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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통해 시작한 봉사 가족 사랑도 깊어져요”

외모도 마음씨도 빛나는 전광렬 가족

글·권이지 기자 | 사진·조영철 기자 홍태식 프리랜서,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제공

입력 2013.08.23 13:53:00

타국에서 홀로 생활하는 아들은 장애인 학교에서 봉사하며 자신이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지 깨달았다. 그런 아들을 보며 부모도 봉사 대열에 합류했다. 사랑은 나누면 더 커진다는 걸 직접 경험한 전광렬 가족의 가슴 따뜻한 이야기.
“아들 통해 시작한 봉사 가족 사랑도 깊어져요”

전광렬의 아내 박수진 씨(왼쪽)와 아들 전동혁 군(오른쪽).



장대비가 쏟아지던 7월 4일 저녁, 서울 용산구청 아트홀에는 아프리카 남수단 직업훈련학교 건립 기금 마련을 위한 자선콘서트 ‘행복한 하루’를 보러온 사람들로 가득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하 초록우산)과 함께 이번 행사를 준비한 사람은 다름 아닌 이 단체 홍보대사로 활동 중인 탤런트 전광렬(53) 가족. 전광렬과 아내 박수진(43) 씨, 아들 전동혁(17) 군은 행사장을 찾은 사람들에게 연신 감사 인사를 건넸다. 배우와 스타일리스트로 만난 전광렬 부부는 1995년 결혼에 골인했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행사인 이번 자선콘서트에는 구석구석 이 가족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 세 사람이 케이터링부터 행사장 대관, 출연진 섭외까지 직접 나섰다. 그중에서도 동혁 군이 가장 열심히 뛰었다. 가운데 빨간 하트가 있고 스테인드글라스 느낌이 나는 초록우산을 넣은 뒤 수단에서 만날 수 있는 동물과 어린이의 모습을 담은 초록우산 일러스트도 동혁 군이 직접 그린 것이다.
“일러스트레이터 나리스와 함께 콜래보레이션을 했어요. 남수단 스타일로 새로운 로고를 만들었죠. 우산에 망고나무를 접목했고, 남수단에 학교를 세우기 위한 취지라 공부하는 아이들을 조합해 만들었어요. 색상도 열대 느낌이 나도록 화려한 색채를 선택했고요.”
부부는 인맥을 동원해 재능기부를 해줄 연예인을 섭외했고, 동혁 군은 그간 갈고닦은 랩 실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정장 차림으로 무대인사를 하러 나왔다가 순식간에 래퍼 스타일로 갈아입고 ‘B.o.B’의 히트곡 ‘에어플레인’을 열창한 동혁 군의 공연은 관객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자선콘서트 ‘행복한 하루’가 끝난 후 박수진 씨와 아들 전동혁 군을 따로 만났다. 박씨는 가수 이상우의 히트곡 ‘비창’의 작사가이자 스타일리스트로 활약하다가, 현재는 리조트와 말레이시아 대형 쇼핑몰 등 브랜드 마케팅 매니저로 활동하고 있다. 미국 조지타운 프렙스쿨에 재학 중인 동혁 군은 부모의 영향인지 그림과 음악 등 예술 분야에서 재능을 나타내고 있다.
요즘 MBC 드라마 ‘불의 여신 정이’에 출연 중인 전광렬은 촬영 일정이 너무 빡빡해 함께할 수 없었는데 박수진 씨는 남편의 빈자리를 메우고도 남을 만큼 열정적으로 인터뷰와 사진 촬영에 응했다. ‘내조의 달인’이라는 얘기가 괜히 나온 게 아닌 듯했다. 동혁 군은 누구나 ‘내 자식도 저렇게 키우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 만큼 예의 바르고 의젓했다.
박수진 씨는 10년 전 초등학교 2학년이던 아들과 함께 이모할머니가 살고 있는 미국 시애틀로 떠났다. 예술에 관심이 많은 아이의 감수성을 조금 빨리 키워주고 싶어 조기유학을 결심한 것이다. 동혁 군은 엄마와 6개월간 머물렀는데 우리말 대신 영어만 쓰려고 했다. 한국어 동화책을 읽혀봤더니 소리 내서 읽긴 했지만 내용을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했다. 그 모습에 적잖은 충격을 받은 박씨는 ‘이래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즉시 아이 손을 잡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아이에게는 우리말과 역사를 공부한 다음에 꼭 다시 보내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동혁 군이 초등학교를 졸업했을 때 영국 햄프셔주 비데일스 스쿨(Bedales School)로 보냄으로써 약속을 지켰다. 이 학교는 자유로운 학풍과 창의적인 예술교육으로 유명하다. 영국 센트럴세인트마틴대에서 유학한 경험이 있는 박수진 씨는 아들에게 적합한 학교를 찾다가 지인에게서 이 학교를 추천받았다고 한다.

“아들 통해 시작한 봉사 가족 사랑도 깊어져요”

1 자선콘서트 ‘행복한 하루’를 연 전광렬 가족. 2 전동혁 군이 콘셉트를 잡아 제작한 초록우산 일러스트.



“아들 통해 시작한 봉사 가족 사랑도 깊어져요”

1 웃는 모습이 똑 닮은 엄마와 아들. 두 사람은 티격태격 친구 같다. 2 전광렬·박수진 부부는 아프리카 라이베리아에서 봉사하며 가족의 소중함과 봉사의 중요함을 깨달았다.



‘오른손 모르게’ 봉사하는 아들



“아들 통해 시작한 봉사 가족 사랑도 깊어져요”

3 ‘행복한 하루’에서 재능기부로 랩 공연을 한 전동혁 군.



동혁 군은 비데일스 스쿨에서 봉사활동을 처음 시작됐다. 학교 선생님의 인솔로 반 아이들과 장애인 학교인 홀리 워터 스쿨을 방문한 것이 계기였다. 몇몇 학생과 함께 매주 수요일 오후 그 학교를 다시 찾았다. 좋은 일이었지만 친구들은 하나둘씩 그만두기 시작했다. 수요일은 수업이 일찍 끝나는 날이라 대부분의 학생이 놀러나가기 때문이었다. 동혁 군도 그런 친구들이 부러워서 봉사를 잠시 그만둘까 고민했다. 하지만 한 달, 두 달 하다 보니 어느새 1년이 됐고, 습관처럼 익숙해져 자연스럽게 그곳으로 발길이 향했다.
“봉사활동을 하면서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들을 만나 보니 제가 남들보다 가진 것이 많다는 것을 느꼈어요. 할 수 있는 만큼 도와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전광렬 부부는 아들이 1년 동안이나 봉사활동을 했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 전화로 안부를 물을 때마다 아들은 “잘 지내요”라고만 했을 뿐, 봉사활동에 대해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았다. 그러다 우연히 이 사실을 알게 된 전광렬 부부는 대견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부끄러웠다. 부모도 선뜻 용기내기 어려운 일을 아들이 먼저 솔선수범해서다.
2010년 KBS, 초록우산과 함께 아프리카 라이베리아에 가게 되면서 온 가족이 봉사활동을 하게 됐다. 기아와 전쟁에 시달리는 아프리카의 참혹한 모습을 보고 온 가족은 아프리카 아이들을 도와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때마침 초록우산에서 가족홍보대사를 제의해왔다. 하지만 쉽게 결정할 수는 없었다. 이름만 걸어놓는 홍보대사가 되고 싶지는 않았던 것. 고민 끝에 가족은 함께 참여하기로 결정했고, 2012년 4월 정식으로 초록우산재단의 가족홍보대사가 됐다. 동혁 군은 “가족홍보대사로 활동하게 되니 아버지와 함께 봉사할 수 있어서 좋다”고 환하게 웃었다. 가족은 전광렬이 이번 드라마 ‘불의 여신 정이’ 촬영을 마치면 함께 남수단으로 봉사활동을 떠날 예정이다.
동혁 군의 꿈은 미야자키 하야오 같은 애니메이션 감독이 되는 것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과 미술, 영화를 한데 묶은 장르이기 때문이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지브리스튜디오에 들어가 자신만의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싶다는 동혁 군은 앞으로의 계획도 꼼꼼히 세웠다. 그러려면 그들이 자신을 뽑고 싶게끔 능력을 갖추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박수진 씨는 “동혁이가 벌써부터 대학에 입학하면 일본에 교환학생으로 갈 계획도 세웠다”며 이에 얽힌 에피소드를 풀어놓았다.
“어느 날 동혁이가 혼자 일본에 있는 집 가격을 알아보고 있었어요. ‘엄마, 도쿄는 너무 비싸. 외곽에서 살면 좋을 것 같아’ 하고 이 집은 어떻게 생겼고 월세는 얼마, 생활비는 얼마라고 종알종알 제게 설명하더라고요. 당장 얼마 뒤 출국할 것처럼 말하니까 웃음이 났어요. 제가 어디 가라고 하지 않아도 스스로 잘해요. 너무 앞서가서 탈이긴 하지만요.”
영국에 이어 2011년부터 미국 생활을 하게 된 동혁 군은 “유학 생활에 만족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동혁 군이 다니는 학교는 메릴랜드주에 있는 조지타운 프렙스쿨로 미국에서 손꼽히는 명문 사립 기숙학교다.
“동혁이가 진학할 학교를 찾고 있는데 시어머니가 조지타운 프렙스쿨이 좋다는 이야기를 듣고 추천해주셨고 동혁이도 인터넷으로 찾아보더니 마음에 들었는지 지원하더라고요. 영국에서 다니던 학교가 공부를 강요하던 곳이 아니라 합격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덜컥 붙었죠.”

조지타운 프렙스쿨의 학생 대부분은 아이비리그 진학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영국 학교의 자유로운 분위기에 익숙하던 동혁 군은 처음에는 적응하는 데 애를 먹었지만 다른 아이들에게 뒤처지고 싶지 않아 열심히 공부했다고 한다. 이런 아들의 마음을 알고 있기에 엄마 아빠는 아이에게 더 욕심을 내거나, 좋은 성적표를 요구하지 않고 다만 지켜만 봤다고 한다.
“8월 말에 아이 개학에 맞춰 동혁이와 함께 미국에 가기로 했어요. 일을 하느라 다소 소홀하던 엄마 노릇을 충분히 해주려고요. 내년에 대학입시가 있어서 남편에게도 당분간 일을 하지 않겠다고 했더니 그렇게 하래요. 입시 끝나면 챙겨주고 싶어도 못하니까 아들이 귀찮다고 해도 있어주려고요(웃음).”

소녀 같은 엄마, 소년 같은 아빠, 어른 같은 아들
전광렬·박수진 부부는 올해로 결혼 18년 차다. 여전히 신혼부부 같은 이들은 최근 몇 년간 말다툼 한 번 한 적 없단다. 둘 다 목소리 높이는 일을 싫어하는 데다 전광렬이 아내에게 한결같이 대하기 때문이다. 박수진 씨는 “배우라 그런지 남편은 감수성이 풍부하고 아직도 순수함이 남아 있다”고 덧붙였다.
두 사람은 촬영이 없는 날에는 집에서 영화를 보거나 음식을 직접 해먹는다. 전광렬의 취미는 요리로 서울 강남에 위치한 요리학원인 츠지원에서 일식 과정을 수료했다. 이탈리안 요리는 셰프에게 직접 배웠다고.
전광렬은 한 인터뷰에서 “아내가 40대 중반인데도 몸매를 관리하는 모습을 보면 존경스럽다”고 자랑했다. 박수진 씨의 비결은 많이 운동하고, 음식량을 조절하는 것이라고 한다. 10년 전쯤 갑상선암으로 건강을 잃었던 터라 더욱 신경을 쓴다.
“운동을 좋아해서 틈날 때마다 해요. 만약 바쁜 일이 있다면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는 대신 계단을 이용하고, 근처에 갈 때도 웬만해서는 걸어가죠. 제가 먹는 것을 워낙 좋아하고 식탐도 있어요. 그래서 매일 아침 몸무게를 재면서 마음속으로 정해놓은 선을 넘으면 식사량을 줄이고, 밀가루 음식을 되도록 먹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아빠와 아들 사이에서 ‘사랑한다’라는 말을 쉽게 꺼낼 수 있을까. 이들 부자는 아들이 어려서부터 표현을 꾸준히 해온 덕에 친구처럼 지내며 이따금 서로를 안아주기도 하고 사랑한다고도 말한다. 표현이 서툴더라도 속에 있는 말을 조금씩 꺼내면 신뢰도 더 깊어지기 때문이다.
“저는 예의에 어긋나면 독하게 혼내는 편인데 남편은 아들 손을 잡고 방에 들어가서 이유를 묻고 이야기를 들어줘요. 목소리 한 번 크게 내지 않고 조용히 타이르죠.”
전광렬 부부는 아들이 어떻게 자라길 바랄까.
“학교 선생님들이 동혁이는 늘 행복하고 잘 웃는 학생이라고 칭찬해주셨어요. 공부 잘한다는 말보다 더 기쁘더라고요. 저나 남편 역시 아들의 성적표보다 관심사가 무엇이고 고민이 무엇인지 더 궁금하니까요. 앞으로도 원하는 것을 잘 찾아 꿈을 이루는 아이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박수진의 남편&아이 스타일링법
멋 부리는 것과 거리가 먼 남편, 그리고 엄마 손이 필요한 우리 아이. 스타일리스트 출신 박수진 씨가 돋보이는 패션 센스로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팁을 알려줬다.
Tip 남편과 아이의 취향을 눈여겨보세요
아무리 멋지고 세련된 옷이라도 입는 사람의 취향이 아니라면 곤란해요. 좋아하는 색상과 스타일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해요. 게다가 사람마다 체형에 단점이 있어요. 키가 작은데 더 작아 보이게 하거나, 배가 나왔는데 더 나와 보이게 하는 옷은 아무리 예뻐도 입어선 안 돼요. 스타일링의 기본은 단점을 커버하고, 장점을 살리는 것임을 명심하세요.
Tip 클래식 아이템 하나쯤은 꼭 구비하세요
화이트 셔츠나 네이비 재킷은 누가 입어도 어울리는 가장 기본 아이템입니다. 먼저 이런 아이템을 갖춘 다음 상황에 맞게 포인트를 줄 수 있는 아이템을 추가하면 좋습니다. 촬영을 위해 제가 아들에게 골라준 옷 중에 반바지와 셔츠가 있었어요. 학생이니 발랄한 느낌을 주기 위해 도트 패턴을 선택했죠. 티셔츠를 골랐다면 너무 캐주얼했겠지만, 셔츠를 선택해 격식 있는 자리에서도 무난하게 어울리도록 스타일링했죠.

헤어·임진옥(스타일플로어)
메이크업·도경(스타일플로어)

여성동아 2013년 8월 59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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