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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기사

세계의 교육 현장을 가다 | 미국

학부모 허리 휘는 개학 세일

글&사진·김숭운 미국통신원

2013. 10. 07

아이들 교육에 돈과 정성을 쏟아붓는 건 한국 학부모들만의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 미국에 거주하는 한인 학부모가 새 학기를 맞아 지출하는 내용을 보면 입이 떡 벌어진다.

학부모 허리 휘는 개학 세일


뉴욕에 거주하는 중년의 한인 M씨는 슬하에 1남 1녀가 있는데 큰아들은 올해 펜실베이니아 주의 명문 사립대에 합격했고, 딸은 이제 고등학교 2학년(미국 학제로 11학년)이다. 8월 그의 지출 명세서를 살펴보자. 아들에게는 학교에서 공통으로 사용하는 A사 컴퓨터와 부대용품, 기숙사에서 사용할 개인 냉장고 등을 사주느라 5천 달러(한화 약 5백50만원)를, 딸에게는 옷과 가방, 신발 등을 사주는 데 1천 달러(약 1백10만원)를 썼다. 물론 이는 아들의 한 학기 대학 등록금 2만8천 달러(약 3천75만원)는 제외한 것이다. M씨는 올해 여름휴가를 포기한 것은 물론 앞으로 두세 달은 신용카드 빚을 갚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
미국은 9월이 새 학년의 시작이다. 9월 첫째 주 월요일에 미국 학교들은 일제히 개학을 한다. 유치원생부터 대학원생까지 새로운 학년, 10개월간의 대장정에 들어가는 것이다.
이에 맞춰 미국 소매상들은 7월 중순부터 일제히 ‘개학 세일(Back-to-School Sale)’에 돌입한다. 연필이나 공책 같은 학용품은 물론이고 옷과 가방, 신발 등도 포함된다. 미국소매상협회의 추산에 따르면 올해 초·중·고등학생 1인당 개학 세일을 통해 구입하는 옷과 신발, 문방용품과 전자제품의 비용은 평균 약 6백35달러(70만원) 정도라고 한다. 이것은 지난해 6백88달러에 비하면 50달러 이상 줄어든 액수다. 소매상협회의 분석에 따르면 올해는 많은 학부모들이 아이들에게 작년에 사용했던 가방이나 옷을 재사용하도록 권장하고 있다고 한다. 불경기의 여파가 학용품 구입에까지 영향을 미친 것이다.

학부모 허리 휘는 개학 세일

1 아이를 기숙사에 바래다주기 위해 자동차 트렁크에 짐을 잔뜩 실은 모습. 2 마트에서 문구류를 둘러보고 있는 학부모. 8, 9월은 자녀 개학 준비로 미국 부모들의 지갑이 얇아지는 시즌이다.



개학 세일 때 가장 큰 지출 항목은 의류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학 세일은 소매업계에 크리스마스 버금가는 대목이다. 이 기간 중 학부모들이 지출하는 비용은 총 7조2천5백억원에 달한다. 가장 큰 지출 항목은 새 옷을 사는 것이다. 학생들은 새 옷을 사는 데 약 2백30달러, 새 신발에 1백14달러, 학교 문방용품 구입에 90달러를 사용한다고 한다. 또한 학생들 가운데 55.7%는 새로운 태블릿 PC나 스마트폰을 사는 데 약 1백99달러를 지출할 예정이라고 한다.
‘개학’이란 새로운 시작을 의미한다. 자식에게 새 옷, 새 신발, 새로운 문방용품을 사주는 부모의 마음에는 ‘새로운 기분으로 공부 잘하라’는 기대가 포함돼 있다. 경제적으로 부담스러워도 자식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 부모가 기꺼이 부담을 감수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M씨는 아들의 등록금과 개학 준비를 위해 은행으로부터 주택융자를 받았지만 그래도 그의 얼굴은 행복해 보였다. 그들은 세계 만국 부모들의 자식을 향한 공통된 짝사랑 구호를 외친다. “그래, 내 허리가 휘어지더라도 너희들은 공부만 잘해라!” 이래저래 미국 학부모들에게 새 학기는 힘든 계절이다.

김숭운 씨는…
뉴욕 시 공립 고등학교 교사이자 Pace University 겸임교수. 원래 우주공학 연구원이었으나, 아이들을 가르치는 게 좋아 전직했다. ‘미국에서도 고3은 힘들다’ ‘미국교사를 보면 미국교육이 보인다’ 두 권의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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