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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토너 황영조 뒤늦은 신혼일기

8세 연하 미모의 아내에게 딱 걸렸어!

글 | 권이지 객원기자 사진 | 조영철 기자, L스튜디오 제공

입력 2012.02.15 16:43:00

꼭 20년 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마라톤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황영조. 그 후로도 오랫동안 노총각으로 지내던 그가 지난해 12월 결혼했다. 아내는 여덟 살 연하의 고교 교사. 만남에서 결혼까지 채 1년이 걸리지 않았던 황영조 부부의 초스피드 러브 스토리 최초 공개.
마라토너 황영조 뒤늦은 신혼일기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몬주익의 영웅’이란 호칭을 얻은 황영조(42·국민체육진흥공단 마라톤 선수단 감독)가 드디어 평생 반려자를 만났다. 여덟 살 연하의 안서연씨(34)가 그 주인공. 안씨는 이화여대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고 현재 교직에 몸담고 있다. 두 사람은 결혼 발표 한 달여 만인 지난해 12월 웨딩마치를 울렸다. 국민 마라토너의 마음을 움직인 그녀는 어떤 사람일까. 황영조 부부의 러브 스토리를 들으러 국민체육진흥공단 마라톤 팀의 전지훈련지인 제주도를 찾았다.

결혼 생각 없던 노총각 사로잡은 착하고 똑똑한 아내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을 4개월 앞두고 은퇴해 많은 이들에게 아쉬움을 남겼던 황영조. 그는 은퇴 후 학업에 전념해 대학을 졸업하고 석사를 거쳐 2004년 고려대 대학원에서 체육학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2000년부터 국민체육진흥공단 마라톤 선수단 감독을 맡아 일찌감치 후배 양성에 나섰다.
결혼한 지 한 달여, 신혼 재미에 푹 빠져 있어야 할 때지만 황 감독은 제주도 전지훈련장에서 선수들과 함께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체육인들에게는 1년 활동을 위해 가장 중요한 동계 훈련 기간이라 하와이로 신혼여행을 다녀온 다음 날 바로 강원도 동계 훈련에 합류했고 이어서 제주도 훈련이 시작된 것이다.
“얼마 전 선배 한 분이 ‘영조야, 깨 볶는 냄새가 부산까지 풍기더라’라고 하셨어요. 그런데 아직까지 신혼 생활을 누려보지 못했어요(웃음).”
심지어 결혼 후 처음 맞는 설 명절도 함께할 수 없을 것 같다며 아내에게 미안해했다. 황 감독은 아내에 대한 사랑과 미안함이 뒤섞인 표정으로 자신들의 러브 스토리를 털어놓았다.
사실 노총각 황영조는 결혼이 절실하지 않았다. 마라톤 감독, 해설, 강연, 대한체육회 이사직까지 바쁜 스케줄을 소화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결혼 상대를 진득하게 만날 상황도 아니었다. 안씨는 그런 황 감독의 마음을 단숨에 바꿔놓았다.
두 사람은 2011년 늦봄 황영조의 고향 선배 소개로 처음 만났다. 황 감독은 자신을 세심하게 챙겨주는 안씨를 보며 ‘이 사람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아내의 미모도 결혼을 결심하는 데 한몫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그는 얼굴을 붉히며 손사래를 쳤다.
“사실 그전까지는 인연을 못 만나면 혼자 사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죠. 그러다 마흔이 넘으니까 마음이 조금씩 바뀌더라고요. 사람 보는 눈도 달라지고요. 외모보다 마음씨에 더 끌렸어요. 아내는 처음 만났을 때부터 저를 편하게 해줬거든요. 제가 몸이 좋지 않았을 때 따뜻한 꿀물을 만들어주기도 하고, 그런 면에서 감동했죠. 이 사람이라면 믿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내의 가장 예쁜 곳이요? 눈이죠(웃음).”

첫 만남에서 결혼까지 단거리 육상 선수처럼 초스피드로!

마라토너 황영조 뒤늦은 신혼일기




황영조는 안씨를 결혼 상대로 마음에 품기 시작하자 갑자기 그녀가 어떤 환경에서 자랐는지 궁금해졌다. 어느 여름 날 친구들과 술 한잔 걸친 김에 용기를 내 안씨에게 전화를 걸어 지금 집으로 찾아가도 괜찮으냐고 물었다. 그러고는 곧장 택시를 타고 지금은 처가가 된 서초동 집으로 향했다. 파란색 반바지에 반팔 티셔츠, 슬리퍼를 끌며 불쑥 찾아온 그를 보고 장인은 깜짝 놀랐다고 한다. 지난해 8월의 일이다.
“아내는 제가 술을 마신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하는데 장인어른은 한눈에 아신 거죠. ‘술 한잔 더 하겠나’라고 물으시는데 차마 그러겠다고는 못하고 차만 마시다 돌아왔어요.”
예비 사위와 장인의 첫 상견례라고 하기엔 어이없는 상황. 하지만 솔직히 시간을 두고 천천히 상대를 알아가기엔 그의 마음이 급했다. 그 후로도 두어 번 더 불현듯 안씨 집을 찾아갔고 그때마다 장인, 장모는 솔직하고 소탈한 예비 사위를 마음에 들어하는 눈치였다.
“만약 제가 공인으로서 잘 꾸민 상태로 갔다면 오히려 마이너스 효과가 나지 않았을까요. 결혼하면 모든 것을 다 드러내야 하잖아요. 두 번째도, 세 번째도 모두 술을 한잔한 상태로 갔어요. 그렇다고 제가 술을 잘 마시는 것은 아닙니다. 소주는 전혀 못하고, 막걸리나 맥주도 몇 잔 못 마셔요.”

술로 용기를 얻어 처가를 드나들던 그가 세 번째 찾아갔을 때는 결혼하겠다는 말을 꼭 해야 할 시기라고 생각했다. “딸을 제게 주십시오”라고 청하자 장인은 기다렸다는 듯 결혼을 허락했다. 이어진 양가 상견례를 거쳐 10월31일 결혼을 발표했다. 함진아비는 동료 마라톤 선수이며 ‘봉달이’란 별명으로 더 유명한 이봉주. 이봉주의 아내 김민순씨는 황영조와 중학교 동창으로, 두 사람 사이에 다리를 놓은 이가 사람이 바로 황영조다. 그런 인연으로 이봉주가 함진아비를 자처했다.
“봉주가 부끄럼을 많이 타는 성격이라 바깥에서 한 시간 이상 술을 마시고 간신히 함을 팔러 들어왔죠(웃음). 이래저래 고마운 친구입니다.”

마라토너 황영조 뒤늦은 신혼일기


남들은 서너 달도 부족하다는 결혼 준비를 한 달 만에 마쳤다. 결혼 날짜를 잡을 때도 좋은 날을 받기는커녕 동계 훈련 일정에 맞춰 가능한 날로 정했다. 모든 것을 아내가 다 이해해줬단다.
“아내는 신혼여행을 몰디브로 가자고 했는데, 동계 훈련 때문에 일정도 안 맞고, 비행 시간도 오래 걸리더라고요. 저는 그때 풀 빌라라는 말을 처음 들어봤는데, 그냥 물에서 노는 데더라고요. ‘뭐 하러 그런 데를 가냐’고 했죠. 쇼핑도 하고 구경도 많이 하자는 의미에서 하와이로 정하고 4박6일로 다녀왔어요.”
신혼여행을 마치고 귀국하자마자 바로 강원도 태백에서 훈련이 시작됐다. 선수들을 감독하러 바로 강원도로 향했다가, 1차 훈련이 끝나고 며칠 휴식을 가진 뒤 제주도로 전지훈련을 떠났다. 제주도 전지훈련은 2월 말까지. 미안한 마음에 아내를 제주도로 데리고 올까 하는 생각을 잠시 했지만, 아는 사람 하나 없는 그곳에서 한 달 반 동안 지내는 것도 고역이겠다 싶어 그만뒀다.
“서울에는 친구들도 있고 친정도 가까워 덜 외로울 것 같더라고요. 저는 여기서 선수들 훈련시켜야 하니까 바쁠 테고요. 동계 훈련 끝나면 여름까지는 서울에 있을 수 있어요. 그때가 돼야 진짜 신혼 생활을 즐길 수 있지 않을까요?”

황당했던 황영조 재혼설 진상은…

마라토너 황영조 뒤늦은 신혼일기


황영조의 늦은 결혼으로 가장 마음고생이 심했던 사람은 다름 아닌 그의 어머니 이만자 여사다. 황영조는 자신이 금메달을 목에 걸 수 있었던 것도,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었던 것도 모두 어머니 덕분이라고 할 정도로 효자이지만, 결혼 문제에서만은 그렇지 못했다고 한다. 결혼을 앞두고 엉뚱하게 황영조 재혼설이 돈 것은 어머니의 마음고생에서 비롯됐다.
“30대 중반까지는 그럭저럭 넘겼는데 후반이 되니까 자꾸 주변 에서 ‘아들에게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말씀들을 하셨나 봐요. 처음엔 아니라고 하다가 자존심 때문에 ‘우리 아들 결혼했다’고 하신 게 빌미가 돼 재혼설이 퍼졌죠. 어머니는 이래저래 속상하셨을 텐데 제가 결혼을 하니 마음이 놓이셨는지 표정이 정말 좋아지셨어요. 노총각으로 살았던 것이 어머니께 불효였던 거죠.”
남들보다 조금 늦었지만 어머니에게 효도하며 인생의 큰 반환점을 돌아선 그에게 이제 남은 건 2세 계획이 아닐까.
“결혼을 급하게 해서 사람들에게 속도위반이 아니냐는 말도 많이 들었지만, 그건 아니고요(웃음). 제 나이가 많지만 그 때문에 특별히 조급하진 않아요. 때가 되면, 인연이 되면 생길 거라 믿고 있습니다.”
황영조가 ‘몬주익의 영웅’이 된 지 20년. 감독 생활을 한 지도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까지 한국 마라톤계에는 그와 이봉주를 뛰어넘을 만한 선수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과연 황 감독이 자신을 능가할 세계적인 선수를 키워낼 수 있을까. 마지막으로 새해 포부를 들어봤다.
“산을 멀리 두지 말고 가까이 두고 이 산을 자꾸 오르려고 해야 합니다. 자신의 현주소를 알고 겸손할 줄 알아야 하죠. 저는 기술적인 요소보다 정신적인 요소에 중점을 두고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습니다. 마라톤은 마음가짐이 중요한 만큼 된다고 생각하고 꾸준히 열심히 뛰게 해야죠. 그러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겁니다.”
결혼은 마음먹자마자 단거리 주자처럼 뛰었지만, 인생은 한 발 한 발 마라톤처럼 살고 있는 영원한 마라토너 황영조. 결혼 후 더 안정이 됐다는 이봉주의 말처럼 그도 남은 인생을 아내라는 페이스메이커와 더불어 결승선까지 쭉 함께할 것이다.

여성동아 2012년 2월 57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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