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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남자 이승기의 빈틈

“아들 삼고 싶은 청년에서 애인 삼고 싶은 남자로”

글·김명희 기자 | 사진·문형일 기자 MBC 제공

입력 2013.05.16 14:45:00

‘구가의 서’로 1년 만에 브라운관에 돌아온 이승기와의 인터뷰는 험난했다. 제작발표회장에서 인터뷰 장소까지 이동하는 동안 순식간에 몰려들어 그를 에워싼 팬들 때문에 바닥에 발을 딛고 걸을 수나 있을지 걱정됐지만 그는 웃음을 잃지 않고 함께 사진을 찍고 손을 흔들어주고, 마지막엔 공손하게 인사까지 했다. 역시 ‘국민 남동생’은 달랐다.
완벽한 남자 이승기의 빈틈


개인적으로 이승기(26)를 처음 본 건 2004년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이선희 20주년 콘서트에서였다. 당시 1집 앨범을 낸 그가 특별 게스트로 출연해 ‘누난 내 여자니까’라고 외치는 모습이 왠지 어설프면서도 귀여웠다. 그리고 9년. 소년 냄새가 물씬했던 그는 ‘1박2일’의 허당, 각종 광고와 예능 프로그램에서 엄친아, 국민 남동생, 반듯하고 아름다운 청년의 이미지를 거쳐 지난해 ‘더킹투하츠’에서는 사랑하는 여자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남자로 훌쩍 자란 모습을 보여줬다.
그의 연예인으로서의 성장사는 모범상을 수여하고 싶을 정도로 반듯하다. 좋다, 여기까진 노력하면 열에 일곱은 넘을 수 있는 벽이다. 하지만 이승기를 좀 더 특별하게 만드는, 적당히 유머러스하면서 상대를 배려하는 센스는 노력한다고 쉽게 가질 수 있는 게 아니다. 어느 순간부터 궁금해졌다. 누구는 아들 삼고 심고, 누구는 애인 삼고 싶은 이 남자의 내면도 과연 겉으로 보이는 이미지처럼 완벽할지.

다이어트 위해 촬영장에서 직접 요리도
이승기가 차기작으로 선택한 작품은 사람은 될 수 없지만 누구보다 인간적인 삶을 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반인반수 최강치의 이야기를 그린 ‘구가의 서’다. ‘제빵왕 김탁구’의 강은경 작가와 ‘파리의 연인’ ‘시크릿가든’의 신우철 PD가 손잡고 만드는 작품인 만큼 평균 이상의 작품성과 흥행 성적을 기대할 만하다. 역시 영리한 선택이다.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 만화처럼 재밌게 읽었는데 이걸 실제 연기로 구현하기는 힘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도 작가와 PD가 워낙 훌륭하니까 믿고 한번 신나게 해보려고요. 처음엔 ‘의서’라고 하니까 메디컬 드라마로 오해하는 분들도 있더라고요. 제게 의사로 나오느냐고 묻는 분들도 있는데 그건 아니고요, ‘구가의 서’는 구씨 집안에 내려온 글이에요. 전설 속 신수(神獸)가 인간이 되기 위해 필요한 책이 바로 ‘구가의 서’예요.”
드라마 방영을 앞두고 만난 이승기는 방금 만화에서 튀어나온 것처럼 장난기가 가득해 보였다. 극 중 헤어스타일이 독특하다는 질문에 “어느 정도 저의 아이디어가 반영됐다”며 “강치라는 캐릭터가 가진 활동성, 어디로 튈지 모르는 저돌적이면서 순수하고 앞뒤 계산 없는 그런 역할이기 때문에 머리카락이 차분하게 떨어지는 것보다는 껑충하게 묶는 게 활동성 있게 보이지 않을까 싶었다. 지금까지는 캐릭터와 잘 부합되는 것 같아서 좋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승기는 이번 드라마를 위해 몸무게를 3kg 정도 감량했다고 한다. 고난도 액션 장면을 촬영하기 위해 4개월 동안 무술과 승마 훈련도 받았다. 드라마 스태프 사이에선 벌써부터 몸을 사리지 않고 연기하는 이승기에 대한 칭찬이 자자했다. 그에게 힘든 일은 없었는지 물었다.

완벽한 남자 이승기의 빈틈

‘구가의 서’ 대본 리딩 현장에서 만난 이승기. 그의 등장에 힘입어 ‘구가의 서’는 현재 월화드라마 시청률 1위를 달리고 있다.



“다이어트를 하느라 먹고 싶은 걸 못 먹는 게 가장 힘들어요. 처음에는 2주 정도만 할 생각이었는데, 그러고 나서 카메라 앞에 서니까 감독님이 전보다 비주얼이 훨씬 더 좋아졌다고 말씀하시는 바람에 다이어트 기간을 연장했어요. 저 요즘 진짜 웃기는 거 아세요?(웃음) 버너와 조리기구 같은 걸 들고 다니면서 현장에서 직접 요리를 해 먹고 있거든요. 그리고 저희가 액션이 많아요. 툭하면 넘어지고 내팽개쳐지고…. 그런 게 힘들긴 한데요, 화면을 보니까 감독님이 잘 찍어주셔서 정말 멋지게 나왔더라고요. 그래서 불평하지 말고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동료 배우들과의 호흡은 어떨까. 아버지로 출연하는 최진혁은 그보다 불과 두 살 많고, 어머니인 이연희는 오히려 그보다 한 살 어리다. 감정몰입이 어려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함께 연기하는 장면이 거의 없기 때문에 힘들진 않고요. 아버지가 최진혁 씨, 어머니가 이연희 씨다 보니 주변에서 우울 아니 우월한 집안이라고 해요(웃음). 우울이 아닙니다, 우월, 잘 써주셔야 해요. 특히 이연희 씨는 특별출연인데도 굉장히 열연을 해주셨어요. 개인적인 연락처를 몰라 딱히 감사를 표하지 못했는데, 인터뷰를 통해 감사하단 말씀 드리고 싶어요.”

달변의 비결은 가족 간 끊임없는 대화
이승기의 멜로 파트너는 영화 ‘건축학개론’을 통해 ‘국민 첫사랑’이란 별명을 얻은 수지(담여울). 특히 이번 드라마에 함께 출연하는 유연석이 ‘건축학개론’에서 수지의 강남 선배 역을 맡았다 두고두고 곤욕을 치르는 것을 보면서 부담을 느꼈음직도 하다. 이승기는 수지와의 멜로에 대해 “안티 없이 가느냐, 아니면 안티를 만들더라도 드라마를 위해 과감하게 갈 것이냐 선택이 필요했다”고 입을 열었다.

완벽한 남자 이승기의 빈틈




“드라마를 하면서 여주인공 캐릭터를 정말 사랑하고 애정을 줘야 한다는 것을 느꼈어요. 수지 씨가 영화 ‘건축학개론’을 통해 ‘국민 첫사랑’이란 수식어를 얻었는데, 그런 것을 신경 쓰면 연기를 못해요. 불 붙는 멜로 장면이 있다면 극 중 캐릭터에 몰입해 그렇게 할 생각이에요. 이전 드라마에서는 저보다 어린 여배우가 없었어요. 가장 어린 친구가 ‘찬란한 유산’에서 호흡을 맞춘 한효주 씨였는데, 저와 동갑이었죠. 이번에는 상대 여배우들이 모두 어리기 때문에 주연 배우로 가져야 할 덕목과 촬영장 분위기를 이끌어나가는 책임감이 느껴지기도 해요.”
거침없이 이어지는 대답에서 고민의 흔적이 느껴진다. 이승기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그간의 연기 경험을 통해 자신이 배운 것을 좀 더 구체적으로 풀어놓았다.
“그전까지는 가수 이승기가 연기한다는 느낌, 그러니까 경험이나 내공은 부족하지만 열정을 갖고 열심히 하는 것에 만족했는데 이젠 열심히 하는 건 당연한 거고, 그걸로 시청자들에게 어필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더킹투하츠’를 하면서 마지막쯤에 깨달은 건데, 연기자는 캐릭터 분석을 잘해야 할 것 같아요. 대본을 받아서 감정을 잘 살려 연기하는 것 외에 서브 텍스트라고 해야 하나, 대본에 쓰여 있지 않지만 어떻게 그 인물을 표현해야 할지 연구하는 거죠. 옷차림부터 표정 하나하나까지 완전히 그 인물이 되는 거예요. 감독님과 상의하고, 이순재 선생님을 비롯한 여러 선배님들을 찾아다니면서 많이 여쭤보고 그러면서 차근차근 배운 것들이 지금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그리고 매번 드라마를 할 때 시청률 전쟁이었어요. ‘내 여자 친구는 구미호’ 때는 상대가 시청률 40%가 넘었던 ‘제빵왕 김탁구’였죠. 데뷔 10년 차가 되다 보니 잘된 적도 있고 힘든 적도 있었는데 이번에는 시청률보다 드라마의 작품성을 높이는 데 공을 들이고 싶어요.”
기자들 사이에서 그의 별명은 ‘이승기 선생’이다. 어떤 질문을 해도 빈틈없이 야무진 답변을 내놓는다고 해서 붙여진 별명이다. 기획사에서 오랜 시간 말하기 훈련을 받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다. 그에게 달변의 비결을 물었다.
“달변은 좀 과찬이고요, 저는 그냥 말하는 걸 좋아하는 편인 것 같아요(웃음). 적당히 말해야 하는데 자꾸 하다 보면 가속이 붙어서 제어를 못할 때도 있어요. 말하는 훈련을 받은 건 아니고요, 저희 집 식구들이 전부 말이 많은 편이에요. 대화가 끊이지 않아서 심심할 틈이 없거든요. 그리고 데뷔 후 점차 시간이 지나면서 현장이 편안해지고, 제 안에 경계심 같은 것들이 허물어진 덕분도 있는 것 같아요. 또 다른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걸 열심히 듣고, 연예계 생활을 하는 동안 욕도 먹으면서 이렇게 해야겠다, 혹은 하지 말아야겠다는 걸 배우기도 했죠.”

요시모토 바나나의 소설 속 모델 된 것 감사
이 완벽해 보이는 청년을 우리끼리만 보기에는 참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마침 일본 작가 요시모토 바나나가 4월 중순부터 그를 모델로 한 소설을 한 잡지에 연재할 계획이라고 한다. 요시모토 바나나는 ‘키친’ ‘티티새’ ‘그녀에 대하여’ 등으로 유명한, 일본인들이 무척 사랑하는 작가다. 그는 ‘찬란한 유산’을 보고 이승기의 팬이 된 후 드라마 촬영지를 방문해 사진을 찍기도 하고, 콘서트장을 찾아 이승기에게 직접 쓴 편지를 건넨 적도 있다.
“훌륭한 작가가 저를 모델로 작품을 써주신다니 굉장히 영광이죠. 사실 예전에 팬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그냥 그런가 보다 했는데, 진짜 작가님께서 힐링이 필요할 때 제 작품을 많이 보셨다고 하더라고요. 촬영장에서 사진을 찍어 보내주기도 하시고, 지난해 콘서트와 팬 미팅 때도 찾아주셔서 정말 감사했어요. 제가 책을 가까이 하지 않는 편이라 지금까지 읽은 책을 손에 꼽을 정도인데, 요시모토 작가의 ‘키친’은 읽었거든요. 그것도 인연이지 않나 싶어요. 연재할 내용을 살짝 봤는데 제가 가진 내면의 깊이보다 더 많이 멋있게 표현해주신 것 같아서 몸둘 바를 모르겠고, 기대도 되고 그렇습니다.”
통찰력 있는 유명 작가가 소설 속 모델로 콕 찍은 그에게서 빈틈을 찾는 건 처음부터 무리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이승기의 빈틈은 어쩌면 너무 완벽해서 때때로 진정성에 의심을 받는다는 것 정도가 아닐까.

여성동아 2013년 5월 59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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