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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왕이 된 남자

데뷔 20년 감우성 연기 인생의 터닝 포인트

글·정혜연 기자 사진·현일수 기자

입력 2010.12.16 17:33:00

부드러운 눈빛을 지닌 연기파 배우 감우성이 올해로 데뷔 20년을 맞았다. 연기를 생업으로 반평생을 살아온 그는 어느 순간 인생의 터닝 포인트를 찍을만한 작품을 갈망했고 대하사극 ‘근초고왕’을 선택했다. 대하사극에 처음 도전하는 그가 남다른 포부를 드러냈다.
데뷔 20년 감우성 연기 인생의 터닝 포인트


20년 전 브라운관 안에서 웃을 때마다 드러나는 움푹 팬 보조개로 여심을 녹였던 감우성(40). 91년 MBC 공채탤런트로 데뷔한 후 드라마와 영화를 오가며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구축한 그가 올해로 데뷔 20년을 맞았다. 멋모르고 연기를 하던 풋풋한 청년은 어느덧 신뢰받는 배우로 성장했다. 2006년 드라마 ‘연애시대’를 끝으로 TV에서 보기 어려웠던 그가 최근 장장 8개월 동안 방영될 예정인 KBS 대하사극 ‘근초고왕’의 주연을 맡아 돌아왔다. 지난 11월 초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감우성은 “드라마에선 첫 사극 도전인데 생각처럼 만만치 않아 고생하면서 찍고 있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첫날 촬영한 장면이 예고편에 들어갈 부분이었는데 한여름에 갑옷을 입고 10시간 동안이나 찍었어요. 촬영을 마치고 몸무게를 재보니 3kg이 빠졌더라고요. 사극에 자주 출연하시는 배우들과 제작팀은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죠. 요 몇 달 사이에는 또 갑자기 기온이 뚝 떨어져서 오들오들 떨며 촬영하고 있어요. 사극이 이렇게 날씨에 많은 영향을 받는 장르인지 처음 알았네요.”
5년 전 영화 ‘왕의 남자’에 출연하며 한차례 사극을 경험한 그이기에 그의 말은 의외였다. 그러자 그는 “‘왕의 남자’는 짧은 기간 내 찍은 데다 대규모 전투 장면 같은 것이 없었기 때문에 사극이라는 장르의 특수성을 느끼기 어려웠다”며 ‘근초고왕’이 첫 사극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처음부터 왕으로 등장하면 고생이 덜하겠건만 그는 몇 달간 천민과 다름없는 신분으로 출연해야만 한다. 아버지로부터 외면당한 채 백제에서 쫓겨나 할아버지를 따라 소금장수 일을 하며 살아가는 근초고왕의 젊은 시절부터 등장하기 때문. 헤진 옷을 입은 소금장수로 나와 힘쓰고 소리치는 장면이 많은 터라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한다.
“원래는 건강한 체질인데 4회분을 촬영하는 동안 비축했던 체력의 절반 이상을 소모한 것 같아요. 체력보강을 위해서 도라지 진액, 홍삼 진액 등등 몸보신할 수 있는 건 죄다 먹고 있는데도 몸살에 감기까지 겹쳐서 상태가 말이 아니네요. 마음을 다부지게 먹어야 내년까지 촬영을 잘 이겨낼 수 있을 것 같은데 걱정입니다.”

사극에 푹 빠진 아내 때문에 출연 결심
그가 한동안 호흡이 짧은 영화에만 출연하다 호흡이 긴 드라마 출연을 결정한 이유가 궁금했다.
“사실 ‘근초고왕’을 선택한 이유는 오로지 아내 때문이에요. 아내는 드라마를 굉장히 좋아하는데 상대적으로 전 별로 보지 않았어요. 드라마 타임이 되면 각방을 쓸 정도였죠. 최근에는 ‘추노’를 얼마나 열심히 챙겨 보던지 은근히 질투심이 생기더라고요. 그 모습을 보며 (나도) ‘언젠가는 꼭 하고야 만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기회가 빨리 올 줄 몰랐네요(웃음).”

데뷔 20년 감우성 연기 인생의 터닝 포인트


우스개로 아내 때문이라고는 했지만 또 다른 이유도 있다. 불혹을 넘기면서 그는 인생의 반을 연기와 함께 해온 자신의 지난 삶을 돌아보게 됐다고. 그러자 문득 배우로서 터닝 포인트를 삼을만한 작품에 대한 갈망이 생겼다고 한다.
“나이로도, 연기자로도 어떤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했어요. 적지 않은 나이지만 인생을 공부할 필요성을 느꼈고 그런 생각으로 작품을 고르다보니 ‘근초고왕’이 눈에 들어왔죠. 적절한 시점에 좋은 작품을 하게 된 것 같아요. 적어도 제 자신에게 있어서는 이 작품이 굉장히 의미 있는 작품으로 남게 될 거예요.”
하지만 그의 캐스팅을 놓고 의문을 품은 시선도 많았다. 부드러운 이미지가 강한 그가 과연 백제 황금기의 카리스마 넘치는 군주인 근초고왕을 제대로 표현할 수 있을까 우려한 것. 이에 대해 그는 “캐스팅에 분명한 의도가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인지도 높은 배우가 많은데도 제게 제의를 한 것에는 어떤 의도가 있을 거라 생각을 했어요. 근초고왕에 대한 고정화된 이미지가 없는 상태에서 제작진은 아마도 지혜로운 전략가의 이미지를 그리고 싶었던 모양이에요. 스스로 생각하기에 외유내강형 이미지, 부드러운 카리스마 같은 게 있다고 보는데 그런 부분을 잘 표현해보려고요. 촬영 전에 나름대로 근초고왕에 대한 자료를 찾았는데 많지 않더라고요. 제반 지식 없이 제작진이 그리는 그림 안에서 근초고왕에 대해 공부해가며 새로운 이미지를 창출하고픈 마음입니다.”
감기 때문에 연신 기침을 하며 인터뷰에 응하는 와중에도 그는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면 눈빛이 달라졌다. 제작 일정이 늦어져 첫 방송과 동시에 매일같이 고된 촬영을 해야 하는 상황 속에서 부담감을 느끼고 있지만 그만큼 애착도 강해 보였다.
“드라마를 기피했던 이유 중에 하나는 방송시간에 맞춰 생방송처럼 돌아가는 제작 환경이 부담됐기 때문이에요. 함께하는 배우 하나가 하루만 실수를 해도 다른 사람들은 엄청난 부담을 느끼게 되거든요. 이런 심적 부담을 안고 앞으로 8개월 동안 어떻게 촬영할지 두렵기만 해요. 하루는 촬영장에 앉아서 ‘내가 드라마를 꺼려한 이유가 이 때문이었지’라고 중얼거릴 정도로 의지가 한없이 약해진 때도 있었어요. 그렇지만 스스로 믿음을 갖고 선택을 한 이상 정신력 하나로 끝까지 가볼 생각이에요. 다행히 제작진과 동료 배우들의 호흡이 좋아서 마지막 촬영 날에는 분명 모두가 웃을 수 있을 거라 믿고 있습니다.”

여성동아 2010년 12월 56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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