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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Style 세계의 교육 현장을 가다

미국에 부는 핀란드식 교육 열풍

글&사진·김숭운 미국 통신원

입력 2013.05.07 11:30:00

최근 미국 교육은 학생들의 적극적인 수업 참여를 유도하는 식으로 바뀌고 있다. 이른바 핀란드식 교육이 성공을 거두면서 미국에도 영향을 미친 것이다. 새로운 수업 방식 도입으로 진통을 겪고 있는 미국 교실을 들여다봤다.
미국에 부는 핀란드식 교육 열풍


미국에서는 종신재직권(Tenure)을 갖고 있는 교사도 일 년에 최소한 두 번의 수업 평가를 받아야 한다. 종신재직권을 받은 교사가 해고되는 사유는 학생들과 불미스러운 관계 를 갖거나 수업 평가에서 낙제를 하는 경우다. 뉴욕 시 공립학교 교사의 낙제율은 5% 내외다.
그런데 최근 새로 바뀐 평가 방법 때문에 많은 교사들이 당황하고 있다. 지난주 수학과 교감이 내 클래스의 수업 평가를 하는 자리에 동료 수학 교사를 대동하고 들어왔다. 두 사람은 맨 뒷자리에 나란히 앉아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수업 평가를 했다. 다행히 모든 것이 순조롭게 진행돼 필자는 무사히 ‘합격’을 받을 수 있었다. 그 다음 주 교감이 바로 그 동료 교사의 수업 평가에 함께 들어가자고 했다. 그의 수업을 통해 필자가 고쳐야 할 것과 배워야 할 것을 찾는 기회로 삼자는 제안이었다.

미국에 부는 핀란드식 교육 열풍

새로운 수업 방식에 관한 세미나에 참석한 미국 교사들.



수업이 시작됐다. 그의 학급은 특수교육을 받는 행동장애 학생이 여러 명 포함돼 있는 혼합 학급으로 특수교육 교사와 함께 합동 수업을 한다. 초반에는 비교적 무난했다. 그런데 수업을 진행하다 보니 도입부가 너무 길어졌다. 교사와 학생 간의 질문과 대답이 10분 넘게 이어진 것이다. 도입부가 길어지자 수업 내용을 미처 따라가지 못하는 학생 서너 명이 딴짓을 하기 시작했다. 속으로 ‘빨리 도입부를 끊고 체험 활동을 시작했으면’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미국 학교에서는 47분 수업 내내 학생들을 자극하고 모든 학생을 수업에 몰두하게 만드는 것이 교사의 책임이다. 믿거나 말거나 미국 교실에서 단 한 명의 학생이라도 졸거나 딴생각을 하면 그것은 ‘교사의 수업 능력 부족의 직접적인 증거’가 된다.
아슬아슬한 그 순간, 교감이 갑자기 일어나 “이 수업은 낙제야!”라고 말하고는 교실 밖으로 나가버렸다. 열심히 준비한 수업 내용을 다 보지도 않고 중간에 일어서서 나가는 것은 미안하고 당황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평가 도중에 일어서는 교감을 바라보는 두 명의 교사 역시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뉴욕 시 공립학교 교사들에게 주어진 올해의 수업 평가 집중 평가 항목은 ‘공통 학과 과정(Core Curriculum)’과 ‘적극적인 참여(Active Engagement)’다. 학생 모두가 커리큘럼의 핵심 내용을 이해해야 하며, 교사는 모든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내용으로 수업을 준비해야 한다. 수업 내용과 방식에 혁신적인 변화가 일어난 것이다. 결국 교사들은 그동안 사용해왔던 모든 교안을 버리고, 새로운 수업 방식을 준비해야 한다. 위의 경우도 예전 같으면 학생과 교사가 충분히 교감하고 학생들의 대답을 유도하는 좋은 수업으로 평가받았겠지만 새로운 기준에 따라 낙제가 된 것이다.

새로운 방식에 적응하지 못한 교사들은 은퇴



미국에 부는 핀란드식 교육 열풍

최근 미국 교육은 학생들의 수업 참여를 유도하는 식으로 바뀌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근거는 뉴욕 주가 전임 부시 대통령의 교육정책인 ‘No Child Left Behind’ 대신 새로운 교육정책인 ‘Core Curriculum’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공통 학과 과정’으로 번역될 수 있는 Core Curriculum의 핵심은 간단하다. 영어와 수학, 그리고 과학과 사회 과목에서 주마다 다른 각자의 학과 과정을 버리고, 하나의 공통된 과정을 만들자는 것이다. 그리고 거기에 맞는 수업 방법을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방법이 교사 중심이 아닌 학생 중심의 수업이다. 예를 들면 수학은 무조건적 문제풀이에서 벗어나 개념을 익히고 그것을 현실적인 상황에 응용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피타고라스의 정리’를 이용해 삼각형 빗변의 길이를 계산하는 대신, 세계 여행을 떠날 때의 항공 이동 거리를 위도와 경도를 이용해 계산하는 식이다. 물론 ‘왜 그 도시에 가고 싶은지?’ 혹은 ‘무엇을 볼 것인지?’에 대한 설명도 따라야 한다. 현재까지 미국의 45개 주가 이 새로운 과정에 동참하고 있다.
이런 교육 방법은 미국의 일부 교육학자들이 수십 년 전에 제안한 내용이지만, 실제 교육 현장에서 채택되지 않다가 최근 핀란드가 이런 식의 교육으로 성공을 거두자 미국에서도 도입하게 됐다. 이러한 교육정책의 변화는 교사들에게 새로운 부담이다. 여태껏 해오던 수업 방식과 내용을 버리고 완전히 새로운 방식에 적응해야 하기 때문이다. 새 방법에 따르면, 실제 문제풀이 연습량이나 수업 진행도 기존의 방법에 비해 거의 절반 정도로 떨어진다. 실제로 권장되는 수업 방식은 교사가 그날의 수업 내용을 한두 문제로 학생과 함께 (단시간에) 설명하고, 이 개념을 가지고 학생들은 놀이 방식으로 협력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찾고, 최종적으로 개인적인 이해도를 서너 문제로 평가한다는 식이다. 그러나 교사도 익숙지 않은 방법을 배워서 기초가 약하고, 게으른 학생들이 흥미를 갖도록 유도하는 것은 교실에서 만만한 일이 아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교사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가장 큰 반론은, 이 방법을 사용하면 저학력 학생들의 수준을 끌어올려 평균 성적을 올릴 수는 있겠지만 노벨상 수상자나 세상을 바꿀 만한 인재가 될 우수한 학생들에게는 시간 낭비일 뿐이라는 것이다. 공통 커리큘럼이 지나치게 단순해서 구석구석에 있는 어려운 명제들이나 문제 해결의 테크닉을 다루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결국 이 제도는 평균을 갉아먹는 저학력 학생들의 성적을 끌어올리는 데 유용하며, 저학력 학생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일부 소수 민족을 위한 제도라는 비난을 받기도 한다.
올해 도입된 이 새로운 교육개혁으로 교사의 수업 평가 불합격률이 25%까지 올라갔다. 이런 급격한 교육개혁의 후유증은 교사들의 무더기 은퇴로 이어지고 있다. 그런가 하면 새로운 교육제도 적응에 스트레스를 받는 중견 여교사들이 일제히 임신을 하는 바람에 학교 내에 배부른 여교사들이 늘어난 것도 갑작스러운 교육개혁의 부작용이다.
한국에서도 일선 학교에서 ‘스토리텔링 수학’과 같은 교육개혁이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새로운 제도의 성패는 그 제도를 준비한 측에서 교사들에게 얼마나 실질적인 지원을 해주는가에 달려 있다. 요즈음 뉴욕 시의 모든 교사들은 일주일에 3시간씩 새로운 교습 방법에 적응하고 커리큘럼과 교습법을 개발하는 데 시간을 쓰고 있다.

김숭운 씨는…
뉴욕 시 공립 고등학교 교사이자 Pace University 겸임교수. 원래 우주공학 연구원이었으나, 아이들을 가르치는 게 좋아 전직했다. ‘미국에서도 고3은 힘들다’와 ‘미국교사를 보면 미국교육이 보인다’ 두 권의 책을 썼다.

여성동아 2013년 5월 59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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