 논란이 되기도 했고, “저는 정말 성욕이 없는 사람입니다” 는 말 한마디로 ‘무성욕자’라는 오명을 쓰기도 했다. 물론 그 또한 악성 댓글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것은 아닐 것이다.

“지웅이가 많이 유명해졌잖아요. 어느 날 그러더라고요. 길거리를 지나가다가 사람들이 아는 척하는 걸 견딜 수 없다고요. 모두가 자기에 대해 욕을 하는 것 같다는 거죠. 허지웅의 말 한마디가 쓸데없이 기사화되는 것, 그게 두렵다는 거예요.”(변영주 감독)

“TV에 나오는 사람들의 연애가 가십 기사로 물어뜯기는 경우가 많아요. 정작 본인들은 억울한 일이지만 대응을 할 수가 없죠. 대중의 사랑을 받았으니까. 저는 그런 부분에 무감각한 편이었죠. 앞뒤 맥락 잘라먹고 기사 쓰는 걸 보면서 격분하고, (SNS에) 글을 올리곤 했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SNS에) 쓰지 않게 되더라고요.”(허지웅)

원하든, 원하지 않든 대중의 스포트라이트 안에 들어온 허지웅. 일반인과 연예인의 경계에 선 지금의 그는 야하지도, 과감하지도 않은 바람을 가지고 있다.

“제가 생각하는 좋은 사람은 자신의 소신을 지키기 위해 몸부림을 치는 게 아니라, 자기보다 어린 사람 혹은 사회적 지위가 낮은 사람(적어도 나만큼은 아닌 사람)의 신념이나 소신을 지키기 위해 거기에 따라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열 명의 여자와 사정이 있는 개포동 사는 김갑수 씨 그리고 그 김갑수 씨의 사정을 듣는 ‘나’의 이야기를 ‘우화’처럼 풀어놓은 ‘개포동 김갑수씨의 사정’. 웃기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때론 껄끄럽기도 했지만 끝내는 코끝 찡한 결론으로 독자를 이끈다. 참고로 100% 픽션이라지만 이 책은 마치 허지웅의 실제 경험담을 듣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한다. 적어도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는 마지막 문장은 그의 이야기임에 분명하다.

참고도서·개포동 김갑수씨의 사정(아우름)

여성동아 2014년 4월 60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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