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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반가운 얼굴

왕년의 스타 이경심 다시 비상을 꿈꾸다

글 문다영 사진 지호영 기자 || ■ 헤어&메이크업 채영·문현진(라끌로에)

입력 2010.04.16 14:32:00

12년 만에 보는 그의 얼굴은 여전히 해맑다. 드라마 ‘내일은 사랑’과 ‘새우깡’ CF로 기억되는 이경심. 어느 날 갑자기 방송에서 자취를 감춘 그는 그 사이 프로골퍼와 결혼을 했고, 스포츠마케팅 회사를 운영하는 CEO가 돼 있었다. 누구보다 바쁘게 살아왔다는 이경심을 만나 그의 지난 12년을 되돌아봤다.
왕년의 스타 이경심 다시 비상을 꿈꾸다


순수한 미소를 간직한 탤런트로 기억되는 이경심(38)은 이제 20대 아가씨가 아닌 결혼 5년 차의 유부녀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이른바 ‘길거리 캐스팅’을 통해 CF 모델로 발탁되며 연예인이 됐고 이병헌·고소영 등과 함께 출연한 ‘내일은 사랑’을 통해 스포트라이트를 받던 그는 어느 날 갑자기 연예계에서 모습을 감췄다.
그 후 간간이 프로골퍼와 결혼한 뒤 스포츠마케팅 사업가로 활동하는 사실이 알려졌고, 한 신문에 골프레슨 칼럼을 연재하기도 했다.
하지만 TV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기에 오랜만에 보는 그의 얼굴이 무척 반가웠다. 한창 주목받던 연기자의 활동중단. 대체 무슨 사연이 있었을까.
“‘내일은 사랑’에 출연할 때만 해도 저는 행운아였어요. 하지만 매니지먼트사와의 전속계약은 불운이었죠. 표면적으로는 사이좋은 매니저와 연예인의 관계였지만 실상은 달랐어요. 매니저가 바라는 것과 제가 추구하는 방향이 너무도 달랐죠. 변호사도 만나봤지만 계약을 파기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어요. 계약해지하겠다고 잘못 나섰다간 이미지만 망칠 것 같았어요. 그래서 이미지 좋을 때 (연기활동을) 덮자 싶었어요. 그럼 시간이 흘러 제가 활동을 하지 않더라도 깨끗하고 좋은 이미지로 남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불합리한 계약과 매니저와의 의견 차이로 꿈을 접다
혹여라도 대중에게 나쁜 이미지로 기억될까봐 스스로 택한 길이었지만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없다는 것은 크나큰 상처였다. 다른 일이 있어서 잠시 미뤄두는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그래서 이경심은 그 시기 아예 TV를 켜지 않았다. 드라마를 보면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아서였다. 그토록 열망하던 연기에 대한 갈증을 그는 신앙과 골프로 채웠다.
“기도할 대상이 생기면서 더 이상 좌절하지 않았어요. 불투명하기만 하던 미래를 긍정으로 바꿨고, 희망도 갖게 됐죠. 그리고 후배가 권유해서 시작한 골프도 도움이 됐어요. 처음엔 연예계 복귀를 염두에 두고 다른 여배우들과의 차별화를 위해 골프를 시작했어요.”
이경심은 하루 3시간의 체력 단련과 6시간의 연습 등 선수 못지않은 강훈련을 거듭하며 3년을 골프에 매달려 살았다. 그러다 남편 김창민씨(39)를 만났다. 남편은 고등학생 무렵부터 알고 지내던 선배였지만 연예계 일을 하며 자연히 멀어져 연락도 하지 않는 사이였다. 하지만 필드에 나가면서 자연스럽게 국내 톱 클래스 프로골퍼인 김씨와 재회하게 됐다.

왕년의 스타 이경심 다시 비상을 꿈꾸다


“남편은 실력을 인정받던 골프선수였는데 허리디스크 때문에 대회 출전을 하지 않고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저에게 레슨해줄 시간적 여유가 많았고, 저 역시 막 신앙을 가지게 된 터라 ‘이 사람을 전도해야겠다’는 생각에 만나다 보니 어느새 연인이 됐죠(웃음). 연애한 지 6개월여 만에 결혼식을 올렸어요. 당시 시아버님이 췌장암 말기 판정을 받으셔서 서둘렀죠. 남편이 저희 어머니께 전화해서 ‘따님 주세요~’하고 식장도 예약해놨더라고요. 저는 프러포즈도 못 받았어요. 대신 결혼할 때 다시 프로무대에 재기하면 좋겠다는 조건을 내걸었어요. 남편은 처음 제 말을 듣고 힘든 길을 걸어온 자신의 세계가 침범당하는 것 같아 속상했대요. 하지만 곧 ‘일리가 있다. 다시 한 번 도전해보자’고 다짐했다고 해요.”
늘 친구처럼 애인처럼 살갑게 지내는 부부지만 김씨가 대회에 출전할 때면 바로 ‘먼 사이’가 된다. 이경심은 “운동선수 아내의 고충은 이루 말할 수 없다”며 “대회를 앞두고는 팔베개 금지는 물론 벽에 못을 박는 일, 무거운 것을 옮기는 일 등이 모두 내 몫이 된다”고 말한다. 혹여라도 남편 몸에 무리가 갈까봐 사소한 것 한 가지라도 챙긴다는 이경심은 남편의 대회가 있는 곳은 어디든 따라가 그림자처럼 내조했다고. 그 덕일까. 남편 김씨는 요즘 이경심에게 연예계에 컴백하라고 용기를 북돋워주며 “드라마 촬영을 하는 동안 집안일은 아무것도 신경 쓸 필요가 없다”고 외조를 자신했다고 한다.



왕년의 스타 이경심 다시 비상을 꿈꾸다


두 사람의 결혼은 사랑의 결실일 뿐 아니라 앞날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 남편 김창민씨는 이경심의 조언에 따라 다시 재기했고, 이경심은 그런 남편을 내조하면서 자신의 힘으로 선교 및 봉사를 하고 싶어 스포츠마케팅 사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사업가의 길이 처음부터 쉽지는 않았다고 한다. 연예인이었기 때문에 더 힘에 부쳤다. 얼굴이 알려진 이경심이 사업상 거래처 사람과 만나고 있으면 타인에게 남녀 관계로 비춰지기 일쑤였고, 남편 역시 연예인인 아내가 사업을 하면 위험이 많다며 만류하기도 했다.
“처음엔 눈물이 났어요. 편하게 만나던 사람들도 제가 명함만 내밀면 ‘뭘 도와줘야 하나’하며 부담을 갖고 저에게서 멀어졌어요. 친했던 분들을 많이 잃었고,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다가오기도 했죠. 이를 악물었어요. 그냥 이경심이 아닌 사업가 이경심으로서 인정받아보자 했죠.”

오랜 고민 끝의 컴백…“잘 나왔다는 말 듣고 싶어요”
그렇게 4년이 흐르고 나니 이제는 모두 그를 사업가로 본다. 사업도 안정됐다. 그런데 이 시점, 그는 또 하나의 사업을 준비 중이라고 한다. 바로 김치사업이다. 청정지역 해수를 이용하는 기술을 개발한 업체와 손을 잡은 그는 요즘 배추공장이 자리한 전라남도 무안을 누비고 다니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이미 ‘청아채’라는 브랜드 이름도 정했다.
그가 이렇게 열심히 사업에 매진하는 데는 타고난 사업가적 기질이 있어서이기도 하겠지만 그만의 꿈도 크게 작용한다. 바로 현재 자신이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 단체와 미혼모들을 돕고 싶다는 바람이다.
“지인들과 함께 기관에 찾아가 배식하고, 주방일, 청소를 해요. 그러면서 이 사람들을 도울 일이 없을까 생각했어요. 특히 미혼모의 경우 세상의 질타를 온몸으로 맞으면서도 아이를 지키겠다는 용기를 가진 이들이잖아요. 그런 사람이라면 무슨 일을 맡겨도 책임감 있게 잘할 거라 생각해요. 그래서 스포츠마케팅 회사와 김치업체 등에 미혼모, 외국인 노동자들이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선 제가 더 노력해야겠죠.”
무슨 일에든 다부지고 당차게 살아온 이경심이지만 방송 복귀 결심을 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사실 아직도 두려움은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사업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컴퓨터를 사용하지만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쓰지 않는다. 이경심은 “예전에 저에 대한 댓글 중 ‘고마우신 분이 있나보지?’라는 말이 있었다”며 “내가 아무리 깨끗하게 열심히 살아도 왜곡의 눈으로 나를 보는 이들이 있어 무서웠다”고 말했다. 그래서 사업을 하면서도, 그리고 복귀를 결심하면서도 자신의 홈페이지는 만들지 않았다. 공인이기에 감당해야 할 일일 수도 있지만 가족을 위해서 더 이상의 오해와 왜곡의 시선은 받고 싶지 않다는 것이 그의 입장. 그러나 어렵사리 “다시 한 번 해보자”는 마음을 가진 만큼 그는 더욱 열심히 내달릴 생각이다. 확정된 건 아니지만 드라마 출연을 조율 중이라고 한다.
“활동을 재개할 엄두가 나지 않았어요. 하지만 제가 늘 가슴속에 품고 살았던 꿈이었고, 남편의 응원도 한몫했어요. 그동안 ‘내일은 사랑’의 이병헌·고소영씨도 종종 만났고, 연예인 골프모임의 배동성·차태현씨와 이순재 선생님도 자주 뵈어서 사람들은 낯설지 않지만 카메라와 대본이 무척 낯설 것 같아요. 컴백을 하게 되면 꼭 바라는 게 있어요. 주인공이나 영향력 있는 인물로 출연하고 싶다는 게 아니라 시청자분들이 TV에서 저의 모습을 보고 ‘어, 나왔네. 잘 나왔다, 보고 싶었는데!’라고 해주셨으면 해요.”
어쩔 수 없이 꿈을 포기해야 했고, 그래서 더 이를 악물고 열심히 살아온 이경심. 그럼에도 그에게선 여전히 세상의 때가 묻지 않은 순수함이 보인다. 아픔이 있었던 만큼 더 환한 미소로, 더 당당한 모습으로 돌아온 그의 행보가 기대된다.

여성동아 2010년 4월 55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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