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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고 남다르게 사는 남자 팝 칼럼니스트 김태훈

글 박혜림 기자 사진 조영철 기자

입력 2010.07.16 16:17:00

팝 칼럼니스트면서 연애 카운슬러, 방송 패널, 라디오 DJ로 활동하고 신문·잡지에 칼럼을 연재하며 강단에도 선다. 김태훈을 직업으로만 설명한다면 한마디로 정의하기가 어렵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그는 재미있게 사는 남자라는 거다.
재미있고 남다르게 사는 남자 팝 칼럼니스트 김태훈


김태훈(41)과 인터뷰를 시작하기에 앞서 녹음기를 꺼내들었다.
“소니네요? 소니의 모리타 아키오 회장. 이력서에 학력 쓰는 칸을 없앤 사람이죠. 음악의 공간성을 사라지게 한 음악사의 위대한 혁명가예요.”
빠르고 경쾌한 말투와 해박한 지식. 예상대로였다. 그는 걸어 다니는 백과사전처럼 박학다식하고 말을 재미있게 하기로 유명하다. 그래서인지 요즘 그를 찾는 곳이 많다. TV 5개, 라디오 3개, 칼럼이 6~7개, 간간이 잡히는 특강까지. 그가 일주일 스케줄을 나열하는데 까무러칠 뻔했다. 정확히 말해 사흘 동안 이 모든 일을 몰아서 빡세게(?) 하고 남은 날은 좋아하는 사람들과 술 마시고 푹 잔다고 한다. 문화를 소비하고 다시 풀어내야 하는 직업인데 그렇게 바빠도 괜찮은가 싶었다.

“나의 정체성은 음악을 사랑하는 팝 칼럼니스트”
포털 사이트에 김태훈을 검색하니 ‘팝 칼럼니스트’라고 뜬다. 그에게 뭐하는 사람이냐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그는 “20대 후반 정도에 직장에서 받는 명함이 곧 그 사람이 되는 경우가 많다. 나를 한 가지로 말하라면 할 이야기가 없다”면서도 “꼭 하나만 골라야 한다면 나의 정체성은 팝 칼럼니스트다. 가장 좋아하는 것이 음악이고 그것으로 무엇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 즐겁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김태훈의 인생은 늘 음악과 함께였다. 학창 시절 뮤지션을 열렬히 꿈꿨고 8년의 직장생활은 음악잡지사, 음반사에서 보냈다. 팝 칼럼니스트로 프리랜서를 시작했고 현재도 음악과 관련한 일은 놓지 않고 있다. 그에게 음악은 진통제라 했다.
“머리가 복잡할 때, 우울할 때, 즐거울 때 듣는 아스피린 같은 거죠. 중독되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아요. 음악은 영화처럼 집중할 필요도, 책처럼 이해할 필요도 없어요. 어떻게든 들려오게 돼 있어요. 눈은 감을 수도, 입은 다물 수도 있는데 귀는 늘 열려 있어요. 아마 음악 때문일 거예요.”

재미있고 남다르게 사는 남자 팝 칼럼니스트 김태훈


그런데 팝 칼럼니스트라는 뜻이 모호하다. 한국어로 번역하면 음악평론가냐고 물었다. 그는 “나는 팝 칼럼니스트를 ‘일정한 돈을 받고 음악에 대한 자유로운 감상을 쓰는 사람’이라고 정의한다. 비평이라는 것은 창작물에 대한 가치를 논하는 작업인데 내가 전반적인 음악에 대해서 가치를 논할 수 있다고 생각지 않는다”며 “물론 시기적으로 중요한 대중가요의 트렌드, 표절문제 등을 짚어나가는 일도 하지만 친구에게 ‘이거 들어봐’ 하듯이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혼자의 능력만으로 좋아하는 음악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쓰고 돈을 받는 그가 부럽다고 했다. 그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프리랜서는 자의가 아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30대 중반에 음반사 사장과의 마찰로 퇴직하게 된 그는 당시 스펙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았다. 대학을 도중에 관둬 고졸이라는 딱지가 붙어 있었기 때문. 그는 재작년에서야 학교를 12년 만에 복학해 졸업장을 받았다. 칼럼니스트는 다음 직장을 찾을 때까지 생계를 위한 선택이었고 열심히 하다 보니 프리랜서로 살아도 되겠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재미있고 남다르게 사는 남자 팝 칼럼니스트 김태훈


“전설적인 산악인 라인홀트 메스너가 각본을 쓴 영화 ‘쎄로또레’에서 주인공이 이런 말을 해요. ‘내가 선택한 것이기 때문에 받아들인다’라고요. 많은 사람들이 제게 ‘넌 자유롭게 살아서 좋겠다’라고 해요. 하지만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얘기예요. 내가 시작한 일이니 힘들더라도 받아들이고 치열하게 한번 해보자 생각했던 부분이 있었고 그게 많은 도움이 됐어요.”
학창 시절 김태훈은 흔히 말하는 문제아였다. 고등학교 때 술·담배를 시작했고 주먹도 많이 휘둘러 정학을 두 번이나 당했을 정도. 하지만 그의 아버지는 경찰서 형사과에 앉아 있는 아들을 보고 “우리 아들, 다 크셨네. 관공서 출입도 하시고”라고 말하는 사람이었다.
“아버지는 공부하라는 말을 한 번도 안 했어요. 어머니에게 ‘저놈이 나를 닮아 자존심이 센 놈이라 하고 싶은 일이 생기면 남에게 지지 않으려고 열심히 할 테니 그냥 둬라’ 하셨어요.”
학교 선생님들도 혀를 내두르는 문제아였지만 독서량만큼은 모범생 뒤지지 않았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영문학을 전공한 아버지의 서재에서 ‘젊은 사자들’ ‘갑옷 없는 병사’ 등의 서적을 닥치는 대로 봤는데 그 동기가 또 재밌다.
“책을 읽다 보면 야한 장면이 나오는데 그걸 찾기 위해 본의 아니게 헤밍웨이의 책을 읽었어요. 당시에는 알지도 못하며 읽었는데 영민하던 시절이니 어른이 되고 문장들이 머릿속에 남아 하나둘 풀려나오더라고요.(웃음)”

“재미있다면 분야 가리지 말고 먼저 푹 빠져보세요”
재수 끝에 중앙대학교 불문학과에 입학한 김태훈은 한 학기를 다니고 과감히 전공을 포기했다. 불어가 너무 맞지 않았기 때문. 그는 “도서관에서 전공과 상관없는 책·영화·음악에 푹 빠져 살았다. 물리적으로 남들보다 시간을 많이 쏟은 분야에 대해 많이 아는 것은 당연하다”며 “하지만 전체적인 무게를 단다면 다른 사람과 똑같다”고 말했다. 그는 분야를 가리지 말고 재미있다면 먼저 푹 빠져보라고 조언한다.
“로맨틱 코미디 영화든, 액션 영화든 재밌는 것을 마구 보는 양적인 팽창이 있으면 어느 순간 갈래를 치게 돼요. 제가 스타킹 페티시가 있어요. 스타킹 보러 ‘월포드’ ‘포갈’ 등의 홈페이지에 자주 들어갔는데 어느 날 사진이 죽이는 거예요. 데이비드 라샤펠이라는 사진작가의 작품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다시 그에 대해 찾다 보니 롤링 스톤스, 휘트니 휴스턴, 마돈나의 앨범 재킷을 찍었다는 걸 알게 되는 거죠.”
대학 4학년이던 해 그의 아버지는 “네가 이제부터 가장이다”라는 말만 남긴 채 베트남으로 훌쩍 떠났다. 현재 그는 어머니와 단둘이 살고 있는데 어머니는 마흔 한살 노총각 아들에게 “확신이 서지 않는다면 결혼할 필요 없다. 나이에 쫓겨 살지 마라”고 말한다고. 막내 남동생이 일본 여성과 결혼을 했는데 결혼식장에서 며느리를 처음 봤을 정도로 쿨한 어머니다.
김태훈은 대학 시절 학생회에서 살다시피 할 정도로 치열한 운동권 학생이었다고 한다. 평소 정치적인 발언을 잘 하지 않는 그이기에 다소 의외였다. “학교를 그만두고 나올 때 이미 내가 가진 것을 다 소진했다고 느꼈다. 당시 상식과 정신세계로는 최선을 다했기에 후회는 없지만 정치적인 이야기를 나까지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상식이 통하는 세상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에요. 직장에서 직장인을 제시간에 퇴근시켜주고, 가족과 영화를 한 편 보거나 휴식을 취하거나 자기 계발을 할 수 있기만 해도 좋겠다고 생각해요.”

재미있고 남다르게 사는 남자 팝 칼럼니스트 김태훈


김태훈은 연애도 공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연애 카운슬러다. “요리도 레시피 보고 따라 해야 하는데 누군가를 만나 행복하게 살겠다면서 연애는 왜 공부하지 않느냐”고 반문한다. 라디오에서 연애 상담을 해오는 사람에게 헤어지라고 조언할 만큼 솔직한 그는 “지금 아프지만 더 나은 게 있다고 이야기를 해주면 그 말이 직설적이라도 냉정하게 들리지 않는다. 또, 내 경험에 비춰 ‘나도 당신만큼 망가져봤는데 지나고 나면 별거 아니더라’는 식으로 말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위로를 받는다”고 말했다.
한때 본인은 솔로이면서 타인에게 연애 지침을 알려주는 아이러니한 카운슬러로 알려졌던 그는 현재 달달한 연애 중이다. 결혼을 전제로 한 만남은 아니지만(그는 이 표현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했다) 여자친구는 결혼을 꿈꿔보게끔 만드는, 잘 맞는 사람이다.
“옛날에는 여자친구가 화를 내면 ‘왜 뜬금없이 저럴까’ 이해가 안 됐어요. 이제는 이해가 될 때가 많고 ‘미안하다’ ‘잘못했다’고 많이 빕니다(웃음).”
그는 한 사람을 오래 만나는 타입이기 때문에 실제 연애 횟수는 얼마 되지 않는다. 그런데 어떻게 카운슬러가 될 수 있었을까. “1백 명의 여자를 만났다고 말하는 남자가 연애를 잘 안다는 것은 거짓말이다. 한 명 당 몇 달도 만나지 않았다는 뜻인데, 그 짧은 시간 동안 여자라는 복잡한 존재를 어떻게 파악하나. 똑같은 패턴만 매번 반복했다는 이야기다”라고 대답했다.
“남자들은 바람둥이 기질이 다 있어요. 다만, 제어하며 사는 거죠. 사랑은 그 사람하고의 관계가 소원해져도 최소한의 의리는 지키겠다고 약속하는 거에요. 그래도 길 다니며 예쁜 여자는 다 쳐다봅니다(웃음).”
김태훈은 여자들이 연애를 할 때 가장 착각하는 것은 바로 남자를 말로 설득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이라 한다. “남자들은 어린아이 같아서 좋아하는 것이 아니면 설득되지 않는다. 내 남자친구니 이래야 한다가 아니라 재미를 제공하고 같이 만들어야 한다”며 결혼한 여성에게는 “자신의 아이를 보면 남편을 알 수 있다”는 조언도 덧붙였다.

“남자들은 어린 아이 같아서 철들기 바라면 안돼요”
“영화 ‘어바웃 어 보이’를 보세요. 원작자 닉 혼비는 남자를 정말 잘 이해한 작가예요. 나이 든 여자와 소녀가 다니면 여자는 교훈을 주는 멘토가 돼요. 하지만 할아버지와 소년은 친구가 돼요. 둘 다 어리니까요. 그걸 이해하면 돼요. 칭찬해주고 맛있는 거 사주고. 저 역시도 아직까지 어머니가 칭찬해주면 얼마나 좋은데요. 흔히 남편이 철 좀 들었으면 좋겠다고 하는데 남편이 철이 들면 재미없어질 거예요. 자신이 사랑하던 사람이 사라져버리는 거죠.”
그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어느덧 약속한 인터뷰 시간을 훌쩍 넘겼다. 아쉬움을 삼키며 마지막으로 물었다. “지금, 행복하세요?”
“저도 제 미래가 불안해요. 그런 불안을 조금씩 누르고 조금씩 준비하면서 살아가는 거죠. 행복한가 묻는다면 지금보다 더 행복해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아직 안 해본 게 많으니까요. 서점에 가면 이 책을 죽기 전에 다 봐야 하는데 싶고, 음반은 많은데 다 살 수 없는 현실에 좌절해요. 사람을 만나면 저 사람은 어떤 사람이고 어떤 생각을 할까 궁금하고 재밌어요. 앞으로 더 행복해질 수 있기 때문에 현재가 행복합니다.”

여성동아 2010년 7월 55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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