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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Pop culture

대한민국 걸그룹 변천사

저고리씨스터에서 소녀시대까지

글 | 권이지 객원기자 사진제공 | 부평아트센터

2012. 05. 30

바야흐로 걸그룹 전성시대. 브라운관과 대중의 마음을 장악한 이들의 역사는 193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우리 대중문화와 궤를 함께한 걸그룹의 재밌는 역사 찾기.

대한민국 걸그룹 변천사

왼쪽부터 조선악극단 포스터, 국보자매, 김시스터즈, 이시스터즈, 펄시스터즈, 바니걸스. 1950년대부터 80년대 중반까지 활동한 걸그룹이다.



쭉 뻗은 팔다리와 잘록한 허리. 춤과 노래를 통해 귀여움과 섹시함을 선보이는 2명 이상의 여성 아이돌 가수를 ‘걸그룹’이라 부른다. 최근 이들의 행보는 놀랍다. 가요 프로그램뿐 아니라 예능에 드라마까지 장악했다. 그들의 춤과 음악은 아시아를 넘어 세계인의 마음을 흔들고 있다.
보통 ‘걸그룹의 시초’라하면 1990년대 말 구성돼 많은 인기를 얻은 핑클과 S.E.S를 떠올리지만 사실은 193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는 것이 대중문화 평론가이자 대중음악 자료 수집가인 최규성(51) 씨의 분석. 그는 6월 19일까지 인천 부평아트센터에서 ‘한국대중음악 걸그룹사: 저고리씨스터에서 소녀시대까지-소원을 말해봐’라는 전시를 열어 걸그룹의 역사를 조명한다.
최씨는 걸그룹사의 원년을 동아일보 1940년 3월 23일자 기사와 같은 해 ‘모던조선’에 실린 광고를 통해 1939년으로 추정했다. 당시 활동했던 걸그룹의 이름은 우리에게는 생소한 저고리씨스터다. 총 4인으로 구성된 멤버의 면면도 화려하다. ‘목포의 눈물’의 이난영, ‘연락선은 떠난다’의 장세정, ‘오빠는 풍각쟁이야’의 박향림, 민요가수 이화자까지 당대를 주름잡은 이들은 프로젝트 그룹으로 활동했다고 알려진다. 당시 동아일보는 창간 20주년 행사인 오케 그랜드쇼 소개 기사를 통해 이들을 “자주색 끝동에 금색으로 ‘수(壽)’와 ‘복(福)’을 수놓은 저고리를 입은 처녀들에게 우리 의상 아니 조선의 정서가 고이 잠들고 있다. 이러한 정서를 담은 악극자매단을 저고리씨스터라 했다”고 소개한 바 있다.
1950년대는 여성 3인조 김시스터즈의 시대. 이들은 대한민국 걸그룹 최초로 미국에 진출해 데뷔곡 ‘찰리 브라운’으로 빌보드 싱글차트 7위까지 올라간 바 있는 한류의 초대 아이콘이다.

예나 지금이나 빼어난 미모와 실력 갖춰야 성공
가요 프로와 뮤직비디오, 예능, 콘서트 등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들의 콘텐츠를 소비하는 요즘 걸그룹과는 달리 초창기 걸그룹은 주로 미8군 부대와 밤무대를 병행하며 활동했다.
억압된 시대다 보니 활동의 폭과 제약도 많았지만 이들이 소개하는 장르만큼은 다양했다. ‘커피 한 잔’으로 유명한 펄시스터즈는 록과 솔 등을 소개했고, ‘그 사람 데려다주오’의 바니걸스는 주로 스웨덴의 혼성 그룹 아바의 곡들을 번안해 불렀다.
미모는 물론이거니와 실력과 확실한 콘셉트까지 갖춰야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은 과거나 지금이나 마찬가지. 토끼소녀라는 이름으로도 활동했던 바니걸스는 신중현의 곡을 받아 1971년 데뷔했다. 쌍둥이 언니 고정숙과 동생 고재숙으로 구성된 듀엣인 이들은 서구적인 외모와 노래로 1970년대를 넘어 80년대도 평정했다.
그러나 1980년대 후반에서 90년대 초반까지는 걸그룹의 암흑기. 1996년 베이비복스가 혜성처럼 나타나 그 어둠을 걷어냈고, 이어 97년 S.E.S, 98년 핑클이 연이어 등장했다. 2000년대는 걸그룹 춘추전국시대. 소녀시대, 원더걸스, 브라운아이드걸스, 포미닛, 카라, 시크릿 등 수많은 걸그룹이 생겨나고, 또 사라지고 있다.
걸그룹의 구성과 해체는 과거와 현재가 큰 차이를 보인다. 현재는 연예기획사의 콘셉트에 따라 구성되고, 계약 관계에 따라 해체되는 반면 과거 걸그룹의 해체 사유는 주로 결혼이었다. 펄시스터즈는 멤버 배인순이 1976년 동아그룹 회장 최원석과 결혼하면서 해체됐고, 바니걸스 역시 1980년 중반까지 활동하다 멤버의 결혼과 함께 해체됐다.

대한민국 걸그룹 변천사

19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 큰 인기를 끈 4인조 걸그룹 핑클(왼쪽), 대한민국 대표 걸그룹 9인조 소녀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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