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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아나운서 김현욱, 새로 쓰는 인생 출사표

“방송 생활 하면서 10개 사업에 손대 1년에 1억원씩 손해, 그럼에도 다시 사업 시작하는 이유는… ”

글 | 진혜린 자유기고가 사진 | 홍중식 기자

입력 2012.08.16 09:41:00

아나운서들이 퇴사하는 이유는 보통 두 가지다.
결혼이나 혹은 프리랜서 방송인으로의 전향.
그런데 얼마전 KBS에 사표를 낸 김현욱 아나운서는 이 중 어느 경우도 아니다.
아나운서(주) 대표로 취임하며 사업가로 변신했다.
스타 아나운서 김현욱, 새로 쓰는 인생 출사표


서울 대치동에 위치한 ‘맛있는 스피치’ 강의실에서 만난 김현욱(40) 대표는 지금까지 그와 잘 어울렸던 슈트 차림이 아니었다. 블루진 바지에 티셔츠를 입어 한결 활기 있고 밝아 보였다.
“매일 양복만 입었는데, 이렇게 입는 것도 신선해 보이죠?”
물론 보기 좋았다. 하지만 ‘아나운서 김현욱’이 아닌 사업가라는 사실이 아직은 낯설기만 했다. 그는 틀에 맞춰진 전형적인 아나운서가 아닌, 편안하고 친숙한 이미지를 가진 아나운서였다. 그가 진행한 대표 프로그램은 KBS ‘도전! 골든벨’ ‘생생 정보통’ ‘아침마당’. 때문에 보통의 스타 아나운서들처럼 퇴사 후 프리랜서로 활동한다면 얼마든지 경쟁력 있는 방송인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안정된 직장과 탄탄대로를 뒤로한 채, 교육 사업이라는 비포장도로에 진입했다.
그를 만나면 가장 먼저 그 이유부터 물어보려고 했다. ‘갑자기 무슨 사업이냐’고 말이다. 그런데 묻기도 전에 그 이야기부터 꺼낸다.

맘 편히 일하기 위해 손댄 사업, 실패의 연속
방송을 통해 그를 지켜본 대중들에게는 그의 변신이 갑작스럽겠지만 김현욱 대표에게는 오늘이 오랜 기간 차근차근 준비해온 미래다. 지금 그에게 찾아온 변화를 이야기하려면 KBS에 입사하던 1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높은 경쟁률을 뚫고 어렵게 아나운서가 되던 날.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KBS를 나가게 될 날을 계획했다. 방송국에 뼈를 묻겠다고 해도 모자랄 신입사원이 ‘10년 안에 회사를 그만두겠다’는 다짐을 했단다.
‘그럴 거면 왜 그 고생을 해가며 아나운서가 됐느냐’는 질문을 하려는 찰나 김 대표는 “방송은 제 천직인 것 같다”며 못을 박는다.
“관성적으로 그 자리에 안주하지 않겠다는 각오 같은 거였어요. 어쩌면 제 능력이 부족할 수도 있고, 혹은 돈을 벌기 위해서 하기 싫은 방송도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상황은 만들고 싶지 않은 마음도 있었거든요. 나름의 경쟁력을 가지고 무엇이든 도전할 수 있는 위치에 서고 싶었어요.”
방송을 자신이 평생 하고 싶은 천직이라고 여겼지만 마냥 재미있고 즐거운 일만 골라서 할 수 없다는 것이 햇병아리 아나운서에게는 가장 큰 고민이었다. 하고 싶은 방송을 통해 행복을 찾고 싶은 마음과 하고 싶지 않은 방송도 해야 한다는 현실 사이에서 돌파구를 찾기 위해 무던히도 애를 썼다. 고심 끝에 찾은 해결책은 든든한 뒷배를 마련해놓는 것이었다.
“역설적인 이야기지만 방송이 본업이 아닌, 부업이 된다면 가능할 것 같더라고요. 경제적인 부분은 다른 것으로 바탕을 마련해놓고 방송은 하고 싶어서 하는 일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아나운서들이 할 수 있는 재테크라는 게 주식이나 부동산 투자밖에 없더라고요. 돈을 벌더라도 다른 방법을 찾고 싶었어요.”

스타 아나운서 김현욱, 새로 쓰는 인생 출사표

김현욱 아나운서가 후배들의 스피치를 모니터링하며 조언을 해주고 있다. 그는 방송국 문을 나섰지만 우리말에 대한 열정은 더 커졌다.



다양한 분야에 폭넓은 관심을 가지고 있던 그는 사업으로 눈을 돌렸다. 시작은 PC방. 퇴근 후 피곤도 잊은 채 가게를 돌봤지만 이내 문을 닫아야 했다. 그다음에 문을 연 양곱창집도 사정은 비슷했다. 그 후에도 손대는 사업마다 족족 허망하게 허물어졌다. “다 망한 건데, 기사에 전부 쓰실 건 아니죠?” 하며 그가 말해준 사업 분야만 열 가지가 넘었다. 아나운서가 어떻게 그런 분야에 관심을 가질 수 있을까 싶을 만큼 전문가들의 영역까지 그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었다. 지금이니까 편하게 말할 수 있지만, 회사에 매인 몸이라 사업 전면에 나설 수 없어 자신의 사업을 도와준 어머니의 이름 뒤에 숨어 있어야 했다고 한 다. 월급에 아르바이트까지 해서 돈을 투자했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그렇게 1년에 1억원씩, 꼬박 10년을 까먹었다. 하지만 그 모든 노력이 헛된 것만은 아니었다. 언제부턴가 기존에 투자했던 사업 중 수익을 내는 것이 생겼다. 나름 힘든 시간이었을 것 같은데, 사업 10년 만에 손익분기점에 도달했다며 털털하게 웃는다.



“돌이켜보면 그게 다 수업료였던 것 같아요. 여태껏 아무것도 안 하고 있다가, 지금부터 시작한다고 생각하면 깜깜하잖아요. 사업을 하다 보니까, 실패한 사업은 왜 망했는지, 성공한 사업은 그 이유가 무엇인지 조금씩 알겠더라고요.”
이야기를 듣다 보니 ‘아나운서 김현욱’의 모습에서 ‘사업가’로서의 면모가 엿보이기 시작했다. 이제는 자신이 원하는 방송을 할 수 있는 뒷배도 든든해지기 시작했을 터였다. 그가 신입사원 시절 꿈꾸던 모습에 한 걸음 더 다가간 듯 보였다. 하지만 수많은 실패와 재기를 거치며 그의 의지는 더욱 견고해졌고 꿈의 모양새 또한 많이 달라져 있었다.

스피치 교육의 전도사 되겠다
지금까지 방송과 사업이 독립된 별개의 영역이었다면 이제는 사업에도 방송에 대한 욕심과 뜻을 부여하고 싶어진 것이다. 함께 잡기 힘든 두 마리 토끼인 줄 알았는데 한꺼번에 잡을 수 있는 형제 토끼라면 전혀 불가능한 일도 아닐 것 같았다.
“가장 많은 영향을 받은 것이 ‘도전! 골든벨’이었어요. 골든벨을 울린 아이들은 물론 깊은 인상을 심어준 아이들을 보면서 자신의 생각을 얼마나 잘 표현하느냐가 세상을 살아가는 데 중요한 힘이라는 걸 깨달았어요. 그러면서 스피치 교육에 관한 막연한 목표를 가지게 됐죠.”

그는 아나운서 시절 유난히 청소년들과 인연이 깊었다. ‘도전! 골든벨’은 방송 특성상 한 학교에서만 꼬박 2박3일을 보내는데, 이런 촬영 일정을 6년 동안 소화해 냈으니 남다른 애정을 가질 만도 하다. 출연자 1백 명을 모아놓고 방송 촬영 요령을 강의하고, 출연자들과 인터뷰를 진행한 후 그중 특징 있는 학생을 선별해 미리 연습을 시켰다. 학생들과의 인터뷰는 때론 그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기발한 생각에 무릎을 치기도 했고, 사고가 확실히 정립된 학생의 어른스러움에 놀라기도 했다. 지난해부터 1년간 진행했던 ‘스카우트’도 마찬가지였다. 상업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들이 대기업 면접관들을 마주해 쏟아내는 언변에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말’은 원만한 교우 관계의 시작이고, 학업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사고력 향상의 필수 조건이라고 생각했다. 더 나아가 취업 준비생에게는 면접 준비로, 직장인들에게는 프레젠테이션 능력 향상으로 이어질 것이다. CEO에게 스피치란 리더십을 뒷받침할 기본 소양이 될 수도 있다.
“스피치는 산소 같은 거예요. 우리 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능력이죠. 자녀가 어떤 단어, 어떤 문장을 구사하는지 자세히 살펴보면 그들의 문화를 읽을 수 있어요. 언어 수준이 생활 수준이 되는 거죠. 그래서 스피치 교육이 꼭 필요하다고 느끼게 됐죠. 그런데 막상 이 생각을 실천할 방법이 묘연한 거예요. 그 막연한 생각을 구체화시켜준 것이 창업 과정부터 유심히 지켜봐왔던 지금의 회사였죠.”
‘아나운서(주)’는 아나운서 매니지먼트와 스피치 교육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초·중·고교생을 대상으로 단계별(3~10단계) 교육 프로그램 ‘맛있는 스피치’는 요즘 강남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고 CEO를 대상으로 하는 스피치 과정은 벌써 8기를 맞았다.
물론 퇴사 아나운서들 중 스피치 강사로 이름을 날린 사람들처럼 혼자 활동할 수도 있는 노릇이다. 관공서에서 학교에서 일반 회사에서 이 스피치 강사의 강연을 필요로 했다. 하지만 그의 욕심은 ‘개인전’에서 멈추지 않았다. 그러기엔 스피치의 영역이 너무도 방대했기 때문이다.
“아나운서들이 방송 외에도 교육, 그리고 문화 전반에서 다양한 일을 할 수 있도록 발판을 마련해주고 싶어요.”
그는 ‘아나운서(주)’를 통해 자신이 바라던 방송과 사업, 교육과 관련된 꿈을 실현시킬 수 있을 거라 믿었다. 그래서 전 재산을 투자해 2대 주주가 되면서 공동 CEO 자리에 앉았다. 물론 유명세에 기댄 허울뿐인 사장이 아니다. 매일같이 자신의 사무실에 출근해 팀장들과의 회의를 주도하고 강연회에도 참석해 사업 활성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아나운서가 직접 강연하는 ‘스피치 교육’의 활성화. 어찌 보면 그가 생각하는 스피치의 중요성을 구체화시킬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 아니었을까.

“회사까지 그만두면서 본격적으로 교육 사업을 시작했지만 학원으로, 또 아나운서 매니지먼트 사업으로 큰 수익을 거둘 욕심은 없어요. 적어도 스피치 교육의 필요성을 알리는데 한몫하는 사람이 됐으면 하는 거예요. 훗날에는 ‘아, 김현욱. 올바른 우리말 사용을 위해 애쓰는 친구지’하는 말을 듣고 싶어요.”

하고 싶은 일 많아 뒷전으로 미룬 결혼과 연애

스타 아나운서 김현욱, 새로 쓰는 인생 출사표


인터뷰 말미에 “도대체 결혼은 언제 할 거냐”고 물어볼 요량이었는데, 적재적소에 “이렇게 펼쳐놓은 게 많아서 결혼은 언제 하나 싶어요”라며 알아서 답변을 내놓는다. 직장 생활과 사업을 병행한다는 것은 남다른 근면함만 가지고는 어림도 없는 일이다. 그래서 결혼은 엄두도 못 냈다. ‘결혼을 한다면 이런 여자와 하고 싶다’는 사람을 만난 적도 있었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이렇게 가다가는 안 하는 게 아니라 못하는 게 될 것 같아요. 지금 만나는 사람은 없지만 내년에는 꼭 할 거예요(웃음).”
아닌 게 아니라 하고 싶은 것도 이루고 싶은 것도 너무 많은 그다. 뭔가를 시도하지 않으면 못 견디겠다는 듯 그는 늘 바쁘다. 회사를 다닐 때나 지금이나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아나운서 복근 보셨어요?”
또 뭔가를 꾸미고 있나 보다. 신수가 훤해진 것은 비단 직업의 변화 때문만은 아닌 모양이었다.
“지난 2월부터 운동을 시작했어요. 배용준, 권상우를 관리 했던 임종필 트레이너와 본격적으로 운동 및 식이요법을 진행했죠. 가을에 나올 책에 실을 사진을 얼마 전에 찍었어요. 한번 보실래요?”
그가 휴대전화를 열어 보여준 것은 장동건도 울고 갈 위풍당당한 복근을 지닌, 놀라운 그의 사진. 이미 출판사와 계약이 된 상태라 아직은 공개가 어렵다며 신주단지처럼 아낀다. 40대 초반 남성이, 직장 생활을 하며, 회식 자리에서 폭탄주도 마시면서 복근을 만든다? 참 신기한 일이다. 그래서 그런 내용을 엮어 책으로 출판할 생각이라고 한다. 배우나 가수, 개그맨의 복근은 봤어도 아나운서 복근은 금시초문이라 그 내용이 궁금했다. 그간 해보고 싶었던 무수한 일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니 그에게 회사라는 울타리가 얼마나 답답했을지, 그제야 납득이 됐다.
새로운 시작 앞에 선 그에게 사람들은 ‘두렵지 않으냐’고 묻는다. 하지만 사업적 비전과 교육적 목표 의식, 그리고 여전히 방송을 사랑하는 열정이 있기에 그는 두렵지 않다.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목표점을 향해 쉼 없이 걸어가는 그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여성동아 2012년 8월 58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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