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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아 드디어 입 열다!

“오랜 칩거, 더 서글픈 건 그조차 익숙하다는 것”

글 | 김유림 기자 사진 | 지호영 기자, 동아일보 사진DB파트

입력 2011.12.15 17:57:00

그동안 이지아에게는 ‘외계인’ ‘뱀파이어’와 같이 섬뜩한 별명이 따라붙었다.
데뷔 전 과거 행적이 전혀 포착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 봄 연예계를 발칵 뒤집어놓은 서태지와의 이혼 소송 이후 이지아의 베일이 한 꺼풀 벗겨졌다. 사건 후 7개월 만에 드라마 ‘나도, 꽃!’으로 복귀한 이지아는 뭔가 할 말이 많아 보였다.
이지아 드디어 입 열다!


강렬한 붉은색 미니 드레스, 꽃처럼 화사한 모습이었지만 얼굴에 흐르는 긴장감은 감출 수 없었다. MBC 새 수목드라마 ‘나도, 꽃!’ 제작발표회에 나타난 이지아(34)의 모습이다. 지난 4월 서태지를 상대로 이혼 소송을 제기해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이지아는 사건 후 지금껏 언론 노출은 물론이고 가까운 사람들과의 만남조차 갖지 않은 채 집에만 머물고 있었기에 그의 ‘첫 외출’에 쏠리는 대중의 관심은 어느 때보다 컸다.
더욱이 이번 사건으로 그를 향한 비난이 거세지면서 방송계에서는 당분간 연예계 복귀는 힘들 거라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그런 와중에 ‘나도, 꽃!’ 여주인공으로 발탁됐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여론은 ‘반갑다’는 의견과 ‘너무 이른 것 아니냐’는 의견으로 나뉘었다. 하지만 결국 이지아는 연기 복귀라는 정면 승부를 선택했다.
이날 이지아는 비교적 허심탄회하게 자신의 속마음을 내비쳤다. 초반에는 기자들의 질문에 다소 떨리는 목소리로 답하는 등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인터뷰가 진행될수록 농담까지 섞어가며 편안한 분위기를 이끌었다. 너스레를 떨며 활짝 웃을 때는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반달눈이 예쁘게 지어졌다.
“‘아테나:전쟁의 여신’ 이후 아주 오래되진 않았지만, 새 작품으로 인사드리기까지 굉장히 길게 느껴졌어요. 이번에 맡은 봉선이란 캐릭터는 거짓이나 꾸밈이 없고 너무 솔직하고 순수해서 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 어려움을 겪는 친구예요. 옳지 않은 일을 봤을 때는 단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자신에게 어떤 불이익이 올지 생각하지 않고 바로잡는 멋진 캐릭터예요. 그냥 보면 세고 거칠지만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매우 여리고 착한 친구죠. 연기하면서 봉선이란 캐릭터를 생각하면 무척 안쓰럽고 사랑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고마운 분들에게 보답하는 길은 내가 있어야 할 곳에 있는 것”

이지아 드디어 입 열다!

드라마 ‘나도, 꽃!’에서 심통쟁이 여순경으로 열연을 펼치고 있는 이지아.



‘나도, 꽃!’은 ‘내 이름은 김삼순’ ‘여우야 뭐하니’ 김도우 작가와 ‘내조의 여왕’ 고동선 PD가 의기투합한 로맨틱 코미디로, 심통쟁이 여순경 차봉선과 자신의 신분을 속이고 주차요원으로 일하는 의류 회사 언더커버 보스 서재희(윤시윤)의 로맨스를 그린다. 극중 차봉선은 어린 시절 부모에게 버림받고 홀로 자란 탓에 가슴 깊은 곳 상처가 우울증으로 악화돼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사람들과 관계 맺기를 힘들어 하는 인물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모든 관계를 의심하고 의례적인 형식과 가식을 극도로 싫어한다. 이지아가 이번 작품을 택한 결정적인 이유는 이런 봉선의 캐릭터가 따뜻하게 다가왔기 때문이라고 한다.
“각박한 세상에서 건강한 인연 만들기라는 스토리의 모토가 크게 마음에 와 닿았어요. 인간미가 물씬 풍기는 작품일거라는 생각에 욕심이 났어요. 물론 감독님과 작가님에 대한 신뢰가 컸고요.”
그에 앞서 이지아가 서둘러 작품을 고른 또 다른 이유는 가족을 포함해 그동안 자신을 위해 애써준 많은 사람들 때문이라고 한다. 이지아는 “혼자 집에서 힘들어 하기보다 빨리 털고 일어나 제가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가는 게 그분들에게 보답하는 길이라 생각했고, 지금은 그 생각이 옳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지아는 촬영에 들어가기 전 집 안에서만 생활했다고 한다. 심한 마음 고생 때문인지 과거에 비해 많이 야윈 모습이었는데 몸무게가 5kg이나 줄었다고 고백했다. 그럼에도 그는 “이제야 여배우가 된 것 같다. 이번 기회에 감춰져 있던 속살들이 다 사라졌다”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4개월 넘게 집에만 있었는데, 사실 초반에는 뭐 하고 지냈는지 기억이 잘 안 나요.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뒤에는 마냥 이렇게 시간을 보낼 게 아니라 뭐라도 하자는 생각에 책을 읽기 시작했고, 음악도 많이 들었죠. 그런데… 더 서글픈 건, 이 상황이 매우 익숙하다는 거였어요. 지난 몇 년 동안 그 익숙함을 잊고 지냈더라고요.”
이미 알려진 바대로 초등학교 6학년 때 미국으로 건너간 이지아는 10대 때 자신이 좋아하던 스타와 만나 사랑에 빠졌고 어린 나이에 결혼과 이혼을 경험했다. 더군다나 이 모든 과정을 비밀에 부치며 살았기에 그동안 그가 겪었을 외로움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한국에 돌아와 연예인으로 활동하면서도 행여나 비밀이 밝혀질까 사람들에게 철저히 벽을 쌓으며 살았다. 연예계 데뷔 전 사진이나 행적, 어느 것 하나 네티즌 수사망에 포착되지 않자 그의 실체에 대한 궁금증은 더욱 커졌다. 또한 뛰어난 외국어 실력과 악기(베이스 기타) 연주 능력 등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매력이 노출되면서 이지아를 향한 대중의 시선은 신비감으로 가득했다. 덕분에 ‘외계인’ ‘뱀파이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이지아 드디어 입 열다!




결국 이혼 소송을 통해 왜 그동안 이지아가 베일에 싸여 있었는지, 어떻게 자신을 감추며 살았는지가 밝혀졌다. 서태지와의 인연은 물론이고 네 번에 걸친 개명과 프로필보다 네 살이나 많은 실제 나이는 가히 충격적이었다. 하지만 이지아 본인은 이번 일을 계기로 어느 정도 자신을 드러내게 돼 후련하다고 털어놓았다.
“일단 외계인 오명을 벗게 돼 매우 기뻐요(웃음). 주위 분들도 예전에 비해 훨씬 편안해 보인다는 말씀을 많이 해주세요. 저도 모르는 사이에 높은 벽이 쌓였는데, 그 벽이 허물어진 것 같아서…, 보시는 분도 저 자신도 어느 정도 편안해졌어요. 그동안 저를 신비로운 이미지로 봐주시는 분들이 많았는데, 그게 제게는 큰 부담이었거든요. 이제는 솔직한 제 자신의 모습으로 다가가고 싶고, 또 그게 정상이라고 생각해요. 신비로운 이미지는 제가 일부러 만든 건 아니었어요. 단지 말할 수 없는 얘기들이 많다 보니 저도 모르게 벽을 쌓게 되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저 역시 많이 외로웠어요. 이제는 편하게 많은 분들과 진심으로 눈 마주치면서 얘기하고 싶고 그렇게 할 수 있다는 게 가장 좋아요.”

“외계인이란 오명 벗어 후련해”
일련의 사건들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놓을 수 있는 시기가 올 것 같으냐는 질문에는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는 이야기들을 허심탄회하게 할 수 있는 날이 오겠죠. 저도 그날이 빨리 오면 좋겠어요”라며 의미심장한 대답을 들려줬다.
인생의 큰 고비를 한 차례 넘긴 이지아는 이제 연기에만 몰입하고 있다. 함께 출연하는 배우 조민기는 이지아를 두고 “물 만난 물고기가 따로 없다”고 평했다. 상대 배우 윤시윤 또한 이지아와 오뎅바에서 술을 마시며 장난치는 장면에서는 연기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유쾌하게 촬영했다며 이지아의 소녀다운 매력을 소개했다. 이지아도 연하남 윤시윤과의 연기 호흡에 대해 흡족함을 표했다. “나이 차를 느끼지 않냐”는 짓궂은 질문에도 “우리가 나이 차가 나던가요?(웃음)” 하며 되받아쳤다.
“시윤씨는 나이에 비해 성숙하고 누나인 저를 잘 챙겨줘요. 연기 준비도 철저하게 해와서 저를 깜짝 놀라게 할 때가 많아요. 촬영장에서 장난도 많이 치는데, 얼마 전 제가 레이스 달린 양말을 신고 왔더니 그날부터 ‘할머니’라고 계속 놀리네요(웃음).”
이지아는 작품에 출연하기로 결심하고, 첫 촬영을 앞두고 있을 때 걱정이 많이 됐다고 한다. 자신의 사생활 때문에 함께 일하는 동료, 스태프에게 불편을 끼치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서였다. 다행히 많은 이들이 먼저 배려했고, 그 또한 촬영에 들어가기 전 제작진 및 연기자들과 함께 어울린 술자리에서 속내를 털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아는 “촬영장에 가자 집에 온 것처럼 편안함이 느껴졌다”며 “내가 있어야 할 곳이 바로 여기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그를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은 게 사실. 그렇기에 이지아는 연기를 위해 더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고 했다.
“지금까지 해보지 못한 연기라 감독님과 대화를 많이 나누면서 캐릭터를 연구하고 있어요. 아무래도 예전에 비해 긴장이 많이 돼요. 다른 것보다 연기로 제 자신을 표현하고 싶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겠죠. 앞으로 더 잘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
그는 이번 작품을 위해 평생 고수해온 긴 머리를 짧게 잘랐다. 이지아는 “어릴 때 이후로 처음 자른 거다. 워낙 긴 머리를 좋아해서 자르기 아까웠지만 봉선이 캐릭터에는 짧은 머리가 맞는 것 같다는 생각에 과감하게 잘랐다”고 말했다.
그가 칩거 중 가수로 데뷔한다는 기사가 나오기도 했지만, 그와 관련해 이지아는 “사실무근”이라고 답했다. 그는 “집에서 이것저것 취미 생활을 많이 했지만, 가수로 데뷔할 계획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앞으로 이지아가 얼마나 대중에게 가깝게 다가올 수 있을지, 연기자로서 어떻게 성숙해갈지는 온전히 그에게 달렸다.

여성동아 2011년 12월 57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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