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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은영선 영혼과 전생에 관한 특별한 기록

글 오진영 사진 홍중식 기자

입력 2010.01.19 18:05:00

97년 발표한 ‘전생과 인연’에서 고 박정희 대통령,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 등 유명인의 전생을 언급해 화제를 모았던 작가 은영선씨가 이번에는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이들의 전생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소설을 펴냈다. 전생이란 우리 모두의 잊힌 과거라고 말하는 은씨가 영혼과 자연에 서린 기운에 대한 글을 쓰게 된 사연과 전생의 의미에 대해 들려줬다.
작가 은영선 영혼과 전생에 관한 특별한 기록


작가 은영선씨(49)는 자연과 영혼, 운명과 전생을 주제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그는 지난 97년 펴낸 ‘전생과 인연’에서 “박정희 대통령은 통일신라의 왕자였고 김영삼 대통령은 조선의 왕,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은 중국의 거상이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은씨는 지난 2007년에는 대선을 앞두고 “정동영은 신라 명장 알천공의 후예, 이회창의 전생은 고려의 재상이며 박근혜는 명장이지만 아직 명마와 명검을 구하지 못해 기다려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은씨가 이번에는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얽힌, 범상치 않은 전생의 인연에 대한 소설 ‘향기’(동아E·D)를 펴냈다.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은 모두 은씨의 주변 인물들이며 소설 속 사건들 역시 실제로 일어났던 일이라고 한다. 전직 공무원이며 출판사 사장인 L씨, 광고인 Y씨, 현직 경찰서장 K씨, 방송통신원 K씨, 기자 S씨 등이 소설에 등장한다. 이 소설의 출발점은 그가 풋풋한 미대생이었던 3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83년 친구 두 명과 함께 수덕사에 노스님을 만나러 간 적이 있어요. 그 때 아흔 살 고령에 미라처럼 마르고 허리가 90도로 굽은 분이었지만 젊은이 못지않게 총기가 밝았던 그분이 제가 어떤 삶을 살게 될 것인지 말씀해주셨어요.”
그 스님은 은씨에게 “영혼과 전생을 보는 나의 능력을 너에게 주고 가겠다”면서 앞으로 은씨가 “자연·전생·영혼을 예술로 표현하는 삶을 살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 예언대로 은씨는 사람들의 소망과 기원을 담은 부적과 부적을 매다는 당산나무에 대한 그림을 그리고 전생과 영혼에 대한 판타지 소설 ‘가이공주’, 한반도 방방곡곡 자연 속에 깃든 신비로운 기운에 대한 기행문인 ‘내 인생을 바꿔줄 행복여행’ 등을 써낸 작가가 됐다. 그러다 구미호에 대한 소설을 구상하고 있던 3년 전 어느 날, 그에게 “하늘, 바다, 꽃보다 더한 아름다움으로 이 땅을 찾아주는 향기에 대한 작품을 쓰라”는 목소리가 허공에 울림처럼 들려왔다고 한다.
“‘향기’는 한반도에 살고 있는 봉황의 기운을 찾아가는 기록입니다. 예부터 모든 상서로운 기운 중에서 봉황의 기운이 가장 강하다고 했어요. 우주를 떠돌던 봉황의 기운이 어떻게 한반도에 들어왔고 머물게 되었는지에 대한 진실을 한 지인(등장인물 배씨)의 전생을 추적하면서 퍼즐을 맞추듯 밝혀가는 이야기입니다.”
소설에 따르면 신라시대 원효대사를 통해 한반도에 온 봉황이 백사의 몸을 빌려 5백년 동안 지리산 천은사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고 한다. 배씨는 전생인 고려시대에 권력과 돈을 취하고자 그 백사를 팔아넘긴 인물. 소설은 이러한 내용을 뼈대로 해서 고려말과 조선시대, 현재를 넘나들며 전생의 이야기가 생생하게 펼쳐진다. 사람의 전생을 보는 능력에 대해 묻자 은씨는 “작가들에게는 다 있는 능력”이라고 운을 뗀 뒤 “영혼의 목소리는 자신의 작품과 관계된 인물을 만났을 때만 들려오기 때문에 역학인의 능력과는 다르다”고 덧붙였다.
배씨를 비롯해 은씨의 주변 사람들은 처음에는 그가 말하는 전생과 영혼에 대해 믿지 못하고 더러는 화를 내기도 했다고 한다. 한 친구는 ‘당신은 임꺽정 장군의 기운을 받는 사람’이라는 은씨의 얘기를 듣고 처음에는 웃어넘기더니 2년간 연락을 끊었다고 한다.

“현생에서 쌓은 덕이 다음 생애의 삶을 결정합니다”
은씨는 자기가 전생에 어떤 삶을 살았는지, 혹시 전생에 왕이나 영웅은 아니었을까 궁금하다면 지금 현재 자신의 모습을 보면 된다고 말한다.
“규칙적인 생활이 힘들고 학문에 마음이 없다면 전생에 왕이나 공주가 아니었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왕족의 일생은 규칙과 학문 수양 위주였으니까요. 돈이 생기면 모으기보다 쓰는 게 재미있다는 분은 전생에도 큰 부자가 아니었다고 보면 됩니다. 현재 자신의 능력·재산·위치 등이 전생과 거의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돼요.”

작가 은영선 영혼과 전생에 관한 특별한 기록


마찬가지로 지금의 삶과 비슷한 삶, 즉 현재의 삶에서 쌓은 덕과 노력만큼의 삶이 다음 생에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그러니 번민을 가져다주는 여러 집착에서 벗어나 작은 것에 만족하고 즐거워하는 삶을 산다면 다음 생에서 행복한 삶을 맞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생은 특별한 능력을 가진 사람들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잊힌 과거입니다. 전생이 있었듯이 현재의 삶이 있고 다음 생도 확실히 있어서, 성실한 삶을 살 수 있는 기회가 우리에게 다시 또 주어진다면 그것만으로도 위안이 되지 않을까요?”
은씨는 오늘날에도 한반도에 강렬한 봉황의 기운이 깃들어 있다고 믿는다. 봉황은 홀로 다니지 않고 무리지어 다니는데 봉황의 무리는 현자가 탄생하는 하늘 아래에서만 모습을 드러낸다고.
“봉황과 그의 동료들이 이 땅을 선택해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현자를 탄생시키려는 우리의 노력에 달려 있습니다.”
현자가 탄생하는 시대로 미래를 만들어가는 것이 바로 오늘을 사는 우리의 과제라는 것. 그것이 소설 ‘향기’를 통해 모든 이에게 은씨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다.

여성동아 2010년 1월 55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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