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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STYLE

Do & Don’t

다이어트 이렇게 하면 반드시 실패한다

위밴드 전문가 박윤찬 서울슬림외과 원장에게 들었다

글 | 구희언 기자 사진 | 박정우 프리랜서

2012. 02. 07

다이어트와 금연. 매년 새해 모두의 소망 리스트에서 빠지지 않지만 지키기 어려운 목표이기도 하다. 특히 여성에게 다이어트란 평생 안고 가야 할 숙명처럼 느껴진다. 고도비만 환자를 위한 위밴드 수술을 다년간 집도한 박윤찬 서울슬림외과 원장에게 다이어트에 실패하는 이유와 해결책에 대해 알아봤다.

다이어트 이렇게 하면 반드시 실패한다


임진년 새해, 목표는 다이어트. 무엇부터 시작하겠는가. 대부분은 식사량을 줄이고 운동량 늘리기에 도전한다. 이론대로라면 적게 먹고 많이 운동하니 빠른 시일 안에 체중 조절 효과를 볼 수 있다. 박윤찬 서울슬림외과 원장은 “가장 정석적인 방법이지만 그만큼 따르기 어렵다”고 말한다.
“일부 환자는 상담하러 와서 ‘한 달에 10kg만 빠졌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세요. 평소처럼 먹으면서 운동만으로 체중을 감량하려면 엄청난 열량을 소모해야 해요. 웬만한 운동량으로는 눈에 띄는 효과를 보기 어렵죠. 오히려 운동 후 식욕이 왕성해져 평소보다 많이 먹는 사람도 있어요.”
박 원장은 고도비만 환자를 위한 위밴드 수술 전문가다. 그러다 보니 다이어트를 하려는 환자를 수도 없이 많이 만난다. 위밴드 수술은 의료용 실리콘으로 만들어진 위밴드를 위의 상층부에 삽입해 위장 용적을 적게 만드는 방법이다. 이 수술은 조금 먹고도 포만감을 느낄 수 있고 장시간 포만감을 유지하도록 돕기 때문에 체중 감량에 어려움을 겪는 고도비만 환자 치료를 위해 두루 쓰인다. 최근에는 건강하게 살을 빼려는 이들에게도 주목받는 수술이다.
“수술 상담을 하러 오는 분들의 공통점이 있어요. 당뇨나 고혈압 등 합병증을 치료하러 오는 분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좀 더 날씬한 몸을 원한다는 거죠. 또 다른 공통점은 장기간 여러 방법으로 다이어트를 시도했다가 실패한 경험이 있다는 거고요.”
우리 몸의 지방 1g을 빼려면 소모해야 하는 열량은 9kcal. 한 달간 체지방 7kg을 빼려면 6만3000kcal를 소모해야 한다. 이 계산대로라면 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2100kcal씩 소모해야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일반 여성의 하루 기초대사량이 1200~1500kcal인 것을 고려하면 한 달간 단식과 함께 매일 800kcal 이상을 운동으로 소모해야 한다. 800kcal는 러닝머신을 최소 2시간은 뛰어야 소모할 수 있는 열량이다.

한 달 10kg 감량은 허황된 목표
근육 손실로 인한 체중 감량은 백해무익

“종일 물만 먹고 러닝머신을 매일 2시간씩 한 달간 꾸준히 할 수 있을까요? 저를 포함해 많은 이들에게 어려운 일이죠. 인체는 방어 체계를 갖추고 있어 너무 적은 열량을 섭취하면 알아서 기초대사량을 대폭 낮춥니다. 수입이 적어지면 씀씀이를 줄이는 것과 같은 이치죠. 기초대사량이 1300kcal인 사람이 아무것도 먹지 않으면 몸은 기초대사량을 700kcal 이하로 낮춥니다. 그래서 아무리 적게 먹어도 살이 찌는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되는 거죠.”
쫄쫄 굶고 열심히 운동해서 다이어트에 성공해도 문제가 생긴다. 체지방은 우리 몸에서 급한 상황이 발생할 때 비상식량으로 쓰려고 축적한 것. 그런데 충분한 영양이 공급되지 않으면 인체는 체지방을 축적하는 한편, 근육의 단백질을 연료로 쓴다. 살을 빼기 위한 운동을 할 때 유산소 운동과 무산소 운동을 병행하는 이유도 근육이 아니라 체지방을 연소시키기 위해서다.

다이어트 이렇게 하면 반드시 실패한다

2011년 9월 위밴드 수술을 받은 20대 후반 여성(160 cm, 95.4kg). 수술 3개월여가 지난 2012년 1월 현재 몸무게는 73.6kg으로 21.8kg 감량에 성공했다. 평소 무릎과 허리가 안 좋았던 그는 수술 후 건강을 회복하고 피부도 좋아졌다.



“단백질 1g은 4kcal입니다. 그렇기에 단백질이 손실되면 지방(1g에 9kcal)보다 체중 감량 속도는 확실히 빠르죠. 그러나 근육이 줄면 기초대사량이 줄어들어 점점 더 다이어트가 힘들어지게 됩니다. 대부분 한두 달 운동하다 지쳐 그만두고 ‘난 의지가 약해 운동으로는 안 돼’라며 자책하죠. 그들 중 일부는 장기간의 운동으로 상당한 체중 감량에 성공하지만 대부분 그 체중을 유지하지 못합니다. TV 다이어트 프로그램에서 혹독하게 살을 뺀 이들이 사후 관리를 안 하면 요요현상을 겪는 이유도 같은 현상입니다.”
운동으로 체중 감량에 실패하면 그다음에는 다이어트 식품이나 원푸드 다이어트에 손을 댄다. 이런 방법은 단기간에 상당한 효과를 볼 수 있지만, 다이어트 식품이나 한 가지 음식만 평생 먹고 살 수 없기에 결국은 실패한다. 최후에는 단식원, 식욕억제제, 한약, 한방침, 주사 치료 등 갖은 방법을 다 동원하지만 또다시 실패를 맛본다. 이후에는 ‘어떻게 해도 난 안 될 거야’라는 생각에 사로잡힌다. 실제로도 다이어트에 실패한 상당수가 우울증과 불면증에 시달린다고 박 원장은 귀띔했다.
“사람이 원래 식탐이 많고 의지가 약해서 다이어트에 실패할까요? 아닙니다. 방법이 잘못된 것이죠. 처음부터 목표가 너무 높았거나, 아니면 목표까지 도달하는 시간을 너무 짧게 잡은 탓이죠. 체중을 빨리 감량하는 데는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섭취량을 엄청나게 줄이거나, 소모량을 엄청나게 늘리는 거죠. 물론 두 가지를 병행하면 더 빠른 다이어트가 가능합니다. 하지만 사람의 의지가 육체를 초월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죠.”



다이어트 이렇게 하면 반드시 실패한다

박윤찬 원장에게 수술받고 지속적인 상담을 해온 환자의 진료 기록. 3개월간 약 22kg을 감량했다. 빨간 그래프는 근육량을 나타낸다. 그래프에서 보듯 근육 손실은 없이 체지방만 22kg 감량한 것을 알 수 있다.



다이어트는 평생 하는 것
체중 감량 목표를 현실적으로 잡고 식이 조절해야

박 원장은 “어차피 다이어트는 평생 하는 것인데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면 오래 하기 어렵다”고 조언했다.
“체중 감량 과정이 너무 힘들면 오래 하기도 어렵지만 실패하면 다시 하기가 싫어집니다. 평생 할 수 있는 다이어트를 해야죠. 감량 목표를 조금만 낮게 잡아도 적은 노력으로 목표를 이룰 수 있습니다. 한 달에 1kg씩이라도 1년에 걸쳐 감량하면 결과는 한 달에 5kg씩 빼는 것보다 좋을뿐더러 이후에도 지속적인 체중 감량을 위한 노력이 가능합니다. 저는 목표를 현실적으로 소박하게 잡고, 다이어트에 ‘올인’ 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박 원장은 음식의 종류도 엄격하게 제한하지 말고 먹고 싶은 것을 먹되 양을 줄이라고 했다. 사람이 식욕을 참는 데는 한계가 있고, 단기간은 가능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오히려 모든 것을 놓아버리고 원 없이 먹고 싶어진다고. 바로 요요 현상을 겪게 된다는 것이다. 그는 “먹고 싶을 때는 차라리 조금이라도 먹는 편이 낫다”고 했다.
운동도 평생 꾸준히 할 수 있는 수준으로 목표를 잡으라고 했다. 운동으로 살을 뺀다는 각오보다 건강을 지키고 생활의 활력소가 될 정도로만 해도 충분하다는 것. 일상생활과 사회생활을 하는 데 영향을 주지 않을 정도의 강도와 시간을 투자해 운동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 박 원장의 지론이다.
“몸을 이기려고 하지 말고 몸을 달래 서서히 변화하도록 노력하는 것이 현실적인 다이어트 방법입니다. 시간과 돈, 노력을 가장 적게 들이고도 평생 할 수 있는 다이어트는 섭취량을 줄이는 것인데, 위밴드의 도움을 받아 음식량을 줄이면 충분한 시간이 지나고 우리의 몸도 서서히 적응합니다. 일부 병원에서는 위밴드를 위에 제대로 고정도 안 시키고, 살이 빠지고 나면 제거해도 된다고 하는데 이는 잘못된 방법이에요. 그러다 보면 부작용도 생기게 마련이죠. 수술할 때 의사가 편하기보다는 환자가 편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이어트하려는 이들에게 위밴드가 평생의 동반자가 돼 건강한 다이어트를 도울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52062;W

박윤찬 원장은…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원에서 외과학 석사, 외과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울대학교병원에서 외과 전공의 과정을 거친 뒤 단국대학교 의과대학에서 외과 과장을 역임하며 2천여 건의 복강경 수술을 집도했다. 배 속에서 하는 수술은 대부분 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위밴드 수술의 권위자. 서울대학교병원 외과 자문의로 있으며 현 서울슬림외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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