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다르게 푸르러지는 산과 들을 보면서 괜스레 저까지 마음이 들뜨고 조급해집니다. 강원도의 5월은 농사 준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달입니다. 벼농사를 지으려면 4월 말쯤 모판을 준비해서 5월에 모내기를 마쳐야 하고 텃밭에도 채소 씨앗을 뿌려야 합니다. 감자도 심고 옥수수는 3번 정도 나눠 일주일 간격으로 심으면 초여름부터 늦가을까지 먹을 수 있습니다. 상추, 쑥갓, 치커리, 호박 등은 씨앗을 텃밭에 뿌리고 오이, 가지, 토마토는 모종을 사서 심었습니다. 사실 여느 집과 달리 저희 부부는 이런 먹을거리보다 더 애지중지하게 키우는 것이 염색에 사용하는 쪽입니다. 쪽 모판을 한창 준비하다 새순이 쏙 올라온 두릅과 개두릅(엄나무 순)이 눈에 띄었습니다. 두릅과 개두릅은 감자나 고구마와 달리 씨를 뿌리지 않아도 매년 순이 올라옵니다. 재작년부터 집 주위에 나기 시작한 취나물과 곤드레도 마찬가지죠. 자연이 주는 선물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두릅과 개두릅, 곤드레를 한 아름 땄습니다.
두릅과 개두릅을 끓는 물에 살짝 데친 뒤 초고추장에 찍어 먹으면 잃었던 입맛이 확 살아나죠. 많이 자란 순은 송송 썰어 전을 부쳐 먹어도 별미고요. 강원도 하면 곤드레나물밥이 유명하지만, 개두릅순나물밥도 곤드레나물밥 못지않게 향과 맛이 좋습니다. 곤드레나물과 개두릅을 끓는 물에 데쳐 간장과 들기름으로 무친 뒤 쌀 위에 얹어 밥을 지으면 향긋한 나물밥이 완성! 볕이 따사롭게 내리는 날, 곤드레나 개두릅으로 나물밥을 만들어 마당에 상을 차려 남편과 맛있게 먹고 나니 산해진미가 부럽지 않습니다.
나물밥을 짓다가 계절에 어울리는 앞치마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쁜 앞치마 덕분에 못하는 요리지만 자꾸 하고 싶어지게 말입니다. ‘어떤 스타일로 만들까’ 고민하다 ‘뒤가 훤히 보이는 앞치마를 하면 뒷모습에 신경이 쓰인다’는 친구 말이 생각나 랩스커트처럼 옆트임이 있는 앞치마를 만들기로 했습니다. 단오 무렵 약효가 제일 좋다는 쑥으로 염색한 무명천에 황토 염색한 얇은 광목 허리끈을 만들었습니다. 앞치마 앞면에는 5~6월이면 강원도 산자락을 하얗게 물들이는 토종 민들레를 수놓았고요. 오늘밤 앞치마를 완성해서 내일은 민들레 앞치마를 두르고 곤드레나물밥을 지어야겠습니다.
곤드레나물밥
“바람이 불면 술 취한 사람처럼 춤을 춘다고 해서 곤드레라 불리는 곤드레나물은 향이 좋아 쌀에 올려 밥을 지어 먹으면 별미예요. 개두릅도 곤드레나물처럼 밥으로 지어 먹으면 맛있고요. 간장에 부추를 송송 썰어 넣은 뒤 곤드레나물밥에 넣고 쓱쓱 비벼 먹으면 입맛이 확 살죠. 지난 주말에 저희 집에 놀러 온 친구들에게 개두릅나물밥을 만들어줬더니 순식간에 싹 비우더라고요.”
■ 준비재료
곤드레나 개두릅 한줌, 소금·간장·들기름 약간씩, 쌀 2공기, 부추 적당량
1 곤드레나 개두릅을 소금을 넣은 끓는 물에 데쳐 간장과 들기름으로 무친다.
2 쌀은 씻어 물에 1시간 정도 불린 다음 솥에 넣고 무친 나물을 얹어 밥을 짓는다.
3 간장에 부추를 썰어 넣어 만든 양념장을 나물밥에 곁들인다.
곤드레장아찌
“강원도 사람들은 봄에 곤드레를 캐서 장아찌를 담가요. 식초와 간장, 설탕, 물을 섞어 끓인 절임물을 부어 장아찌를 만드는데, 입맛에 따라 식초나 간장을 더 늘리거나 줄여도 돼요. 참, 설탕 대신 매실액을 사용하면 한층 깊은 맛이 난답니다. 절임물을 끓이기 귀찮다면 간장, 식초, 설탕, 소주를 1:1:1:1로 섞어 곤드레나물이 잠길 만큼 붓고 숨이 죽을 정도로 약 5분간 재었다가 끓는 물에 소독한 밀폐용기에 담아도 돼요.”
■ 준비재료
곤드레 적당량, 소금 약간, 간장·식초·설탕·물 2컵씩
1 곤드레는 씻은 뒤 체에 밭쳐 물기를 뺀다.
2 굵고 억센 곤드레 줄기 부분만 소금 넣은 끓는 물에 살짝 데친다.
3 간장, 식초, 설탕, 물을 1:1:1:1로 맞춰 절임물을 만들어 끓여 식힌다.
4 곤드레를 끓는 물에 소독한 밀폐용기에 담고 곤드레가 잠길 정도로 절임물을 붓고 돌로 누른 뒤 밀폐용기에 보관한다.
5 2~3일이 지난 뒤 절임물을 따라내 끓인 뒤 식혀서 곤드레에 다시 붓는다. 일주일 후에 이 과정을 한 번 더 반복한다.
민들레 홀씨 흩날리는 옆트임 앞치마
“요즘 요리하는 재미에 푹 빠져 지내는 저에게 앞치마를 하나 선물했어요. 이맘때쯤 강원도 산과 들에 흩날리는 하얀 민들레 홀씨를 수놓은 앞치마를 만들었죠. 밤새 수를 놓고 늦은 아침까지 자고 있는데, 남편이 완성된 앞치마를 보고 예쁘다고 난리입니다. 보기만 해도 요리하고 싶어지는 요술 앞치마, 최고 요리사가 된 듯한 기분이 드는 민들레 홀씨 흩날리는 앞치마를 두르고 오늘도 저는 주방에 선답니다.”
준비재료 쑥으로 염색한 무명천, 황토로 염색한 얇은 광목, 펜, 가위, 실, 바늘
1 무명천은 앞치마와 주머니, 목끈을, 광목은 허리끈을 도안대로 재단한다.
2 허리끈과 목끈은 접어 박음질한다.
3 앞치마 진동을 두번 접어 박음질한다. 옆면 윗부분에 허리끈을 끼워 옆면을 두번 접어 박음질한다.
4 앞치마 목 부분은 오버로크로 처리한다.
5 앞치마 앞면과 가슴판 사이에 목끈을 넣어 박음질한 뒤 가슴판을 뒤로 넘겨 옆면과 아랫부분을 박음질한다.
6 앞치마 밑단을 접어 박음질한다.
7 앞치마 한쪽에 시접처리한 주머니를 비스듬하게 기울여 대고 박음질한다.
8 앞치마에 수놓을 도안을 그린다. 꽃과 잎은 직선으로 놓는 스트레이트 스티치, 줄기는 박음질 같은 아우트라인 스티치, 잎맥은 굵은 실을 길게 올린 뒤 가는 실로 굵은 실 위를 박는 코칭 스티치로 수를 놓는다.
김희진씨는…
7년 전에 강원도 삼척 산골로 귀농해 밭농사를 지으며 남편은 천연염색을 하고, 그는 규방공예를 하며 살고 있다. 초보 시골 생활의 즐거움과 규방공예의 아름다움을 블로그(http://blog.naver.com/meokmul)를 통해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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