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부터 집집마다 식탁 한쪽에 자리 잡은 영양제. 그중에서도 대표적인 영양제인 ‘종합비타민’을 온 가족이 매일 끼니처럼 챙겨 먹는 모습도 익숙해진 풍경이다. 그러나 ‘종합비타민’이라는 표현에서부터 오해의 소지가 있다. 실제로는 비타민 외에 아미노산, 지방, 미네랄, 식물 성분 또는 유산균 등 여러 성분이 함유된 제품이기 때문이다. 정확히 표현하면 멀티비타민 미네랄(Multi-Vitamin and Mineral)이라 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섭취 기준이 있는 비타민은 13종, 여기에 미네랄 10종(인, 칼륨, 나트륨, 염소와 같이 보충할 필요가 없는 미네랄은 제외)을 포함해 총 23종인데, 시판되는 MVM에는 대략 18종 이상의 비타민과 미네랄이 들어 있다. 이 MVM을 온 가족이 사이좋게 두세 알씩 복용해도 되는 걸까?
‘영양제119’의 저자 정비환은 “온 가족에게 적합한 영양제는 없다”고 말한다. 가족 구성원마다 필요한 영양소의 종류와 양이 다르기 때문이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철분의 양. 성인 남성이나 폐경 이후 여성은 10mg 이하, 청소년이나 폐경 이전 성인 여성은 10~20mg, 임신부나 빈혈이 있는 사람은 20~45mg 등 철분 권장량이 제각각인데 한 종류 영양제로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다. 특히 노인이나 성인 남성이 철분 함량이 많은 MVM을 먹을 경우 심장병이나 당뇨병이 악화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영양제는 MVM을 기본으로 하되 권장섭취량이 많은 칼슘과 마그네슘은 별도로 복용하는 게 좋다. 그 밖에 혈액순환 또는 고지혈증에는 오메가-3지방산이나 은행잎 엑스, 장이 약한 사람은 프로바이오틱(유산균)과 프리바이오틱(식이섬유), 간이 안 좋으면 밀크시슬(실리마린), 심장이 약한 사람은 코엔자임큐텐 등을 보충해준다.
계절에 따라서도 필요한 영양제가 조금씩 다르다. 동절기에는 운동 부족과 지방 섭취 증가로 인한 체중 증가가 우려되므로 오메가-3지방산, 비타민 E, 식이섬유, 그린티 엑스, 칼슘, 비타민 D, 비타민 A, 글루코사민과 같은 성분을 보충해주는 게 좋다. 반면 하절기에는 음료수 섭취 증가와 식욕 저하가 나타나므로 이를 보충할 수 있는 비타민 B군, 코엔자임큐텐, 유산균, 비타민 C, 단백질 아미노산, 베타카로틴, 인삼 등이 적당하다. 또 지용성 비타민류·오메가-3지방산·칼슘은 식후 복용해야 흡수가 잘 되고, 엽산·비타민 B12·철·프로바이오틱은 공복에 복용해야 효과적이다.
천연 성분이면 무조건 좋다?
영양제119, 정비환 지음, 부키, 1만5천원. 저자 정비환은 약대와 대학원을 졸업하고 제약회사 연구소에서 10년, 개업 약사로 14년을 지냈으며, 영양제에 대한 과학적인 사실을 다루고자 이 책을 썼다.
저자는 이 책에 실린 ‘천연 비타민 제품의 안타까운 진실’처럼 논란이 되는 부분도 피해가지 않는다. 제품의 원료에 따라 합성이냐 천연이냐로 나뉘는데, 흔히 천연 성분이면 무조건 좋다고 생각하는 데도 함정이 있다는 것. 천연 성분은 채취 단계에서 불순물이나 독성 물질이 섞일 수 있고, 농약이나 중금속 오염 가능성도 더 높다. 무엇보다 시판되고 있는 일부 천연 비타민제의 경우 비타민 함량이 매우 적어서 권장섭취량에도 못 미친다는 지적이다. 귤 2개만 먹어도 충분히 섭취할 수 있는 비타민 C를 굳이 사서 먹어야 할 이유가 없다고. 이 책의 4장 ‘영양제에 대한 오해와 진실’편에서는 ‘비타민 C는 얼마나 먹어야 할까’ ‘의약품 영양제와 건강기능식품의 차이는 무엇일까’ ‘초유가 면역력을 증가시킬까’ ‘항산화제 먹는 것과 바르는 것 중 뭐가 나을까’와 같이 영양제와 관련해 알쏭달쏭했던 부분들에 대해 명쾌하게 답을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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