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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루카 도티, 어머니를 추억하다

오드리 헵번 서거 20주년

글·구희언 기자 | 사진·홍중식 기자

입력 2013.10.15 11:19:00

오드리 헵번의 둘째 아들 루카 도티가 ‘오드리 헵번 카페’ 제1호점 방문을 위해 한국을 찾았다. 눈이 아름다운 어머니를 닮은 그에게서 들은 어머니와의 추억.
아들 루카 도티, 어머니를 추억하다


“영화배우뿐 아니라 아침을 먹고 하루를 건강하게 시작하길 바라던 어머니로서의 오드리 헵번을 기억할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랍니다.”
전 세계인의 영원한 워너비 오드리 헵번을 추억할 수 있는 카페가 8월 15일 세계 최초로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문을 열었다. ‘오드리 헵번 카페’ 글로벌 1호점은 모던하고 오드리 헵번의 취향이 한껏 반영된 듯한 인테리어가 인상적이다. ‘셰프의 국수전’이라는 프랜차이즈로 유명한 (주)바인에프씨 김석훈 대표가 재단으로부터 사업권을 따냈다. 오드리 헵번 재단 대표이자 오드리 헵번의 둘째 아들인 루카 도티(43)도 카페 오픈 소식에 한국을 찾았다. 루카 도티가 한국에 온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8년에도 그는 어머니의 이름을 딴 주얼리 론칭 건으로 한국을 방문했다.
오드리 헵번은 25세에 배우이자 제작자이던 열두 살 연상의 멜 페러와 결혼해 첫아들 숀 페러(53)를 낳았다. 그러나 1968년 남편의 외도로 이혼하고, 이듬해 자신의 열성 팬이던 아홉 살 연하의 이탈리아 의사 안드레아 도티와 재혼했다. 루카 도티는 이 두 사람의 아들이다. 하지만 두 번째 남편도 외도하자 오드리 헵번은 1980년 또다시 이혼한다. 그 뒤 전직 배우이자 사업가인 로버트 월더스를 만나지만 그와는 결혼하지 않고 평생을 함께한다.
오드리 헵번 카페는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 ‘로마의 휴일’ 등 할리우드 고전 영화의 헤로인이자 한 시대를 풍미한 여배우 오드리 헵번의 이름과 이미지를 사용해 공간을 꾸몄다. 한쪽 벽에는 그의 전성기 사진이 걸려 있고, 다른 쪽에는 도심 정원 같은 생화 장식이 벽면을 뒤덮고 있다. 오드리 헵번이 생전 마지막에 해설자로 참여한 다큐멘터리 ‘세계의 정원’의 콘셉트를 살린 것. 그가 실제로 사용한 시가 50억 원 상당의 주전자와 찻잔 세트도 한편에 전시돼 그를 기억하는 많은 이를 향수에 젖게 했다.

어머니, 강철 나비 같은 여인

아들 루카 도티, 어머니를 추억하다

카페에서 직접 커피를 내리는 루카.



카페를 둘러본 루카 도티는 “열 달 동안 배 속에서 키워온 아이를 출산한 기분이 이런 걸까 싶다”라며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화려하지 않지만 따뜻하던 어머니가 살던 집 같은 분위기를 내고 싶었다”는 그의 말처럼 조용히 책을 읽거나 사색에 잠기기에 좋은 카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곳은 실내 장식부터 컵 홀더까지 모든 것을 오드리 헵번 재단과 협의하에 만들어 생전 오드리 헵번의 취향을 고스란히 반영했다. 실제로 이탈리아에서 그래픽 디자이너로도 활동 중인 루카 도티는 이곳 분위기를 ‘어머니답게’ 만들고자 많은 공을 들였다. 그는 “어머니가 생전에 좋아하던 스타일의 인테리어가 가능한 업체와 디자이너를 찾으려 노력했다”며 “메뉴에도 어머니의 흔적이 남아 있다”고 했다. 이곳에서 판매하는 브라우니는 실제로 오드리 헵번이 아이들에게 만들어주던 레시피에 한국인 취향을 고려해 개발한 것이다. 그는 “여러 메뉴를 조금씩 먹어봤는데 특히 브라우니와 에클레어를 추천한다”고 했다.
“1960년대 중반 형이 학교에 들어갈 무렵 어머니는 배우 활동을 그만두고 가정 생활에 전념하셨어요. 그렇기에 제가 자라면서 본 건 화려한 배우가 아닌 평범한 어머니였죠. 나중에 커서야 어머니가 유명한 분이라는 걸 알고 멋지다고 생각했어요. 늘 우리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걸 좋아하고, 그걸 굉장히 중요하게 여기셨던 기억이 나요.”
한국인에게 오랫동안 어머니가 스타로 사랑받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는지 물었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지 20년이 됐는데도 사랑을 받는 이유는 어머니의 아름다운 겉모습이나 패션이 아닌 살아생전의 행동과 마음가짐 때문인 것 같아요. 어머니가 유니세프와 아동 보호활동에 관심이 많았던 건 아이들을 굉장히 좋아해서예요. 그리고 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살아남은 것에 대한 고마움을 느껴서 그런 행운을 남들에게 전해주고 싶으셨다고 해요. 어머니의 봉사활동은 제게도 많은 영향을 줬죠. 어머니는 생전에 ‘강철 나비’라고 불릴 만큼 생동감 있고 활발한 분이셨거든요. 그런 모습을 기억하는 분들이 지금까지 사랑해주시는 게 아닐까 싶어요.”
그는 카페 오픈식에 참석한 데 이어 서울 강남구 삼성동 메가박스 코엑스점 프리미엄관에서 열린 ‘티파니에서 아침을’ 리마스터링 상영회에도 참석했다. 오드리 헵번의 서거 20주년을 맞아 열린 행사였기에 관계자뿐 아니라 팬들도 영화관을 찾아 큰 스크린으로 아름다운 오드리 헵번의 연기를 감상할 수 있었다. 이날 행사장에선 오드리 헵번의 팬이 어린 루카 도티를 안은 오드리 헵번을 피규어로 만들어 선물하기도 했다.
“이 영화는 유명한 곡인 ‘문 리버’와 어머니의 패션을 살펴볼 수 있는 작품이에요. 52년 전 세상에 선보인 영화를 봐주시는 걸 기쁘고 영광스럽게 생각해요. 어머니를 대신해 감사드립니다.”
루카 도티는 “어머니의 영화를 한 번도 큰 스크린에서 본 적이 없어서 이번에 꼭 봐야겠다”라며 영화가 상영되는 2시간 내내 스크린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다음 장소로 이동하던 그에게 감상을 물었다. 그는 “엔딩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모든 관객이 저처럼 뭉클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여성동아 2013년 10월 59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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