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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씨소프트’ 김택진 윤송이 결혼 후 첫 동반 외출하던 날

글 | 권이지 객원기자 사진 | 홍중식 기자

입력 2011.12.15 16:34:00

성공한 벤처 기업인과 ‘천재 소녀’의 만남으로 화제를 모았지만 결혼 후 단 한 번도 동반 외출을 하지 않았던 김택진·윤송이 부부. 그들이 미래의 과학자들을 위해 공동 강연에 나섰다.
부부 동반 행사로 강연을 선택한 이유는 뭘까. 부부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경남 창원으로 향했다.
‘엔씨소프트’ 김택진 윤송이 결혼 후 첫 동반 외출하던 날


시가 총액 약 7조원. 벤처 기업가로서는 최초로 대한민국 상장사 주식 부호 7위에 오른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44). 만 24세에 미국 MIT 박사 학위를 받고, 2004년 최연소로 SK텔레콤 상무를 역임한 윤송이 엔씨소프트 부사장(36). 2007년 두 사람의 결혼은 재계의 큰 화젯거리였다. 이런 관심이 부담스러웠던 듯 한 번도 동반 외출을 하지 않던 부부가 처음으로 한자리에 섰다.
10월 마지막 날 오후 1시45분경. 경남 창원 성산도서관 앞에 쉐보레 익스프레스 밴이 멈춰 섰다. 문을 열고 나타난 사람은 김택진 대표. 반대편에서는 윤송이 부사장이 내렸다. 이공계 출신으로 각자의 분야에서 성공한 이들 부부가 공동 강연을 위해 창원을 찾자 많은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됐다. 이들은 ‘10월의 하늘’ 프로젝트에 재능 기부를 하고자 강연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10월의 하늘’ 프로젝트는 KAIST 정재승 교수의 제안으로 2010년 시작된 과학 행사로, 전국 중소 도시와 시골 도서관에서 각기 다른 주제로 강연을 연다. 이공계 출신인 부부는 미래의 과학자가 되고자 하는 청소년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이 행사에 참여했다. 김 대표는 강연지로 창원을 선택했는데, 창원은 그가 제2의 고향으로 여기는 곳. 바로 지난 5월 프로야구 제10구단 NC다이노스가 창원에서 창단됐기 때문이다. 김 대표가 윤 부사장과 함께 공동으로 강연할 주제는 ‘과학이 숨어 있는 스포츠, 야구’. 야구단 구단주이자 자타 공인 야구광인 김 대표 발상다웠다.
“여러분 야구 좋아하세요?”
“네~!”
김 대표가 야구 속 물리학에 대한 이야기로 강연의 문을 열었다. 도서관 지하 홀을 가득 메운 학생들.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고등학생까지 다양한 연령대 학생들은 기대감으로 초롱초롱 눈을 빛냈다.
“투수들이 공을 던지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어요. 구종에 따라 공이 날아가는 모습이 다릅니다. 우리들이 흔히 직구라고 부르는 공은 던지는 폼은 똑같지만 야구공과 마찰하는 실밥이 몇 개냐에 따라서 날아가는 모습이 달라져요. 실밥 두 개가 공기와 닿을 경우에는 ‘투심 패스트볼’, 네 개가 닿을 경우 ‘포심 패스트볼’이라고 합니다.”

호흡 착착 맞는 강연, 학생들의 눈과 귀 사로잡아
야구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함께 물리학적 설명을 곁들인 김 대표. 아이들이 어려워하는 물리학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다양한 예를 들며 설명했다. 투수를 이야기할 때는 투구 폼을 따라 했고, 타자를 설명할 때는 타격 자세를 취했다.
야구의 물리학에 이어 야구와 뇌 과학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 윤 부사장. 동적으로 열강을 펼친 김 대표와 달리 윤 부사장은 차분한 목소리로 강의를 시작했다. 자신의 전공인 ‘뇌’를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투수가 공을 던지는 찰나의 순간에 왜 타자들은 반응을 하는지를 ‘미러 뉴런’으로 설명했다.
“‘운동신경이 좋다’는 말에는 여러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미러 뉴런이 잘 발달해서 비슷한 상황에 대처하는 것도 포함돼 있고요. 그 밖에도 다른 요인이 있어요. 얼마나 많은 뉴런이 연결돼 있는지에 따라서도 차이가 나죠. 태어날 때 시신경에 상당한 수의 뉴런이 할당돼 있으면 보이는 것에 대한 지각 능력이 뛰어나게 됩니다. 청각도 마찬가지고요.”

‘엔씨소프트’ 김택진 윤송이 결혼 후 첫 동반 외출하던 날

김택진 윤송이 부부가 밴에서 내려 행사가 열리는 도서관으로 들어가고 있다.



윤 부사장은 미리 준비한 동영상 자료로 뇌와 관련된 다양한 실험을 설명했다. 그중 학생들의 큰 관심을 얻은 것은 ‘원숭이 뇌 실험’. 원숭이의 머리를 열고 대뇌에 전극을 꽂은 뒤 시각, 청각, 후각에 자극을 주면 뇌의 각기 다른 부분이 빛나는 것을 확인하는 자료였다. 어떻게 보면 잔인할 수도 있는 실험 과정에 몇몇 학생들은 비명을 지르기도 했지만 대부분의 눈이 빛났다.
강연이 끝난 뒤에는 질의응답 시간이 이어졌고 김택진 부부는 질문을 한 학생들에게 NC다이노스 김경문 감독의 사인 볼을 나누어주었다. 부부는 어려울 법한 강연 내용을 잘 듣고 이해해준 학생들에게 고마워하며 환하게 웃었다. 야구에 대한 자신의 열정을 담은 강연을 마친 김 대표. 그에게 이번 행사에 참여한 소감을 물었다.
“청소년들에게 과학에 대한 이야기, 이공계에 관한 꿈을 심어주고자 동참했습니다. 저희는 과학 이론을 딱딱하지 않고 쉽게 즐길 수 있도록 주제를 정했어요. 청소년들이 좋아하는 야구, 그 속에 숨어 있는 과학을 설명하고자 했죠. 사실 어린 친구들은 조금 알아듣기 힘든 강의였습니다. 하지만 학생들이 아주 잘 이해하고 질문도 많이 해서 뜻 깊은 자리가 됐습니다.”
과학자 출신인 윤 부사장은 더 많은 아이들이 과학자가 되길 바란다는 말을 전했다.
“이렇게 도서관을 꽉 메운 아이들의 열기와 진지함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어요. 이런 자리를 자주 마련해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눴으면 좋겠습니다. 과학에 대한 꿈을 아이들이 가슴에 품을 수 있도록 돕는 기회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최근 활발한 대외 활동 펼치며 회사 내 입지 굳혀
이들 부부의 최근 행보 가운데 두드러지는 점은 윤송이 부사장의 활동 반경이 넓어졌다는 것이다. 이는 2010년 7월 둘째 아들 출산 후 어느 정도 시간이 흘러 육아 부담이 줄어들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윤 부사장은 CSO(최고전략책임자), COO(최고운영책임자) 등을 겸직하며 부동산 투자 사업과 개발사 인수 등에 참여하는 등 기업의 실질적인 안살림을 꾸려가고 있다. 5월16일, 2012년 출시 예정으로 화제를 모은 신작 게임 ‘블레이드 앤 소울’의 중국 수출 계약을 성사시켰으며, 10월 미국에서 열린 세계 최대 게임 제작사 블리자드의 공개 컨퍼런스인 ‘블리즈콘 2011’을 방문해 엔씨소프트 임원으로는 처음으로 블리자드 모하임 대표와 미팅을 가졌다.
그의 공식 활동 재개는 부부 경영에 대한 의지로 해석할 수 있다. 공동 강연 기부 이후 이들은 업계 행사에도 부부 동반으로 나타났다. 바로 11월10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한국 최대 게임 축제 ‘지스타 2011’ 현장을 방문한 것. 이들이 엔씨소프트의 로고가 박힌 점퍼를 입고 자사 게임 ‘리니지 이터널’의 홍보 영상을 함께 관람하는 모습이 한 게임 전문지에 포착돼 화제를 모았다. 활발한 대외 활동을 시작하며 자연스레 회사 내 입지를 굳혀가는 윤송이 부사장과 이를 적극 지원하는 김택진 대표. 천재 커플의 시너지가 빚어낼 미래가 주목된다.

여성동아 2011년 12월 57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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