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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천사’이유리의 희로애락(喜怒哀樂)

글 정혜연 기자 || ■ 사진 굿피플 MBC 제공

입력 2009.12.22 09:49:00

착한 이미지를 지닌 배우는 실제로도 착할까? 이유리는 자신의 입으로 이 질문에 답하진 않았지만 평소 생활로 대답을 대신했다. 얼마 전 필리핀으로 봉사활동을 다녀온 그는 다리가 기형인 아이를 보며 가슴 아팠다고 한다. 외모보다 아름다운 마음을 가진 이유리의 필리핀 봉사활동 체험기.
‘나눔천사’이유리의 희로애락(喜怒哀樂)

드라마 ‘사랑해, 울지마’를 끝내고 휴식을 취하던 이유리(27)가 얼마 전 필리핀으로 봉사활동을 다녀왔다. 3박4일 동안 필리핀 고산지대에 위치한 타루칸 마을의 아이타족을 돕고 온 것. 해외봉사는 처음인 그는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봉사단체 굿피플 홍보대사를 맡은 지 4년이 됐는데 시간이 나지 않아 봉사활동에 참여하지 못했어요. 이번에 운 좋게 기회가 닿아 필리핀에 갔고 그곳에서 많은 걸 배우고 왔어요. 전기, 수도도 없는 열악한 환경에서 어렵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니 가슴이 아프더라고요. 제가 해야 할 일이 많다는 걸 깨달았죠.”
아이타족은 필리핀 정부의 지원이 닿지 않는 험한 곳에 터를 잡고 힘겹게 살아가고 있다. 음식은 물론 마실 물도 넉넉지 않은 형편이라 성인 키가 150cm를 넘지 않는다고. 지푸라기를 쌓아올린 집으로 들어가면 한 방에 돼지와 닭, 사람이 뒤섞여 있는 광경이 펼쳐진다. 그래도 지금 이들에게 삶의 터전이 있다는 건 그나마 다행이다. 마을이 활화산 인근에 자리한 터라 이마저도 언제 없어질지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
이 마을에 굿피플은 가로등·가정용 등 90여 개를 설치해주고, 머리카락을 깔끔하게 잘라주는 등 생활환경을 개선시켜줬다. 또한 산부인과·내과·치과 처방 등 의료활동도 함께 진행했다.
이유리는 굿피플 지원팀과 함께 음식을 나눠주고 가져간 물로 아이들 목욕을 시켜주었다. 또 아이들과 함께 노래 부르고, 술래잡기를 하면서 따뜻한 정을 나눴다고.
“처음에 아이들이 수줍음이 많아 쉽게 다가오지 못하더라고요. 제가 먼저 웃으면서 다가갔더니 하나 둘 곁으로 왔어요. 자기들은 피부가 까만데 제 피부는 희니까 신기했나봐요. ‘손에 뽀뽀해도 되냐’고 묻기에 괜찮다고 했더니 때라도 묻을까봐 조심스럽게 뽀뽀하는데 마음이 짠했어요. 손을 꼭 잡아주니까 아이들도 마음을 열었는지 제 품으로 쏙 안기더라고요. 가슴 뭉클한 경험이었죠.”

짜릿했던 산타 경험, 더 해줄 수 있는 게 없어 미안했던 필리핀 봉사
그중에서도 그의 마음을 울린 건 선천성 기형 다리 장애를 안고 살아가는 ‘다니카’라는 다섯 살짜리 여자아이. 다리가 밖으로 휘어진 상태로 태어나 땅을 짚고 기어다니며 살아야 한다. 그의 할머니도 똑같은 모습으로 평생을 살았다. 하지만 한 살이라도 어릴 때 간단한 수술만 받으면 정상인처럼 걸어 다닐 수 있다고.
“다니카는 겁이 많은 아이였어요. 다른 아이들보다 경계를 많이 하더라고요. 그 조그마한 아이가 살면서 얼마나 많은 상처를 받았을지 생각하면 가슴이 너무 아팠어요. 제가 해줄 수 있는 일이 안아주는 것밖에 없다는 게 부끄러웠어요.”
이유리는 굿피플 측과 함께 다니카의 수술비를 지원했다. 다니카는 11월 필리핀 현지에서 수술을 받고 경과를 지켜보고 있는 중이다. 이유리는 이 아이와 1대1 결연을 맺어 성인이 될 때까지 생활비를 지원할 예정이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이유리는 그곳 아이들과 정이 많이 들었다. 마지막 날, 그는 끝까지 손을 놓지 않는 아이들을 두고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옮겨 차에 올랐다. 서로가 점점이 사라져 보이지 않을 때까지 아이들은 손을 흔들어줬다고 한다.
그는 2000년 드라마 ‘학교4’로 데뷔해 올해로 연예계에 입문한 지 10년이 됐다. 화려한 연예계 생활과 어려운 이들을 돕는 일, 야누스의 두 얼굴처럼 극과 극이다. 그는 봉사할 때 자신이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지를 깨닫게 되기 때문에 힘들 때면 남을 돕는 일을 떠올린다고 한다.
“전 제 자신을 위해 봉사할 때가 많아요. 살다 보면 내가 가진 게 얼마나 많고 지금 이 순간이 얼마나 감사하고 행복한지 잊어버리거든요. 행복은 내가 많이 가질수록 생기는 게 아니라 비우면 비울수록 커지는 것 같아요. 그래서 마음이 힘들 때면 어려운 분들을 도우러 나서요.”
어떤 일이든 시작이 어렵다. 그의 첫 봉사 경험을 묻자 “크리스마스 때 산타가 된 것”이라며 밝게 웃음 지었다.
“한 3년 전이었어요.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함께 교회를 다니던 슈와 (서)민정 언니를 만나 이야기를 하던 중 ‘이번에는 특별하게 우리가 직접 산타가 돼서 이웃을 돕자’는 아이디어가 나왔죠. 각자 용돈을 털어 동대문에 가서 이불과 내복을 잔뜩 샀어요. 좋은 일에 쓸 거라며 주인아주머니한테 깎아달라고 애교를 부린 기억도 나네요(웃음). 그러고는 교회 목사님과 함께 산동네를 찾아가 진짜 산타처럼 집집마다 선물을 놓고 왔어요. 지금 생각해도 참 뿌듯해요.”
고등학교 2학년 때 데뷔를 한 터라 경제 개념이 부족했던 이유리는 남을 도우면서 돈의 가치를 배우게 됐다고 한다. 친구들과 하루 동안 놀면서 썼던 5만~6만원의 돈이 그들에게는 보름을 살 수 있는 돈이라는 걸 알고 반성을 하게 됐다고. 그는 “이후로 꼭 필요한 것이 아니라면 지출을 하지 않는 생활습관을 갖게 됐다”고 말하며 멋쩍은 듯 웃었다.

‘나눔천사’이유리의 희로애락(喜怒哀樂)

1 이유리는 선천성 기형 다리 장애가 있는 다섯 살 다니카에게 특별한 애정을 느꼈다고 한다. 2 3 굿피플과 함께 필리핀 타루칸 마을의 각종 생활환경을 개선해주고 봉사활동을 펼친 이유리.


연기자로 입지 다지는 계기 된 김수현 드라마
이유리는 데뷔 당시 ‘일진’을 따라다니는 학생을 연기했다. 조연이라고 하기에도 비중이 너무 작은 엑스트라급이었다. 욕심 부렸을 법도 한데 그는 빨리 성공해야겠다는 생각보다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은 연기자가 되자”는 다짐을 했다고. 때문에 지름길을 택하기보다는 차근히 연기력을 쌓으며 한 계단씩 올라가는 쪽을 선택했다.
“데뷔하기 전 오디션에서 숱하게 떨어졌어요. 그러다 ‘학교4’에 캐스팅됐는데 작은 역할이었지만 그것조차 감사했죠. 이후로 운 좋게 여러 작품에서 조연을 맡았고 최근에는 주인공까지 하게 됐어요. 함께 데뷔한 친구들 중 중간에 일을 그만둔 친구도 많아요. 그에 비하면 저는 참 감사한 일이죠.”
그는 드라마 ‘러빙유’ ‘노란 손수건’ 등을 거쳐 김수현 작가의 ‘부모님전상서’에 출연했다. 이후 잇달아 그의 작품인 ‘사랑과 야망’ ‘엄마가 뿔났다’에 등장하며 이름 석자를 알리기 시작했다. ‘시청률 보증수표’인 김수현 작가의 눈에 들게 된 계기가 궁금했다.
“사실 ‘부모님전상서’에서 제가 맡았던 역할에 이미 다른 사람이 캐스팅돼 있었어요. 그런데 그분이 사정상 빠지면서 오디션을 봤던 제게 출연 기회가 왔죠. 평소 선생님 작품을 좋아했기 때문에 정말 출연하고 싶었어요. 여러 선배로부터 ‘선생님 작품은 드라마도 좋지만 대본을 모아서 읽으면 또 다른 감동을 느끼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를 누누이 들었던 터라 더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그는 김수현 드라마에 출연하며 연기하는 즐거움을 알게 됐다. 그의 대본에는 대사 이외에도 숙지해둬야 하는 것들이 빼곡히 적혀 있는데 그것을 제대로 익혀 가지 않으면 지적을 받기도 했다고. 이유리는 그때 처음으로 “배우는 다른 사람의 삶을 배우라고 ‘배우’라 한다”는 걸 알게 됐다고 한다.
하지만 그가 김수현 드라마에 출연하면서 잃은 것도 있다. 또래 연기자들이 트렌디 드라마에 출연하며 얻은 대중적인 인기, 그리고 다양한 이미지가 아닌 순하고 착한 이미지 하나로 굳어진 점이 바로 그것. 이유리는 둘 다 아쉽지 않다고 말했다.
“사실 김수현 선생님 드라마와 트렌디 드라마 출연 제의가 같이 들어온 적이 몇 번 있어요. 그때마다 망설임 없이 선생님 드라마를 선택했죠. 저한테는 선생님 작품이 훨씬 재미있고 끌렸거든요. 앞으로 또 그런 상황이 온다 해도 전 선생님 드라마를 선택할 생각이에요.”
사람들이 착한 이미지로 봐주는 것에 대해 이유리는 의외로 “신기하다”라는 말을 재차 했다. 스스로 착한지 못됐는지 별로 생각해본 적이 없기 때문. 그는 자신의 성격에 대해 “좋을 때는 굉장히 좋고, 싫을 때도 좋으려고 노력은 하지만 조금은 티가 나기도 한다”며 솔직하게 말했다.
“내성적인 성격은 아니에요. 사람들 만나고 노래하는 걸 즐기는데다 좀 뻣뻣하긴 해도 춤추는 것도 좋아해요. 좋아하는 일을 할 때는 굉장히 열정적인 편이에요. 사람들이 착하게 봐줘서 고맙고 신기한데 한편으로는 상당히 기대가 돼요. 앞으로 나쁜 역할을 맡아 그 틀을 깨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거든요. 그때는 또 어떤 반응이 나올지 벌써부터 궁금해지네요(웃음).”
“결혼은 스스로 성숙해졌다고 느낄 때 하고 싶어요”
이유리는 얼마 전 변신을 시도했다. 섹시한 느낌의 모바일 화보를 촬영한 것. 인터넷 누리꾼은 “이유리의 색다른 면을 발견했다”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일종의 연기라고 생각하며 촬영했고, 좋은 사진을 찍고 싶어 욕심도 부려봤다”며 즐거워했다.
“보통 ‘모바일 화보’하면 야한 이미지가 크지만 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어요. 스스로를 홍보하는 차원에서 여자 연예인이라면 해볼 만한 작업이라고 생각했죠. 대신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하고 싶어서 제가 아이디어를 많이 냈어요. 이 시절이 다시 돌아오지 않을 테니 제 모습을 포트폴리오로 간직하고 싶은 욕심도 있었고요.”
작품 활동을 잠시 쉬고 있는 그는 요즘 더 바쁘게 지낸다고 한다. 사람들을 만나서 하고 싶었던 일도 하고 춤과 노래를 배우는 등 일상을 즐기느라 정신없기 때문. 휴식기에는 자신을 열어두는 편이라고 한다.
“연기할 때는 저 자신을 숨기고 가두기 바쁜데 쉴 때는 그 틀에서 나오려고 해요. 세상 돌아가는 일에도 관심이 많아서 모자를 푹 눌러쓰고 버스나 지하철에 올라 요즘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가는지 살펴보곤 하죠. 한번은 옆 사람이 이어폰을 꼈는데도 음악소리가 새어나와 귀를 쫑긋 세우고 가까이 다가가 들어본 적도 있어요. 요즘 무슨 노래가 유행하는지 궁금했거든요(웃음).”
열심히 활동하느라 아직 남자친구가 없다. 주변 친구들이 결혼해서 행복하게 사는 걸 보면 그도 가끔은 결혼을 꿈꾼다고. 하지만 그는 “아직 때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결혼은 성숙한 사람끼리 만나야 잘 사는 것 같아요. 전 아직 제 몸 하나도 건사 못하고 있는데 섣불리 만났다가는 상대에게 피해만 줄 것 같아요(웃음). 저 자신을 좀 더 다지고 단련한 뒤 사람을 만나고 싶어요. 이상형이요? 자기 자신한테 정직한 사람이요. 얼굴도 잘생기면 좋겠지만 잘생겨도 하는 행동이 밉거나 마음이 어두우면 외모가 멋져 보이지 않잖아요. 반대로 못생겨도 마음이 따뜻하면 외모도 아름다워 보이는 거고요. 평생 외모만 보고 살지 않을 테니 외모가 어떻든 마음이 따뜻하고 정직한 사람이면 좋겠어요.”

여성동아 2009년 12월 55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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