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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시은 여자가 사랑할 때

글·구희언 기자 | 포토그래퍼·안지섭(abSTUDIO)

입력 2014.02.05 15:58:00

머리를 기르고, 액세서리를 하고, 콘택트렌즈를 끼고, 살을 뺄 때마다 여자는 조금씩 더 예뻐진다.
그중에서도 최고의 비법은 사랑에 빠지는 것이다.
지금 박시은이 그렇듯이.
박시은 여자가 사랑할 때

크리스털 브라 톱 기라로쉬. 터틀넥 니트 톱, 스키니 링, 너클 링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박시은(34)에게 “일일드라마의 여왕”이라고 말했더니 손사래를 치며 무척이나 쑥스러워했다. 하지만 그는 그런 칭호를 얻기에 부족함이 없다. 그가 주연한 전작인 MBC 일일드라마 ‘사랑했나봐’는 시청률 고공 행진으로 포상금에 포상 휴가까지 받았고, 현재 방영 중인 MBC 일일드라마 ‘내 손을 잡아’ 역시도 인기리에 방송되며 사랑받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나 ‘내 손을 잡아’는 2012년부터 연인 관계로 발전한 동료 연기자 진태현이 동반 출연해 방송 전부터 화제였다. “실제 커플이라 감정 이입이 안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도 있었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달콤함도 잠시, 극 중 배신의 고통을 주고받은 두 사람은 추억 어린 카페에서 만나도 서로에게 웃어주지 못하는 안타까운 관계가 돼버렸다. 그런 모습을 보면 못내 안타깝다가도, 이들이 실제로는 여전히 예쁜 연인임을 상기하며 “아, 역시 연기 잘해”라는 말을 하게 된다.

이제 ‘믿고 보는 배우’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은 16년 차 배우 박시은은 이번 작품에서 그 어느 때보다도 다채로운 연기를 보여준다. 그도 그럴 것이 주인공 연수의 인생이 참으로 기구하다. 초장부터 친구 신희 때문에 어머니를 죽였다는 누명을 쓰고 인생에 빨간 줄이 그어진 것도 모자라 뺨 맞고, 달걀 맞고, 돌 맞고…. 맞을 수 있는 건 다 맞는다. 인터뷰 직전 방송분까지도 ‘신희가 어머니를 살해하는 영상이 담긴 USB’를 찾지 못해 시청자를 안타깝게 하던 연수. 그래서 물었다. 대체 연수의 복수는 언제 시작되느냐고. 박시은은 활짝 웃더니 “조만간 보실 수 있을 거다”라고 했다.

매번 당하는 연수의 반격은 언제부터 시작되나요. 그동안 굉장히 내추럴하고 수수하게 나왔다면, 이제부터 곧 화려하게 복귀하며 복수를 시작할 예정이에요. 의상도 한층 화려해질 거고요. 조력자의 도움을 받아 패션 공부를 하고, 대리인 자격으로 복귀해 증거를 찾고 신희의 자리도 뺏고, 받은 만큼 돌려줘야죠(웃음). 이제 복수의 칼날을 쳐들었으니 속 시원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거예요. 기대해주세요.

촬영 일정이 생방송처럼 빡빡해서 힘들 것 같은데. 밤샘이 잦아서 그렇지 현장 분위기 자체는 좋아요. 즐겁게 일하자는 주의라 열심히 하고 있어요. 쉬는 날에도 새로 나온 대본 외우기에 바쁘죠.



장기 레이스인 일일드라마만 연속 두 편째죠. 일일드라마만의 매력은 어떤 건가요. 이번 제작진 역시 지난번 함께 작업한 팀이라 가족 같은 분위기에서 즐겁게 일하고 있어요. 일주일 동안 촬영하고 잠깐 쉴라치면 다음 주 대본이 나오고 그걸 외우다 보면 순간 암기력이 느는 것 같아요. 전작보다 야외 촬영 분량이 많아서 체력적으로 힘들어 링거도 맞고, 피로 해소제도 먹으면서 촬영 중이에요. 입맛이 없어서 살이 많이 빠졌어요.

진태현 씨와 함께 연기해보니 어떤가요. 제작발표회 때 보니 다른 배우들의 몰입을 위해 일부러 붙어 있지도 않고 말도 안 섞는다고 하던데. 처음에는 그랬는데 지금은 대기실도 붙어 있고, 다른 배우들도 개의치 않아 다들 한 식구처럼 지내요. 태현 씨가 연기파이기도 하고 악역을 많이 해봐서 도움을 많이 주고 있어요. 체력적으로 힘들 때도 의지가 많이 되죠. 연기하면서 물어보는 부분도 많고요. 이 작품을 함께하지 않았으면 반년은 거의 못 보고 살 뻔했는데 같이해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어요.

말로는 힘들다지만 내심 재밌어하는 것 같은데요. 촬영장에 있는 배우라는 게 즐거워요. 이렇게 해볼까, 저렇게 해볼까 고민할 때는 괴롭지만 연기하는 건 정말 재밌거든요. 전 지금까지 한 거보다 앞으로 할 게 많다고 생각해요. 누구나 인생을 살다 보면 몇 차례의 터닝 포인트가 오잖아요. 2012년 ‘정글의 법칙’을 찍으러 정글에 갔을 때가 한 차례의 터닝 포인트였다면, 앞으로 연기 인생에서도 터닝 포인트가 또 오지 않겠어요. 좋아요. 고민하면서 사는 것도, 아직 더 나아갈 곳이 있다는 것도.

박시은 여자가 사랑할 때

튜브 톱 미니 원피스 폴앤앨리스. 페더 초커 리지포르투나토by달링유.

좋아하는 일을 하며 얻는 행복

‘정글의 법칙’ 이야기가 나온 김에 물어볼게요. 예능 욕심은 없나요. 예능엔 자신이 없어서(웃음). ‘정글의 법칙’은 예능 반, 다큐멘터리 반이라 웃겨야 한다는 부담감이 없었거든요. 요즘에는 점점 리얼리티를 추구하는 프로그램이 늘고 있는데, 그런 예능 프로그램이라면 환영이죠.

부쩍 더 예뻐진 건 사랑의 힘인가요. 진짜 카메라 마사지를 받고 예뻐진다는 게 맞는 말 같아요. 시청자들의 사랑일 수도 있고, 그런 부분이 없지는 않은 것 같아요. 헤어스타일이나 표정도 방송할수록 정리되는 면이 있고요.

예전에 방송에서 소개한 생크림 세안법이 화제였는데, 피부 관리는 어떻게 하나요. 여전히 거품 세안을 하는데, 이중 삼중으로 해요. 무엇보다 팩을 일주일에 한두 차례 한다는 생각은 버리셔야 할 것 같아요. 저는 일일 1팩을 하거든요(웃음). 세안한 뒤에 나름대로 피부를 진단해서 건조하다 싶으면 수면 팩을 듬뿍 바르고요. 진정이 필요할 것 같으면 알로에 팩을 해요. 유분기가 많다 싶으면 그때 바르는 게 또 있고요. 그렇게 관리하면 아무리 피곤해도 다음 날 화장이 잘 받더라고요. 자가 진단이 중요해요. 저도 피부과 다녀보고 마사지도 받아봤지만, 집에서 꾸준히 관리하는 게 최고더라고요.

확실히 피부에 많이 양보한다는 걸 알겠네요. 먹는 건 어떤가요. 요즘에는 너무 피곤해서 밥 한 공기를 다 못 먹어요. ‘사랑했나봐’를 촬영할 때 아프지 않았던 게 아침을 늘 먹어서였어요. 새벽 5시 전이라도 어머니가 싸주신 주먹밥을 먹고 나가면 하루가 달랐죠. 그때는 밥심으로 촬영하며 버텼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라디오 DJ 하던 시절부터 어머니가 대추와 생강, 배, 도라지 등 목에 좋은 재료를 달인 물을 보온병에 넣고 다니면서 수시로 마셨어요. 그러면 감기도 걸리지 않고, 건강도 유지할 수 있었죠.

운동할 시간은 거의 없겠네요. 못한 지 오래됐어요. 드라마 끝나면 필라테스를 하려고요. 평소에는 등산을 좋아해요. 북한산에 자주 갔는데, 땀 흘리는 것도 좋고 오르내리면서 운동이 되잖아요.

다리에 알은…. 아, 알 배지 않게 오르는 법이 있어요. 비탈을 디딜 때 발바닥 전체로 밟으면 알이 배지 않아요(웃음).

스트레스 받을 땐 어떻게 힐링하나요. 잘 먹고 잘 자고, 마트나 백화점 같은 곳에 가서 윈도쇼핑을 해요. 그게 바람을 쐬어서 좋은 것인지 물건을 구경해서 좋은 것인지는 모르겠는데 기분이 나아지더라고요. 모자 쓰고 다니면 잘 못알아봐요.

파우치 속에 꼭 챙기는 아이템은 뭔가요. 살펴보니 든 게 참 많네요. 평소에는 화장을 안 해서 립밤이나 핸드크림 정도를 챙겨 다니죠.

오늘 촬영하면서 입은 옷들은 마음에 들었나요. 평소 패션 스타일이 궁금해요. 아까 입은 도트 원피스가 예쁘더라고요. 저는 치마보다는 진을 주로 입어요. 오버사이즈 점퍼도 자주 입고요. 이건 태현 씨를 만나면서 바뀐 건데, 힐보다 운동화를 자주 신게 됐다는 점? (태현 씨가) 힐 신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기도 하고, 오래 걷다 보면 다리가 아파서 운동화가 편하더라고요.

앞으로 연기 외에 도전하고 싶은 게 있나요. 라디오 DJ를 했었는데, 그것도 굉장히 하고 싶어요. 저도 스스로 뭘 잘하는지 모르던 열아홉 살 때 열 달 동안 ‘류시원의 기쁜 우리 젊은 날’에 고정 게스트로 출연한 적이 있었어요. 작가 언니가 저더러 마이크를 통해 나오는 목소리가 좋다고 해주셨죠. 그래서 그때 ‘아, 내게 그런 장점도 있구나’ 생각했어요. 뭔가를 하면서 자신의 새로운 면모를 발견해나가는 것 같아요. 영화에도 도전하고 싶어요. 아직 해보지 않은 분야이고, 제 틀을 어디까지 깰 수 있을지도 궁금해요. 연기를 한동안 쉬면서 느낀 게, 삶을 풍요롭게 만들 수 있는 것이 많다는 거였어요. 쉬는 동안 성악도 배우고 수제 가방을 만드는 강의도 들었는데, 가죽을 직접 자르고 재봉하는 게 재밌어서 첫날 6시간 동안 재봉만 하다 왔어요. 지금은 바빠서 못하지만, 기회가 되면 다시 하고 싶어요. 인생에서 심장을 뛰게 하는 일이 많지 않은데, 그걸 발견한다는 건 좋은 일이에요.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는 것도 큰 행복이고요.

박시은 여자가 사랑할 때

도트 시스루 소재를 매치한 시퀸 드레스 데니쉐르by서승연. 버튼 이어링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다음 도전 목표는 영화

워너비가 있나요. 특정한 누군가보다는 여러 사람에게서 각자의 좋은 점을 찾아나가는 편이에요. 예전에 채시라 선배님의 사극을 보면서 ‘나도 나중에 저렇게 해보고 싶다’ 생각했었는데, 첫 사극 ‘천추태후’에서 만났어요. 이 이야기를 했더니 고맙다고 하시더라고요. 연기적인 부분은 채시라 선배께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했고, 이미숙 선배를 보면서는 나이 들어가면서 배우로서 어떤 모습을 갖춰야 할까 생각해요.

최근 본 작품에서 탐나는 캐릭터가 있었나요. 드라마를 좀 보고 싶은데, 촬영 때문에 ‘응답하라 1994’도 ‘상속자들’도 못 봤어요. 나중에 몰아서 봐야 할 것 같아요. 앞으로는 평범하고 착하고 나쁜 평면적인 캐릭터보다는 애매한 캐릭터를 많이 연기해보고 싶어요. 딱 떨어지지 않고 모호하면서도 틀을 깰 수 있는 캐릭터, 바보스럽거나 이성적이지 않은 캐릭터도 좋고요. 몇 년째 틀을 깨나가고 있는데, 영화를 통해서도 정형화된 틀을 깨고 싶어요. 악역도 했는데, ‘사랑했나봐’를 보신 분들은 제가 착한 역만 한 줄 아시더라고요. 캔디 역할은 해봤으니 이제 다른 역할도 해보고 싶어요. 시트콤 속 엉뚱한 캐릭터도 괜찮을 것 같아요.

독자에게 한마디 해주세요. 저는 인생을 행복하게 살자는 주의예요. 그리고 ‘저 사람과 일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누군가에게 탐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매 순간 있는 곳에서 최선을 다하면 그렇게 되지 않을까 싶어 라디오 진행할 때 이런 마음가짐으로 임해봤는데 좋은 피드백이 오더라고요. 조금만 더 신경 쓰면 되는 거였어요. 그러다 보니까 사람이 중요해지고, 소중하지 않은 사람이 없는 거예요. 예전에는 제 연기만 챙겼다면 이제는 사람들을 챙기죠. 혼자 살아서는 세상이 행복하지 않다는 걸 깨닫자 삶이 여유로워지고 욕심을 버릴 수 있었어요. 지금은 아주 행복한 맘으로 여유를 갖고 연기하고, 인생도 즐기고 있죠. 살면서 너무 나만 보지 말고, 다른 것들을 바라보며 살면 좋겠어요.

지금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기인가요. 음, 글쎄요. 앞으로 나이 들고 성숙해지면서 더욱 행복해질 일이 생길 것 같은데요(웃음).

헤어·심성은(제니하우스 올리브점)

메이크업·오윤희(제니하우스 올리브점)

스타일리스트·이현하

어시스트·한현영 윤보람

여성동아 2014년 2월 60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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