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는 ‘19세 미만 관람 불가’ 박물관이 있다? 수년 전 KBS2 ‘스펀지’에서 나왔던 질문이다. 답은 ‘있다’. 은밀하면서도 호기심을 자극하는 ‘성(性)’이라는 소재. 우리 사회에서 부끄럽고 입에 올리기 쑥스러운 존재가 된 성에 대한 담론을 양지로 꺼내놓은 박물관이 있다. 제주도 서귀포시 안덕면의 ‘건강과 성 박물관(회장 김완배, 관장 최강현)’이다. 오직 ‘성’이라는 단일 주제를 다루는 제1종 전문 박물관이다.
기존의 2층 전시장을 증축해 7000㎡ 크기의 실내 전시 공간과 야외 조각공원을 포함하면 성을 테마로 한 박물관으로서는 세계적인 규모다. 박물관 입구 정원에 들어서면 신체를 형상화한 거대 석조물을 볼 수 있다. 건강과 성 박물관은 20여 년간 무역회사를 경영해온 김완배 회장이 건전한 성교육과 문화를 조성할 곳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2006년 제주의 약 4만3000㎡ 터에 1백20억원을 투자해 세운 박물관이다.
전시품들은 김 회장이 본업인 무역업의 장점을 살려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며 수집한 ‘성물(性物)’들이다. 최강현 관장은 “관광객 중에는 박물관 이름과 입구만 살펴보고는 민망해하며 들어가기를 주저하거나, 조형물만 둘러보고는 구경을 다 했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라며 “들어와 보면 박물관의 규모와 수집품의 방대함에 놀랄 것”이라고 말했다.
성, 예술이 되다
박물관 1층에는 성교육관, 2층에는 성문화관과 성판타지관, 성갤러리관이 있다. 1층 성교육관에서는 다양한 성교육 정보를 제공한다. 패널과 모형을 통해 건강한 성생활과 정확한 성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목적. 기초적인 배란과 생리, 임신, 남성과 여성의 생식기에 관한 내용부터 동성애, 피임까지 성에 관한 정보를 모두 담았다. 가벼운 심리 테스트부터 성감대 찾기, 문풍지 너머로 훔쳐보는 첫날밤 등 오감을 동원해 구경할 거리가 많다. 박물관을 찾는 나이 지긋한 어른들 중에서는 노트에 꼼꼼하게 메모하며 보는 이들도 있다고. 단, 1층 전체에 울려 퍼지는 스피커 속 여성의 신음에 너무 놀라지는 말자. 다 교육의 일환이다.
외설 아닌 예술
전반적인 성 지식을 체득했다면 2층으로 올라가자. 평소 생각하는 ‘박물관의 이미지’에 가까운 공간이 등장한다. 성문화관에서는 인류 역사와 성 문화가 어떻게 변모해왔는지를 나라와 민족별로 보여준다. 아시아, 아프리카, 남미, 유럽의 성 문화뿐 아니라 고대 이집트와 로마, 폼페이의 성 문화와 일본의 게이샤 문화, 인도와 인도네시아의 성 관련 샤먼 문화도 살펴볼 수 있다. 유럽에서 쓰인 정조대나 성 욕구 해소를 위한 리얼돌, 남근을 숭배하는 일본의 도조신 조각 등도 인상적이다. 최 관장은 “박물관 개장을 위해 김포공항을 통해 예술품을 들여올 때 ‘너무 음란하고 이상하다’는 이유로 되돌려보내진 아까운 작품도 많았다”고 후일담을 전했다. 인도의 카마수트라와 한국·중국·일본의 춘화를 비교해서 볼 수 있는 공간도 있다.
어느 정도 걸었으니 잠시 쉬어갈 차례. 앉기 전에 의자를 살펴보자. 돌기 모양으로 남성과 여성의 생식기나 누드 전신상이 조각된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쉬어가는 의자와 테이블 역시 외국에서 기증받거나 공수해온 제품들이다.
2층의 성판타지관에는 사람들이 가진 유쾌한 성적 판타지가 다양한 조각과 거울, 미로를 활용해 독특하게 표현돼 있다. 성갤러리관에는 개관 이래 매년 개최된 ‘대한민국 에로티시즘 미술작품 공모전’ 수상작과 ‘에로틱 아트 페스티벌’에 출품된 작품 외에도 국내외 유명 작가들의 에로틱 명작이 전시돼 있다.
전시장을 다 둘러봤다고 끝난 것이 아니다. 2층 기념품 매장에서는 다채로운 액세서리와 성 문화 관련 장식품을 구경하고 구입할 수 있다. 여성의 가슴을 본뜬 마우스패드나 엉덩이에 볼펜을 끼우는 볼펜꽂이도 인기. 붉은 레이스 팬티를 돌돌 말아 장미꽃처럼 만든 기념품이나 누드가 그려진 앞치마는 신혼부부 선물로 인기다. 국내 관광객은 물론 중국 관광객도 느는 추세다. 기념품 매장 직원은 “가족과 친구들에게 선물하겠다고 20~30개씩 물건을 사가는 사람들도 있다”고 귀띔했다.
기념품 매장 옆에는 북카페가 마련돼 있다. 일행과 담소를 나누고 다양한 자료를 찾을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이다. 차 한잔 마시며 피로를 풀고,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1천여 권의 책을 읽으며 박물관에 대한 감상을 나눠도 좋다. 예상했다시피, 벽면 가득 꽂힌 책의 테마는 ‘성’이다. 최 관장은 “처음에는 입장을 주저하던 사람들도 관람을 마치면 웃고 나온다”라며 “박물관을 찾는 사람들의 만족도가 높다”고 전했다.
1 박물관 2층의 북카페. 2 3 4 5 세계의 성 문화를 한눈에 볼 수 있는 2층 전시장.
위치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일주서로 1611(감산리 1736)
관람료 일반 1만2천원, 청소년 및 어린이 입장 불가
문의 064-792-5700 www.sexmuseum.or.kr
|
||||||
-
추천 0
-
댓글 0
- 목차
-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