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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산 같은 남자의 뜨거운 마음을 읽다

YG 양현석 대표 단독 인터뷰

글·진혜린 | 사진·지호영 기자, YG엔터테인먼트 제공

입력 2013.09.13 16:46:00

대한민국 가요계를 품에 안은 양현석 대표. 모든 것을 다 가진 듯 보이는 그였지만 여전히 이룬 것보다 이뤄 나갈 것이 더 많다고 말한다. 과거의 영광 대신 미래의 숙제를 껴안은 양현석 대표의 뜨거운 마음이 보인다.
태산 같은 남자의 뜨거운 마음을 읽다


빅뱅이 데뷔한 후 2009년 2NE1이 데뷔하는 데 정확히 4년이 걸렸다. 그리고 또다시 그만큼의 시간이 흐른 지금. 많은 사람들이 YG엔터테인먼트(이하 YG)의 신예를 기다리는 가운데, 8월 20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양현석(44) 대표의 야심작 ‘Who is Next : Win’이 그 베일을 벗었다.
양현석 대표가 공식석상에서 신인가수 데뷔 과정을 소개하는 것은 처음 있는 일.‘Who is Next : Win’은 YG 연습생 11명을 A팀과 B팀으로 나눠 경합을 벌인 뒤 최종 우승팀을 선정, 데뷔기회를 주는 프로그램으로 tvN과 Mnet에서 방송된다.
“빅뱅이 데뷔했던 8년 전과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회사 규모도 커지고 세상도 달라졌어요. 힙합 하는 렉시와 1TYM 등을 배출했지만 YG가 메이저로 발돋움한 것은 빅뱅이라는 팀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빅뱅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8년간 YG가 빛날 수 있었던 것처럼 지금 데뷔하는 남성그룹이 앞으로의 8년을 결정하리라 생각하기에 무척 떨립니다.”
제작발표회 무대에 오른 양현석 대표의 각오는 짐짓 비장해 보였다. 지금껏 그는 신예를 발탁하고 길러내는 과정에서 놀라운 안목과 결단력을 보여줬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모든 권한을 시청자들에게 넘겼다. 그 이유 중 하나로 “도저히 혼자 결정할 수 없을 만큼 두 팀의 실력과 재능, 그리고 가능성이 비등비등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10회 방송 동안 총 3번의 배틀이 펼쳐지며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파이널 배틀에서 문자 투표로 우승자를 가릴 예정이다.
다음은 주인공 11명이 무대에 모습을 드러내는 시간. 수십 대의 카메라 플래시가 한꺼번에 터졌다. 하지만 기자의 시선은 자꾸만 행사장 밖에 마련된 양현석 대표의 대기실로 쏠리고 있었다.
오후 4시에 시작된 본행사가 마무리되고 시계바늘은 이미 저녁 7시를 가리키고 있었지만 양 대표의 일정은 대기실에서도 계속되고 있었다. 사람들이 찾아오고 촬영이 이어졌다. 오랫동안 준비해온 이 프로젝트를 위해 양 대표는 아침부터 식사도 거른 채 만반의 준비를 했다고 한다. 그런 와중에 인터뷰를 강행하려는 기자가 스태프들의 눈에 반가울 리 없다. 하지만 ‘서태지 키즈’로 자란 기자가 20년을 기다려온 남자가 거기에 서 있었다. 눈치 보거나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다행히 YG 출범 이후 처음으로 1백여 명의 취재진을 불러 놓고 마음의 빗장을 열어 놓은 덕분인지, 오랫동안 고심하던 프로젝트의 출발을 성공리에 알렸다는 안도의 기쁨 때문인지 그는 자신의 맞은편 의자를 쓱 밀어주며 기자를 반갑게 맞아주었다. 양현석 대표와의 단독 인터뷰가 시작됐다.

거대 엔터테인먼트회사 YG의 실체

태산 같은 남자의 뜨거운 마음을 읽다

YG의 신인 남자그룹 ‘Winner’가 되기 위한 치열한 서바이벌 배틀 프로그램 ‘Who is Next : Win’은 8월 23일 Mnet 오후 10시, tvN 오후 11시 20분에 첫 방송된다.



그런데 기자도 모르게 불쑥 튀어나온 첫 질문이 “왜 여태 밥도 못 먹고 일하느냐”였다. 그는 이 엉뚱한 질문에 싱긋 웃으며 “K팝(SBS ‘일요일이 좋다-K팝스타’)에 출연하면서부터 배가 부르면 자꾸 몸이 늘어지는 것 같아 촬영을 앞두고 밥을 먹지 않는 버릇이 생겼다”고 진지하게 대답했다. 천하의 양현석이 방송을 앞두고 끼니를 걸러 가며 긴장감을 유지한다는 게 놀라웠다. 그는 지난 20년간 한결같이 그렇게 가요계와 음악 앞에서 진지했다. 모든 것이 반듯하고 완벽해야 미소 짓는 남자가 바로 양현석이다.
“억지로 일을 열심히 하라고 하면, 일하는 것이 괴로울 거예요. 하지만 자발적으로 열심히 하면 굉장히 행복하거든요. 부모님이 제게 경제적인 풍요를 주시지는 못했지만 정신적으론 풍요롭게 만들어 주셨죠. 아버지가 성실하게 일하는 모습만 보고 자랐어요. 아버지는 전기배선 일을 하셨는데 일요일에도 일을 하셨어요. 아이들은 학교에서보다 부모에게 배우는 부분이 많다고 생각해요. 빅뱅이나 2NE1이 진짜 내 자식은 아니지만 정말 동생 같고, 자식 같은 친구들이기 때문에 제 모습을 보고 느껴서 배울 거라 믿어요.”
그가 춤꾼으로, 가수로, 기획자로 성공할 수 있었던 발판은 ‘성실함’이다. 춤에 입문하던 열세 살 소년 때부터 서태지와 아이들로 활동하는 동안에도, 기획자로서 지누션, 1TYM, 세븐, 렉시, 휘성, 거미, 빅마마에 이어 빅뱅과 2NE1을 가다듬어 세상 밖에 내놓은 지금까지도 그는 늘 성실했다. ‘강남스타일’로 월드 스타가 된 싸이를 2010년 YG로 영입한 것은 우연이나 행운이 아니었다. 그런 그가 손을 대는 일마다 대박이 나니 요즘 ‘웃는 것은 YG 뿐이다’는 말까지 나온다.
“가끔 하는 일마다 잘 되는 이유가 뭐냐고 묻는 분들이 계세요. 대답은 아주 간단명료해요. 저는 잘 되는 것만 하거든요. 빅뱅은 제가 만들지 않았어도, 다른 누군가 했어도 잘 됐을 아이들을 뽑았기 때문에 잘된 거죠. 제가 잘 해서 된 게 아니에요. 저는 가능성이 희박하고, 잘 모르겠다 싶은 일을 잘 안 해요. 그래서 제가 잘 모르고 또 관심도 비교적 적은 분야인 경영은 제 동생(양민석·YG 공동대표)에게 맡기고 있죠.”
2011년 YG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는 역대 두 번째로 코스닥에 직상장하며 덩치가 불어났다. 지난해에는 연예기획사 최초로 패션기업인 제일모직과 손을 잡고 패션 브랜드 ‘내추럴 나인(Natural 9)’을 론칭하는 한편, 4월에는 캐릭터 디자인업체 ‘오로라월드’와 에이전트 업무 계약도 체결했다. 최근에는 화장품 제조업체인 ‘코스온’과 홀로그램 애니메이션 제작업체인 ‘레드로버’ 등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항간에서는 문어발식 사업 확장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저나 YG를 잘 아는 분들이 애정에서 비롯된 걱정을 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신중에, 신중에, 신중을 기해 선택한 거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싸이가 음악을 통해 전 세계에 한국을 알린 것과 마찬가지로, 싸이를 통해 얻은 부가적인 경제적 가치도 말로 표현할 수 없이 크죠. K팝의 규모가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는 지금, 다른 경제적 부가사업들도 동반 상승할 수 있다고 보고 있어요. 지금 새로 진행하고 있는 사업도 YG가 만드는 콘텐츠나 YG의 아티스트들과 깊은 연관성을 가지고 있거든요. 하지만 결국 이런 부가사업 또한 콘텐츠가 탄탄해야 동반 상승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양현석하면 떠오르는 ‘연예인 주식 부자 1위’라는 실체도 궁금했다. 세간에는 ‘싸이 효과’로 그가 얼마나 많은 돈을 벌었을지 궁금해 하는 시선들이 분명 존재하고 있으니까.
“가끔 언론에 그런 이야기가 나오면 ‘와, 내가 돈을 그렇게 많이 벌었나?’라고 해요. 그런데 주식이라는 게 제가 직접 만질 수 있는 돈이 아니잖아요. 또 지금껏 주식을 팔아 본 적도, 팔 생각도 없어요. YG를 상장시킨 이유도 주식을 팔아서 이윤을 남기려는 게 아니라 더 큰 자본으로 더 많은 일을 하려던 것뿐이니까요. 또한 그 많은 투자금을 그냥 가지고 있는 것보다 이를 통해 더 탄탄한 회사를 만들어서 전 세계에 한국 음악의 우수성을 알릴 수 있다고 믿어요. 개인적으로 어려서부터 부동산 투자를 해온 터라, 앞으로도 YG 주식을 팔아서 먹고 살 것 같지는 않아요. 돈을 많이 번다고 해서 금으로 된 밥을 먹는 것도 아니고, 저는 오히려 회사 사람들과 김치찌개나 짬뽕 먹는 것을 좋아해요.”
짬뽕 이야기가 나온 참에 최근 서울 홍대 부근에 위치한 양 대표 소유의 빌딩에 짬뽕집이 들어온 사연에 대해 물었다. 이제는 그가 음식 사업에까지 손을 댄 것일까?
“(웃음) 음식 사업을 할 생각은 전혀 없어요. 사람이 살면서 행복한 일 중 하나가 먹는 것이 아닐까요? 하루 중 누릴 수 있는 세 번의 행복. 어릴 땐 아무거나 다 먹었는데, 결혼을 하고 나이가 들면서 맛있는 걸 찾아 먹는 게 좋아요. 홍대 부근에 실험적이고 맛있는 식당들이 많은데, 제가 즐겨 찾던 짬뽕집이 있었거든요. 일주일에 두세 번은 갔죠. 장소가 협소하고 기다리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불편했는데, 마침 빌딩에 빈자리가 있어서 저렴하게 임대해 드렸어요.”

의리의 아이콘이라 불리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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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가요계에 입문한 지 벌써 22년이나 됐다. 말이 쉽지 쉼 없이 달려온 길이 버거울 때도 있을 것이다.
“아주 가끔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데, 막상 벗어나면 돌아오고 싶은 마음이 더 커지더라고요. 여행을 가면 2, 3일만 지나도 ‘내가 없어도 잘 되고 있나?’ 하는 마음에 서울 일이 걱정되거든요. 여행은 마음이 편해야 하는데 그게 잘 안돼요. 솔직히 아직 여름휴가도 못 갔는데, 갈 계획도 못 세우고 있어요.”
양현석의 시간은 보통 사람들과는 다르게 흘러간다. 하루의 시작은 정오. 일어나면 아침식사 겸 점심을 먹고 오후 4시까지 개인 용무를 본다. 그리고 사무실 출근. 퇴근 시간은 보통 새벽 5시다.
“음악 하는 사람들은 새벽에 일을 해요. 이상하게 햇빛이 있으면 음악이 안 되거든요. 보통 음악은 자신이 만드는 게 아니라 영감이 와야 되는 건데, 꼭 그분들(영감)은 저녁이 돼야 오거든요. 그런 생활에 익숙해지니까 오히려 낮에 깨어 있는 게 너무 힘들어요. 소속 아티스트(그는 가수라는 말 대신 아티스트라고 표현했다)들이 외부 스케줄을 끝내고 사무실에 들어오는 시간이 보통 밤 11시쯤 되니까, 그 시간에 사무실에 있어야 그 친구들 얼굴이라도 보죠. 그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하는 건 늘 즐거워요. 보통 그런 편안한 대화 속에서 깔깔대며 웃고 소통하면서 YG의 음악이 탄생하는 것 같아요.”
양현석을 설명할 때 ‘성실’ 다음으로 빼놓을 수 없는 말이 ‘의리’다. 한번 인연을 맺으면 쉽게 사람을 버리거나 포기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그래서 YG는 소속사나 회사보다 ‘패밀리(Family)’라는 말이 더 잘 어울린다. 하지만 SBS ‘K팝스타’에서 그가 ‘다정한 아빠’ 같은 모습을 보인 건 ‘아직은 진짜 내자식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했다.
“냉정해야 할 때는 냉정해야 해요. 사적인 감정을 공적인 것에 연결시키지 않거든요. 사적으로 누군가를 좋아한다고 해서 공적으로 도움을 주지는 않아요. 아주 좋은 예가 바로 제 아내죠. 아내와 9년을 만나고 결혼했잖아요. 아내가 YG 소속 스위티의 멤버였죠. 분명 당시에도 만나고 있었고요. 개인적인 욕심이 있었다면 제 여자친구를 어떻게든 띄웠겠죠? 스위티는 지금까지 가장 신경을 안 쓴 그룹이었어요. 신경 쓰기가 미안한 그룹. 그래서 스위티가 잘 안됐어요.”
그는 분명 상대방을 편안하게 대했고, 미소도 한없이 푸근했으며, 젠체하는 모습은 조금도 보여주지 않았지만 상대방을 긴장하게 만드는 묘한 분위기를 풍겼다. 그것은 상대방을 부끄럽게 할 만큼 스스로에게 솔직했고 반듯했기 때문이다.
“제가 대주주이긴 해도 YG를 제 개인회사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지금껏 법인카드를 써본 적이 없어요. 최근에는 동생(양민석)도 궁금해 해요. 왜 카드를 안 쓰냐고. 저는 거의 병적이에요. 빅뱅 월드 투어가 있어 일본에 가더라도 제 돈으로 비행기 표 끊고 호텔 예약해서 가거든요. 회사 돈으로 좋은 좌석에 앉아 괜히 미안해할 필요 없이, 제 돈으로 가면 마음이 편하잖아요. 남에게 도움을 못 줄지언정 피해는 끼치지 말아야 한다는 게 제 좌우명이에요. 아티스트들이 열심히 해서 지금의 회사가 된 건데, 그 돈을 쓰면 왠지 미안하더라고요.”
그가 가요계 콘텐츠 사업을 이끌면서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두 가지뿐이다. 재능과 가능성.
“사람에게 어떤 재능이 있는지 발견하는 게 제 일이죠. 그러려면 상대방의 이야기를 잘 들어야 해요. 그 사람의 성향이 모두 드러나거든요. 그 포인트를 귀담아 듣고, 재능을 발견해야죠. 그래서 ‘무엇을 하면 좋겠다’는 식으로 성향을 파악하는 데 시간이 아주 오래 걸려요. 모든 사람에게는 장단점이 분명히 있거든요. 운동 잘 하는 친구에게 공부를 시키고, 공부를 잘 하는 친구에게 운동을 시키면 안 되는 것처럼 음악의 수많은 장르 중에 그 친구에게 딱 어울리는 분야를 찾는 게 중요하죠. 본인은 잘 몰라요. 그래서 저 같은 사람이 찾아줘야 해요.”
그렇게 그의 레이더에 걸리면 빅뱅이 되고 2NE1이 된다. 정작 자신의 재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할까?
“저는 제 재능을 확실히 알아요. 박진영 씨가 한번은 제게 ‘요즘 춤은 안 추냐’고 물어보던데, 저는 춤을 추지 않은 지 오래 됐어요. 어렸을 때부터 오랫동안 잘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던 춤을 한순간에 포기한 거예요. 그런데 몸으로는 못 춰도 머리로는 표현이 되거든요. 그래서 안무를 짜고 수정하는 게 가능해요. 그건 제작자로서 가져야 할 소중한 재능 중 하나죠. 한편으로는 새로운 프로듀서를 영입하고, 팀의 조화를 찾고, 부족한 부분을 찾는 것은 제가 아니면 못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10분 만에 무너지는 아빠의 카리스마

태산 같은 남자의 뜨거운 마음을 읽다


그의 머릿속에는 다음 할 일이 순서대로 정리돼 있다. 가장 급한 것은 G드래곤의 솔로 앨범 작업. 그 다음 3년 전부터 준비해온 태양의 솔로 앨범이 발등에 떨어진 불이란다. 세 번째가 ‘Who is Win : Next’ 프로젝트다. 계속 일 이야기만 하는가 했더니 “물론 아이들과 더 많은 시간을 함께 하고 싶다”며 아버지로서의 소망을 슬쩍 꺼낸다.
“제가 YG의 대표니까 회사에서는 나름대로 ‘짱’인데, 집에서는 서열이 가장 낮아요. 물론 아이들은 엄마를 가장 좋아하지만, 집안일을 도와주는 분이 두 분 계시는데 제가 순위에서는 그 분들보다 못해요(웃음). 하다못해 여기 있는 ‘매니저 삼촌’을 저보다 더 좋아하는 것 같다니까요(웃음). 그만큼 아이들에게 관심을 많이 쏟지 못한다는 뜻이죠. 그래서 아이들이 저에게 관심이 없는 거예요. 그게 은근히 상처가 됐는데…. 오늘 아침에 중요한 일을 앞두고 집을 나서는데 딸이 방에 있다가 ‘아빠~’ 하고 달려와 와락 안기더라고요. 그게 너무 감동적이었어요. 제작발표회가 잘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역시 잘 풀린 것 같아서 다행이에요.”
그는 2010년 결혼한 YG 소속 가수 이은주(32) 씨와 사이에 첫딸 유진(4)과 아들 승현(2)을 낳았다. 그의 나이 마흔에 본 너무나 사랑스러운 아이들이지만 정작 함께하는 시간은 항상 10분을 넘기기 어렵다고 고백했다. “아이들과 10분 이상 있으면 공황장애가 오는 것 같다”고.
“아이들 눈높이에 맞추는 게 제게는 너무 어려워요. 그래서 아내를 볼 때마다 미안하고, 이 세상의 엄마는 다 위대하다는 생각을 매일 해요.”
이른 새벽 집에 들어오는 남편. 천하의 양현석이라도 아내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양말 뒤집어 놓는다고 잔소리하는 여느 부부와 비슷한지도 궁금했다.
“그래서 결혼을 잘 했다고 생각하는 거죠. 비슷한 또래였으면 그랬을 수도 있을 텐데, 나이가 열두 살 차가 나는 데다 첫 만남이 제작자와 소속가수의 관계였기 때문인지 만나서 지금까지 한 번도 싸워본 적이 없어요. 아내는 지금도 제게 존댓말을 하고 진심으로 저를 존경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해요. 저는 반대로 아내에게 집에만 있지 말라고 종종 말하고요. 집에 있으면 아이들 뒤치다꺼리밖에 더하겠어요? 그러면 계속 스트레스를 받을 텐데, 결국에는 그게 갈등이 될 수도 있거든요. 그런데 결정적으로 아내의 천성이 워낙 밝아요. 워낙 제가 귀엽고 밝은 스타일을 좋아했는데, 아내는 세상에서 제일 밝은 사람인 것 같아요. 저, 결혼 잘했어요.”
양현석은 처남인 젝스키스 출신 이재진(34)에 대해서도 고맙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자기가 제일 못하는 일(아이들과 놀아주기)을 도맡아 해주는 고마운 처남.
“말로는 자기 조카니까 그냥 한다는데, 정말 놀아주는 시간이 엄청 길어요. 제가 못하는 걸 대신 해주니까 너무 고맙죠.”
양현석 대표는 최근 메신저 어플프로필에 아들, 딸과 함께 찍은 사진을 게재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셋이 찍은 사진이 너무 웃겨서 올린 건데…. 제게 관심을 갖고 궁금해 하는 분들에게 ‘이렇게 살고 있어요, 이 정도 컸어요’ 하는 정도로 조금씩 보여드리는 거죠.”
놀아주는 것은 잘 못하지만 대신 아이들에게 모범이 되는 아빠가 되고 싶다는 각오도 밝혔다.
“딱 저희 아버지 같은 아빠가 되고 싶어요. 옆에서, 뒤에서 봤을 때도 우리 아빠는 배울 점이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아빠가 부자여서 좋다가 아니라 정말 열심히 살았구나라고 느끼는 것. 제가 그랬듯이 아이들도 그런 것을 느낄 거라고 생각해요.”
그는 자신이 남겨줄 수 있는 것이 돈은 아니라고 말한다. 확실한 계획은 아니지만, 자기가 번 돈은 다 쓰고 죽겠단다. 그게 물질적인 것을 추구하는 형태일 수도 있고 사회로의 환원이 될 수도 있지만, 자신이 즐겁게 할 수 있는 것을 위해 돈을 쓰고 싶다는 것. 궁극적인 목표는 돈을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모두를 위한 소비가 돼야 한다는 것이라고도 했다. 아이들이 가수가 되겠다고 하면 어떻게 하겠냐고 물었더니 “빅뱅처럼 냉정하게 심사하겠다”는 대답이 돌아온다. 재능과 가능성을 따지는 건 사랑스러운 아이들에게도 영락없이 적용된다.
“아내와 제가 가수 출신이니까 그런 재능을 물려받았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아직은 너무 어려서 잘 모르겠어요. 냉정하게 한 발짝 물러서서 아이의 재능이 무엇인지 판단하고 그것을 키울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부모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아직은 아이들한테 어떤 재능이 있는지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아요.”
2NE1의 ‘내가 제일 잘나가’라는 가사가 누구보다도 딱 들어맞는 양현석. 아무리 살펴봐도 부족한 게 눈에 띄지 않았다. 그런 그는 지금 자신의 인생에서 어느 지점쯤 왔다고 생각할까?
“저는 언제나 전성기처럼 살고 싶어요. 왕년이라는 말이 너무 싫거든요. 댄서로서, 서태지와 아이들의 멤버로서, 제작자로서…. 나중에 그런 ‘왕년’만 추억하고 싶지는 않아요. 그렇다면 제가 앞으로 누릴 수 있는 전성기는 무엇일까, 어떻게 전성기를 이룰 수 있을까를 고민해 보니 결론이 하나더라고요.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하다보면 전성기를 놓치지 않을 수 있다는 것. 정상이라는 게 있다면 정상까지 3분의 2 정도 왔다고 생각해요. 아직 더 올라갈 길이 많거든요. 아직은 아래보다 위를 바라보며 살고 싶어요.”
그가 말하는 정상에는 모든 것을 다 내려놓을수 있는 편안한 세상이 있을 거라고 했다. 모든 것에 최선을 다했으니 비로소 쉴 수 있다고 느끼는 것. 이제는 자신과 가족을 위해 살 수 있겠다 싶은 때가 다시 그가 맞이할 그 순간의 전성기다.

여성동아 2013년 9월 59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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